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세계 전기통신전시회(텔레콤95)가 지난 10월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4년마다 열려 '전기통신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전기 통신과 관련된 최근의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당신의 미래를 만져보세요." 지난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인 '텔레콤95'의 프랑스 전시관에 내걸린 구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정보통신기술이 21세기 인류의 미래를 뒤바꿔놓을 것이란 주제 아래 프랑스는 광통신과 ATM(비동기전송방식)교환기 등 핵심 통신장비를 이용한 여러가지 서비스를 출품했다.
제네바의 전시장과 파리 니스 등 프랑스 도시들을 통신망으로 연결, 세 도시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컴퓨터화면으로 미팅을 하는 화상회의가 선보였다. 엔지니어들은 상대방의 얼굴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니터에 설계도면을 띄워놓고 도면을 고치거나 각자 의견을 메모형식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안방영화관. '시네홈'이라 불리는 이 서비스는 초기화면에 텅빈 극장이 등장하지만 마우스를 한번 누르면 최근 상영된 영화들이 액션 멜로 공상과학(SF) 등 주제별로 화면 가득 표시된다. 영화 1편 보는데 39프랑(약6천원). 시내 영화관이나 비디오숍에 구태여 갈 필요없이 안방에서 TV보다 선명한 컴퓨터 화면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화질이 현재의 TV보다 훨씬 깨끗하고 1백개가 넘는 채널을 활용할 수 잇는 디지털 TV, 디지털 방식의 이동전화 시스템과 전화기, 프랑스가 자랑하는 정보통신단말기 미니텔 등이 프랑스관을 돋보이게 했다.
텔레콤95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세계 최대 전시회로 이번에는 46개국에서 9백91개 업체가 참가, 정보통신분야의 최근 기술동향과 제품 및 서비스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전시회 관계자 및 관람객이 13만명으로 제네바 시민과 맞먹을 정도였다.
전시회가 제네바에서 열린 만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의 전시관이 가장 규모가 크고 전시내용도 알찼지만 미국 일본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들도 이에 뒤질세라 눈에 띄는 신제품들을 다수 내놓았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분야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관련기술과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 지난 93년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발표하고 21세기 핵심사회간접자본이 될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에 나선 이래 유럽 일본 한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비슷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각국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기반기술인 광통신과 ATM교환기를 필두로 주문형비디오(VOD) 화상회의 원격교육 원격의료 디지털TV 등 서비스들을 자신들의 수준에 맞게 전시했다.
현대는 '무선'의 시대. 아날로그 이동전화가 통화품질이 좋고 많은 가입자를 수용하는 디지털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AT&T 모토롤라 에릭슨 알카텔 NEC 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첨단이동전화시스템을 자랑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통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대우통신 등 11개업체들이 텔레콤95에 참가했다. 전시장 규모가 선진국에 버금갈 정도로 컸고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 디지털이동전화시스템 ATM교환기 광통신 주문형비디오 등 전시제품도 미국 일본에 못지 않았으나, 관람객들의 주목을 끄는 전시기술 면에서는 다소 뒤진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김덕수사물놀이패를 앞세운 풍물팀이 한국관을 찾은 외국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3일 개막식에 앞서 열린 식전공연에서 우리나라 사물놀이패를 비롯, 세네갈과 브라질의 민속공연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3개 대륙을 대표해 벌어졌다. 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각자 공연을 끝낸 후 3침이 함께 등장해 벌인 합동공연. 넓은 공연장이 떠나갈듯이 웅장한 타악기 소리의 조화는 텔레콤95의 주제인 '연결'(connect)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개막식에는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세계 최대의 반도체회사인 미국 인텔사의 앤디 그로브회장이 나란히 등장, 눈길을 끌었다. 인종차별에 항의해 30여년간 감옥살이를 한 백발의 인권운동가 만델라대통령은 "미래 정보사회의 주역은 젊은 세대이므로 전세계 모든 젊은이들이 첨단정보통신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선진국들은 정보통신분야의 남북격차해소에 노력해야 한다"고 연설해 갈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