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환경은 거칠다. 인공위성 발사에서 궤도 진입, 그리고 정상가동까지 도처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위성을 발사하면 당연히 원하는 곳에 가서 제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의외로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굳이 1986년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챌린저호 사고를 들지 않더라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채 무인인공위성이 실종되거나 발사 도중에 폭발하는 사고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요즘 발사되는 대부분의 인공위성이 상당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불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무궁화위성도 2백50억원(1, 2호 총비용 3천3백70억원의 7.4%)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을 보험금으로 지불하고 있다(표 1).
1백%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만도 인공위성 실패 사례는 의외로 많다. 올해 1월 15일 일본은 가고시마 발사장에서 실험위성 익스프레스를 독일의 도움을 받아 M3S2로켓에 의해 발사했으나 궤도진입에 실패했다. 독일과 일본의 합작품인 익스프레스는 2.2m 길이의 인공위성으로 지구저궤도(2백4백㎞)에 진입, 각종 우주실험을 한 후 일주일만에 호주 남부로 귀환할 예정이었으나, 지상관제소에서 인공위성의 고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로부터 열흘도 안된 1월26일에는 중국 남서부 사천성 서장 발사장에서 발사 1분만에 중국의 통신위성 아프스타2를 실은 장정로켓(CZ-2E)이 산산조각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정로켓은 92년 3월 오스트레일리아의 통신위성 옵터스B1을 발사하려다 부스터(추력 보강용 고체추진제 로켓)가 점화가 안돼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옵터스B1은 손상되지 않아 5개월 후에 재차 발사를 시도해 성공시켰으나, 아프스타2 인공위성 폭발사건은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중국에게 치명타를 입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장정로켓 발사비용이 다른 로켓에 비해 워낙 싸다는 장점이 있으나, 아직은 로켓 세팅 기술이나 위성의 품질관리면에서 신뢰성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첨단기술의 결정체인 위성을 모래사장에 알몸으로 드러내놓고 조립하고 있는 모습은 고객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
올해 3월28일에는, 우주과학에 관한 한 미국과 영원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러시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탈냉전 시대에 부응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한 로켓으로 민간 상업용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 첫번째 시도로 이스라엘의 탐사위성과 러시아의 인공위성 등 3개의 위성을 3월28일 스타르타로켓으로 발사했다. 그러나 이 인공위성은 발사 10여분만에 지상과의 교신이 끊어지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러시아측은 "이번 발사가 실험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원래부터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고 자위했지만, 이스라엘을 비롯해 서방세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군사용 미사일을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로 전용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러시아는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는 에네르기라는 거대 로켓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워낙 대형이기 때문에 지구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유럽의 아리안로켓이나 미국의 델타 또는 아틀라스 로켓과 비슷한 프로톤 로켓을 내세워 발사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프로톤 시리즈는 2백회 이상 인공 위성을 발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주 정거장 살류트와 미르를 비롯 금성탐사선 베네라, 화성탐사선 포보스, 핼리혜성탐사선 베가 등을 쏘아올린 백전노장. 하지만 프로톤 또한 상업용위성을 위해 개발됐다기 보다는 우주정거장에 대형 화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성을 쏘아올리기에는 용량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러시아는 올해 인마르샛(국제해양위성기구) 해양통신위성을 쏘아올리기로 하는 등 인공위성 발사 수주를 여러군데서 따냈으나 이번 사고로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위성 발사 사고가 러시아나 중국,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별 1,2호 발사로 우리에게 친숙하며, 세계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유럽우주기국(ESA)의 아리안로켓도 실패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94년 1월25일 남미 쿠루기지에서 인공위성 2대를 싣고 발사된 아리안로켓이 10분 후 대서양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는 90년 2월23일 아리안 로켓 사고 이후 4년만의 일.
이밖에도 93년에 발사된 화성탐사선 마르스옵서버 실종사건, 어포지모터가 점화되지 않아 궤도진입에 실패한 방송통신위성 인텔샛6호(이 위성은 92년 5월 지구저궤도에 투입된 엔데버호 우주 비행사들에 의해 수리돼 지구정지궤도 진입에 성공했음) 등 여러가지 사례가 있다.
황금덩어리가 우주쓰레기로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릴 델타2는 최근 5년 동안 발사성공률 1백%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1백% 성공률이 모든 것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사고의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발사 당일의 기상조건이 중요하다. 발사장 18㎞ 이내에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지 않아야 하며, 발사 15분 전에 지상으로부터 9㎞의 전계강도가 1kV/m 이내여야 한다. 그리고 비행 경로상에는 영하 20℃인 구름의 두께가 1.3㎞ 이상이어서는 안된다. 또 발사대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풍속은 24노트(12.35m/초) 이하여야 한다. 무궁화위성이 발사되는 8월 초는 허리케인이 자주 출몰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발사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기상관계로 발사가 연기되면 하루씩 순연되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다음은 로켓에 점화가 안되는 경우. 케이프케너베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는 발사 전 로켓과 인공위성의 건강상태를 최종적으로 점검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지만, 간혹 로켓 점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사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92년 옵터스 인공위성 발사 시 일어났던 부스터로켓 점화 실패는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또한 경제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인공위성이 안전하고 로켓 또한 문제점을 보완해 재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발사 이후에 일어나는 사고. 이때는 로켓은 물론 인공위성까지 잃어버리게 돼 경제적 손실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86년 1월에 일어났던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 발사 74초 후 공중폭발해버린 이 사고는 귀중한 7명의 목숨까지 앗아가 세계를 경악시켰다. 사고원인은 고체로켓에 이상이 생겨 액체연료 탱크를 폭발시킨 것. 이 사고는 미국의 우주왕복선 계획을 3년 이상 중단시켰다.
유인우주선은 아니지만 발사 후 폭발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앞에서 예를 든 중국 장정로켓 폭발 사건, 러시아 로켓 사고. 작년 초에 일어났던 아리안로켓 사고 등이 최근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인공위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예정된 궤도를 찾아가야 한다. 로켓의 역할은 지구저궤도 및 천이궤도까지 인공위성을 올리는 것이다. 나머지는 인공위성에 장착된 어포지모터(AKM, 원지점모터라고도 부름)가 점화돼 정지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무궁화위성의 경우 천이궤도를 6번 도는 이유는 적도상공에서 적정한 자기 위치를 찾기 위해서다. 무궁화위성의 위치인 동경 1백16도에 근접한 동경 1백43도에 오면 어포지모터를 작동해 정지궤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 과정은 모두 지상관제소에서 통제한다.
궤도를 못찾아 지상과의 통신이 두절되면 인공위성은 영원히 우주미아가 된다. 어포지모터가 작동되지 않아 우주의 미아가 돼버린 예는 94년 8월말에 일본이 H2로켓에 실어 쏘아올린 기상위성 기쿠6호. 이 위성은 무게가 2t이나 되고 궤도에 진입해 태양전지판을 펼치면 30m나 되는 초대형 정지위성이 될 뻔했다. 그러나 발사 3일째 천이궤도에서 정지궤도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어포지모터를 작동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모두 3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응답이 없었다. 결국 위성체와 발사 비용까지 합해서 5천억원에 달하는 황금덩어리가 우주쓰레기로 변해버린 것이다.
실패를 성공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역전시킨 사례도 있다. 90년 3월 발사된 유럽의 통신위성 인텔샛6호는 미국의 타이탄 로켓에 의해 지상 3백60㎞에 올려졌으나 정지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어포지모터가 작동되지 않아 2년 2개월을 저궤도에서 무의미하게 허송세월 했다. 92년 5월 지상에서 급파한 7명의 우주수리공들은 어포지모터를 새것으로 교환해 인텔샛6호를 정지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우주는 결코 인간에게 너그럽지 않았으나, 인간의 도전은 이를 극복하고도 남았다.
어포지모터 이외에도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고물이 돼버린 예도 있다. 인공위성은 우주공간에서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동력이 필요하다. 물론 궤도를 도는 힘은 지구중력이 제공하지만 자세제어라든가 기타 내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동력은 자가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태양전지판이 생명이다. 1978년 미국에서 쏘아 올린 내브스타라는 위성은 태양전지 발전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위기를 맞았다. 원인은 태양플레어에 의한 방사선이 태양전지판을 훼손시켰기 때문이다.
90년 4월 발사된 허블망원경은 제 궤도(지상 6백㎞ 지점)를 찾아갔으나 2.4m짜리 제1반사경을 비롯, 여러 부분이 정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1백50억달러짜리가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93년 12월 지옥 훈련으로 단련된 무스그레이브를 비롯한 7명의 우주수리공들은 허블망원경에 접근하여, 고장난 카메라를 교체하고 제1반사경의 초점을 맞추기 위한 보조렌즈를 부착시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이들은 낡은 전자부품을 교체하고 심하게 훼손된 태양전지판을 수리 했다. '어둠 속에서 진행된 최고의 정밀 작업'이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요즘 우리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선명한 사진들을 지상에서 받아보고 있다.
인공위성은 부품수만 수만개에 달하는 최첨단 정밀시스템. 일부분이라도 작동이 안되면 인공위성이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인공위성이 놓인 환경은 지상과는 전혀 다른 극한 상황. 낮과 밤의 온도 변화가 수백도에 달할 뿐 아니라 무중력 고진공 상태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들로(기체이온화, outgasing, 태양풍 등) 인공위성은 수명 단축을 강요 받고 있다. 허블망원경 역시 3년도 안돼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로 제작된 전자부품이 손상됐고 태양전지판도 심하게 훼손됐던 것이다. 그만큼 우주환경은 거칠다.
인간의 우주개발사는 우주사고를 통해 한단계씩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리는 우주 개발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실패의 아픈 경험을 딛고 인간의 과학기술사는 한걸음씩 발전한다.
이제 무궁화위성은 마지막 성능테스트를 마치고 카운트다운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위성체와 발사체 결합을 마쳤고(7월24일), 7월28일 위성체를 보호하는 페어링을 결합할 예정이다. 7월30일과 8월1일에는 발사장과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관제소(무궁화위성이 15일 후 정지궤도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용인 관제소에서 본격적인 위성 제어가 이루어짐)간에 최종 리허설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나서 카운트 다운. 다음은 제 궤도를 찾아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하는 일이 남았다.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우리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날씨를 비롯해 주변 환경, 또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주공간은 인간에게, 특히 첫발을 내딛는 우리에게 안락한 보금자리만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