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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대우주론의 아킬레스건, 우주상수 재등장

우주나이 논쟁의 파장

우주나이 문제는 현대우주론에 심각한 모순점을 노출시킨다. 그 핵심이 바로 암흑물질과 우주상수. 이들이 어떤 상관관계에 있는지 살펴보자.

우주의 시작과 끝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을 이용한 현대우주론의 가장 중요한 결론 중의 하나다. 우주도 생물처럼 생일이 있고 성장하고, 그리고 쇄락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우주는 불멸불변의 영원한 존재였다고 막연히 믿어왔던 많은 식자들에게는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대략 약 2백억년전, 지금 관측가능한 우주의 모든 물체들이 한점으로 뭉친 초응축상태가 있었다. 관측가능한 우주내 모든 물질이 한점으로 응축되었으니 밀도는 무한대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물질과 시공간이 한곳으로 뒤엉켜 있는 상태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특이점이 발생한 시점은 언제였을까? 현대 우주론의 표준모델인 대폭발이론(The Big Bang Theory)은 이런 질문에 부분적인 답변을 주는데 성공한 이론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글에서 오직 한가지, 즉 우주의 탄생(특이점) 이후 지금까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느냐에 관한 과제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우주나이를 추산하는 가장 믿을만한 방법은 우선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물건을 찾아내어 그의 나이를 추산해 보는 방법이다. '우주 고고학'이라고나 할까? 오래된 무덤에서 나온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 무덤의 축조 년대를 밝히는 실마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가장 유명한 방법으로 우리 주변에 중원소(重元素)의 방사성 붕괴현상을 이용해 나이를 추산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지구상 암석뿐만 아니라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온 운석을 분석하여 추산하기도 한다. 심지어 화성에서 온 암석을 분석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우주의 나이는 최소한 50억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가 보자. 일단 우라늄같은 중원소가 처음 우주에 나타난 시기를 추산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핵반응을 일으키는 별 내부에서 태어난 원소라고 하면 별의 진화이론에 따라 추정된 값은 1백억-1백50억년전쯤 된다. 그러므로 우주 나이는 1백억-1백50억년전까지 올라간다.

끝으로 무리지은 별들이 주계열성을 떠나는 관측자료를 이용, 가장 오래된 별들의 나이를 추산해 낼 수 있는데, 역시 1백30억-1백50억년쯤 된다(항성진화론을 이용한 방법). 이는 아주 복잡한 과정처럼 들리지만 의외로 정확한 값에 속한다. 심지어 우라늄을 통해 측정된 값보다 더 정확하다는 평도 있다. 결국 우리는 우주 나이가 1백30억-1백50억년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주의 팽창속도를 이용해 계산해낸 우주나이는 어떤가. 우리 주변 은하는 서로에 대해 달아나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하는 은하의 상대속도는 빛의 속성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간단히 측정된다. 이렇게 얻은 우주의 팽창속도 최대치로 그 팽창물체까지의 거리를 나누면 팽창에 걸린 시간이 나오는 것이다. 즉 이를 이용, 우주초기의 특이점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여행했는가를 측정하면 우주의 나이가 나온다.

이렇게 다시 정밀하게 추산된 허블상수값을 통해 추산된 나이는 1백억-2백억년 사이다. 비록 1백억년이라는 간격이 있지만 우주의 나이는 1백억-2백억년 사이의 값으로 나타난다.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이 M100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허블상수가 80km/초/3백30만광년으로 측정돼 우주나이가 80억년까지 내려간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으나 확실한 연구결과인지는 의심스럽다.

신비한 숫자 ${10}^{39}$

마지막으로 아주 신비스럽게 우주나이가 유도되는 방식을 이야기해보자. 우리 우주에는 아주 신비스런 숫자가 있다. 매우 큰 숫자인데 아직까지 우리는 왜 그런 숫자가 존재하는지 모른다. 이는 현재 관측가능한 우주내 존재하는 양성자(proton)의 총량에 관계되는 숫자다. 즉 관측가능한 우주내에는 약 ${10}^{78}$개의 양성자가 존재한다. 이는 관측으로 얻은 값이다. 그러므로 여기엔 큰 이론이 없다. 그런데 독자는 여기서 양성자의 개수나 길이나 시간, 질량에 무관한 '순수한 숫자'(number)라는 점에 주목하자. 물리학에서는 차원이 없는 이런 순수 숫자를 무차원숫자(dimensionless number)라고 하며 매우 중요시 여긴다. 왜냐하면 이런 숫자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자연영역을 탐구해 들어갈 때 그 영역을 이해하는 최소 기본 상수로 행동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23년, 영국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인 에딩턴(Sir A. Eddington)경은 이것이 일반상대론의 중력상수 G와 특수상대론의 광속인 c, 양자론의 플랑크 상수 h, 그리고 원자론의 양성자질량 m과 결합하면 다음과 같은 무차원 숫자(dimensionless number)가 유도됨을 보였다.
 

달암석에 포한된 중원소의 방사성 붕괴현상을 추적해 달의 나이를 알아내듯이 우주의 나이도 방사성원소의 반감기를 추적해 알아내는 방법도 있다.


$\frac{hc}{Gm²}$ ${10}^{39}$


여기서 이 숫자를 제곱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양성자의 총개수와 일치됨을 알 수 있다. 이상한 우연일까? 재미있는 점은 에딩턴이 유도한 숫자는 우리가 아는 물리학의 각분야에서 나오는 대표상수로 조합된 무차원의 숫자라는 점이다. 이의 숨은 의미는 우주의 양성자 총 개수는 특수, 일반상대론적이고 양자론적 그리고 어떤 핵물리학적 요인이 한꺼번에 복합된 이유로 결정됐다는 뜻이다. 독자는 우리 우주 자체가 그런 모든 물리법칙이 한꺼번에 병합된 어떤 통일된 이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강력한 암시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는 1939년 영국의 물리학자 디랙(P. Dirac)에 의해 더욱 유명해졌다. 그는 수소원자의 양성자와 전자간에 존재하는 정전기력과 중력간의 비를 구해본 결과 앞선 말한 무차원의 ${10}^{39}$이라는 숫자가 나타난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너무할 정도로 ${10}^{39}$이라는 큰 숫자가 계속 나타나는 것이다.

누구든 이 시점에서는 이 숫자 속에 아직 우리가 모르는 심오한 자연의 진리가 숨어있다고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흥미를 느낀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는 이런 큰 숫자의 원인은 우주론적인 결과일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논리는 간단하다.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는 매우 크고 그리고 매우 오래되었다. 그러므로 일단 여기에 연관된 무차원 숫자는 당연히 크게 나타나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추리를 해볼 수 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큰 숫자가 우주론적인 것이라면 우주나이 역시 ${10}^{39}$이라는 숫자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정말로 연관이 있다면 우리는 일단 시간에 대한 가장 큰 무차원의 숫자를 만들어볼 수밖에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큰 숫자를 만들려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대와 가장 긴 시간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장 짧은 시간대는 자연계에서 가장 빠른 빛이 가장 작은 입자, 즉 전자를 관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가장 짧은 시간대와 가장 긴 시간대 역시 ${10}^{39}$이라는 숫자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아닐까?


놀랍게도 우주나이 역시 이렇게 정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고전역학을 사용하면 전자의 반지름이 나온다. 값은 대략 ${10}^{-13}$cm 또는 이보다 약간 큰 숫자다. 이렇게 정해진 가장 짧은 시간으로 가장 긴 단위인 우주나이를 나눈값이 ${10}^{39}$이라고 가정하면 놀랍게도 우주 나이는 앞서 구해진 1백억-2백억년이라는 값이 나온다.

재미있고도 신비스러운 결론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우주나이는 1백억-2백억년이라는 값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추산된 우주나이는 비록 숨겨진 비밀이 있지만 정확한 값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추정된 우주나이는 우주론에 아주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크나큰 모순점을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우주나이에 관한 문제는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난제중의 난제다. 아직까지 학계에서 인정되는 적절한 이론이나 처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려운 문제다.

문제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일단 1백억-2백억년이라는 우주나이는 신빙성있는 값으로 인정한다. 왜냐하면 이 값은 여러 다른 방법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자료를 분석해서 얻어진 값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론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 나이가 별과 은하가 자연에서 중력 응축과정을 통해 탄생하는데 최소로 필요한 시간보다는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대폭발이론에 따르면 우주가 탄생한 후 약 몇십만년이 지난 후 물질을 비로소 빛의 방해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력적 응축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응축물들이 1백억-2백억년간 자라고 그 결과 우리가 보는 별이나 은하, 은하단 등과 같은 우주구조가 형성되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성장속도가 아주 느리다는 데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따르면 물질이 별로 탄생하려면 초기의 요동이 중력적으로 자라야 한다고 한다. 물질의 응집속도는 그 지역의 중력가속도로 정해진다. 그런데 중력은 아주 미약한 힘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중력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 보니 응집현상은 아주 미미하게 일어나고 그러다보니 하나의 별이 탄생하자면 영겁(永劫)에 가까운 아주 긴 시간이 요구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우주나이가 몇십만년 되었을 때 최소 물질 응고물체가 형성되었다고 하자. 이 경우 이들의 응집정도를 통계적으로 정량화 할 수 있는데 그 값은 또다시 무차원의 숫자로 표현했을 때 대략 ${10}^{-5}$정도다. 그런데 이것이 자라 별이나 은하가 형성되려면 이 값이 대력 1에 가까워야 된다. 즉 원래값에서 약 10만배 이상 자라야 하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물질의 초기 요동값은 우주배경복사선의 온도 섭동관측을 통해 아주 정밀하게 관측된 값이다).

다음이 문제다. 일반상대론에 따르면 이런 초기 물질요동이 자라는 속도는 대략 우주나이 2/3승에 비례하는 값이다. 그러므로 우주나이가 2백억년이라고 하더라도 2백억년을 몇십만년으로 나눈 값의 2/3승은 대략 몇천의 값에 불과하다. 원래 ${10}^{-5}$정도의 물질 요동치는 아무리 빨리 2백억년간 자라도 대락 1/100정도 밖에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1에 한참 못미치는 값이므로 이 결과를 그대로 따른다면 현재 우주에는 별이나 은하라 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저 가스구름과 그들의 희박한 모임 정도밖에 없게 된다. 물론 이런 우주는 우리가 사는 우주가 아니다.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은하나 별들의 존재를 설명 하려면 1백억-2백억년의 우주 나이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난제를 푸는 것이 현대우주론의최대 과제다. 사진은 나이가 비교적 많은 M53 구상성단.


실망 반, 희망 반 암흑물질 문제

다시 계산해보면 최소 우리 우주나이는, 별이 한개라도 탄생하려면 1백억-2백억년이 아닌 1조년 이상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가 바로 기존 우주론이 큰 딜레마에 봉착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우주나이에 관한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동안 여러 해결책들이 학계에 소개되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처방은 우주내 물질의 총량이 지금 우리가 측정한 값보다 훨씬 높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물질의 응축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중력의 속성상 물질이 응축되는 속도는 밀도의 제곱근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물질들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직까지 이런 물질들은 망원경이나 다른 기타 관측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 존재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유명한 암흑물질(dark matter)이다.

물론 암흑물질의 일부나마 관측하는 방법이 있다. 즉 은하주변에 이들이 분포되어 있다면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이들이 은하의 운동에 중력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은하의 운동을 면밀히 분석하면 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관측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방법을 통해 은하 주변에 빛을 발하지 않는 어두운 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두개의 은하가 중력적 상호작용을 계속하는 경우 두개 은하에 붙어있는 물질의 총량은 뉴턴의 중력법칙만 써도 정확하게 계산된다. 그러나 결과는 또다시 낙심천만이었다. 이런 은하 속에 숨어있는 물질까지 다 더해도 아직 별의 생성시간을 단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물론 은하주변에 분포되어 있지 않고 우주공간에 고루 퍼져있는 또다른 형태의 암흑물질이 더 존재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간에 고루 분포된 물질의 양은 은하의 총질량을 계산할 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우주가 생간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1백억-2백억년 동안 주어진 물질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그리고 지금 이시간에 어떠한 모양으로 나타나야 하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난 결과를 관측적으로 나타난 약 30MPC(약 1억광년) 이상의 거대구조와 비교해보는 작업이 80, 90년대 우주론의 큰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데 결과는 실망반, 희망반이었다. 이런 암흑물질은 별과 은하의 탄생에 큰 촉진제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희망적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 별과 은하의 공간상 분포 모습은 관측된 우주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아주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우주 공간에 고루 퍼져있는 미지의 암흑물질이 정말로 존재하면 이들의 도움으로 은하나 별의 생성이 촉진되지만,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은하단 구조나 우주의 광역구조(廣域構造)는 관측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도 관측과 맞지 않으면 그 이론은 허상에 불과하다. 이런 관점에서 90년대 중반 우주구조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 우주론이라는 아름다운 모델은 '재미있는 실패작'이라는 씁쓸한 평가를 감수해야만 한다. 여기서 필자는 자연을 이해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차가운 자연현실이 보여주는 갈등을 재미있게 표현한 토마스 헉슬리(T. Huxley)의 일구(一句)를 생각한다.

"우리들이 만들어낸 그렇게 논리정연하고 아름다운 모델이 추악한 자연의 본모습에 여지없이 뭉그러지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들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암흑물질이라는 처방 역시 우주의 추한(?) 광역구조에 의해 여지없이 뭉그러지는 순간,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주는 새로운 처방을 생각해 낸다. 바로 악명높은 우주상수가 재등장하는 순간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골치아픈 존재, 그리고 가장 이해되지 않는 존재는 바로 이 우주상수다. 우주상수는 원래 아인슈타인이 그의 우주방정식을 유도했을 때 찾아낸 수학적 양이다.

우주상수의 재등장

물론 아인슈타인 방정식은 이 상수를 넣거나 빼도 아무런 모순이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이 양을 그의 방정식속에 넣었다. 이 양의 가장 큰 특징은 중력과는 달리 서로 밀어내는 물리적 성질을 갖는다(척력)는 것이다. 반중력(反重力) 또는 우주척력(宇宙斥力)인 셈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상수를 이용,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 안정된 정적 우주모델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후에 러시아의 프리드만과 미국의 허블에 의해 팽창우주가 실증됨으로써 철회된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말 '우주상수의 도입은 내 인생 가장 큰 실수'가 탄생한다.

그러나 1930년대 영국의 에딩턴경과 벨기에의 신부 르메트르는 이 우주상수가 도입되면 우주의 나이가 얼마든지 늘어나는 현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은하의 형성시간에 비해 우주나이가 턱없이 짧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주상수가 이 문제를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던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점은 다음과 같다. 일단 우주 상수의 값이 어떤 한계치 이상이면 우주가 탄생한 일정속도로 팽창하다가 갑자기 팽창속도가 멎고 그 다음에 무한정 팽창이나 수축이 없는 원래 크기를 유지하는 정적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정적상태는 얼마든지 오래 계속되었다가 일정 시간 후 우주는 다시 '충분히 쉬었다는 듯' 재팽창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무척 흥미로운 수학적 해였다. 만약에 이런 정적상태가 오랜 기간 계속되었다면 정말로 우주의 나이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되면 은하형성이나 다른 구조의 형성을 아무런 무리없이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독자들은 다음과 같이 질문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주상수가 무슨 역할을 하길래?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일단 독자는 우주상수가 우주 척력을 준다는 사실에 주의하라. 즉 우주상수는 중력의 의도에 선천적으로(?) 반대 역할을 하는 항이다. 그런데 우주 팽창현상은 순수 중력이 작용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이것이 우주 상수가 0이라고 가정한 표준 우주모델의 가장 중요한 결론인 것이다. 그렇다면 팽창이 순수한 중력적 현상인 이상 이 우주척력은 팽창을 저지하려는 방향에서 작용해야만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우주상수는 우주팽창의 속도는 줄이고 그리고 일시적이나마 팽창이 정지되는 정적 우주상태까지 유지시키는 것이다.

암흑물질에 대한 딜레마가 오래되자 사람들은 이 우주상수항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 에딩턴과 르메트르가 고찰했던 것처럼 정말로 우리 우주엔 일정량의 우주상수값이 존재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주장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우주상수를 다시 도입하는 문제는 더 큰 문제를 잉태한다. 아인슈타인 자신도 간파했듯 우주상수 문제는 비단 우주론뿐만 아니라 현대 물리학의 도처에서 나오는 아주 여러 물리분야가 복합된 문제이다. 아주 간단히 말해 우리가 아는 한, 이 값은 0이거나 0에 가깝다. 입자물리학적 실험이나 다른 현상을 보면 우리 우주내 우주상수 값은 0에 가까운 값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아주 먼 은하, 또는 퀘이사의 관측을 통해 추정된 우주상수 값 역시 소숫점 아래 영이 1백20개 가량 있는 아주 작은 값 이하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지금 우주상수 값이 얼마라고 주장하는 것은 실험적으로나 이론적으로 큰 무리가 있다. 이의 도입은 마치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불태우는 처방인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그 값이 왜 0이나 0에 가까운 값인지조차 모른다. 그러므로 우주상수가 정말로 0이 아닌 어떠한 값으로 우주에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값이 왜 그런값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또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바로 이런 연유에서 사람들은 언젠가 이 우주상수의 존재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20세기 초에 있었던 물리학의 대혁명 이상의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결론지어 보자. 실험이나 이론, 관측 자료를 종합해보면 우주의 나이가 1백억-2백억년 사이인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값은 은하나 별의 형성에 필요한 시간대에 비해 훨씬 작은 값이다. 그러므로 현대 우주론은 우주나이, 또는 은하 광역구조의 형성이론에서 커다란 딜레마를 안고 있다. 물론 아직도 우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물질들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우주를 기술하는 여러 물리이론들이 아직 자연의 진면목을 밝히기에 턱없이 원시적인 이론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도 인정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주의 나이에 관한 문제는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난제중의 난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확실한 점은 차후 이의 해결점이 발견되는 순간, 현대물리학이나 기존 우주론은 혁명적인 지각변동을 겪어야 한다. 그러므로 아직도 우주는 우리에게 짓궂은 면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우주는 그의 진면목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저 간간히 그의 신비스러운 진실 일부분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신비의 베일을 벗기는 역할은 바로 이 글을 읽는 차세대 여러분들의 몫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까지 우리는 여전히 논리정연하고 아름다운 모델 만드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199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라대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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