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 1,2호는 허블망원경과 더불어 또 하나의 우주 소식을 전해왔다. UIT(자외선망원경)로 본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
'아스트로1'이 발사된지 5년 후인 1995년 3월2일, '아스트로2'가 우주왕복선 엔데버호에 실려 발사됐다('과학동아' 95년 5월호 참조). 아스트로에는 HUT WUPPE UIT 등 세가지 자외선망원경이 사용됐다. HUT은 분광관측용 망원경이고, WUPPE는 측광과 편광 관측을 위해서 설계됐다.
함께 탑재된 UIT(Ultraviolet Imaging Telescope)는 구경 38cm인 리치 크레티앙 망원경으로 근자외선(near ultraviolet)용과 원자외선(far ultraviolet)용 두 종류의 검출기가 부착됐다. UIT 카메라는 70mm 필름에 화상을 기록하도록 돼있으나, 귀환 후 디지털 화상으로 읽혀졌다. 이 망원경은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GSFC, Goddard Space Flight Center)에서 특별히 설계 제작된 것이다.
아스트로1은 UIT로 모두 66개 천체를 관측했다. 태양계 천체 4장, 우리은하 29장, 국부은하군8장, 그 이외의 은하 16장, 그리고 9장의 먼 천체 사진들을 얻을 수 있었다. 파장별로 나눠보면 근자외선 사진이 3백61장, 원자외선 사진이 4백60장에 이른다. 한편 아스트로2에서 UIT로 주로 관측한 대상은 M13 구상성단 외에 대마젤란은하 M31 M33 M101 LSB(Low Surface Brightness) 은하 등이다.
이번 호에서는 아스트로1과 아스트로2가 촬영한 UIT 사진 가운데서 몇가지를 골라 봤다. 우리가 늘 봐왔던 눈에 익은 천체들이 자외선의 눈으로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여기에는 어떤 천문학적인 사실들이 숨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태양 질량의 4백억배, M74
M74는 물고기자리에 있는 나선은하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전면이 보이는(face-on) 은하의 전형을 보여준다. 붉은색과 푸른색은 각각 가시광선과 근자외선 화상이며, (사진1)은 두 개의 화상을 겹쳐놓은 것. 갓 태어난 뜨거운 별들과 주변 가스가 나선팔을 따라 밝게 나타나 있다.
M74는 M33보다 훨씬 우아한 나선팔을 갖고 있는데, 이런 은하들을 가리켜 '우아하게 디자인된'(grand designed) 나선은하라고 부른다. 일부 천문학자들은 나선팔의 우아한 모습이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원인이 은하면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는 밀도파(density wave)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간구름이 은하면 내에서 운동하다가 나선형의 밀도파에 부딪치면 그 부분에 물질이 자꾸 쌓이게 된다. 이렇게 밀집된 가스가 별탄생을 촉진시킨다는 것이 '밀도파 이론'이다.
자외선 사진에 보이는 밝은 점들은-밀도파 이론이 맞건 틀리건 상관없이-별들이 한꺼번에 태어나는 지역이며 개개의 크기는 수백광년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주 밝은 것은 독거미성운만큼 밝다. M74의 별탄생 영역의 개수는 대마젤란은하(LMC)보다 훨씬 많다.
그것은 M74가 대마젤란은하보다 크기 때문으로 크기는 약20배, 질량은 1백배에 이른다. 그 질량과 크기는 우리은하에 해당하는 값일 뿐 아니라, 나선팔의 모양, 벌지(bulge, 나선은하의 중심에 부풀어 있는 부분)크기, 별탄생률 등도 상당히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M101 은하, 신생별들의 체중 분포 파악
M101은 느슨한 나선팔과 빈약한 벌지가 심벌인 Sc형 나선은하다. 이곳에는 거대 전리수소영역(giant HII regions)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무거운 별들과 주변 가스에서 나오는 자외선 복사가 강하게 나타난다. 천문학자들은 UIT 사진으로부터 M101에서 발생하는 자외선 에너지, 성운의 나이, 먼지의 양, 그리고 별들의 초기질량함수(initial mass function)를 계산한다. 초기질량함수는 신생아들의 체중 분포와 비슷하다. 이로부터 천문학자들은 특정한 성운이나 전리수소영역에서 태어난 어린 별들의 총질량을 구할 수 있다.
(사진2)는 1천5백20Å에서 1천3백10초간 노출한 것이다. 1995년 3월 11일 지구 그림자에 의해 생긴 '밤'을 틈타 촬영한 것. 시야의 크기는 보름달의 3분의 2에에 해당한다. 원래 필름은 흑백이지만 보라색을 입혔다.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오메가센타우리 성단
오메가센타우리(ωCen, 간단하게 '오메가 센'이라고 부름)는 남반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구상성단이다. 그 이유는 이 성단이 가까울 뿐 아니라(1만7천광년), 지름 1백50광년에 1백만개가 넘는 별들이 모인 거대한 천체이기 때문.
오메가센터우리 성단의 원자외선 사진에는 태양처럼 차가운 별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거성 이후의 뜨거운 별들(post giant stars)이 밝게 빛난다. 이렇듯 자외선 광도가 높은 별들은 핵에서 헬륨이 탄소로 변환되는 청색 수평계열 거성(blue horizontal-branch giant stars)들이다. 그보다 훨씬 밝은 별들은 아마도 핵융합 반응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후점근계열거성(post-asymptotic giant branch stars)들로 생각된다. 이들은 앞으로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한 성단 내에서 발견되는 구성 별들의 상대적인 개수는 몇가지 요인에 의해서 달라진다. 여기엔 성단의 나이와 화학조성 등이 포함된다. 천문학자들은 여러 성단 내에 있는 별들의 종족분포를 살펴봄으로써 성단의 형성 및 초기은하 형성 시나리오와 관련된 많은 사실들을 알아낸다. 마치 어떤 부락의 형성시기를 본토박이와 외부인의 비율로부터 추정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백조자리의 초신성 잔해
백조자리에는 15만년 전에 폭발한 초신성 잔해가 있다. 이것을 시그너스 루프(Cygnus Loop), 또는 면사포성운(Veil Nebular)이라고 부른다. 면사포성운은 폭발 이후 빠른 속도로 팽창해 주위의 성간물질을 휩쓸고 지나갔다. 현재는 많이 끊겨 '부숴진'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것은 하늘에서 3도만큼 퍼져있는데 UIT로 촬영한(사진4)에는 전체의 6분의 1만 나타나 있다.
독거미성운 내의 거대 성단
대마젤란은하는 맨눈으로 보면 단지 뿌연 구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망원경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긴 시간 촬영하면 '독거미서운'(30 Doradus)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독거미'를 이루는 가스는 자외선에서 특히 밝게 빛나는데 어린 별들과 초신성에 의해 뜨겁게 이온화돼 있기 때문이다.
태양처럼 가벼운 별은 수십억 년에 걸쳐 천천히 나이를 먹는 반면, 무거운 별은 짧은 기간 동안 연료를 태우고는 '장렬하게' 일생을 마친다. 게성운 백조자리 면사포성운 등은 이러한 초신성 폭발로 생긴 대표적인 잔해들이다.
이 장엄한 피날레는 흔치 않지만, 한번 일어나면 그 밝기가 태양의 10만배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자외선에서 많은 복사를 낸다. 강력한 자외선 복사는 초신성뿐 아니라 무거운 별이 태어날 때에도 발생한다. 독거미성운이 자외선 영역에서 밝게 나타나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선은하의 형태학
은하에는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 그리고 상호작용을 하는 은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나선은하만 하더라도 형태가 아주 다양해, 천문학자들은 그 형태학적인 분류와 구조로부터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관한 퍼즐을 풀고 있다.
(사진6)의 세 은하를 보면 나선은하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엔 각각의 은하에 대한 가시광선과 자외선, 두 종류의 사진이 있다. 푸른색은 자외선, 붉은색은 가시광선 사진을 나타낸다. 그러나 붉은색과 푸른색은 실제 색상이 아니고 쉽게 구별할 수 있게끔 색깔을 입힌 것이다.
나선은하는 나선팔 모양과 벌지의 크기에 따라 형태학적으로 세분된다. 이러한 두가지 특성은 별탄생률(star formation rate)과 관계가 깊다. 곧 많이 감긴 나선팔, 뚜렷한 벌지, 낮은 별탄생률은 Sa형 은하를 대표하며, 그 반대 경향을 나타낼수록 Sd 은하에 가깝다. 나선은하는 또한 Sd-Sc-Sb-Sa-SO의 순서에 따라 회전속도가 증가하는 반면, 별 형성에 필요한 가스의 양은 작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