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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태어난 대히트 발명품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국민학생만 돼도 알고 있는 이 금언은 실제 우리의 삶에서 말로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패에 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한 발명가들의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명이란 단어를 들으면 전화 TV 컴퓨터 로봇 로켓 등 첨단기술 제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용하는 수많은 생활 필수품들 모두가 발명품이고, 이들 발명은 대부분이 생활주변의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탄생되고 있음을 생각해보자.

작은 아이디어도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산업재산권 중 실용신안(기존 발명품의 기능을 보다 편리하게 개선한 고안)이나 의장(기존 발명품의 모양을 보다 아름답게 디자인한 고안)으로 특허청에 출원해 등록하면 각각 10년간의 독점 권리가 주어지며, 등록을 받는 순간 발명가가 되는 것이다.

쉽게 믿으려 하지 않겠지만, 연구의 실패나 실수로 태어난 발명품은 수없이 많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골칫거리로 통하는 '오토바이 굉음'까지도 미국에서는 산업재산권 중 상표로 등록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미국의 할리 데이비슨사가 최근 자사 제품 엔진소리를 상표권으로 등록해 달라고 미국 특허청에 출원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음향 상표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는 이같은 특허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본사를 둔 할리 데이비슨사가 출원한 음향 상표는 '길게 두번 부르릉 울리는데 이어 4번의 짧은 엔진 시동음'. 회사 측이 엔진 굉음을 상표등록하려는 것은 경쟁사들이 자사 엔진의 모방을 시도, 제품경쟁력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특허 왕국인 미국에서는 이미 음향상표를 인정한 전례가 있다. 지금까지 음향상표로는 MGM 영화사의 사자울음소리, NBC의 차임 소리가 그것인데, 이번 엔진음이 상표권으로 등록받을 경우 사상 세 번째가 된다.

발상의 전환으로 실패 극복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실패를 하면 대부분 사람은 실패한 그 일 자체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낙심해 의기소침해진다. 이러한 태도는 그 실패를 만회하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일 창의적인 사람이라면 이 실패에 대한 잠재적인 가치를 깨닫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새로운 아이디어에 접근하려고 할 것이다. 실제로 발명의 역사는 잘못된 가정이나 실패한 아이디어를 거울삼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다음의 몇가지 사례를 통해 실수와 실패의 연속 속에서 어떻게 발명이 이루어지는지를 생각해 보자.

노란색의 자그마한 접착성 종이 쪽지인 '포스트 잇'은 작성중인 보고서의 장자리를 장식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화수화기에 붙어 있기도 하고, 책상의 결재함에서 불쑥 튀어나와 잠깐 잊어버렸던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히트상품이다. 그런데 이 발명품은 처음 발명될 당시만 해도 쓰임새가 없어 겨우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에서 방치돼 있었다.

발명가는 '3M'이라 불리는 미네소타 마이닝 앤드 매뉴팩처링사 중앙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 실버는 당시 접착성 종합제의 신소재로 불리는 '모노마'를 구입해 새로운 접착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연구와 연구를 거듭하던 어느 날, 그는 '모노마를 다량으로 반응 혼합물 속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엉뚱한 생각과 함께 실험에 착수했다.

엉뚱한 생각인 만큼 결과에는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한 결과가 나타났다. 접착성이라기보다는 응집성 정도의 신기한 접착제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3M사는 특허 출원만 하고 생산은 하지 않았다.

"접착성이 약해 붙었다가도 떨어져버리는 이것을 어느 짝에 씁니까?"
그로부터 5년 후인 1974년. 3M사의 제품사업부에서 일하던 아서 프라이는 교회 합창단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도중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의 새로운 쓰임새를 떠올렸다. 다음에 부를 찬송가의 페이지에 포스트잇 같은 쪽지를 붙여두면 여간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프라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3M사는 포스트 잇의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소비자의 반응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보다 못해 중역인 제프리 니콜스와 조셉 테미가 나섰다. 이들은 '홍보로는 안된다. 직접 써보게 해야한다'는 전략으로 영업을 지휘했다. 성공이었다. 한번 사용한 사람은 마약중독자처럼 말려 들었고, 포스트 잇은 일약 히트상품이 돼 전세계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것이다.

이처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한 발명가에는 스트라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3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많은 양의 황금이 쏟아져 나왔다. 자연히 황금을 캐려고 모여드는 '서부의 사나이'들로 이른바 '골드러시'를 이루었고, 이에 따라 전지역이 천막촌으로 변해갔다. 천막 천을 제조하던 스트라우스는 이 와중에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다.

어느날 그에게 군납 알선업자가 찾아와 대형 천막 10만여개 분량의 천막천을 납품하도록 주선하겠다고 제의한다. 뜻밖의 행운을 잡은 그는 즉시 빚을 내 생산에 들어갔다. 밤낮으로 생산에 몰두해 3개월만에 주문받은 전량을 만들었을 무렵,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모든 희망을 걸었던 군납의 길이 막혀버린 것이다.

산더미 만한 분량의 천막 천이 방치된 채 빚 독촉이 심해지고 직원들도 월급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었다. 헐값에라도 팔아 밀린 빚과 직원들의 월급만이라도 해결하고 싶었으나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사줄 사람도 나서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던 어느날 스트라우스는 홧김에 술이라도 실컷 마셔볼 요량으로 주점에 들렀다가 금광촌 광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해진 바지를 꿰매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됐다.
"쯧쯧, 바지 천이 모두 닳았군. 질긴 천막 천을 쓰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텐데…"

스스로 무심코 내뱉은 말 속에 바로 정답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1주일 후 스트라우스의 골칫거리였던 천막 천은 산뜻한 바지로 탈바꿈 돼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푸른색의 잘 닳지 않는 바지, 이름하여 청바지는 뛰어난 실용성을 인정받아 광부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1년 판매량 2천만개, 순이익 6천만달러'. 당시 전 산업분야에 걸쳐 단일 품목 중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큰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세상에 나온지 3년만에 스트라우스의 청바지는 지구촌 곳곳에 탄탄히 뿌리를 내렸고, 스트라우스는 그야말로 평생을 황금방석 위에서 살 수 있었다.

낙담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 없다

1950년 노구치 유키오는 정밀주조용 조형제로 쓰이는 콜로이드액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험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발을 헛디뎌 들고 있던 콜로이드액을 바닥에 있는 플라스틱 상자에 쏟아버리고 말았다.

"할수없지. 다시 만들어야지."
노구치는 체념하고 다시 실험에 몰두했다. 한참 후 저녁식사시간이 되자 그는 자리에서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아니, 이럴수가! 이렇게 아름다운 광택이 나다니! 놀라운 일인 걸. 게다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는데도 먼지 하나 끼지 않았잖아!"
콜로이드액이 묻은 플라스틱 상자는 반짝반짝 광택이 나며 매끈거렸다. 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
'아무도 대전 방지제를 개발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런 때에 내가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러나 실험은 계속 실패했다. 계속되는 실패로 노구치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실패를 발판으로 새로운 실험을 계획하곤 했다. 결국 그는 오랜 연구 끝에 결실을 맺어 대전 방지제 발명에 성공했다. 노구치는 서둘러 특허 출원을 마치고 대전 방지제의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의 발명품을 원하는 기업은 늘어갔다. 이 발명과 때를 같이해 일본의 고도성장이 이루어졌고, 플라스틱 제조업이 전성기를 맞게 된 때문이었다. 그의 사업은 급성장했고, 노구치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한편 안전유리를 발명한 프랑스의 과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는 틈만 나면 거리를 거닐며 사색에 잠기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베네딕투스는 우연히 자동차 충돌사고를 목격했다. 꽝 하는 순간 두 자동차의 창유리는 박살이 나고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온통 피투성이가 돼 버렸다.

순간 베네딕투스는 몇년 전 자신이 연구했던 셀룰로이드에 관한 실험을 생각했다. 그는 큰 기대를 가지고 어떤 충격에도 박살나지 않는 안전유리 연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베네딕투스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15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고양이가 그의 실험실을 돌아다니다 선반 위의 플라스크를 땅에 떨어뜨렸다. 고양이를 내쫓은 베네딕투스는 깨진 플라스크를 치우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산산조각이 났어야 할 플라스크가 풀로 붙여 놓은 것처럼 금만 간 채 모양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놀란 가슴을 달래며 조심스럽게 플라스크를 집어든 그는 15년 전에 붙여 두었던 라벨을 보고서야 그 플라스크 속에 셀룰로이드 용액을 담아 두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셀룰로이드 용액이 이 속에서 말라 얇은 막을 만든 것이고, 그래서 유리조각이 막에 달라 붙어 박살이 나지 않은 것이고…'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베네딕투스는 안전유리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가 발명한 안전유리는 두장의 유리판 사이에 투명 셀룰로이드 용액을 넣어 만든 것으로, '트리플렉스'라고 이름 지었다. 이때가 1909년. 베네딕투스는 이 트리플렉스 제조법으로 특허를 받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됐다.

에디슨이 알고있는 '전구를 만들지 못하는 방법'

실수로 태어난 발명 중에는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플레밍의 페니실린, 왁스만의 스트렙토마이신, 굿이어의 고무 등 첨단 기술에 속하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을 것이다.

콜롬버스도 인도로 가는 보다 가까운 항로를 발견하려 했던 것이고, 요하네스 케플러는 잘못된 전제가 오히려 옳은 가정이 됐기에 행성간의 인력이라는 개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한 토마스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지 못하는 방법을 무려 1천8백가지나 알고 있었다.

실패에는 또 하나의 효과가 있다. 그것은 방향전환의 필요성을 가르쳐 주는 일이다. 실수를 저지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계기로 삼고 그 원인을 분석한 후 방향전환이 필요할 때는 과감히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나도 색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다. 그것이 곧 발상 전환의 근간이다. 이는 진선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더 원초적인 식욕 물욕 성욕과도 같은 본능의 일종인 것이다. 따라서 발명을 하면 그 대소에 관계없이 쾌감을 맛보게 된다. 발명이 사람을 젊어지게 하고, 또 장수를 누리게 하는 근본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직도 창의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서둘러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잠든 재능을 두들겨 깨우는 것은 자신뿐이다. 운명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소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갈고 닦지 않으면 녹슬어 버리고 만다. 인간의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지게 돼 있다.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창의력은 그것을 생활화함에 따라 더욱 그 빛을 발하게 된다.

따라서 '용감한 도전력'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도전력은 누구나 다 갖고 있지만, 쓰지 않으면 녹이 슬게 된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쯤은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실패를 하면 다음의 두가지를 상기하자. 첫째 실패하면 무엇 때문에 실패했는지 알게 되고 둘째 실패는 새로운 방법을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실수로 태어난 대히트 발명품들
 

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왕연중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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