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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학·자연과학·공학의 3중주 의과학

초기의학은 경험의료로 존속됐지만, 산업혁명 이후는 과학 공학의 진보와 함께 새로운 영역이 구축됐다. 의과학이 발전하려면 임상의학은 물론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 심지어는 소재 전자 기계 등 공학기술까지 밑받침돼야 한다.

생활수준의 향상과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서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암이나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등 미해결의 질병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국민의 복지건강 향상에 기여할 의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할 시기에 온 것 같다.

의과학을 정의하자면 인류가 직면한 난치병이나 불치병의 정복을 목적으로 기존의 의학과 다른 분야의 관련 과학기술을 접목시키는 종합과학이다.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학을 비롯한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가 관련된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이 연 1백10억달러 예산을 투입해서 3천명(의학자 1천5백명, 자연과학자 1천5백명)의 연구원이 16개 연구소에서 의과학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간 정부 주도하에 연구활동 지원이 계속되어 왔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비교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니터로 수술 부위를 확인하면서 칼을 쓰지 않는 무혈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들.


자연과학과 의학의 결합

의과학 연구지원의 필요성을 열거하자면, 첫째 연구활동을 통해서 양질의 보건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의료기술의 발달은 생명의 연장을 가져다주며, 그것으로 인해서 한 생명이 이 땅에서 이루어야 할 일들을 성취할수 있게 한다. 의과학 연구를 통해서 현대과학이 제공하는 기술을 질병의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

둘째 질병의 원인규명은 연구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근에 와서는 생화학이나 분자생물학과 같은 기초 과학 부문은 질병의 원인규명에 없어서는 안 될 분야가 되었다. 환자를 대하는 의사와 기초의학자, 그리고 자연과학자의 긴밀한 협동연구를 통해서만 질병을 유발하는 인자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원인을 밝힘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주목을 끌게 된 노인성 치매는 65-74세 노인의 약 3%, 75-84세 노인의 20%, 85세 이상 노인의 47%가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유력한 원인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신경세포다. 이는 독성을 지닌 단백질로서 대뇌신경세포의 안과 밖에 침착되어 그 증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 단백질이 치매 환자의 진단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또한 이 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를 배양해서 이의 생산을 저하시킬 수 있는 약물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째 의과학 협동연구로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이 개발될 수 있다. 심장수술의 발달은 그 좋은 예이다. 관상동맥 조영법으로 폐쇄부위를 확인하고 관상동맥이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수술은 매우 흔한 수술이 되었다. 이와 같은 수술로서 환자들은 협심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수술을 하는 동안 인공심폐기는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며 순환할 수 있게 한다. 수술이 끝나면 혈관이 다시 심장에 연결되고 정상적인 박동을 통해서 혈액이 순환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술의 개발은 많은 독창적인 두뇌를 가진 연구자들과 정교한 임상 기술을 체득한 의사들이 협력해서 병자를 치료해보겠다는 노력의 거듭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항생제나 항암제의 개발도 여러 사람이 각고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이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이와 같은 약물로 치유를 받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하면 의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최근에 발달된 장기이식은 이미 새로운 치료법으로 등장했다. 간염이나 AIDS에 대한 백신 개발, 그리고 2천-3천종에 이르는 선천적 이상에 대한 유전자요법은 새로운 연구 분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넷째 의과학 연구지원은 의료관련 산업 진흥에 기여할 수 있다. 다양한 의학분야의 발전으로 의료용 신소재 개발, 생체이식재료, 생체대체용재료의 개발과 생체역학의 발전은 인공치아 인공뼈 인공혈관 등의 인공장기 개발이나 인공관절의 개발 등을 촉진시킬 수 있으며, 고분자 물질을 이용한 약물전달 체계의 연구는 효율적인 약물치료에 기여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공학 기술 개발은 고부가가치, 고성장성, 국제경쟁력이 있는 의료기기의 국산화추진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진단장치는 과학 최후의 프런티어인 뇌의 영역을 정복해가고 있다.


의학의 역사는 의료기기 발전사

일반적으로 의료기기란 병원에서 환자의 질병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모든 기기를 통칭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접하는 X-선 기기 및 초음파 영상기는 진단기기이며, 혈압계는 측정기기, 심전계는 진단기기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수술에 사용되는 모든 기기, 기구(수술대 가위 칼등)나 혈액 투석기, 골절용 체내외 고정기구, 인공관절 및 인공장기(인공심장 등)는 치료기기로 보청기나 보행보조장치(휠체어 등)는 신체 장애자를 위한 보조기구 등으로 분류된다. 나아가서 혈액 조직검사 등을 위한 기초검사용 기기(현미경 등)도 크게는 의료기기에 포함된다.

의료기기의 종류 및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게 많으며, 작게는 주사바늘로 부터 크게는 단층촬영기(CT)까지 병원내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기기를 의미한다.

의학의 역사는 의료기기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초기의 의학은 인간역사와 더불어 경험 의료로 존속해 왔고, 산업혁명 이후는 과학 공학의 진보와 함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1270년 스위스의 광학자 프릭에 의해 안경이 발명되었고, 1612년에는 이탈리아 의사 생크로이우스가 체온계를 발명하였다. 의학의 획기적인 발전은 1600년 네덜란드 박물학자 레벤후크가 광학현미경을 발명함으로써 이룩됐다. 이는 19세기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적 의학(scientfic medicine)에 기초를 제공한다.

의료기기의 개발과 발전은 프랑스 의사 라에네크의 청진기 발명(1805년), 1891년 유아 인큐베이터의 발명에 이어 1895년에는 독일의 뢴트겐이 X선을 발명함으로써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의료기기들의 도움으로 의학자들은 보다 정확하게 인체의 생명현상 규명 및 진단, 치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20세기 들어서는 무수한 의료기기의 발명과 의학의 발전이 이뤄진다. 1901년 미국의 발명가 허치슨에 의해 고안된 전기식 보청기의 개발, 1932년 독일의 과학자 루스카에 의한 전자현미경의 발명이 이루어졌으며, 1945년에는 네덜란드 의사 콜프에 의해 최초로 신장투석기가 발명됐다. 1960년 영국의 의사 찬리에 의해 개발된 인공관절, 1973년 영국의 공학자와 남아프리카 의사가 협동으로 개발한 단층촬영기(CT 스캐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의료기기다.

의료기기의 발전은 곧 의학의 진보와 직결됨을 알 수 있고, 또한 이러한 의료기기의 개발은 의학자만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자 공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동을 바탕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첨단과학기술의 의학에의 응용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고도의 전자공학 기술, 고분자 및 재료공학 기계공학 제어공학 등 공학기술과 물리학 화학 분자생물학 세포학 약학 등의 자연과학 기술, 그리고 의학 사이의 유기적인 협동체제가 의료기기 개발의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영화를 종합예술로 간주하듯이 의료기기 분야의 학문은 종합학문으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공심장을 개발할 경우를 생각하여 보자. 우리는 먼저 인공심장이 필요한 환자를 수술할 외과의사를 생각할 것이다. 나아가서 인공심장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연구하는 재료공학자(고분자 금속 및 기타 생체재료), 그 심장의 설계 및 원활한 작동을 위한 기계공학자(설계 유체역학 구동 윤활 등), 심장 박동을 제어하고 전기적인 회로 및 인체 신경 신호와의 접속을 위한 전기 및 전자공학자(신호처리 희로설계 전력공급 제어공학 등), 또한 인공심장의 인체내 적합성 검증 및 향상을 위한 면역학자, 임상실험자(분자생물학 면역학 순환계 생화학 등)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략 살펴본 예이지만 위의 각 전문분야 중 한가지라도 미비될 경우에는 인체에 사용될 인공심장이 만들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각 분야의 기술수준이 골고루 발전되어야만 비로소 인공심장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기기 개발은 첨단과학 및 의학이 발전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모든 진단과 치료부위는 모니터를 통해 정밀하게 체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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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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