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이용하면 원자 크기의 물질조작이 가능해진다. 원자를 한개씩 떼어내는 기술이 발전하면 현재 CD정보량의 1억배를 수록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반도체산업은 실리콘에 기반을 둔 고집적 IC가 주도하고 있다. IC의 집적도는 지수함수적으로 성장해온 결과 이제는 더이상 크기 축소가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의 광학 묘화기술(lithography)로 얻을 수 있는 집적회로의 폭은 0.3-0.5㎛. 앞으로 개발될 모든 기술적 가능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0.1㎛의 한계는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 0.1㎛ 이하에서 발생하는 양자 효과때문이다.
새로운 개념의 소자, 차세대 IC를 개발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구비되어야 한다. △각각의 단위소자를 연결해야 하는 문제 △새로운 물리현상을 이용하는 소자(양자소자) △스위칭 이상의 다기능을 갖는 소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단위소자와 시스템 구성을 별도로 구상해서는 안된다.
양자소자란 무엇인가
초미세 반도체 구조에서 발생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하는 소자는 양자광학소자와 양자전자소자로 구분된다.
양지광학소자의 연구에 있어서는 초미세구조인 양자우물 양자선 양자점 구조를 활용하여 반도체광검출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자전자소자에 있어서는 양자우물에서의 전자관통, 저차원에 구속된 전자의 특성, 탄동적(ballastic) 전자의 특성, 그리고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하는 초미세 양자소자의 개발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이외의 초미세구조의 소자개발연구에는 양자소자를 넘어선 단전자소자의 동작이 실현됐으며, 더 나아가서 원자스위치 소자가 제안되고 있다.
고체 내에서 전자는 페르미파장과 위상을 가지고 움직이며 수많은 충돌에 의해 그 움직임이 기술된다. 여러가지 양자역학적 현상들은 거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전자의 공명충돌(resonant scattering)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초격자의 크기가 페르미 파장보다는 크고, 탄성충돌거리보다는 작아야 한다. 또 전자의 탄동적 수송현상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전자의 유동거리(drift length)가 탄성충돌 거리보다 더 작아야 한다.
분자인간 등장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이용한 원자조작 및 원자소자 제작이 연구되고 있다. 극초미세 소자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는 수개의 원자들로 이루어진 구조일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는 원자크기의 물질 조작이 가능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원자 수준에서 작동되는 트랜지스터도 가능하게 된다.
원자수준에서 작동되는 '꿈의 소자' 실현은 1980년대 초 비닉과 로러에 의해 개발된 주사터널링현미경을 통해 점차 그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재료 표면에서의 원자들의 조작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단원자 스위치의 발견도 발표됐다.
STM을 이용한 연구분야는 매우 다양하지만 크게 두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물질의 원자구조 등을 규명하려는 물성연구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고체 표면의 원자구조를 변경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1990년 IBM에서는 액체헬륨온도(4K)에서 니켈 표면에 크세논(Xe) 원자들을 원자 크기의 해상력으로 재배열하여 'IBM'이라는 로고를 새길 수 있었다.
1991년에는 4K에서 백금 표면에 흡착된 일산화탄소(CO) 분자들을 재배열하여 세계 최소의 인물화를 그리는데 성공했다. 모두 28개의 CO분자들로 구성된 이 인물화의 신장은 50Å(${10}^{-10}$m). 어깨를 편 폭은 25Å으로 이러한 분자인간 2만명을 서로 손을 맞잡도록 배열해야 사람의 머리카락굵기(50㎛)와 같게 된다.
STM을 핀셋으로 활용하는 원자·분자 조작기술은 실용적인 전자소자의 제작을 궁극적인 연구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단계에서도 반도체 가공기술을 한단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1년 초 일본의 히타치 연구팀은 원자 몇 개 정도의 크기인 최소문자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STM의 탐침에 순간적으로 고전압을 걸어 이황화몰리브덴 화합물에 접근시키면 유황 (S) 원자 한개가 증발해서 떨어져 나간다. 이 원리를 이용해 'PEACE '91 HCRL'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각 글자의 크기는 약 20Å.
이렇게 원자를 한개씩 떼어낼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키면 0과 1로 표시되는 디지털 신호를 원자 한개의 유무로 치환하는 것이 가능해서 현재 CD정보량의 1억배를 수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TM의 탐침에 고전압을 걸어서 셀렌은 (A${g}_{2}$Se) 막에 접근시키면, 이 물질은 초이온 전도체(물질이 이온으로 돼 이동하는 성질을 가짐)이므로 탐침에 가까운 위치에서는 은이 이동한다. 남아 있는 셀렌은 공기중의 수소와 반응하여 튀어나오고 그 자리가 홈으로 된다. 이때 홈의 폭은 30Å이고 깊이는 10Å인데, 이를 이용하여 3백Å×3백Å 크기의 문자들로 NTT라는 로고를 쓸 수 있었다. 사용한 탐침은 경도가 높은 백금-인듐 합금선으로 해상력(홈의 폭)을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는 64메가D램급의 기억소자를 가공하는데 사용되는 최소선폭이 0.3㎛인데, NTT가 개발한 방법으로는 이보다 1백배 이상 좁게 가공할 수 있다.
1991년 IBM 알마덴연구센터에서는 단원자스위치(single atom switch)를 발견했다. 스위치의 교환으로 Xe원자의 위치가 변화해 두 전극 사이에서 측정되는 저항과 관통(tunneling) 전류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원자규모의 전자회로를 만드는데 주춧돌이 될 것이다. 원자 스위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많이, 그리고 훨씬 더 싸게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다. 이러한 단원자 스위치는 극저온(4K)과 초고진공에서 작동하므로 아직은 실용화가 어렵다.
터널링 양자소자의 출현
양자효과를 소자로 가장 처음 응용한 것은 1950년 후반에 개발된 전자가 관통하는 p-n접합의 터널다이오드라고 할 수 있다. 그후 단결정 성장 방법의 발달로 인해 양자우물, 초격자 등과 같은 인공적 반도체 구조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돼왔다. 최근에는 양자 선(wire)이나 양자점(point)과 같이 전자를 저차원으로 구속시켰을 때 일어나는 여러가지 물리현상과 그 응용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자의 관통현상이 아닌 또 다른 양자효과로서 전자의 파동성을 양자소자에 이용하고자 하는 연구가 1985년 이후 매우 활발하다. 고체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양자현상 중에서 전자의 활동거리가 전자의 가간섭성 길이보다 작은 소자에서 일어나는 양자현상에는 전자의 파동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자효과는 기존 소자의 축소화에서 일어나는 불필요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양자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양자효과 소자는 미래의 과학기술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자로 각광을 받고 있다.
양자세계의 특수현상 용어풀이
양자효과(quantum effect)
파동성을 가지고 있는 조그만 입자의 운동을 기술하는데 이용되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물리적 효과. 즉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운동도 파동의 운동으로 기술되어지고 파동의 운동도 입자의 운동으로 기술되어진다. 따라서 고체내의 전자(고전역학에서는 입자임)의 움직임도 파동성을 띠게 된다. 전자도 반사 굴절 간섭 회절 등에 따른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양자효과의 일예로 에너지준위를 들 수 있다. 고전적으로 웅덩이 속에 있는 돌맹이는 어떠한 에너지 준위에도 존재할 수 있다(총에너지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 그러나 전자와 같은 모양의 위치에너지(워낙 작음)에 구속되어 있다면 이때 전자의 에너지는 아무 에너지준위에나 존재할 수 없고, 그 위에너지 모양에 따른 특정한(양자화된, quantized) 에너지준위에만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양자효과는 (그림)과 같이 거시적 세계에서는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없으나, 미시적 세계에서는 효과가 두드러진다. 즉 원자나 핵의 내부 세계 구조나 특성, 그리고 그들과의 운동을 규명하는데 있어 양자효과는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공적으로 전자를 초미세 구조에 구속시킬 수 있는데, 이때 전술한 양자효과가 크게 나타나므로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그 특성을 규명한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입자의 움직임을 고전적인 뉴턴운동방정식(힘=질량×가속도, F=ma)이 아닌, 파동성을 갖는 상태함수와 슈뢰딩거 운동방정식을 이용하여 기술하여 설명하는 물리학. 한마디로 양자효과를 기술하기 위한 물리학.
양자우물(quantum well)
일상생활에서는 전하(대부분의 경우 전자)가 지나가는 대부분의 통로는 3차원이다(예: 전자제품속의 구리 선). 이러한 3차원의 전도체를 한쪽 방향으로 납작하게 만든다면 전자의 운동은 2차원으로 구속될 것이다. 이처럼 전자의 운동이 2차원에 구속된 구조를 양자우물이라고 한다.
이때 구속된 한쪽 방향의 전자에너지는 (그림)의 오른쪽에서와 같이 양자화돼 그에 따른 특정한 값만 갖는다. 이때 전자의 에너지는 2차원 방향의 임의의 값에 양자화된 특정값을 더한 값이 된다.
한쪽 방향으로 얇은 정도는 재질에 따라 다르게 되며 그 두께가 전자의 페르미 파장 정도이어야 한다. 금속의 경우 수십Å 미만, 반도체의 경우는 수백-수천Å 미만이어야 한다.
양자선(quantum wire)
양자우물 구조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한차원 더 구속시켜 전자의 움직임이 1차원이 되는 구조. 이때 전자의 에너지는 1차원 방향의 임의의 에너지값에 횡적 2차원 구조에서 구속돼 나타나는 양자화된 에너지값을 더한다.
양자점(quantum dot)
1차원으로 움직이는 양자선 구조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한차원 더 구속시키면 전자의 움직임은 0차원이 된다. 이는 전자의 움직임이 없음을 의미하며 어느 한점에 고정돼 있는 것과 같다. 이 구조를 양자점 구조라고 한다. 전자의 움직임이 모든 방향으로 구속돼 있으므로 전자의 에너지는 모든 방향으로 양자화돼 특정한 에너지값만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