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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병 유무 수정란 상태서 판별

'착상전 진단' 기술개발-태어난 아기 전세계 30명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조사, 이상이 없음을 확인 한 뒤 모친의 자궁에 돌려 놓는 '착상전 진단'이 가능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미 이 방법으로 태어난 아기가 전 세계에 약 30명이나 되며 일본에서도 실시신청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생명의 출발점인 수정란을 선별한다는 소식은 유전병 아기가 태어 날 우려가 있는 부부에게는 낭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선별이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현재 미국에서 착상전 진단을 규제할 수 있는 지침은 없고 의사와 환자 사이에 계약이 성립되기만 하면 된다. 미국 워싱턴 교외 '제네틱스 & IVF연구소'의 경우 5명이 진단을 받고 1명이 출산, 1명은 임신중이다.

착상전진단을 받은 한 모친은 4년 전 정신발달이 지체되는 취약X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을 가진 남자 아이를 낳았다. 또다시 같은 병을 가진 아기를 낳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둘째를 포기하고 있다가 착상전 진단 방법을 알고서는 출산을 결심했다.

착상전 진단의 원리는 간단하다. 먼저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시켜 배양한다. 세포의 수가 8개 정도 됐을 때 진단을 위해 세포를 채취 한다. 세포를 현미경 아래 놓고 가느다란 침으로 찔러 세포 1개만 벗겨낸다. 1개의 세포가 피펫 속에 흡수되면 이 세포의 유전자를 조사, 이상이 없으면 남은 수정란을 체내에 돌려준다.

"수정란에 상처를 입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소의 경우는 같은 실험을 수십년간 해왔지만 아무 일 없었다. 수정란을 냉동했다가 해동할 때도 세포의 하나나 둘 정도는 파괴되지만 아무 문제 없다. 난자는 생각보다 튼튼하다"는게 이 연구소 수잔 블랙 박사의 말.

처음 이 기술은 1992년 영국의 병원에서 기관지 등의 점막에서 점액분비 이상을 일으키는 병의 유전자를 가진 모친에게서 성공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미국에서는 민간 실시로도 행해질 정도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블랙박사는 이 진단방법이 큰 시장을 형성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복잡하고 시간도 걸리며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까지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중한 병을 피하려는 경우뿐이고, '아들딸 골라낳기'등에 이용 될 가능성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착상전 진단이 가능한 병도 아직까지는 근육디스트로피 일부나 취약X증후군 등 약 10가지 정도다.

비용은 체외수정과 유전자 진단을 합쳐 1만1천 달러(약 8백80만원) 이상. 단, 블랙 박사는 언젠가는 보험이 적용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유전병 아이가 태어나 비싼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지난 해 한 대학연구진이 이 기술의 임상응용을 대학 윤리위원회에 신청했는데, 학회나 국가 차원의 지침이 없어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이같은 기술 이용에 대한 규제를 포함, 생명윤리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는 수정란은 인권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의사를 초월, 사회가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70년대에 태아 단계의 출생전 진단이 가능하게 된 이래, 이제 착상전 진단이 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달은 한편으로 유전병 환자나 가족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게 될 수 있다. 기술을 이용한다고 해도, 혹은 규제한다 해도 우리는 기술과 윤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피펫에 빨려 즐어가는 세포. 흡인은 현미경 아래에서 행해진다(위). 착상 전 진단을 받고 태어난 아기 엘리자베스의 올해 5월모습 이 아기는 유전병인 근육디스트로피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다(아래).
 

199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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