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어린이들이 서구의 어린이들보다 수학을 잘 하는 이유는 언어 체계에 기인하는 것이라는 연구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산 호세주립대학의 교육 심리학자인 아이렌 미우라 교수에 따르면 수 개념은 한국어나 중국어 일본어와 같은 동양 언어에서 더 잘 이해된다는 것.
미우라 교수를 비롯한 일군의 연구자들은 미국 프랑스, 스웨덴 출신의 어린이들과 아시아권의 어린이들에게 숫자 블록을 주고 42를 세도록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서양 어린이들은 대개 42를 하나씩 올려놓았지만 아시아 어린이들은 10개를 하나로 묶어 4개를 쌓은 다음 1개 짜리를 두개 올려놓음으로써 42를 만들었다는 것.
두 문화권이 1부터 1백까지를 어떤 방식으로 세는지 살펴보면 그의 주장은 쉽게 이해된다. 예를 들어 11을 셀 때 우리는 기본적인 수 규칙에 의해 10과 1이 합쳐진 '십일'이라고 부르는 반면 영어에서는 1과 10의 의미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일레븐'으로 불린다. 이 같은 규칙은 동양의 계산 방식이 수의 개념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특히 빼기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17-9란 문제가 있을 때 동양권 어린이들은 먼저 10에서 9를 빼 나온 수 1을 7에 더함으로써 8이란 답을 얻지만 서구권 어린이들은 10을 한 뭉치로 파악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