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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선진국 독무대-국내연구진 뒤늦은 출발

전세계적 규모로 진행되는 휴먼게놈프로젝트 현장은 알고 보면 선진국의 독무대. 막대한 투자와 정보독점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난해부터 국가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연구지원이 시작됐다는데···

게놈분석연구는 유전정보를 지닌 유전자의 염색체내 지도작성 및 염기서열 결정을 통하여 유용한 유전자를 보존 관리 활용하는 핵심기술이다. 또한 이 연구는 보건 식량 에너지 생물산업 등 제반 생명공학 관련기술에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사회복지 향상에 근본적인 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

게놈연구의 결과물은 특허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제반 생명과학의 기술축적과 지적소유권 확보도 가능하다.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투자비의 효율적 이용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지적소유권 확보로 국제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부터 연구시작
 

생명과학 실험 중에는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방사선 물질 취급 실험실.


국내에서 게놈연구가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 한국인체유전자 연구회가 결성되면서다. 처음에는 관심있는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1992년 KIST 유전공학연구소 내에 게놈사업연구팀이 신설되어 내열성 미생물 및 호알칼리성 균주와 같은 미생물의 유전자지도 작성이 시도되었다.

KIST 유전공학연구소 및 포항공대 생명공학과에서 인간의 간세포에 있는 유전자들을 분리, 새로운 기능을 갖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식물 게놈에 대한 연구도 추진되어 왔다. 포항공대농업기술진흥청 연구소 등에서 애기장대풀벼 배추 무 등의 유전자를 분리하고 이들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체계적인 게놈연구가 시작됐다. 1994년 정부지원연구비 4억으로 시작된 국내 게놈분석연구 과제는 2002년까지 약 1천억원의 추정연구비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설정하고 있는 개발과제는 1) 인체게놈의 새로운 유전자를 분리하고 그 염기서열을 분석하며 2) 분리한 유전자의 인체염색체 내 위치를 결정하고 3) 분석한 유전자 염기서열의 정보를 분석하고 다른 염기서열과 비교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을 개발하며 4) 게놈분석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기법을 개발한다는 것 등이다.

여기에 관련되는 인원은 연구소 대학 등에서 1백20명 이상이 참여하는 규모다. 현재 설정하고 있는 국내 개발과제를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하나하나 살펴보자.

1988년 미국 일본 EC 등 선진국 주도로 인체게놈연구가 시작된 이래 약 90% 정도의 인체유전자지도가 작성되면서 기능을 가진 유전자 발굴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1991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있던 크레이그 벤터(Crarg Ventor)를 중심으로 인간게놈의 cDNA 라이브러리(기능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총체) 구축과 이 유전자들의 염기서열 분석이 활발히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운 유전자 발굴
 

유전자 염기서열


게놈연구가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아는 이들은 사기업을 세워 정보를 독점하며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벤터를 중심으로 게놈연구협회(TIGR, The Institute of Genomic Research)사를 세우고 인체 cDNA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다 밝히고 이들의 염색체내 지도를 작성하고 있다. 빠른 시일 안에 cDNA 유전자 염기서열이 분석되고 염색체 지도가 작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벤터의 독점을 우려한 다른 기업이 인간게놈과학(HGS, Human Genome Science) 회사를 세웠다. 이들은 TIGR과 힘을 합해 1백25만 달러 투자규모로 cDNA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히고 있다. 벤터는 1991년 초기에는 약 3천5백 cDNA 유전자 염기를 밝혔으나 1994년 현재는 인체 cDNA 약 5만-7만개 중 절반이 되는 3만5천개 정도를 동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들 염기서열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의 연구도 인체 유전자 중 기능을 지닌 유전자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했다. 신기능을 가진 유전자 중 일차적으로 사람의 면역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는 T세포의 분화 및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사람의 흉선으로부터 세포를 분리하여 T세포 분화단계별로 관련되는 새로운 유전자를 동정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T세포 분화와 관련된 새로운 유전자들이 발견되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인자들 이 밝혀지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다. 이로써 면역기능 저하로 일어나는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T세포 외에 뇌 신경계 조혈세포 간 등 조직별로 분화단계에 관련되는 유전자를 밝히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는 미국의 TIGR에서 행하고 있는 인간의 cDNA 전부를 분리하고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방법보다 그 기능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분리가 빠른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제대로 지원을 받아 잘 진행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능 지닌 유전자가 중요하다
 

유전공학 만들어진 슈퍼 토마토


인체게놈 유전자지도작성은 유전자의 염색체내 위치를 결정하는 연구로서 유전학 분자 생물학 세포생물학의 이론과 방법을 요구하는 분야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추진되어 유전병이나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염색체 내 위치가 확인되고 실제 유전질병 치료 및 예방에 기초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유전자의 염색체 위치결정에 필요한 기초기술이 제대로 확립 돼 있지 않다. 몇몇 미생물 및 인체 유전자들의 위치가 확인된 정도다. 그래서 KIST에서는 한국인에게 독특하게 유전되는 특정 유전자를 중심으로 유전자 분리와 염색체 지도 작성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 특유의 유전적 특성을 지닌 유전인자를 발견하고 그 염색체내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에 특이한 유전병을 지닌 가계를 찾아야 한다. 의과대학이나 각 병원 또는 유전병을 지닌 가정으로부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인체게놈 이외에 산업적으로 유용한 미생물게놈의 유전자지도 작성을 시도하고 있다. 미생물은 그 자체가 생산하는 유용물질 뿐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세포에서 유래된 유전자 산물들을 생산하는 생물공학의 필수소재로서 선진각국에서는 이미 다수의 유용유전자와 개량된 산업균주를 특허 내 독점하는 추세다. 이를 통해 아미노산, 유기산, 의약품 중간체, 비타민류, 생리활성물질, 각종 특수 용도의 효소단백질과 신소재를 효율적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또한 극한 미생물을 숙주세포로 개발하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응용성이 높은 고초균(Bacillus) 게놈과 항생물질 개발을 위한 방선균(Streptomyces) 게놈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산업미생물을 계량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대상균주로는 산업계에서 연구가 주도된 아미노산 발효균, 유산균, 항생물질 생산균과 국가주도로 연구가 진행된 효모, 효모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자이모모나스균(Zymomonas)을 포함한 대체에너지 생산균 및 연구소와 학교에서 주로 연구된 고초균, 방선균 등이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단백질 탄수화물 지질의 유용가수분해효소 유전자에 대한 기초응용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많은 유전자원이 개발되어 있다. 이번 과제에서는 국내 결핵균게놈의 유전자지도 및 자이모모나스균 유전자지도 작성을 시작으로 산업에서 유용한 미생물 유전자지도 작성을 위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유전정보 처리를 위한 프로그램 및 소프트웨어 개발이 진행되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자료가 통합처리 되고 비교분석 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은 염기서열 분석자료의 국제학술지 발표를 위한 자료 등록과 기본 분석 필요에 따라 미국 등지에서 유학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정도다. 개별적으로 해외 시스템에 접근하여 다양한 분석을 하는 연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유전공학연구소에서는 국내의 연구전산망(KREONet) 개통과 함께 1989년부터 인터네트상에서 외국의 생물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유전공학연구소 전산망인 제리네트(GERINet)가 개통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생물학 전산화 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하드웨어 장비를 갖추기 시작하고 있다.

독자적인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한 개발기술과 전문인력 확보에 근거하여 최근의 분석소프트웨어와 데이터베이스 설치 및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해오고 있으나, 연구인력 확보와 재정적 지원 및 외부연구소 및 대학과의 연계 등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 해 있는 상태다.

이번 과제에서는 일차적으로 국내에서 분석되는 염기서열 분석자료를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국가적 전산망을 구축하여 국내 유전정보를 연구자들간에 교환, 비교분석하는 일과 외국의 전산망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내에서 축적된 유전정보와 세계적인 유전정보 교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전정보의 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를 찾아서

게놈분석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개발이 시급하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거대 유전자 분리기술, 염기서열 결정 자동화 시스템, 로봇을 이용한 유전자분석법 등과 같은 유전공학기법이 개발 되어야 할 뿐 아니라 전산기술, 기계공학 기술, 물리학적 기술 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새 염기서열 결정법 개발, 거대 DNA 증폭방법개발, 2차원적 전기영동법에 의한 유전자 분석방법, 유전자분석 자동화 시스템 개발 등과 같은 과제를 중심으로 유전자 분석의 신기술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 게놈분석 연구는 1994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시작돼 국내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연구추진과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적인 상황에 맞는 한국 특유의 유전적 인자를 중심으로 게놈분석을 추진한다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별로 뒤떨어지지 않는 연구결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인체나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모두 분리분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러므로 초기단계에는 학계나 연구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하더라도 후기단계에는 산업계의 적극 참여가 요구된다. 분석된 유전자들의 유용성에 따라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유전자원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 적극 참여하여 실제로 유전자로부터 생산되는 유전자산들의 산업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알아냄으로써 이를 산업뿐만 아니라 질병치료 및 예방을 위한 기본자료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본 연구과제는 생명과학 전반의 기술 향상과 생명현상의 근본적인 이해를 가져오게 하는 금세기 최대의 연구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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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유향숙 생화학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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