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입시장벽, 과학영재 앞길 막고 있다

과학동아·KAIST공동주최 심포지엄 지상중계

'과학영재, 과학자로 잘 키우기' 심포지엄이 과학동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주최로 지난 5월30일 동아일보사 강당에서 열렸다. 5백여 학부모들이 참석, 4시간 반동안 열기로 뜨거웠던 이날 심포지엄 내용을 소개한다.

과학자 키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과학영재, 과학자로 잘 키우기 심포지엄'이 지난 5월30일 과학동아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주최로 열렸다.

오후 1시부터 4시간 30분간 있었던 이날 심포지엄은 과학영재의 진로지도, 과학영재교육 외국사례, 과학고등학교 10년 성과, KAIST 입시와 교육성과 발표 등에 이어 각 발표자들의 과학영재교육방향에 대한 패널 토의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미국 19개 과학고등학교 협의회 프레드 린 회장이 참가, 미국 과학고의 운영실태를 다채로운 슬라이드 필름과 함께 선보이기도 했다.

미래 과학자들에게 참된 과학교육의 의미와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운동의 출발점인 이 심포지엄에는 과학영재를 둔 학부모 5백여명이 참가, 긴 발표시간 동안 내내 자리를 뜨지 않는 열기를 보였다.

과학동아와 KAIST는 이 심포지엄을 시발로 좀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확보, '과학영재를 과학자로 잘 키우기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심포지엄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정보화 사회, 지혜를 생산하는 여성

역사는 농업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진행돼 왔다. 지난 92년 다국적 군이 걸프전에서 승리한 비결은 정보기술집약적 군대에 있었다. 사담 후세인의 1백만이 넘는 군대와 싸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산업사회와 정보화사회와의 경쟁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걸프전 승전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부시대통령은 미국의 교육법을 개정해서 미국 어린이의 수학과학실력을 세계 제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정보화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화를 모든 부문에서 어느 수준으로 빨리 끌어올리느냐하는 문제가 가장 절박한 과제다.

자본주의가 시장경제의 승리를 주도하면서 이끌었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규제와 통제가 아니라 시장경제와 창의성, 스스로 책임지는 자유경쟁체제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일찍 눈을 떴던 민족이 유태인이다. 현재의 세계인구를 46억이라 추산한다면 유태인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0.3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과학 기술 예술 비지니스를 비롯한 모든 활동분야의 지도자 중 거의 10%가 유태인이다.

노벨상수상자를 예로 든다면 1901년 이후 오늘날까지 경제부문에서 65%, 의학부문에서 23%, 물리학부문에서 22%, 화학부문에서 11%, 문학부문에서 7%가 유태인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이같은 배후에는 그들의 생존철학의 하나였던 '생활속의 교육'이라는 지적 재산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매년 교육예산의 36.7%를 어린이 영재교육부문에 투입하는데, 이는 어머니 재교육에 대한 투자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특히 가정교육부분에서 어머니의 교육적 역할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어머니 교육을 위한 중앙정부와 학교, 지역사회간의 연대나 협조도 매우 긴밀하다.

이는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정교육 비중이 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린 시절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의 조기실천, 특히 창의성 계발과 탐구력 증진, 모험정신과 성취동기 유발에 관한 한 어머니의 1차 교육적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이들은 한가지 사실에 대한 단순한 명제의 주입이나 개념 설명뿐 아니라 한가지 사실에서 연역하여 도출해낼 수 있는 여러가지 창의적 사실들, 또는 여러가지 사실들로부터 새로운 한가지 진리에 이르게 하는 종합적 사고 등 삶의 과정에서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인 숱한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가며 정보마인드에 대한 정서적 토양을 일찍 깨우친다.

'생활속의 교육'이 창의력 있는 인재 낳아

'소크백신'을 발명한 유태인 의학자 에드워드 소크는 회고록에서 "나는 소크백신을 발견하기까지 수천번의 실험을 해야 했다. 내가 이같은 실험정신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가 매일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태인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은 선생님에게 어떤 질문을 했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정보화사회라는 역사적 틀에 맞는 교육의 방향과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1995년은 통신혁명, 케이블 TV, 위성방송 등이 본격화되는 등 통신방송위성시대의 원년이다. 세계가 WTO 발족과 함께 무한정 경쟁 체제로 돌입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 재정 전체에서 국방예산이 26-27%, 교육예산이 25%를 차지한다. 결국 국방과 교육이라는 큰 줄기를 정보화사회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는가가 문제해결의 열쇠가 된다. 우리 무역적자는 기술경쟁력의 적자라 할 수 있다. 기술경쟁력의 적자는 우리의 창의력의 적자에서 오는 것이다. 창의력의 적자는 우리 교육현장의 적자에서 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은 정보화사회가 필요로 하고 국가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다. 우리는 교육의 평준화를 강조하는데 사실 평준화는 공산주의사회가 표본이 된다. 경쟁력이 없어지고마는 것이다. 정보화사회는 수월성, 다양성, 창의성 교육으로 그 바탕과 틀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재교육에 앞서 미래국가사회에 어떠한 공헌을 할 수 있느냐는 뚜렷한 목표가 서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떤 개인의 천재성 뒤에는 국민 모두가 이를 뒷받침해주는 문화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정신 위생학적으로 볼 때 천재는 인간으로서 비정상적 존재로서 오히려 보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어머니들의 역할은 참으로 크다.

미국의 과학고 영재교육

사우스 캐롤라이나 가버너즈 수학과학고(The South Governor's School for Science and Mathematics)는 1988년 개설됐다. 기숙사가 있고 주정부가 운영하는 고등학교로는 미국에서 네번째로 세워졌다. 1백32명의 학생들이 11학년과 12학년 과정(고2-3학년)을 공부하고 있다.

입학에 필요한 자격은 학습적성검사(국가시험) 25%, 고교 학급성적 25%, 전체성적 25%, 특별활동, 작문, 교사와 상담자의 추천 등 25%를 통해 얻어진다. 이 25%는 우리에게 과학전시회와 여름과학캠프, 다른 행사들에서 과학과수학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인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높은 점수만 받는 학생보다는 흥미와 동기를 가진 학생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교사진은 절반가량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교사진 절반은 고교, 절반은 대학에서 가르친 경험이 있다. 이 배합은 과학고가 필요로 하는 여러 문제들에 적합한 것으로 판명됐다. 학생대 교사수는 9대 1이다. 과학교사들은 수업 3시간과 실험실을 가지고 있다. 과학외 과목 교사는 5시간을 가르친다. 입학생은 한달정도의 적응기간을 거친다.

학생들은 대개 한 학기 6-7개의 과목을 듣게 된다. 실험과학 두과목, 수학, 영어, 외국어, 사회과목과 선택과목 등이다. 대학 신입생 수준의 강의를 하게 된다. 과목의 지식과 비판적 사고, 특히 문제해결 능력이 강조된다. 과학고에서의 2년간 학생들은 화학 생물 물리 수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을 배운다.

과학고 영재교육 10년

지난 1983년 수원에 경기과학고가 세워진 이래 대주 광주 진주 대구 충북 서울 부산 전북 전남 한성 경북 강원 인천 충남과학고 등 현재까지 15개 과학고가 문을 열었다.

과학고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대학입시와 진로다. 초창기인 1985년까지는 대학진학 및 진로를 보장하는 특별규정이나 정책결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지원자수의 감소와 질 저하, 대입학력고사 준비 치중, 조기 졸업 및 조기입학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1986년 과학기술대학에서 학생모집을 하기 시작하면서 1989년까지는 과학고 학생의 90% 이상이 2년 과정을 수료하고 과학기술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학생들의 진로는 이공계 대학이면 어느 곳이고 개방돼 있다. 과학고 학생들의 대학진학유형은 과학기술대학에 무시험특별전형이나 일반전형으로 들어가거나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형태로 나뉘고 있다.

무시험 전형 늘려야

과학고수는 늘어나고 과학기술대의 입학정원은 동결돼 있으므로 과학고 진로지도는 양상을 달리하게 되었다(1994년 현재 전국과학고 신입생 수는 1350명, 과기대 1996학년도 입학정원은 6백명). 특히 서울대에 대량 합격자를 낳는 과학고들이 생기면서 모든 과학고의 진로지도 양상이 변하고 있다. 이는 과학고의 영재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학고 교육의 과제와 개선방향으로 가장 먼저 꼽아야 하는 것이 두가지라고 본다. 우선 학생선발 및 교육운영에서 학교장의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 둘째 과학영재교육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과기대뿐 아니라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대학에서도 일정 범위 내에서 과학고 졸업생들을 무시험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선발에 있어서 현행 '학업 성적 상위 3%'는 진정한 의미의 과학영재를 선발하는 방법으로는 적당치 못하다. 과학적 지식의 양보다는 과학적 탐구능력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또 입시과목중 논술점수의 폭을 최소화해야 하며 과학고의 정원을 교육에 합리적인 선까지 줄여야 한다.

이밖에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고 훈련할 지원과 장치가 있어야 하며 단위 이수제, 무학년제 등을 도입하고 능력별 조기 졸업제를 채택해야 한다. 많은 문제가 재정에 달려 있는데,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민간단체나 기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 입시와 교육 실적

한국과학기술원은 과학기술인재 양성과 국가적 연구개발의 중추적 기능 수행을 위해 특별법으로 과학기술 책임부처인 과학기술처 산하에 설립된 교육연구기관이다.

1971년 석·박사과정을 중심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이공계 학부설립의 요구에 따라 1984년 12월 과학기술대를 설립했다.

과학기술원은 교육부 산하기관이 아니므로 일반대학 운영체제에 얽매이지 않고 우수인재 양성에 필요한 특유의 입학제도와 교육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입학전형체제는 성적우수자만을 대상으로 창의성 및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주관식 평가체제를 유지해왔다.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우수한 수험생들의 입시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국내최초로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위주로 하는 무시험 입학제도(특별전형)을 마련하여 기존 필답시험 위주 입학전형과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1992학년도 전체모집인원의 30%, 1993학년도 50%를 특별전형으로 뽑았으며, 1996학년도에는 특별전형 선발인원을 총 모집인원의 6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고교내신성적의 합리적 평가를 위해 학기별 가중치를 부과키로 했고 재학중 각종 경시대회 참가경력이나 특별 실험결과 등 학교성적외 우수성에 대해서 가산점제도를 도입한다.

과학고 특별전형생들 학습성취도 높아

인접학문습득 및 진로결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학과 입학, 학과선택 자율성 부여, 전과제도 운영 활성화, 학제전공 개설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 정보 인력 교류를 위해 성적우수학생에 대한 해외연구 및 국내외 기관간 협력협정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

조기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대학조기졸업이 가능하도록 속진교육제도를 운영한다. 상급과정의 과목을 미리 이수할 수 있도록 학석사 통합교과과정이 마련돼 있다.

입학생 전원에게는 수업료를 면제하고 기숙사를 제공하며 석박사과정 선배와 함께 같은 실험실생활을 통해 석박사과정 분위기를 습득케하고 있다. 대학졸업후 석사괴정을 거쳐 박사과정 진학시 대상자 전원이 병역상 특례보충역에 편입될 수 있다.

그간 모두 5천4백21명의 학사과정 신입생을 선발했다. 92학년도부터 도입된 무시험전형으로 선발한 학생은 7백64명(92, 93, 94, 95학년도 모집)이 된다. 선발인원중 과학고 출신학생이 70%, 일반고 출신학생이 약 30%를 차지한다.

입학후 성취정도에서는 과학고 출신학생이 일반고 출신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별전형으로 모집한 학생들의 대학 재학성적 성취도가 일반전형 학생들보다 다소 높아 특별전형제도 시행이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생들은 분야별 각종 경시대회에 출전,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과학기술원은 그동안 총 2천5백91명의 박사학위 소지자를 배출했고 졸업생의 40% 정도가 국내 각급기관에 취업했으며 60% 정도가 국내외 대학원의 석사과정에 진학하고 있다. 특히 진학자의 약 90% 정도는 과학기술원 석사과정에 진학, 수학하고 있다.

과학영재, 과학자로 잘 키우려면…
 

패널토의
 

- 지금까지 과학영재를 과학자로 잘 키우기 위한 방법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지금까지의 발표내용을 포함해 우리 과학영재들을 올바로 과학자로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토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녀를 과학자로 키우려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에 필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부터 들어볼까요.

김연상 평소 과학고가 일류대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듯한 인상을 받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입시위주 교육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해가 가면서 점점 입시학원 같은 색채가 강해졌지요. 과학에 소질을 가진 학생들이 입시를 거치지 않고도 학문을 닦을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과학고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웅 이런 자리가 있어 가보면 우리 식구들끼리 모여 토론한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습니다. 정치인이나 문교 정책자들도 함께 의견을 나누어야 합니다. 말로만"우리의 미래는 과학영재에게 달렸다"고 하지 실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고는 여전히 입시지옥에 휘말려 있고 돈은 항상 모자랍니다.

과학교육이 입시 때문에 제대로 안되는 현실을 타개하려면 무시험전형제가 확대시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과학고에 입학한 학생 정도는 국가에서 믿어줘야 합니다. 15개 시도과학고를 폐기하고 광역 5개시로 나눠 국립과학고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과학고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과학고에 대한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서울대와 과기대 정도는 과학고 출신학생에게 무시험전형을 시행해야 합니다. 셋째 우수한 교사를 유인할 수 있는 방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군현 과학고는 고교수준에서 과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입시에 시달리기 보다는 고등학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필기시험을 보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겁니다.

정책적으로는 과학고 운영과 설립을 위한 독립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봅니다. 러시아에는 핵심적인 두개의 과학고가 있는데 국무총리령에 의해 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과학고는 특별법에 의해 예산을 책정받고 운영됩니다. 우리도 과학고를 올바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현재 교육부 산하에 있는 것을 과기처 산하로 옮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선 예산확보도 가능해질 것이고 학생선발, 조직구조에서 새로운 방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열기는 4시간 30분간 지속됐다.
 

과학고 운영·설립위한 독립된 법 필요

이용수 왜 과학영재교육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봅시다. 과학이 중요한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에 창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국력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도적인 문제이고 둘째는 학교 프로그램의 문제이며 셋째는 학부모들의 사고방식의 문제입니다.

제도적으로 속진 누락제가 없는 교육시스템에서 영재교육이 꽃필 수 없습니다. 시간만 지나면 진급이 되는 일종의 낙원이죠. 젊은이들에게는 도전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때 자기 계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학영재 프로그램은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돼야 합니다.

다음은 학교 프로그램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교육부 산하에 15개 과학고가 있습니다. 교육부 정책이란 것이 국민의 보편적 교육을 위한 것입니다. 과학고 학생들로 하여금 보편타당한 상식을 갖게 하는 것, 이것만으로는 영재교육의 틀이 마련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과기원이 특별법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이듯 과학고도 나름의 길을 찾아야 할 겁니다.

셋째 학부모의 사고방식의 문제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학부모들에게 교육보다는 입시가 더 큰 관심사입니다. 또 대개의 학부모들이 과기대보다는 서울대를 선호합니다. 입시문제를 놓고 과학교사는 물론 학부모들도 소신이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과학자를 키우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 조급해져서는 안됩니다 과학은 마라톤경기와 같습니다. 노벨상은 신념을 가지고 한 우물을 판 사람들에게 돌아간 영광입니다.

우수교사확보 문제만 해도 교육개혁적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박정희대통령 시절 풀어야 할 두가지 난관이 있었습니다. 보릿고개를 넘는 문제 하나와 교육을 세우는 문제였습니다. 당시 교육을 희생하고 먹고사는 문제부터 달려들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이야말로 교육에 대한 혁명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학영재교육은 부가가치 가장 큰 투자

정종민 과학영재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지는 않습니다. 학생으로서 제 입장을 말한다면 부모가 부담주지 않는게 가장 돕는 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이 보고 듣고 읽고 자녀에게 다양한 길을 제시하되 자신의 진로는 스스로 선택케 해줘야 합니다. 그럴 경우 혹 선택한 길에서 실패하더라도 방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학순 왜 과학고를 과기처 산하로 옮겨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합니다. 국가에서 다른 부처를 통해 관리하지 않으면 획기적인 지원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지금도 과학고에 대한 지원은 다른 학교와 비교해서 2-3배는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과학고답게 운영하는 데는 여전히 태부족입니다.

우리나라 과학영재교육을 다시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현실에 맞추다보니 처음보다 질적으로 많은 후퇴를 한 듯합니다. 과학고의 교육목표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창조가 가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올바른 과학영재관이 필요합니다.

학부모와 교사 사회의 바른 이해가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자원도 없고 기술적 축적도 없는 우리나라가 향후 국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큰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는 과학영재교육밖에 없습니다.

현재 여건으로는 국가 재정으로 부담이 어렵다면 기업체에 맡기는 방향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기업체로서도 이는 바로 가까운 장래에 대한 '투자'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만일 이도 저도 어렵다면 학부모 부담을 양성화하는 방법으로도 커버가 가능합니다.

홍창선 모든 사람이 과학영재를 창의적 과학자로 키워가는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학부모들은 과학자를 키운다는 것이 어떠한 태도를 요구하는가를 고민해야 하고 교사들은 여건은 어렵더라도 학생들을 과학영재로 바라보고 과학자로 키우려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창의적 과학자는 외로운 장거리 달리기 선수라 비유할 수 있습니다. 입시보다 저 멀리 앞날을 바라봐야 합니다. 과거에 좋은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녔으나 현재는 과학자가 아닌 경우를 얼마나 많이 봅니까. 영재들이 뛸 수 있게 돕는 것이 사회 전체의 임무입니다. 학교 가정 사회 국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정책입안자는 과학영재가 과학자로 커가는 길목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최선의 품질로 최악의 생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영재들을 창의적인 과학자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물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