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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과 더불어 북극성을 일주하는 카시오페이아 주변에는 마치 여왕의 장신구처럼 화려한 성운 성단들이 밀집해 있다.
 

카시오페이아 주변의 성운 성단들


별이야기에 흠뻑 취했던 어느 늦은 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는 주점의 삼십촉 등불 아래서 빛바랜 추억담을 들려주었다. 그가 국민학교2, 3학년때쯤 자연시험에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영문자의 무슨 글자를 닮았을까요?"라는 문제가 나왔다. 그는 자신있게 M이라고 썼지만 곧 정답이 W라는 사실을 알았다. 소년은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이 아이가 생떼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그날 저녁 선생님과 학생이 나란히 서서 본이 별자리 모양은 분명 W에 가까웠다. 20여년 전 9월 초저녁이었을 것이다. 그 소년은 커서 천문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외국 강단에서 천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 별자리는 9월 밤이 깊어가면 천의 북극을 돌아 정말 M이 된다.

신화에 나온 것처럼 카시오페이아는 이디오피아의 여왕이며 궁수-독수리-백조-카시오페이아-페르세우스-마차부-쌍둥이로 이어지는 은하수의 정점을 이룬다. 카시오페이아 여왕은, 그녀 남편이자 이디오피아 왕인 세페우스, 아름다운 딸 안드로메다 공주, 공주와 결혼 한 페르세우스, 그리고 그가 타던 날개달린 말 페가수스 등에 빙 둘러싸여 있다.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거대한 군상처럼 밤하늘에 그렇게 서있는 것이다.

밤하늘이 충분히 어둡다면 페르세우스가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리친 고래도 한번 찾아보기 바란다. 고래자리는 천구의 적도에 길게 걸려 있는데, 주로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고 지평선에 가깝기 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잘 안보인다.

카시오페이아자리는 여왕이 의자에 앉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 밤하늘에서 그 모양을 떠올리기는그리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여러분의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고대 이디오피아 여왕의 자태를 그려보는 것도 재미 있으리라.

준비가 되었으면 카시오페이아가 있는 밤하늘로 나가보자. W의 서쪽(오른쪽) 끝 별 '카프'는 여왕의 머리, 그 다음 별 '쉐다르'는 그녀의 허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별은 여왕의 무릎, 그리고 서쪽에 네번째 별 '루크바'와 그 바로 옆 별(5개 가운데 가장 동쪽에 있는 별)은 여왕의 펼쳐진 치마끝단이다. 원어로 쉐다르는 가슴, 루크바는 무릎을 뜻한다. 상상 속의 여왕이 그럴듯하게 그려질 법한 배치를 니름대로 형상화해 본 것이다.

여러분은 이제 이디오피아의 여왕을 알현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이디오피아의 궁중 코디네이터가 얼마나 '코디'를 잘했는지, 그녀의 장신구와 옷맵시를 잘 뜯어보자. 여러분은 쌍안경으로도 여왕의 액세서리가 화려한 산개성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별 가운데 끝에 있는 두 별, 쉐다르와 카프를그 길이만큼 연장하면 M52를 만난다. 이 성단은 쌍안경으로 확인할수 있으며 작은 구경의 망원경으로는 희미한 별들의 덩어리처럼 나타난다.

한편 카프의 동쪽에는 NGC7789가, 서쪽 두번째 별 루크바 주위에는 M103 성단이 자리잡고 있다. M103은 M52보다는 조금 작게 보이며 별들이 마치 화살촉처럼 배열되어 있는데, 10㎝ 망원경으로는 여러 빛깔의 어두운 별들이 잘 구분된다. 그 주변에는 NGC457과 NGC663과 같은 성단이 왕녀를 호위하고 있다.

카시오페이아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6세기에 폭발한 초신성! 문제의 별은 쉐다르 카프 그리고 카시오페이아의 무릎, 이렇게 세 별과 마름모를 이루는 위치에 있으며 프라하 천문대장이었던 티코 브라헤가 발견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별을 '티코의 별'이라고 부르지만, 이미 많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아쉽게도 눈으로는 확인이 안된다.

1572년 어느 늦은 밤,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천문학자가 터질듯한 흥분을 누르며 초신성의 밝기를 세심하게 기록하고 있다. 떨리는 손끝, 나즈막한 중얼거림, 이 발견은 노련한 대가의 끊임없는 연구열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으리라.

결국 요하네스 케플러는 브라헤의 화성 관측기록을 정리해서 행성의 운동법칙을 발견했고, 아이작 뉴턴경은 케플러 법칙을 접하고서 새로운 역학체계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미적분과 고전역학이 브라헤의 관측결과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얘기하면 억지일까?

언젠가 프라하에 들를 일이 있으면 그의 묘비 앞에 꽃다발과 VLA(Very Large Array)로 관측한 '티코의 별' 스펙트럼을 두고 와야겠다.
 

카시오페아자리


9월의 천문현상

1일 해가 진 후 남서쪽 하늘을 보면 전갈자리 안타레스 위로 목성과 달이 가까이 있다.
마차부자리 유성우 극대. 이 유성우는 8월25일부터 9월6일까지 지속되며 평균 출현개수는 9. 그러나 1935년과 1986년에는 약 30에 달했다.

9일 수성의 동방최대이각

15일 토성의 충

22일 슈바스만-바흐만(Schwassmann-Wachmann) 혜성 근일점 통과(0.93AU)

26일 달, 천칭자리 알파별, 화성 근접. 해가 진 직후 남서쪽 지평선에서 볼 수 있다.
 

M52


태국 개기일식 참관단 모집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에서는 오는 10월24일 태국의 니콘 사완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 참관단을 모집한다. 태양이 달의 그림자 속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일식은 우리나라에서는 평생 한번 볼 수 있을까 말까한 우주 대장관이다. 매년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일식현상은 남미를 중심으로 일어나며, 우리나라에서는 몇년에 한번꼴로 부분일식이 나타난다(1995년, 1997년, 2009년). 이번 태국에서 일어나는 개기일식은 우리 세대에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개기일식이다(1997년 시베리아, 2009년 중국). 일본에서는 수만명이 현지에 예약을 마친 상태. 태국 관광청도 외국의 아마추어천문가를 위해 작년부터 현지준비를 끝내고 전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이번 관측여행은 개기일식 이외도 태국의 파타야 해안에서 남극의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주최 :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주관 : 천문우주기획/후원 : 천문대
■관측일정 : 10월22일-10월26일
■행사장소 : 태국 니콘 사완, 파타야 해안
■프로그램 : 일식현상 설명회(조경철박사) 남반구별자리 설명회(이태형)
■모집기간 : 10월10일까지
■모집인원 : 선착순 1백명
■ 참가비용 : 65만원
■참가문의 : 천문우주기획(전화 02-587-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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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승철
  • 문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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