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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생대-중생대 5대 집단 멸종 사건

일반적으로 멸종은 진화의 일차적인 과정이 되는 자연도태의 산물이라 말해진다. 그러나 지질시대를 통틀어 5번에 걸쳐 일어난 집단멸종은 진화의 과정이라 보기에는 너무 집단적이고 무차별적이었다. 5대 집단멸종 사건으로 사라져간 생물에는 무엇이 있을까.

멸종 현상은 자연 생태계의 갑작스런 변화에 기인한 것이 틀림없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석 기록은 지구 역사의 매우 작은 편린만을 보여줄 뿐이다. 더욱이 지금으로부터 먼 과거의 지질 기록은 오랜 풍화와 침식의 결과로 더욱 읽어내기가 힘들며, 먼 지질 역사의 복원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오늘날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생물은 오랜 지질 시대를 거친 종의 99% 이상이 멸종했다. 멸종은 진화의 일차적인 과정이 되는 자연도태의 산물이다. 멸종은 따라서 진화에 상응하는 필연적·보편적 현상이다.

그러나 집단멸종은 보통 다수의 생물 분류군이 광범위한 규모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정상적 멸종률 이상으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멸종이 가르는 지질학의 시대구분

어떤 생물 종이 살고 있던 지리적 분포 범위로부터 사라지는 현상을 지역적 멸종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 생물 종의 지역적 멸종을 초래하는 요소로는 자연 환경의 변화, 생태학적 경쟁과 포식 등을 들 수 있다.

기후는 가장 중요한 물리적 요소다. 기후의 변동은 의심할 바 없이 많은 멸종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2백 50만년 전 아프리카의 삼림지역에서 살았던 영양 종들이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삼림이 초지로 변하게 된 결과 멸종한 경우가 그 예다.

생태학적 경쟁은 흔히 먹이와 공간을 공유하는 종들 사이에서 관찰되는데, 한 지역에 새로 이주해온 어떤 생물 종이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유사한 생물 종의 분포나 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1920년대 사람에 의하여 영국에 널리 퍼진 회색 다람쥐가 이 지역에 살고 있던 붉은 다람쥐를 멸종시킨 경우는 잘 알려져 있는 생태학적 경쟁의 예이다.

비슷한 예로 한 지역에 새로 이주해 들어온 어떤 생물 종, 또는 새로 진화한 어떤 종이 기존에 있는 어떤 종을 포식함으로써 멸종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잡아먹히는 대상 종이 방어에 무력하거나, 도망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을 갖추지 못했을 때 멸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지구의 역사를 통하여 생물들이 직면하게 되는 끊임없는 물리적, 생물적 환경의 변화는 멸종을 일으킨다.

이렇게 전지구적인 광범위한 환경변화 없이도 기대할 수 있는 생물 종의 자연 감소율을 배경멸종률(background extinction rate) 이라 한다. 물론 그 동안 새로 진화한 생물 종들의 수를 감안한다면, 지질 기록을 통하여 생물 종의 수는 완만한 증가를 보일 것이다.

화석기록은 지구 위에 최초의 생물이 출현한 이후 생물 종의 수는 오랜 지질시대를 통하여 지속적인 증가를 나타내고 있지만, 때때로 이 경향이 중지되거나 심지어는 종의 수가 줄어드는 기간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림1)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어지는 지질시대의 변천과 그중에서도 많은 생물종이 한꺼번에 사라진 5대 집단멸종기의 대표적 멸종생물들을 나타낸 것이다.

과는 생물 분류 단위의 하나로, 유사한 몇몇 속들로 이루어져 있고 속은 보통 형태가 유사하고 유전적 특성의 차이가 작은 복수의 종들로 구상돼 있다. 따라서 한 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과에 속해 있는 모든 하위 분류군, 즉 속과 종들이 모두 멸종됨을 의미한다.
 

(그림1)지질시대에 따른 주요 멸종생물들


5대 집단멸종사건

고생대 초에서 중생대 말 사이에 일어난 소위 5대 집단 멸종 사건을 중심으로 생물의 변천사를 시기별로 정리해보자.

여기서 지질학의 시대구분, 즉 선캄브리아 영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시대구분이 각각 지구위에 살았던 생물의 변화를 기준으로 나눈 시기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선캄브리아 영대와 고생대의 경계는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해서(海棲) 무척추 동물이 출현한 경계다. 고생대가 어류와 양서류의 시대라면 중생대는 파충류와 공룡의 시대,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로 구분한다.

고생대에는 오르도비스기말, 데본기말, 페름기말의 세 차례에 걸쳐 대량멸종이 일어났다. 이것이 5대멸종 중 세가지의 멸종사건이다. 이중에서도 페름기말의 대량멸종이 가장 규모가 커 고생대와 신생대를 나누는 가름선이 되었다.

캄브리아기는 단연 삼엽충의 전성시대였고, 완족류(brachiopods)와 해백합 무리가 전세계의 바다로 빠르게 퍼져나간 시기였다. 삼엽충은 오르도비스기 이후에도 생존했지만 수적으로 차츰 감소하다가 고생대 말에는 소멸한다.

오르도비스기에 들어 삼엽충이 확산되지 못한 이유는 새로운 포식자로 두족류 노틸로이드(nautiloids)가 등장했고, 다양한 해양생물이 진화하면서 먹이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오르도비스기동안 완족류, 이끼동물(bryozoans), 겟나리 산호(rugose coral) 등이 얕은 바다에 번성했다.

오르도비스기 말 집단멸종을 거치는 동안 해양 생태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코노돈트(conodont), 삼엽충, 이끼동물 및 필석류와 함께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서 생물초(organicreef)를 만들었던 많은 동물군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이 시기의 지질 기록은 광범위한 지역에서 빙하의 확산에 의한 수온과 해수면의 강하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루리아기에 접어들어 넓은 환경범위에 적응해 사는 종(cosmopolitan)이 크게 늘어났고 석회암 생성은 격감했다. 오르도비스기 말부터 시작된 저온현상이 전지구적으로 실루리아기 중엽까지 지속되었으나, 상판산호를 비롯한 일부 군체성 동물은 왕성하게 확산되었다.

턱없는 물고기 조상으로부터 진화한 모든 분류군의 어류가 출현했으나, 석회질 녹조류를 위시한 따뜻한 바다 환경에 적응한 몇몇 해양생물 종은 사라졌다. 실루리아기에서 데본기로 넘어오는 동안 생물계의 큰 교란은 없었다. 암모나이트를 비롯한 다양한 무척추 해양생물의 등장과 함께 어류의 빠른 진화가 진행되었다.

고생대 중기에 와서 식물의 육상 진입이 이루어졌다. 초기 식물은 단순한 지하 줄기로 토양과 물에서 영양을 섭취하는 반수생 생활양식을 취했다. 데본기에는 지상에 최초의 숲이 생겼다. 이에 따라 데본기 말에는 총기류(실러캔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어류에서 최초의 육상 동물로 진화한 초기 양서류가 육지로 올랐다.

데본기 말의 집단멸종도 무척추 해양생물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얕고 따뜻한 바다에서 살던 해양 플랑크톤, 완족류, 삼엽충과 생물초를 이루며 살던 많은 군체성 동물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동안 빠른 진화를 보였던 초기 어류에서도 다양성의 격감이 나타난다. 이 시기 다른 해양생물이 쇠퇴하는 동안 일부 해면동물(glass sponges)은 크게 번성했는데, 이들이 수온 변화에 대한 적응 범위가 넓었기 때문이다.

페름기 말에서 중생대 삼첩기 초에 걸친 집단 멸종 사건은 그 규모 면에서 그 때까지 있었던 멸종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것이었다. 이 멸종사건은 무척추 동물의 역사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 페름기 무척추 동물 과(Family)의 절반 이상이 절멸했던 것이다. 이를 종으로 치자면 76-96%에 이른다. 생물계의 궤멸상태라 할 만하다.

해양 무척추 동물 가운데서는 모든 삼엽충, 바다 전갈, 고생대형 산호류와 바다 밑바닥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절멸했고, 완족류와 극피동물도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척추동물과 육상식물 가운데서도 갑주어 무리가 멸종했으며, 모든 양서류와 초기 파충류, 그때까지 번성했던 여러 식물의 감소가 뚜렷이 나타난다.

생물계의 궤멸상태

초대륙 판게아의 형성에 따른 내해(inland sea)의 급격한 감소에 기인한 이 집단멸종 사건은 대부분의 바다 생물에게는 서식지의 감소형태로 나타났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연체동물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육지에서도 그때까지 육지를 점령하고 있던 대부분의 양서류들이 때마침 진화하기 시작한 파충류들과 먹이와 공간 경쟁을 경험하게 되었다.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파충류 일부는 훗날 중생대 육상 환경을 지배한 공룡의 시조가 되었다.

이 집단멸종 사건은 특히 육상 척추동물에 있어 삼첩기 중엽과 쥐라기 초의 급격한 적응방산(適應放散)의 조건이 되었다. 해양과 육상에서 다양한 새로운 생물 분류군이 진화하는 중요한 전기가 된 것이다.

적응방산은 생물 종의 수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으로 집단멸종과 상응하는 용어이다. 적응방산은 집단멸종이 일어난 후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흔히 새로운 고차분류군의 기원을 마련한다.

중생대의 집단멸종은 삼첩기 말과 백악기 말의 것이 유명해 이 두 가지를 5대멸종에 넣는다. 그중에서도 공룡이 사라진 백악기 말의 집단멸종은 가장 유명하다.

초기 바다에서는 고생대 말 집단멸종에서 살아남은 암모나이트와 완족류가 다시 우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부족류(대합조개와 같은)의 급격한 다양화가 진행되었다.

육상에서는 양치식물이 여전히 우세를 지키는 가운데 침엽수 소철 은행류를 주로 한 대형 나자식물이 빠르게 번성했다. 척추동물로는 포유류의 조상형을 비롯한 다양한 대형 파충류가 등장했다.
 

마그티니크섬에 살던 사향쥐,서식지파괴로 1902년멸종됐다(왼쪽). 빙하기에 멸종한 아일랜드 큰사라슴(오른쪽)


다음 생물군의 급격한 적응방산

삼첩기 말 육상에서 몸집이 큰 양서류(labyrinthodont amphibians)가 멸종하고 조치류를 포함한 일부 초기 파충류도 사라졌다. 해양에서의 피해는 극심하여 무척추동물의 약 20%가 절멸을 맞았다. 코노돈트가 멸종하고 암모나이트도 큰 타격을 받았다. 완족류도 연체동물인 부족류와의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나 고생대 이후의 번성기를 마감했다.

쥐라기에 들면서 바다에서는 암모나이트, 벨렘노이드, 부족류, 복족류(달팽이 등 포함)와 현생 산호류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육상에서도 악어와 다양한 공룡 무리, 익룡이 등장했다. 쥐라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첫 새가 하늘을 날았다.

쥐라기 중엽까지 육상에서 성공적 지위를 누리던 나자식물들은 쥐라기 초에 첫선을 보인, 혁신된 생식수단을 갖춘 피자식물과의 경쟁에서 차츰 우위를 잃게 되었으며, 백악기 말 무렵에는 한대나 열대의 오지로 완전히 밀려났다.

백악기는 전반적으로 해백합과 성게류 등 일부 극피동물을 제외하면 해양과 육상을 막론하고 많은 생물군에게 평화로운 시기였다. 육상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 케라톱시안과 오리 부리를 가진 해드로사우루스 등 다양한 공룡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백악기 말의 집단멸종 사건은 해양에서 공중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형 척추동물에게 유례없었던 시련기로 다가왔다. 많은 바다 파충류와 익룡이 이때 사라졌으며, 위기를 넘기고 신생대까지 살아남은 공룡의 수는 지극히 적었다.

유공충과 백악기 내내 두꺼운 백악층(백악기의 이름은 여기서 유래한다)을 쌓았던 식물성 플랑크톤도 멸종하거나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규조류나 편모충류를 포함하여, 불리한 환경에서는 휴면포자를 만들어 생존하는 일부 식물성 플랑크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백악기 말의 집단 멸종은 해양무척추동물에 관한 한 고생대 페름기 말에 비해 그 규모 면에서는 적다. 특별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암모나이트와 벨렘노이드를 포함하는 껍질을 가진 두족류로 노틸러스(Nautilus)라 불리는 앵무조개의 1 속을 제외하고 모두 절멸했다.

그밖에 백악기를 통하여 지구 곳곳에 거대한 생물초를 형성했던 굴조개 루디스트(rudists)와 고생대말 집단멸종 이후 잔명을 유지해 온 이끼동물과 완족류 대부분이 멸종을 맞았다.

백악기말 이미 가장 우세한 육상식물이었던 피자 식물은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면에서 매우 짧은 기간 다양성이 급감하였으나 신생대가 시작되면서 곧 회복세로 돌아섰다. 전반적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이 피해는 고위도보다 저위도 열대 종들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

고생대 페름기 말의 집단멸종이 곧이어 파충류의 다양한 생물 분류군을 진화시켰듯이 백악기 말의 집단멸종 사건은 신생대초포유류의 폭발적 적응방산에 전기를 제공했다. 백악기말에 출현한 원시 태반 포유류는 백악기말 집단멸종 이후 텅 빈 지구 위 모든 환경으로 재빨리 퍼져 나갔다.

식충류에 속하는 것으로 작고 쥐와 많은 외모를 가졌던 원시 태반류는 특히 신생대 팔레오세와 에오세에 폭발적인 진화적 팽창을 거듭하여 말과 코끼리에서 고래와 박쥐에 이르는 모든 현존하는 태반 포유류를 기원시켰다.

1995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동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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