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 사진은 영상진단의 고전, 요즘은 CT MRI에 이어 마음을 읽는 기계 PET가 등장했다.
최근 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의료원에 최첨단 단층조영기인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센터가 가동돼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인간은 잔혹한 병마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고, 특히 65세 이상의 노년 인구가 급격한 증가세를 이루고 있어 병들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이 가장 중요 하나 난치병일수록 그 원인이 불분명하다. 가장 사망율이 높은 암(cancer)만 해도 아직 예방의 왕도가 없다. 그러므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여 정확한 치료를 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의사가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는 내부 장기에 질병이 의심될 경우 수술 등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만 이 경우 환자가 받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너무 크다.
인체 내부를 간접적으로, 환자 고통 없이 3차원의 영상으로 관찰하는 방법으로는 다음 4가지가 있다.
[1] X선 컴퓨터 조영(X-ray Computed Tomography,CT)
[2] 핵자기공명 조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3] 단일광자방출 컴퓨터 조영(Single Photon Emission CT, SPECT)
[4] 양전자방출 컴퓨터 조영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간단한 X선 촬영이나 초음파 조영으로는 2차원적인 영상만이 얻어지며, 3차원적인 깊이는 중첩되어질 뿐이다. 각도를 달리하여도 관심 장기 주변 조직의 구조가 복잡하여 한계가 있다.
■ X선 컴퓨터 조영
단층 조영 기술개발의 초기에는 관찰 평면상의 대상 영상에 초점을 맞추어 그 평면상에 있지 않은 대상 영상은 흐릿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초점의 각도를 변경하면서 대상의 깊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환자 주위에 사용가능한 투영 각도가 제한되어 있고 초점외 영상이 흐릿한 단점이 있다.
컴퓨터 조영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여 초점 평면(단면)의 영상을 수학적 연산으로 재구성하는 기법이다. (그림1)에서 보듯이 심장의 네 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X선 CT는 조영제 사용으로 더욱 선명한 영상이 얻어지며 가장 보편적으로 빈번하게 이용되는 방법이다 (사진1).
■ 핵자기공명 조영 (MRI-CT)
1973년 라우터부르(Lauterbur)가 핵자기공명 영상을 얻은 것이 그 시초이다. 생물체내에 존재하는 물분자의 양성자 공명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물이 많은 부분에서는 강한 신호, 뼈와 같은 곳에서는 약한 신호가 얻어진다.
인체가 들어 갈 만큼 큰 원형자석(2만가우스)이 현재 사용되며 공명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서 변하는 자장 그래디언트(gradient)를 걸고 대상물의 단면을 다시 부피단위로 쪼갠다. 각각의 부피단위에서 얻어지는 자유유도소멸(Free Induction Decay, FLD)을 기록하고 축적하여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ation)하여 신호를 생산한다. 신호 데이터를 가지고 이미 얻어진 X선 CT 결과에 의하여 영상을 도출한다.
핵자기공명 영상은 X선 CT보다 대체로 선명하게 나타나며 (해상도 2㎜), X선 피폭을 피할 수 있어 반복 촬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물분자의 양성자 공명 이외에도 인(Phosphorus) 불소(Fluorine) 등도 공명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다양성도 있다.
■ 단일광자방출 컴퓨터 조영 (SPECT)
핵의학 진단에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조영법이다. 테크네툼(${T}_{c}$ 99m), 혹은 요오드(I123) 화합물 형태의 단일광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의약품을 환자에 주사한 후 관찰대상 장기를 하나에서 셋까지의 Nal 검출기가 부착된 SPECT 감마 카메라로 스캔한 후, 축적된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영상을 얻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주입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의약품이 조사대상 장기에 최대로 모이게 설계하는 것이다. 반감기 6시간의 테크네튬-99m은 몰리브덴-99로부터 쉽게 얻어지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별도의 사이클로트론 없이 감마 카메라와 Tc-99m 용출 생산기만 갖추면 영상이 얻어진다. 테크네튬 화합물은 뇌혈류 심장 신장 조영에, 요오드 131은 갑상선 조영에 주로 사용된다.
앞의 X선 MRI-CT가 물리적인 기법이라면 SPECT와 PET는 화학적인 기법이다. 즉 SPECT와 PET는 화합물이 조사대상 장기에 모이고 그곳에서 대사를 일으키므로 혈류의 동력학과 대사과정의 연구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질병이 이미 진행되어 조직이 변하고 해부학적 이상이 나타날 경우에만 X선, MRI-CT는 관찰 가능한 반면 SPECT와 PET는 조직이상이 생기기전에 나타나는 대사이상을 탐지하므로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사진3).
■ 양전자방출 단층 조영(PET)
양성자 6개와 중성자 5개로 되어 있는 탄소11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지만, 소형의 의료용 사이클로트론을 사용하여 질소14에 고에너지 양성자를 충돌시키면 얻어진다. 탄소11은 불안정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양성자 1개가 붕괴하여 양전자(positron)를 방출하고 중성자로 변하여 양성자 5개, 중성자 6개를 가지는 안정한 붕소11로 된다. 이때 방출되는 양전자는 음 전하를 가진 전자와 결합하여 2개의(서로 반대 방향) 5백11keV 광자를 방출하면서 소멸된다. 1백80˚ 반대방향의 두개 광자를 PET 기기를 사용하여 검출한 후 얻어지는 데이터를 컴퓨터로 처리하면 탄소11 체내 분포의 정량적인 영상이 도출된다(그림2).
의학용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되어 PET에 사용되는 핵종은 (표1)과 같다. 모두 반감기가 짧고 인체대사에 필수적인 원소이다.
PET는 주로 질병 진단과 대사물질 영상에 사용된다. FDG(플로르이산화글루코스)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조직, 즉 중추신경계(뇌), 심장, 종양 등에 섭취된 후 화학구조의 특이성으로 계속 대사되지 못하고 세포에 축적되기 때문에 영상측정이 가능하다. C11- 메티오닌(methionine)은 단백질을 왕성하게 합성하는 악성종양 조직에, C11-팔미틴산(palmitic acid)은 에너지원으로 지방산을 주로 사용하는 심근에 축적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PET용 방사성동위원소 의약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PET는 다른 진단 검사법에서 전혀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는 최첨단의 기법으로 임상 분야 외에 여러 자연과학 분야에도 응용될 전망이다.
양전자 방출 핵종인 C11을 사용하면 탄소의 화합물인 모든 유기물의 표지가 가능하여 현재 5백여종 이상이 보고되고 있다.
핵의학 검사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SPECT에 비하여 소형이지만, 의학용 사이클로트론 및 추적자(tracer, 양전자 방출 동위원소 표지화합물)를 자동 생산하는 소위 블랙박스(혹은 화학박스)를 갖추고 있어야 하는 등 PET는 대략 6백만달러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추적자를 외부에서 공급 받으면서 PET 카메라만 설치하는 경우 투자 비용과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즉 중앙에 사이클로트론 및 추적자 생산 시설을 갖추고 주변의 여러 병원, 연구기관에서 이를 공동 이용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만 반감기가 비교적 긴(2시간) FDG는 가능하나 짧은 반감기를 갖는(20분) C11 표지 추적자는 매우 불리하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PET가 갖는 매력은 다음과 같다.
[1] 감도와 해상력이 우수하다.
[2] 정량분석이 가능하다.
[3] 피검자의 피폭량이 적다.
[4] 생화학적 생리학적으로 중요한 대사물질의 직접 표기가 가능하다.
[5] 감쇠(attenuation) 영향 등 허상(artifact)이 적다.
PET는 과거 3-5년간 이용이 급증하여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스캐너의 개발로 우수한(4-6㎜) 해상도를 가진 영상이 가능하며 방사성 핵종 생산 자동화도 이루어졌다. 최근 국내 서울대병원과 삼성의료원에 제4세대 최신형 PET기기가 설치 운영중이며, 세계적으로 1998년까지 매년 33.3% 증가율로 3백여개의 PET 센터가 개설될 전망이다.
PET는 특히 뇌질환 및 뇌 활동 연구에 가장 유용하다. 뇌혈관 질환 중에서 X선 CT나 MRI에서는 혈류가 정상의 30% 이하로 되지 않으면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으나 PET에서는 아주 적은 혈류 저하도 기능 변화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증상 출현전의 뇌허혈성 병변도 진단 가능하다. 특히 산소대사 및 섭취율 등의 정보는 PET 이외에서 얻을 수 없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노인성 치매증(알츠하이머병)은 원인불명의 중추신경 변성 질환의 하나이므로 뇌기능 저하가 형태학적 변화보다 선행한다. 따라서 PET로 조기 진단 가능하며 비슷한 질환인 헌팅턴병도 발병 이전에 PET 검사로 예측된다.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치매(노망)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PET는 이런 종류의 원인불명 뇌질환의 조기진단, 병태규명, 치료평가 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간질 환자의 원인 부위를 정확히 영상화하며 수술 전후 평가도 가능하다. 뇌종양 환자에서는 수술전에 악성 정도를 평가하고 재발된 종양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뇌조직 괴사 감별에 매우 유용하다.
또한 PET는 환자뿐 아니라 정상인의 뇌활동도 관측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는 기타 진단법으로는 상상조차 할 없는 것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기계로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 된다. PET를 이용하면 사람이 명사 단어를 읽을 때와 반복할 때 뇌의 일정부분이 참여하는 것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최근에는 정상인의 두뇌활동 육체활동 마음의 변화, 즉 기쁠 때 슬플 때 괴로울 때의 뇌를 영상화하는 연구와 신체의 어느 특정부분을 움직일 때의 뇌 활동을 탐구하고 있다.
이 연구가 진전되면 소위 독심술이 성공하여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를 PET로 알 수 있는 편리한 시대가 도래하지는 않을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