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설명서를 봐도 그렇고 사양표를 봐도 그렇고 못 알아들을 단어들이 너무 많다. 프린터 사용의 초보벽을 넘기 위해 기초지식을 익혀두자.
모든 문서를 직접 컴퓨터로 전달하는 전자우편의 활용이 활발한 요즘이지만 종이라는 매체는 여전히 컴퓨터 사용자간의 의사전달 수단으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혹자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유로 "깔끔하게 편집된 문서를 깨끗한 인쇄품질로 종이에 찍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이후의 컴퓨터 환경이 어떻게 변하건 간에 프린터란 기계의 필요성은 컴퓨터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임은 틀림 없다.
개인용으로 적합한 기종
흔히 도트프린터라 불리는 도트매트릭스프린터(Dot Matrix Printer)는 주로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면에서 매력적인 제품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가정에서 도트프린터를 사용하려면 소음 때문에 항상 '해지기 전'에만 출력해야 하고 대체로 고정된 모양의 글자를 찍는 수준 밖에는 활용할 수 없음을 미리 생각해보기 바란다.
최근 들어 저소음의 고속 도트프린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도트는 도트다. 오히려 도트프린터의 용도는 따로 있다. 백지에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서식, 즉 이미 인쇄된 양식이 여러 종류가 있거나, 늘 고정된 양식에 거의 단순한 글자만 인쇄하거나, 먹지가 있는 양식용지에 출력하거나, 인쇄량이 많지만 단순히 글자들만 찍어주면 그만인 '특수 용도'에서 도트프린터는 유용성을 발휘한다.
한편 요즘 사무실에서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사용하는 LAN시스템의 보급이 활발하다. 이러한 방식에서는 사무실 밖의 공간, 즉 가정이나 지방출장 또는 해외에서도 사무실의 LAN시스템에 연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여러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의 출력품질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며, 많은 양의 출력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레이저프린터가 아니면 당해낼 수 없다. 레이저프린터 기종중에서도 매우 고급형에 속하는 기종만이 이러한 업무에 적합하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독립된 한 대의 컴퓨터에 연결된 프린터라도 여러 사람이 출력요청을 해오는 것에 응해야 할 경우가 있다. LAN이 설치되기 직전의 사무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 때에도 LAN 상에서 공유되는 레이저프린터(shared laser printer)는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개인사용 목적의 레이저프린터(mainstream laser printer)가 적합할 것이다. 그래야만 근시일내에 LAN이 설치됐을 때 무용지물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개인사용자에게는 잉크젯(Ink Jet)이나 버블젯(Bubble Jet)프린터가 현실적으로 무난하다고 보겠다. 가격적인 측면이나 인쇄품질, 공해물질 발생 정도, 또는 소음 등을 고려하면 가장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인쇄품질은 레이저프린터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모양새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잉크젯프린터 기종은 요즘의 복잡하고 섬세한 문서편집 경향에 대해 어느 정도 대응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초기의 일부 버블젯 기종 중에서는 도트프린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오히려 더 신뢰도가 떨어지는 제품도 있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울러 잉크젯 기종은 그래픽 컬러인쇄를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해결방법이기도 하다. 다만 그 컬러 인쇄물이 고품질이어야 하거나 사진과 같은 수준의 것이어야 한다면 잉크젯에서의 컬러에 대한 환상은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픽 출력 속도 향상
도트프린터는 글자단위 인쇄개념의 프린터이며 레이저프린터는 페이지단위 개념의 프린터다. 잉크젯프린터는 실제로 도트프린터와 같이 글자단위 개념의 프린터지만, 사용상 느낌은 마치 레이저프린터처럼 페이지 단위로 출력하는 것 같다.
보편적으로 프린터 속도를 재는 단위는 도트프린터와 잉크젯프린터는 cps(Characters Per Second ; 초당 인쇄 글자수)를 사용하며, 레이저프린터는 ppm(Pages Per Minute : 분당 인쇄 매수)을 사용한다.
그러나 글자가 아닌 그림 등 그래픽인쇄는 사정이 다르다. 이러한 측면은 "나는 주로 글자만 찍지 그림은 찍지 않으니까…"하고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윈도즈 환경이나 일부 도스용 워드프로세서에서 조차도 프린터가 다양한 한글 한자 폰트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PC 본체쪽에서, 즉 응용프로그램이 프린터에 출력될 글자모양을 그래픽으로 생성해 프린터쪽으로 보내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프린터는 문자도 그래픽으로 출력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설명은 예외적인 부분이 많고 방식도 복잡다양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픽방식의 출력이 그만큼 비중이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픽출력의 속도는 어떠한 기종에서나 동일하게 gppm(Graphics Pages Per Minute ; 분당 그래픽인쇄 매수)으로 그 단위를 삼는다. 그런데 잉크젯이나 도트프린터는 대체로 gppm 수치가 소수점 이하로 1분에 1장도 채 찍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mpp(Minutes Per Page ; 페이지당 소요분)로 표기하기도 한다.
윈도즈나 각종 응용프로그램들의 프린터 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빨리 찍는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출력속도를 개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사용자는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과 어떤 프린터가 잘 어울리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호환성, 그리고 한글출력
우리가 흔히 PC를 'IBM 호환기종' 또는 '컴팩 호환기종'등으로 부르는 것과 같이 프린터에서도 각 기종마다 호환성을 따지는 표준모델이 있다. 도트프린터에 있어서는 엡슨이 그것이고, 레이저프린터에 있어서는 휴렛 팩커드가 그 역할을 한다. 이것은 컴퓨터와 프린터간에 주고받는 다양한 처리절차나 조절 등 명령어 체계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PC에서와 달리 프린터의 호환성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다시 말해 각 응용프로그램이 어느 특정 프린터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호환성, 즉 에물레이션(emulation ; 흉내내기, 또는 이기종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중간 변환기능)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글 한자를 출력하기 위해 프린터들간의 다양한 제어방식의 혼란을 줄인다는 취지로 마련된 KS사양이란 것이 있는데, 삼보컴퓨터에서 만든 KSSM이란 사양도 그 못지않게 이용되고 있다. 극히 일부의 프린터를 제외하고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프린터는 이 두 가지 제어방식을 모두 지원하고 있다.
이 사양은 도트프린터와, 자체적인 방식은 있으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캐논과 엡슨 계열의 잉크젯프린터의 경우에는 매우 유용한 표준이다. 그러나 휴렛팩커드사의 데스크젯이라는 잉크젯프린터는 그 제어방식을 자사의 레이저프린터와 맥락을 같이하는 독자적인 제어방식과 함께 KS와 KSSM의 국내 표준적 방식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데스크젯의 방식이 국내의 레이저 프린터 대부분에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사실 KS나 KSSM의 제어방식은 잉크젯 프린터 수준에서나 적합한 것이지 고성능의 레이저프린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보다 더 복잡해지고 막강해지면 레이저프린터는 KS나 KSSM과 같은 저수준의 제어방식에 연연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휴렛팩커드의 레이저젯 기종은 프린터 자체에 어떠한 형태의 한글이나 한자 또는 KS나 KSSM규격에 대한 대응기능이 없으면서도 응용프로그램의 기능에 힘입어 한글 한자출력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데스크젯은 KS나 KSSM 방식의 출력은 별로 행해지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글/한자에 대한 대처기능이 없는 휴렛팩커드사 독자적인 방식인 PCL 방식 위주로만 사용하고 있다.
PCL 방식의 제어모드는 그 수준에 따라 PCL4와 PCL5, 또는 인핸스드(Enhanced)가 있는데, 맨 후자의 경우는 휴렛팩커드 고유제품에만 해당된다.
아울러 PCL과 별개로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방식이 있는데, 국내에 있어서는 한글처리에 대한 대책이 아직 광범위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호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응용프로그램에 달렸다. 특정 프로그램에서의 출력형태가 다소 복잡해지는 것은 그 프로그램이 여러 종류의 프린터를 직접 제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매우 독특한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거나 호환성이 매우 떨어지는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다면, 해당 프로그램은 그 프린터에 대한 제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큰 제약에 빠지고 만다. 따라서 프린터 제조회사들은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서 자사의 프린터를 어떻게 써야할지를 해결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종류의 프린터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좋은 프트웨어의 능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많은 수의 사용자가 채택해 쓰는 프린터가 아닌 것을 선택할 때에는 사용자 스스로 호환성에 대해 충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프린터를 통해 영문만 출력한다면 프린터 자체에 어떤 영문 폰트가 들어 있는지만 따지면 된다. 그러나 한글이나 한자를 찍는다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과도한 한글폰트 내장은 낭비
물론 응용프로그램이 해당 프린터에 내장된 폰트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어해주면 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도트프린터나 잉크젯프린터 수준에서는 KS나 KSSM모드의 사용을 고려해 다양한 한글폰트를 내장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다. 이들 모드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한두가지 폰트만 있으면 그만이다. 레이저프린터라고 해도 한글폰트가 여러 벌 들어 있다는 것은 결국 KS나 KSSM모드로의 출력을 염두에 둔 것인데, 출력품질은 고급화된다 해도 그 제어방식은 도트나 잉크젯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매우 특이한 레이저프린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프린터 자체에는 폰트도 전혀 들어있지 않고 다양한 제어기능에 대한 회로도 없이 단순히 찍기만 해주는, 즉 출력의 핵심부품인 엔진과 매우 간단한 제어기능만 있는 제품이 그것이다. 그 나머지 폰트나 제어에 대한 기능은 컴퓨터 본체측에서 하드웨어적으로, 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력 속도에는 큰 손실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제품들이 아직은 안정성면에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지금까지 테스트해 본 제품중 하나도 만족할 만한 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와 반대로, 어떤 레이저프린터는 영어문화권의 레이저프린터가 프린터 자체에 다양한 폰트를 설치하는 것을 흉내내 상당히 많은 수의 한글폰트를 내장한 것도 있다. 하지만 영문과 달리 한글폰트는 대단히 많은 양의 메모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어쩌면 제품가격만 올려놓는 낭비인지도 모른다.
다기능의 '괴물' 프린터들
프린터중에는 앞서 말한 '엔진만 있고 대부분의 제어를 PC본체쪽에 의지하는' 독특한 레이저프린터 뿐만 아니라 레이저프린터의 고유한 기능은 물론 팩시밀리 스캐너, 그리고 복사기 기능까지 통합된 제품도 있다. 심지어 키보드까지 붙일 수 있는 제품도 있는데, 이러한 물건을 '다기능 프린터' 또는 '하이드라(Hydra) 프린터'라고 부른다. 각각의 장비들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고안된 제품일 것이다.
개중엔 네 가지 일은 커녕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할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팩시밀리 기능 정도가 추가되는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으며, 기존의 제품에 부가장비로 장착하는 것이 요즘 추세이기도 하다.
프린터는 전자적인 부분보다 기계적인 요소가 더 많다. 따라서 사용자의 부주의를 포함한 이유 등으로 고장이 날 확률이 디른 어떤 컴퓨터 장비보다 크다. 따라서 제품자체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하고, 혹 있을지도 모르는 고장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해줄 수 있는 업체 신뢰도도 무시못할 부분이다.
가전제품과 달리 컴퓨터 장비 제조업체중에는 수명이 길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OEM 방식을 통한 유통회사에서 판매한 경우라면 그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유명회사 제품이 무조건 좋다는 논리는 결코 아니다. 다만 '기계'는 오래 쓸 수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