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명이 불의 발명으로 시작된 이래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통하여 수천년 동안 과학문명의 발전은 거의 정체상태에 있었다. 18세기말부터 19세기초에 걸쳐 유럽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에 이르러서야 고도화된 기계문명이 발달되기 시작했다. 자동차 증기기관차 비행기 동력이 달린 선박 그리고 전기의 발명 등은 인간의 정신 세계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인류문명의 가장 좋은 척도중의 하나는 군사무기다. 왜냐하면 인간은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최고의 기술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군사무기는 고작해야 총 대포와 같은 원시적(?)인 무기뿐이어서 기상조건과 사령관의 작전, 군인들의 정신력만이 승패를 결정짓는 수단이었다. 산업혁명의 결과로 얻어진 기계문명의 덕택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는 비행기와 같은 3차원공간을 활용한 전쟁무기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출현과 더불어 성능이 좋은 전투기 탱크 기관총 등 그야말로 고도의 기계문명이 총동원된 전쟁이었다. 그러나 1차대전과 2차대전의 무기중에서 과학적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점은 마이크로파에 의한 무전기와 레이다의 개발과 원자폭탄의 발명이라 하겠다.
사실 과학의 발전과 과학 문명의 발전은 엄밀히 말하면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과학이란 기초과학을 이야기 하는 것이고, 이것이 과학문명으로까지 연결되기 위하여서는 약간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 연구된 과학은 로렌츠와 맥스웰이 이루어 놓은 전자기학분야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광양자효과에 의한 양자론을 필두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룩했으며, 이때에 이루어진 맥스웰 전자기학과 상대성이론 및 양자역학 등 기초과학이 현대과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레이다의 발명은 전자기학의 소산물이며, 원자폭탄은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때에 가장 연구가 활발했던 분야가 레이다를 개발하기 위한 마이크로파분야와 핵무기 개발을 위한 원자핵 연구분야다. 2차대전이 끝나게 됨에 따라 원자핵 연구는 입자물리학의 기초를 이루었으며, 마이크로파연구는 원거리 통신 및 천체물리학의 한 분야인 보이지 않는 별의 관측을 위한 초정밀 고감도의 전자파 증폭기의 개발에 쏟아졌다.
한편 양자역학의 발전은 반도체의 발명을 초래했으며 반도체가 기존의 진공관을 대체하면서 급기야는 소형통신기 라디오 등 전자과학의 발달을 유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반도체 공학이 오늘날 컴퓨터 문명의 기초를 이루게 되어 20세기말의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레이저와 컴퓨터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 1950년대에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마이크로파의 초고감도의 측정장치를 개발하고자 고심하던 끝에 이미 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양자역학의 이론을 이용하여, 암모니아분자의 유도방출 원리를 이용한 혁신적인 MASER(Microwave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 마이크로파 증폭기)를 발명했다. 이후에 미국의 타운스와 소련의 바소프 프로호로프 등 물리학자들은 1958년 이 장치가 가시광선영역에서도 같은 원리로 작동되므로 레이저(LASER,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했다.
1960년 당시 미국 휴즈사의 연구원으로 있던 메이먼은 루비봉을 이용하여 최초로 레이저를 발명해 레이저연구에 불을 당겼다. 이후 몇년동안 많은 연구진이 앞을 다투어 헬륨네온(He-Ne)레이저 이산화탄소(${CO}_{2}$)레이저 아르곤이온(${Ar}^{+}$)레이저 색소레이저 등 수많은 종류의 레이저들을 개발해 레이저과학은 순식간에 촉망받는 첨단과학으로 정착했다.
레이저의 무궁무진한 응용분야를 생각할때 바야흐로 21세기는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광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예상하고 있다. 흔히 첨단과학이라고 하면 신소재 메카트로닉스 생명공학 정밀화학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우주항공 레이저광 등 일곱가지를 꼽는다.
그러나 이들 7개분야가 첨단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주의깊게 들여다 보면 한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속담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을 돌이켜 새로운 것을 찾아냄)의 의미심장한 뜻을 다시한번 깨우치게 된다. 왜냐하면 위에 꼽은 첨단산업들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불쑥 솟아난 것들이 아니고, 19세기 산업혁명때부터 계속 연구되어온 분야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첨단 산업으로 지목받는 이유는 '컴퓨터를 도입했거나, 레이저광선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래의 장치를 보다 더 정밀하고 고속으로 운영하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하든지, 레이저를 이용하여 종전에는 이룰 수 없던 용접 절단 신물질창출 등의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첨단과학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물질간의 용접, 종류에 관계없이 절단할 수 있는 절단기술, 초정밀 가공기술, 다이아몬드 박막 등 신물질의 창출과 초고순도 화학물질 정제기술, DNA나 효소 등의 정밀조작, 기존 측정기기의 정밀도 향상, 초고속 대용량의 광컴퓨터 개발, 외과수술용 의료기기의 개발, 광통신 및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핵융합발전 등이 가능하다.
SDI의 핵심기술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현대전에 쓰이는 군사무기를 살펴 보면 선진국이 일체 비밀로 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레이저 병기와 컴퓨터다.
탐지오차가 재래식 군사무기보다 훨씬 적고 빠른 레이저 거리탐지기를 채용하여 적군보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탐지하는가, 그 이후 얼마나 빠르게 적의 위치를 계산하여 타격할 수 있는 고성능의 컴퓨터를 채용하는가가 첨단 군사무기의 우위를 결정짓는 요소이다. 이때문에 미국의 SDI(전략방위계획, Strategic Defence Initiative)의 핵심기술이 레이저를 이용한 미사일 탐지장비의 개발이며 또한 레이저를 이용한 직격폭파 장비의 개발인 것이다.
현재 걸프전에 이용되고 있는 지상무기나 전투기에는 바로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고성능 컴퓨터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군사무기 뿐만 아니라 레이저는 공장 자동화나 인공지능 로봇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기존의 장비들이 눈이 없는 장님 기계라면 여기에 레이저 광을 추가시킴으로써 눈이 있는 기계장비로 바꿀 수가 있고, 여기에다 컴퓨터를 설치함으로써 지능이 있는 인공지능을 가진 장비 곧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한다. 21세기에는 컴퓨터도 광컴퓨터로 대체될 전망이고, 이렇게 될 경우 현재의 컴퓨터보다 계산속도는 1만배이상, 기억용량은 1백만배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레이저는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여 앞으로 인류의 문명은 레이저와 함께 급속도로 발전될 것이다. 21세기의 미래지향적인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의 핵심이 되는 레이저의 개발이 가장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모든 첨단과학의 개발에 '꿈의 빛-레이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