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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짝짓기 선택 암컷의 특권이라는데…

유성생식에서 대개 성선택권은 암컷이 가진다. 이를 두고 암컷의 선택경향에 따라 수컷의 진화방향이 결정됐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도 하다. 암컷의 성선택행동에 관한 연구는 특히 여권신장 분위기와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더 이상 암컷이 소극적이거나 수줍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미의식에 있어서 선택권을 쥐는 쪽은 암컷이기 때문이다.

가령 초파리는 교미를 하기 전에 수컷의 춤솜씨를 구경한다. 만약 춤솜씨가 형편없으면 수컷은 암초파리에게 걷어차이게 된다. 암공작새는 수공작의 부채살 모양 화려한 꼬리의 크기로 상대를 결정한다. 밑드리벌레는 몸의 대칭성을 평가하고 제비는 꼬리의 길이와 그 꼬리의 대칭성을 주목한다.
암컷에 의한 짝 선택은 특별한 수컷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수컷의 진화에 강력한 '진화적인 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진화설은 교미과정에 있어서 자성, 즉 암컷의 영향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교미의 선택권은 암컷이 가진다

많은 진화설이 그런 것처럼 성선택(sexual selection)에 관한 이론 역시 다윈으로부터 시작했다. 다윈은 성선택이 일어날 수 있는 두가지 방법을 기술했다. 하나는 수컷들 사이 경쟁을 통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웅성 형질이 이런 방법으로 설명될 수 있다. 록키산맥 야생양의 큰 뿔은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자라는데 나중에 암컷을 놓고 경쟁하는 수컷에게 힘이 된다.

두번째 방법은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임으로써 선택되는 방법이다. 이 예로 수공작새를 들 수 있다. 수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생존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싸우기 위해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암공작이 큰 부채형 꼬리에 매혹된다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수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암공작 때문에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윈은 성선택에 있어서 암컷의 역할을 미미하게 생각했다. 심지어 암컷이 다른 수컷을 버리고 특정 수컷을 선택할 때조차 암컷의 행동은 단지 수컷의 형질을 설명하기 위해 제공된다고 느꼈다. 다윈이 암컷보다 수컷을 강조한 이유는 그가 느낀 성간 정열의 차이에 그 기원을 둔다.

그는 수컷의 성질은 아주 정렬적인 성이어서 암컷을 얻기 위해 싸우곤 하는 반면 암컷은 성에 관심이 없다고 느꼈다. 따라서 암컷의 선택은 수컷간 경쟁에 비하여 성선택의 힘으로서는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극히 최근까지 그렇다고 믿었다.

거의 한세기 이상 생물학자들은 강력한 진화적인 힘으로서 암컷의 성선택(female choice)을 일반적으로 무시했다. 그러다가 20세기초 위대한 통계유전학자인 피셔(R.A. Fisher)가 저서 '자연선택의 유전설'(The Genetical Theory of Natural Selection, 1930년 발간)에서 자성선택에 관하여 간략히 적었다. 그는 만약 배우자 선택에서 암컷의 일관된 선택과 수컷의 선호된 형질이 함께 유전된다면 진화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렇게 아리송하게 표현했다.

"암컷은 꼬리가 긴 수컷을 좋아하기 때문에 꼬리가 긴 수컷을 좋아한다"

비록 수컷의 형질이 그들 후손에게 거의 효과를 가지지 않더라도 암컷이 그 특별한 형질때문에 수컷을 선택한다고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웅성의 형질과 자성의 선택이 다음 세대로 계속 공진화하면 그것은 고삐풀린 진화(runaway evolution)를 보여주게 된다.

그러나 197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 트라이버스(R. Trivers)가 부모의 투자와 성선택에 관한 기념비적인 논문을 쓰기 전까지는 여전히 암컷의 선택은 진화에 있어서 별 볼일이 없었다. 그는 암컷과 수컷은 다른 생식 전략을 가진다고 제안했다.
 

암컷의 성선택이 수컷의 진화를 유도한다.
 

이해관계 다른 암수간의 생식전략

효과적으로 끝없이 많은 정자를 만들어내고 전형적으로 후손을 돌보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수컷은 가능한 많은 짝을 얻는 진화적 기간에 최선을 다한다. 한편 훨씬 적은 성세포를 생산하고 임신을 하며 항상 자식을 키워야하는 암컷은 가장 좋은 수컷을 고르기 위해 까다로워진다는 것이다.

진화이론가들은 암컷의 선택을 두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그 하나는 위에서 나왔던 고삐풀린 진화(runaway evolution)론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생설(good gene theory)이다.

윗대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선택을 했을 것이므로 암컷의 선호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암컷의 행동에서만 발현됨에도 불구하고 수컷도 가지고 있고, 마찬가지로 수컷의 긴꼬리 유전자를(만약 암컷이 긴 꼬리를 선호하는 경우) 암컷은 바깥으로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암컷도 가지고 있기에 대를 거듭하게 되면 고삐풀린 진화가 발생한다.

즉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암컷의 선택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수컷 안에도 들어 있으므로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게 되는 효과가 생긴다. 이런 식으로 고삐풀린 진화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면 진화를 같은 방향으로 지속시키려는 경향을 가지게 되므로 과장된 수컷의 모습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천인조 수컷이 처음에 꼬리가 필요했던 것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컷의 형질과 암컷의 선택이 공진화하면서 수컷 깃털의 과장을 초래했다고 주장된다.

그러나 야외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은 우생설(good gene theory)을 지지하는 경향이다. 수컷의 장식은 건강과 힘, 개체의 유전적 적응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어린이 입에 물린 온도계에 비유될 수 있다는 설이다. 이 설은 1975년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행동학자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의 '장애설'(handicap theory)로까지 극단적으로 진화했다.

그는 공작을 대상으로 설명하며 장식꼬리는 수공작에게 방해물이라는 바로 그 사실이 암공작이 짝을 선택하는 요소로서 보다 더 작용한다고 제안했다. 암공작은 그런 장애(handicap)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수공작이 더 우수하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오늘날 동물행동과 관련한 저널에는 암컷 행동에 관한 자료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다윈 시대에도 이미 알려졌던 암컷행동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남성중심의 편견을 버린 후부터다. 70년대 중반 서구의 여성운동과 맥을 같이하면서 발전한 암컷행동연구는 사회적 편견이 어떻게 과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암컷 성선택설의 발전은 여권신장과 보조를 같이하며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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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영아 기자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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