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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들의 짝짓기

우수한 자손 남기기 위한 치열한 싸움

곤충들은 각자 신체구조상 가장 적합한 형태로 짝짓기와 수정의 패턴을 발전시켰다. 이는 우수한 후손을 남기기 위한 치열한 싸움의 결과이기도 하다.

곤충의 짝짓기란 종족보존을 위해 암 수컷이 서로 성기를 결합시켜 자기와 같은 개체 생산을 기도하는 생식수단이다. 이 점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와 비슷하다.

곤충에서 짝짓기와 수정의 패턴은 각자 신체 구조상 가장 적합한 형태로 발전돼 왔다. 생식이 끝나면 생명도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점은 우리 포유류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메뚜기과의 일부 종과 딱정벌레목 대부분 종의 짝짓기는 약간의 차이가 나타나지만 먼저 탐색행동, 구애행동, 성기과시의 순서로 진행되게 마련이다.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 성행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암컷의 등에 올라탄 수컷은 성기가 발기한다. 이들도 자신의 의지로 몸을 움직이는 동작을 한다.

이윽고 전신의 생리기능이 극에 달하면 어는 순간에 단번에 해방되는 상태, 즉 오르가슴에 이르게 된다. 수컷은 성적 흥분에 의해 극도로 긴장된 근육과 신경이 한순간에 이완돼 암컷으로부터 떨어진다. 이 오르가슴 현상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곤충에서도 쾌감이 수반된다고 생물학자들은 주장하단. 그것은 성기의 구조가 인간의 일반적인 해부학적 성기의 기능 면에서 똑같기 때문이다.

수생 노린재인 소금쟁이의 일부 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린재목 곤충들은 암수컷이 서로의 생식기를 접합하고 반대방향을 쳐다보는 체위로 교미를 한다. 이런 곤충들의 생식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여 마치 자물쇠(암컷)와 열쇠(수컷)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

더 우수한 유전자를 확보하라!

건강하고 우수한 후손을 만들기 위해 곤충들은 짝을 유혹할 때 어떤 전략을 쓰는지 살펴보자.

떼허리노린재의 암컷 성충은 일정한 장소에 집합하여 페로몬(pheromon)이라는 화학적 물질을 풍겨 많은 수컷들을 불러모으고 격렬하게 싸우게 한다. 여기서 이겨 남는 건강하고 젊은 수컷과 집단으로 교미하는 방법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만들어낸다. 이런 습성은 생식력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 강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허약한 수컷은 일생동안 짝짓기를 한번도 못해보고 죽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암컷이 다수의 수컷과 짝짓기하는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는 짝짓기를 하여도 반드시 제 새끼를 남기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큰물자라 수컷은 자기 정자가 확실하게 암컷의 교미낭에 저장되게끔 한마리의 암컷과 몇번이고 교미하여 자신의 등 위에 알을 남기게 하고는 직접 자신이 제 새끼를 기른다.

이와같은 큰물자라의 본능적 행동은 그것이 최상의 방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인간과는 퍽이나 닮았다. 이렇게 자손을 위해 더 건강한 유전인자를 확보하려는 수컷과 암컷의 경쟁 또한 치열하기만 하다.

그런가 하면 춤파리와 수컷들은 작은 곤충을 사냥하여 배우행동의 장소인 잡목림의 공지로 모여들어 집단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곳에 암컷이 파고들면 수컷은 암컷을 안듯이 먹이를 주고 나뭇가지에 내려 앉는다. 암컷이 먹이를 먹을 때 수컷은 잽싸게 짝짓기를 시작하고 암컷이 먹이를 다 먹을 때쯤 짝짓기를 끝낸다.

춤파리와 암컷들은 먹이를 수컷의 구애급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짝짓기를 할 때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하는것 이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선물을 안 가진 춤파리과의 수컷은 짝짓기에 성공한 예가 없다. 짝짓기에 선물(먹이)은 필수적인 것이다.

밑들이과 수컷은 먹이가 있는 장소에서 암컷을 기다리다가 암컷이 가까이 오면 먹이를 양보하고 먹이를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해치워 버린다. 짝짓기가 끝나는 동시에 수컷이 암컷의 영양원으로 잡혀 먹히는 것들도 있다.
 

애기세줄나비^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 의 이름을 종명으로 갖고 있는 이 나비는 숲속의 잡목림 주변에 많다. 성충은 5-6월, 7-9월에 걸쳐 두번 나타난다. 수컷은 영역권에 들어온 암컷을 색깔로 구별하며 장시간에 걸쳐 교미를 한다. 나비목 네발나비과 앞날개길이 : 12-14mm


몸 모양, 생태 등에 따라 성체위 진화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합리적인 우리들의 세상에 하도 익숙해져서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곤충들의 독특한 짝짓기 행동과 패턴에 놀랄 때가 많다. 이것은 곤충의 진화적 차원이 인간과는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전연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곤충들의 짝짓기는 특정한 상대와 계약하는 '결혼'이란 풍습이 없으므로 암수컷은 모두 수시로 상대를 바꾸어가며 여러 번에 걸쳐 교미를 한다.

곤충들은 기묘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짝짓기를 발전시켜 왔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곤충들의 성체위 패턴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목 또는 과, 속에 따라 수억년간 일정한 형태로 발전돼 왔다.

이렇게 곤충들이 교미하는 방법이 다양한 것은 번식의 생리나 생태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해온 것이겠지만 이 모든 생리나 생태, 즉 짝짓기의 습성은 수정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곤충이 체내수정을 하는 점은 우리 척추동물과 같다. 그러나 우리들의 수정법과는 상당히 다르다.

곤충에서 가장 공통적인 특징은 암컷은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난소 속에 알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 알은 전부 미수정란이다. 알이 암컷의 난소에서 수정관을 통하여 수컷의 정자를 저장하고 있는 기관(수정낭, 교미낭)을 통과할 때 수정이 일어난다. 이렇게 알의 수정은 산란직전에 일어나고 수컷 정자를 암컷의 몸속(수정낭이나 교미낭)에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공통적 특징이다.

또한 곤충 암컷은 단 한번의 교미로 얻은 정자만으로 알을 전부 수정시킬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여왕벌은 단 한번의 결혼비행때 받은 수컷의 정자로 몇년 동안 몇만개의 알을 수정시키는 경우도 있다.

환상의 하트형 교미

이런 특징을 머리 속에 기억해두고 지금부터 각 곤충의 짝짓기 패턴과 수정의 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곤충 암컷이 일생동안 여러번에 걸쳐 고민하는 종은 각기 특수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대표적으로 가장 특이한 성체위를 보여주는 잠자리를 살펴보자.

잠자리는 수컷이 암컷에게 특별한 방법으로 정자를 전해준다. 수컷이 앞에, 그리고 암컷이 뒤에 연결된 상태로 공중을 나는 잠자리를 누구나 보았을 것이다. 이 광경은 수컷이 복부 맨 끝에 있는 교미 부속기로 암컷의 뒷머리나 앞가슴을 끼워 붙잡은 상태로 아직 교미가 이루어지기 전이다. 쉽게 말하자면 교미전 예비행동이다.

이런 상태로 산란장소로 이동하여 적당한 장소에 이르면 풀잎이나 지면에 내려앉아 본격적인 교미가 시작된다. 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곤충중 가장 독특한 환상의 하트형으로 사랑을 나누는데, 그런 까닭이 있다.

잠자리 수컷은 두개의 생식기를 갖고 있다. 제1성기는 복부 제9마디에 있어 이곳 정자를 배출하고, 제2성기는 복부 제2·3마디에 있으며 성기의 역할을 한다. 본격적인 교미에 들어가기 전 수컷은 제1성기에서 제2성기로 정자를 옮긴다. 그뒤 암컷은 복부를 구부려 복부 제9마디에 있는 생식문을 수컷의 제2성기에 접합한다. 잠자리의 성체위가 독특한 하트형으로 되어 교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암수컷 모두 상대를 바꾸어가며 여러 번에 걸쳐 교미를 한 상태이다. 그래서 잠자리 수컷이 교미시 천천히 반복하여 성기를 삽입하고 빼내며 성기 끝에 붙은 생식측판의 강모(剛毛)로 먼저 교미한 수컷의 정자를 암컷의 교미낭에서 파내 버린다. 그 다음 자신의 정자를 건네준다.

이렇게 잠자리 수컷이 교미 중에 다른 수컷의 정자와 자신의 정자를 바꾸어넣을 정도로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서 수컷은 암컷이 자신의 정자로 수정된 알을 산란할 때 그 상공을 경계(산란경호)하기도 하고, 어떤 종류는 끝까지 교미태로 연결하여 암컷의 산란을 직접 관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잠자리 수컷은 매우 현명한 벙법으로 짝짓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진화론적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성관계에 있어서는 남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여전히 자신의 생식기관에서 정자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한다. 여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아이들의 엄마'지만, 남자로서는 자신이 그 아이의 아버지라고 '추측'하는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시사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튼 잠자리 암컷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에게나 섹스를 제공하고 양친과 조금씩 다른 성질의 유전인자를 확보하여 우수한 자손을 남겨 생존경쟁에서 유리해지려 더욱 확실한 생식수단을 발전시켜 온 것인지도 모른다.

나비나 나방 수컷은 교미시 정자를 보호할 물질(정포)을 암컷의 교미낭에 먼저 보내고 정자를 배출한다. 정자는 정포에 싸여 암컷의 교미낭을 통과하여 수정낭으로 이동한다. 교미 직후 암컷의 배애 엤는 수정낭은 정포 때문에 크게 부풀어 있어 다른 수컷에 대해 날개를 펼치고 복부를 세워 교미거부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정포를 소화하여 그 영양분을 거의 흡수해버리면 교미거부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정포가 암컷에게 영양을 주거나 재교미의 시기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삽사리^ 산속의 양지바른 초원지대에 많다. 수컷은 날개를 맞비벼 떨며 '삽-사, 삽사리'하고 울며 암컷을 유인하여 교미를 한다. 6-8월이 짝짓기 계절. 메뚜기목 주름멤뚜기과 몸길이 : 20-30mm


곤충의 세계에도 '순결' 개념이?

모시나비나 이른봄애호랑나비는 교미 후에 수컷이 암컷에게 정조대를 만들어 붙여두고 두번 다시 암컷이 교미를 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난 나비나 나방의 생식기에는 교미용과 산란용 구멍이 별도로 있다. 그래서 교미용 생식공이 막혀 있어도 산란에는 지장이 없다.

메뚜기목에서 특이한 짝짓기를 하는 여치와 귀뚜라미는 젤라틴 상으로 생긴 단백질이 많은 정포(정자를 싸고 있는 주머니)를 암컷의 체내에 넣는 것이 아니라 암컷의 체표에 부착시킨다. 암컷은 교미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 이 정포를 먹는다.

정포 속에는 정자가 들어 있는 작은 방이 있어 그곳에서 가느다란 관이 나와 있다. 이 관의 끝이 암컷의 체내에 들어가 암컷의 수정낭에까지 도달한다. 암컷이 정포를 먹고 있는 동안 정자는 완전히 수정낭으로 이동해버린다. 이 수컷의 분비물이 암컷의 주의를 끌며 정자가 정포에서 수정낭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버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치나 귀뚜라미류의 교미시간은 정포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톡토기는 암수컷이 직접 성적 접촉은 하지 않고 간접교미를 하는 원시적인 곤충이다. 수컷은 아주 작은 정포를 암컷이 지나갈 만한 숲속의 여러 곳에 뿌려둔다. 그러면 그곳을 지나던 암컷이 그 정포를 생식기에 넣어둠으로써 정자와 알이 만나게 된다. 톡토기의 정포는 넓은 의미로 수컷 성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개 수천마리가 함께 사는 톡토기는 이런 교미방법만으로도 충분히 자손을 이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처녀생식(단위생식)을 하는 곤충이다. 예를 들면 딱총 나무수염진딧물은 4월경 딱총나무에서 월동한 수정란에서 제1세대 유충이 태어나 딱총나무잎에 벌레혹을 만들고 살다가 5월 중순경 날개를 단 유시충이 된다. 이 유시충은 딱총나무를 떠나서 초본으로 옮겨와 짝짓기 없이 날개가 없는 무시충을 잎뒤에 낳는다.

이곳에서 수세대가 반복된 뒤 10월 경에 다시 유시충이 출현하여 재차 딱총나무로 돌아간다. 이 유시충은 딱총나무잎 뒤에 유성생식을 하는 수컷과 암컷의 유충을 낳아 놓는다. 그들이 성숙하면 짝짓기하고 나무껍질이 터진 틈에 월동하는 수정란인 알을 낳아 붙인다. 이듬에 또다시 그들의 생은 반복된다.

이렇게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고 사는 모든 진딧물의 단위생식을 하는 세대를 가지고 있는 단위생식 때에는 태생으로 새끼를 낳는다. 진딧물의 생활사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곤충의 짝짓기는 각기 다양한 형태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곤충은 인간처럼 즐기기 위해 상대를 바꾸어가며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곤충들에게 순결을 지키라는 설교는 자연에 역행하라는 선동과 같다.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된 성도덕의 타락은 어쩌면 자연환경이 극도로 오염되면서 잠재해 있던 원시적 본능이 표출되는 것은 아닐지…. 그게 걱정이다.
 

열석점긴다리 무당벌레^성충으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4-5월에 짝지시를 한다. 감색 딱지날개에 13개의 흑점이 박혀 있는 작은 무당벌레. 강변의 초원지대에 많이 살고 있다. 딱정벌레목 무당벌레과 몸길이: 5-7mm
 

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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