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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녀 성결정의 열쇠는 무엇일까

남자와 여자를 결정하는 요소는 뭘까. 이는 인류의 원초적이고도 오랜 의문이다. 최근 과학은 남·녀 결정이 우선은 장자·난자 결합시에 결정되는 염색체의 조합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 수정란의 발생과 성장과정에도 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몇가지 더 있다.

2천4백년전 플라톤은 '향연'(symposium)에서 인간은 과거 3개의 성(性)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남남(男男), 여여(女女), 그리고 남녀(男女)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세 종류의 인간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제우스는 이들의 힘을 빼앗고 신에 대한 외경을 가르치기 위해 각 사람들을 절반씩 떼어냈다. 이리하여 인간들은 사랑에 빠질 자신의 반쪽을 찾아 지상을 헤매게 됐다.

이 인간들의 기질은 애초의 조합에 따라 다르다고 플라톤은 했다. 최초에 성이 섞여 있던 자들은 이성과의 조합을 이루고 싶은 집념에 불륜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동성 상대에게서 떨어져나간 사람들은 세상의 일을 하기에 적합하며 그중에서도 남성과 결합된 남성은 통치나 지도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성경향에 대한 가장 오래된 '생물학적' 설명일 것이다. 거의 모든 생물의 성이 두가지이듯 사람의 성도 둘이다. 남성과 여성이 그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다르고 그 결정은 언제 이루어지는가.

23번째 염색체 구성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

성을 나타내는 영어단어는 두가지다. 신체의 외형에 따라 구분되는 남성 혹은 여성을 뜻하는 섹스(sex)와 몸짓 행동 태도 등에 의해 자신이 느끼는 남성 혹은 여성을 뜻하는 젠더(gender)가 그것들이다. 일반적으로 섹스와 젠더는 일치하지만, 간혹 섹스와 젠더가 다른 경우도 나타난다.

여기서는 신체의 외형에 따른 성을 구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사람에서 성을 결정하는 우선적인 요소는 염색체다. 사람의 난자와 정자에는 각각 23개씩의 염색체가 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형성되는 인간의 모든 세포는 23쌍의 염색체를 갖게 된다.

이 23쌍의 염색체 중에서 22쌍의 염색체를 상염색체 혹은 보통염색체라 하고 나머지 한쌍의 염색체를 성염색체라 한다. 성염색체는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의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정보를 보유한다.

인간의 성염색체 한쌍은 약간 큰 X 염색체와 약간 작은 Y 염색체 등 두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성세포가 성숙하면서 감수분열을 할 때 이 성염색체 한쌍은 둘로 분리된다.

감수분열된 여성의 성세포인 난자세포는 한개의 X 염색체와 22개의 보통염색체를 갖게 되며 남성의 성세포인 정자세포는 한개의 X 혹은 Y 염색체와 22개의 보통염색체를 지닌다. 이 Y 염색체 내부의 유전인자가 남성을 만들게 된다.

정자와 난자가 융합되고 다시 수정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생성과는 수정란은 정자세포로부터 받은 한개의 성염색체와 22개의 보통 염색체, 그리고 난자로부터 받은 같은 수의 염색체들을 갖게 된다. 완전한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정자세포의 성염색체가 X일 경우 오로지 X 염색체만을 가진 난자와 수정되면 그 수정란은 결국 XX 성염색체만을 갖는 여성의 수정란이 된다. 반면 정자세포의 성염색체가 Y일 경우 그 수정란이 XY 염색체 쌍을 갖게 되므로 남성의 수정란이 된다. 즉 수정란의 성별을 결정하는 인자는 남성의 염색체 안에 있다. 아버지로부터 어떤 염색체를 받느냐에 따라 자식의 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XY 성염색체를 갖는 수정란이 자라서 궁극적으로 남성이 되는 데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Y염색체 내에 특별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유전정보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같은 특별한 단백질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955년 빌링햄과 실버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남성만이 특정 항원단백질을 갖고 있음을 밝혀낸 뒤부터다.

1960년 이 단백질에는 조직적 합성-Y항원(histo-compatibility-Y antigen)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사람을 포함한 모든 포유동물들의 남성은 이 H-Y 항원단백질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다.

Y 염색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점차 자라면 생식기관 세포막에 이 H-Y 항원단백질이 나타나 작용하게 된다. 그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이 H-Y 항원단백질이 미분화된 생식기관을 성숙한 정소로 발육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일단 정소의 형성이 시작되는 것으로서 사람의 성별을 결정짓는 Y 염색체의 임무는 끝난다. 그 이후에 나타나는 생식기관의 발육이나 남성적인 체격 외모 등 성징의 발달은 정소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 성발달 과정^염색체 조합에 따라 다목적 성선이 난소나 고환으로 발달한다. 남성 여성 모두에서 온 X염색체는 난소로, 여성의 X염색체와 남성의 Y염색체가 합쳐지면 고환으로 발전한다. 고환은 안드로젠을 분비, 발달초기의 구조를 명확하게 남성의 것으로 바꾼다. 안드로젠의 영향이 없으며 이 구조는 여성의 난소로 발전한다.
 

Y 염색체에는 특정 단백질 합성 유전정보가

여성의 성별결정은 H-Y 항원단백질과 같은 어떤 물질의 도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두개의 X염색체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자연적으로 나타난다. 여성은 Y 염색체가 없으므로 H-Y 항원단백질이 존재하지 않고 또 그에 대응하는 수용체도 없다.

따라서 두개의 X 염색체 존재하에서 태아의 생식기관이 몇주 동안 커지고, 그 이후에는 미분화된 생식선이 정소대신 자연스럽게 난소로 분화된다. 남성은 사춘기가 될 때까지 정자세포의 형성이 억제되는 반면 여성은 태아때부터 수백만개의 원초적인 소난포들을 갖게 된다. 이 원초적인 소난포들이 자라서 성숙한 난자세포가 되는 것이다.

198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이 성립된 뒤 수정란의 Y 염색체 속에 정소결정인자(testis determining factor)가 있으면 고환이 생겨 태아가 남성으로, 정소결정인자가 없으면 난소를 발달시켜 여성으로 자란다고 한다.

성을 결정하는 단일유전자인 고환결정인자(TDF)는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여성처럼 행동하고 XX 염색체를 가진 사람이 남성의 특성을 나타내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인 사람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로 나타났다.

결국 남성과 여성을 가름하는 성차는 우선 XY 염색체, 다음으로 H-Y 항원단백질의 존재여부, 그리고 정소결정인자의 유무를 살펴보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과학적 방법이다. 이같은 염색체의 구성에 이상이 있는 경우 갖가지 성염색체 이상증세를 나타낸다.
 

(그림1) 인간의 탄생과 염색체
 

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학현
  • 서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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