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한글과 컴퓨터사와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사가 컴퓨터에서의 한글 처리 방식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의 출발은 지난 5월 말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한글 윈도우 95를 비롯한 이후 발표될 자사의 모든 한글 소프트웨어에 '한글 통합형코드 시스템'(확장 완성형)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글 통합형 코드 시스템이 기존의 완성형 코드체계(KS C5601-1987)를 기반으로 이를 확장한 것이기 때문에 표현 가능한 모든 한글을 구현해 기존 완성형과의 호환성은 물론, 조합형에서 표현할 수 있는 현대 한글 1만1천1백72자를 모두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글 통합형 코드 시스템이 향후 PC의 통합코드가 될 유니코드로 쉽게 전환하기 위한 준비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전까지 윈도우 95의 조합형 지원을 약속한 바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조합형을 지원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볼 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기존의 완성형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및 데이터, 그리고 시스템상에 완성형 코드와 조합형 코드가 혼재할 경우 이를 완벽하게 지원하려면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들이 모두 두가지가 구분되도록 변경해야 하며, 또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글 통합형 코드 시스템 채택의 이유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한글과 컴퓨터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드 시스템이 말이 많던 KS C5601-1987에서 지원되던 2천3백50자 한글중 그동안 표현되지 않던 현대 한글 8천8백22자를 몇개의 블록에 배치함으로써 한글의 배열 순서 등을 무시하고 짜깁기해 누더기처럼 글자수만 늘려 놓은 코드"라고 맹비난했다. 이같은 반응은 '한글 문제에 관한 한 가장 독자적이고 우수한 처리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던, 또한 여기에 2바이트 조합형 코드를 사용하는 한글과 컴퓨터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한글과 컴퓨터사가 자체 개발해 '한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확장 조합형'에서 모두 쓸 수 있는 코드는 6만5천5백36자. 한글은 그 영역의 절반(3만2천7백68자)을 한글처리에 쓰고 있고 나머지의 절반인 1만6천3백84자를 한자에, 그리고 나머지 영역에 영문이나 기타 외국어, 사용자 정의문자 등을 쓰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의 문제는 사용자와는 별 관계가 없는, 기술적 문제에 관한 엔지니어들의 이슈일 뿐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관심 밖의 문제라고 밝히면서 "한글통합형 코드는 사용자들이 표현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함께 데이터의 호환성을 유지하고 기존 응용 프로그램 개발 업체들이 쉽게 응용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방법, 향후 PC의 통합 코드가 될 유니코드와 연결되는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글과 컴퓨터사는 자신들이 지원하기로 결정한 유니코드가 이번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확장 완성형'과는 전혀 별개의 것임을 강조하면서 "유니코드의 한글 코드는 쉬운 자소 분석 등 2바이트 조합형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유니코드가 국제적 표준이 되고 있으므로 미래에 대비, 코드 영역을 확보해 두기 위해 지원한 것일 뿐 회사측이 만족할 만한 운영체계가 나타나 완벽히 한글의 체계를 지원하기 전까지 유니코드보다 더 커다란 코드 체계인 확장 2바이트 조합형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니코드가 고어를 제외한 모든 현대어 한글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나간다 해도 이는 자료의 국제적 상호 교환에 강조점을 둔 것이지, 본연의 한글 처리와 고어 처리에 있어서는 자사의 개발코드와 2바이트 조합형이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한편 논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양자의 주장이 모두 일면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논쟁 자체가 한글의 과학적 구현과 사용자의 혼란을 막기 위한 방법 보다는 자사 이기주의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