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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구조 1만 데이터가 말해준 것들

엣지 사이언스

 

지난해 1년 간 ‘야생동물과 사람이 두 번 만났을 때’ 연재 기사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구조된 십수 마리 동물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야생동물은 유리창과 충돌하고, 불법적으로 포획되고, 덫에 걸리고, 낚싯줄에 얽매이고, 어미를 잃었다. 


하지만 이야기 속 야생동물의 사연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11년 동안 구조된 1만 3131마리의 이야기도 있다. 이 중 야생으로 돌아간 개체는 단 38%. 나머지는 모두 생을 달리 했다. 이 통계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야생동물이 고통을 당하는지 데이터로 확인해 보자. 동물을 구할 단서도 거기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01. 국도 1km마다 연간 7마리 희생…

국도는 야생동물에게 가혹하다

 

 

“구조센터죠? 고라니가 차에 치였는데요….”


지난 11년간 구조센터로 가장 많이 걸려온 전화다. 고라니는 구조센터로 가장 많이 구조되는 동물이고, 고라니 구조 원인의 50% 이상이 차량충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가장 안타까운 전화이기도 하다. 11년간 구조센터에서 차량 충돌로 구조한 1665마리의 고라니 중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 경우는 116마리에 불과했다.


충돌에는 차량 충돌과 전선·건물과의 충돌 두 가지가 있다. 차량 충돌은 주로 포유류가, 전선·건물과의 충돌은 주로 조류가 당한다. 11년 동안 두 충돌로 인해 구조된 동물 수는 총 4904마리로 센터 전체 구조의 37.35%에 해당한다. 


이것이 얼마나 많은 숫자인지는 지도에 점을 찍어보면 알 수 있다. 지도에 야생동물이 차량 충돌로 구조된 장소를 점으로 찍으면 선을 이을 수 있는데, 이 선으로 충남의 주요 도로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전국의 차량 충돌을 모두 집계해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특히 국도에서 사고가 많다. 2020년 환경부는 1년 간 동물 찻길 사고 자료를 수집해 사고 다발 상위 50개 구간을 선정했는데, 모두 국도였다. 이들 구간에서는 1km당 평균 7.1건이 발생했다. 그렇다고 고속도로가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속도로는 차량의 속도가 빠른 데다 구조센터가 구조할 수 없어 야생동물에게 치명적이다.


차량 충돌로 구조되는 야생동물은 지난 11년간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이하게 지난해에는 2020년보다 약 70여 마리가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이동이 줄어든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차량이든 전선·건물이든 충돌로 구조된 야생동물은 생존 확률이 낮다. 충돌로 구조된 동물 중 자연으로 다시 돌아간 비율은 18.96%에 불과하다. 구조 요인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차량 충돌은 방생 비율이 10%를 겨우 넘는다. 나머지의 절반은 폐사하고, 절반은 안락사된다. 충돌 후 간신히 생명을 보전해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안락사되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걷거나 날지 못하는 야생동물을 방생하는 것은 더한 고통으로 내모는 것이기에 안타깝지만 구조센터에서 안락사한다. 


충돌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충돌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야생동물의 수가 많다는 것은 충돌 사고만 제대로 예방하더라도 많은 수의 야생동물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야생동물이 국도를 넘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설치하고, 유리창에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02. 야생동물 미아 증가…
서식지 위협의 증거

 

충돌 다음으로 구조 동물 수가 많은 원인은 어미를 잃은 ‘미아’다. 전체의 26%를 차지한다. 대부분 번식기인 여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11년간 총 3410마리의 동물이 구조됐는데, 이중 91.12%에 해당하는 3109마리가 5~8월에 구조됐다.


이처럼 많은 어린 동물이 미아로 구조되는 이유는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수리부엉이는 원래 산속이나 절벽에 둥지를 튼다. 살짝 패인 지형에 낙엽을 얕게 덮어 새끼를 낳고 키운다. 그런데 산이 점점 개발되면서 둥지를 틀 곳이 사라지자, 공사장에서 둥지를 트는 사례가 늘었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 공사가 중단돼 인기척이 없기 때문에 수리부엉이는 안전한 곳이라 착각하고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봄이 오면 공사가 재개되고, 수리부엉이 둥지가 바닥으로 추락해 새끼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산뿐만 아니라, 하천에도 야생동물이 살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흰뺨검둥오리는 지난 11년간 899마리가 구조돼 조류 중 1위를 차지했는데, 이중 63%가 미아로 구조됐다. 하천 주변을 인간이 이용하기 좋도록 깔끔하게 정비한 탓에 둥지를 틀 곳이 적당치 않자, 어미는 옥상정원이나 공원 근처에 둥지를 만들고 있다. 


새끼가 둥지에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흰뺨검둥오리는 부화하자마자 어미를 졸졸 쫓아다니는 조성성 조류다. 새끼는 물가로 향하는 어미를 따라가다가 도로나 건물 사이에 고립된다. 집수정이나 농수로도 흰뺨검둥오리가 자주 고립되는 장소다.


다행히 모든 구조 요인 중에서 미아는 방생 비율이 약 60%로 가장 높다. 다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센터에서 잘 성장시키기만 하면 방생할 수 있다. 하지만 구조센터로 오지 않으면 어미를 잃고 고립된 새끼는 살 방법이 없다. 발견 후 즉각적인 신고만으로도 생명을 살릴 수 있다. 

 

03. 농약, 낚시 쓰레기…
언제든 야생동물 위협 가능

 

 

구조센터에서는 총 18가지 항목으로 구조 원인을 분류하고 있다. 지난 11년간의 통계를 종합하면 충돌과 미아 외에 덫, 농약, 총상, 낚시 쓰레기, 기생충 감염 등 다른 구조 원인은 각각 5% 미만이다. 하지만 언제든 그 비율과 수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기생충 감염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엔 전체의 2.8%, 2019년 4.3%, 2020년 5.3%, 2021년 6.8%였다. 게다가 11년 간 기생충 감염으로 구조된 576마리의 동물 중 570마리가 너구리였다. 야생에서 너구리의 기생충 감염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농약 중독과 같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입는 요인은 해마다 변화가 크다. 구조 동물 수가 최소였던 해와 최대였던 해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


낚시 쓰레기와 같은 유행 요인도 경계하고 있다. 최근 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야생동물의 피해도 함께 늘었다. 아직 전체 구조 수의 0.46%에 불과하지만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난 11년 간 구조센터를 스쳐간 1만 3131마리 가운데 전체의 38%에 해당하는 단 4920마리만이 자연으로 돌아갔다. 한 해 450마리 수준이다. 나머지는 구조센터에 오기 전에 죽거나 치료를 했지만 죽거나 영구 장애 등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없어 안락사됐다. 구조센터에서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려보낸 야생동물이 생태계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의 숫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구조센터의 노력도 의미가 있다. 구조된 동물들은 차량과 유리창 충돌이 야생동물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단절된 야생으로 인해 어미를 잃는 새끼들이 얼마나 많은지, 덫과 올가미로 야생동물을 취하는 행위가 어떻게 성행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증명했다. 이들의 희생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야생동물의 피해에 관심을 갖고 해결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데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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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신다혜 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 에디터

    박영경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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