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양성자-반양성자를 충돌시킨 후의 입자궤적^ 왼쪽은 오른쪽 직사각형을 확대한 것이다.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CDF그룹은 10억번의 충돌실험 끝에 톱쿼크일 가능성이 높은 10번의 증거를 포착했다. 지난 17년동안 입자물리학자들이 찾아 헤매던 마지막 남은 소립자 톱쿼크는 과연 발견될 것인가. 앞으로의 연구성과를 주목해본다.

자연에 네가지의 힘, 즉 중력 전자기력 강력(强力) 약력(弱力)이 존재한다고 알려진 이래 이들 힘을 동일한 상호작용의 다른 표현으로 묘사하려는 이론적인 시도가 있어 왔다. 1967년 미국의 와인버그와 파키스탄의 살람에 의해 전자기적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을 통일하는 이론이 성공적으로 제시되고(19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그 후 강한 상호작용을 포함시켜 세개 힘의 포괄적인 묘사가 이루어져 이를 표준모형(The Standard Model)이라 부른다. 이 모형은 어떠한 입자의 상호작용에 관한 물리적 현상도 임의의 정확도를 가지고 계산되어 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험적인 엄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6종의 쿼크와 6종의 경입자

이 모형은 물질을 이루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근본적인 입자로서 6종의 경입자와 6종의 쿼크, 그리고 이들 각각에 대응되는 반(反)입자들을 바탕으로 이들의 상호작용이 힘의 종류에 따라 보존이라 불리는 입자들에(전자기력은 광자(빛), 약력은 ${W}^{+}$ ${W}^{-}$ ${Z}^{0}$, 그리고 강력은 8개의 글루온) 의해 매개되어 진다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6종의 경입자로서는 전기적으로 -le로 하전된 원자 내의 핵주위를 도는 전자가 있으며, 전자와 모든 물리적 성질이 같고 오직 질량이 각각 약 2백7배, 3천5백배 무거운 뮤온, 그리고 타우라 불리우는 입자와 이들 각각과 물리적 대칭성을 갖고 쌍을 이루는 전기적으로 중성이고 질량이 거의 없는 전자중성미자 뮤온중성미자 그리고 타우중성미자가 차례로 있다.

6종의 쿼크로서는 전기적으로 +(2/3)e로 하전된 업(up,u) 참(charm,c) 톱(top,t)이 있고 이들과 각각 쌍을 이루는 -(1/3)e로 하전된 다운(down,d), 스트레인지(strange,s)와 바텀(bottom,b) 쿼크가 차례로 있다. 다시 말하면 u쿼크가 있으면 반드시 그 대응자로서 d쿼크가 존재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b쿼크가 있으면 t쿼크가 있어야 한다고 표준모형은 제시하고 있다.

원자핵 내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발견된 이래 1960년까지 이들과 유사하나 이들보다 질량이 큰 많은 입자가 발견되어 물리학자들은 근본적으로 이들 많은 입자들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미국의 겔만과 츠바이크는 이들이 기본입자가 아니고 쿼크라고 불리는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제안했다. 예로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세개의 쿼크, 즉 uud와 udd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쿼크에 의한 묘사로 그때까지 발견된 무거운 입자들의 설명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를 기본입자로 중력을 제외한 세개의 힘을 통일시켜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CDF의 세부모습^ 오각형 모양의 에너지 검출기가 원주위를 돌아가면서 설치돼 있다.


쿼크는 노벨상의 보고

이로부터 기본입자를 찾는 실험이 계속되어 왔는데 1970년대는 기본입자 발견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만큼 여러 종의 입자가 발견되었다. 우선 1972년에 c쿼크의 발견이 미국의 부룩헤븐 연구소와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이루어졌고(두 실험그룹의 대표인 미국의 팅과 리히터는 1976년 노벨상 공동수상) 3년 뒤 다시 스탠퍼드가속기연구소에서 하전된 가장 무거운 경입자인 타우입자가 발견되었다.

1977년에는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의 b쿼크의 발견으로(이 실험의 대표인 미국의 레더만은 중성미자의 발견으로 1988년 노벨상 수상) 모두 5종의 쿼크가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매우 가벼운 u쿼크와 d쿼크의 질량은 약 3억1천eV이고 s쿼크는 약 5억, c쿼크는 약 15억, 그리고 b쿼크는 약 50억eV로서 s쿼크부터 무거운 순서에 따라 약 3배씩 질량이 배가되는 규칙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b쿼크의 발견 당시는 이로부터 t쿼크의 질량을 추산, 약 1백50억eV가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 t쿼크는 최근까지 발견되지 못하고, b쿼크가 발견된 이래 지난 17년 동안 수많은 실험이 이루어졌다. t쿼크 질량의 하한선이 발표돼 금년초 t쿼크가 존재한다면 그 질량은 1천3백10억eV보다 커야한다는 것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의 테바트론 가속기를 이용한 CDF 실험그룹에 의해 처음으로 t쿼크의 증거가 포착된 것이다. 질량은 실험적으로 측정되어지는 양으로 표준모형에 의한 t쿼크질량의 이론적 예견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이론내의 알려지지 않은 물리적 변수 때문이다.

매우 큰 질량의 입자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충돌시키는 입자들의 에너지가 그러한 입자를 생성해낼 수 있도록 커야한다. 이 입자를 발견할 확률은 이미 관측된 물리현상에 비해 대단히 작기 때문에 발견을 위한 사건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충분한 양의 데이터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페르미연구소는 1968년에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2천억eV의 양성자빔(beam) 가속기의 작동을 시작했고, 1979년에는 원둘레가 약6.4km의 원형가속기로서 테바트론(Tevatron)이라 불리는 초전도가속기를 설치해 양성자빔의 에너지를 8천억eV까지 늘렸다. 이어서 1980년 초에 반양성자빔을 만드는 기계가 설치되어 양성자와 반양성자빔이 같은 링(ring)에서 반대 방향으로 가속된다. 현재 각각의 빔이 9천억eV까지 가속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의 양성자-반양성자 가속기다. 이렇게 매우 높은 에너지까지 가속된 양성자-반양성자들은 정해진 충돌지점에서 초당 약 6만번 충돌을 하게 돼 충돌 후의 여러 물리적 현상이 관측되는 것이다.

충돌이 일어난 후의 여러 물리현상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검출기가 필요하다. 이는 충돌 후의 결과를 빠짐없이 검출하기 위한 기기이다. CDF라 불리는 검출기는 높이가 약 10m, 반경이 약 2m로 약 10만개의 입자검출기로 구성된 실린더형이다. 무게는 약 4천5백t. 그 중앙으로 빔파이프가 지나가 검출기의 중앙지점에서 양성자-반양성자의 충돌이 일어나도록 되어 있다.

여태까지 실험을 통하여 발견된 쿼크로 구성된 입자들은 대부분이 불안정하여 생성되자 마자 곧 다른 입자로 한번, 또는 여러 차례 붕괴돼 상대적으로 안정된 입자로 변한다. 우리가 관측하는 입자들은 바로 이러한 안정된 입자들이다. 이들이 전자 양전자 뮤온 광자 중성미자 쿼크다.

이중 쿼크는 검출기에서 제트(jet)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중성미자는 약력에 의해서만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아 검출기에 검출되지 않는다. 충돌로부터 생성되는 불안정한 입자들은, 붕괴 후의 안정한 입자들의 궤적, 운동량, 에너지, 그리고 위치 등을 검출기로부터 알아내 그 물리 현상을 관측한다.

t쿼크의 생성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다른 여러 물리 현상과 마찬가지로 t쿼크가 생성되었을 때의 현상이 다른 현상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양성자와 반양성자가 충돌하면 t쿼크와 반(反)t쿼크의 쌍($\overline{tt}$)이 생성된다. 이들은 매우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급속하게 다른 입자인 약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W 보존의 쌍(${W}^{+}$ ${W}^{-}$)과 b쿼크의 쌍($\overline{bb}$)으로 붕괴된다. 이 W보존은 또다시 급속하게 붕괴해 쿼크들이나 경입자 쌍, 예를 들면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또는 뮤온과 뮤온중성미자로 변한다.

DCF의 물리학자들은 크게 두가지의 붕괴형태를 이용해 관측했다. 첫째는 t쿼크로 부터 붕괴된 두개의 W보존이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또는 뮤온과 뮤온중성미자 등의 경입자 쌍으로 붕괴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t쿼크로부터 붕괴된 두개의 W보존 중에 하나가 전자와 전자중성미자 또는 뮤온과 뮤온중성미자로 붕괴하고 또 다른 W보존이 쿼크 쌍으로 붕괴하는 경우이다.

또 다른 붕괴형태인 타우입자와 타우중성미자로의 붕괴나 두개의 W보존이 모두 쿼크로 붕괴되는 경우는 t쿼크 붕괴를 닮은 다른 배경사건과 구별이 매우 어려워 이들은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위의 관측 가능한 붕괴형태에서도 배경사건이 있으나 여러 데이터분석 방법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이 두가지 붕괴형태 중에 에너지보존 법칙을 이용해 질량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은 두번째 경우. 첫번째의 경우 검출기에 검출이 되지 않는 중성미자가 두개 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 붕괴로부터의 질량 재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림) 실험으로 확인한 톰쿼크의 질량


10억번 실험에서 10번

지난 92년 8월에서 93년 6월까지의 실험을 통해서 12개의 t쿼크 생성으로 기인되는 사건이 발견됐는데 이 중 질량의 재구성이 가능한 사건의 개수는 7개였다. 이로부터 실험적으로 계산된 t쿼크의 질량은 약 1천7백40억eV에 불확실성(에러)이 1백70억eV다.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에서 양성자와 반양성자 충돌이 약 10억번 일어나 10여번의 t쿼크가 생성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선택된 데이터가 실지의 t쿼크의 생성인지를 시험하기 위해 CDF 물리학자들이 관찰된 모든 사건들의 배경을 확률로 계산했는데 결과는 t쿼크일 확률이 99.75%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확신되기 전에 배경사건의 통계적요동 확률은 좀더 정확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는 CDF 그룹이 't쿼크의 발견'이라는 말 대신에 '증거 포착'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CDF 그룹의 데이터 획득을 위한 또다른 실험이 작년 11월에 시작되어 15개월 동안 실험이 계속된다. 따라서 데이터는 5배 이상 늘어나, 질량 에러가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까운 시일에 물리학자들은 그 새로운 입자(t쿼크)의 물리적 성질들을 측정하게 될 것이다. t쿼크의 질량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연구과정을 통해 질량이 매우 큰 소립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취득하는가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향후 10년간, 이 연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내는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CDF란?

CDF는 Collider Detector at Fermilab의 약자로서 페르미연구소의 검출기를 의미한다. 이를 갖고 실험을 하는 그룹을 CDF 그룹이라 칭한다. CDF 그룹은 미국 일본 그리고 이탈리아팀이 주축이 되어 지난 87년 처음 실험을 시작한 이래, 입자물리에 관계되는 여러 현상들을 측정하여 그동안 80여편의 논문을 낸 바 있다. 현재의 고에너지 물리 실험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그룹중의 하나이다.

현재 이 실험에 소속된 전체 물리학자는 약 3백40여명이며 그중 약 10여명의 한국인 물리학자들이 미국 각 대학 또는 연구소에 소속되어 대학원생 또는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글의 필자인 김동희교수는 CDF 그룹의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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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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