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장류에 속하는 젖먹이 동물이다. 영장류는 중생대 말기 약 6천3백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난 후 나타나기 시작해 약 3천5백만년 전부터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된다. 인류의 머나먼 조상은 약 2천3백만년 전 마이오세가 시작되고 영장류들이 급격히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다. 그러나 직립한 사람이 나타난 것은 4백만년 전이다.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란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왜 인간의 모습은 다른 동물들과 이렇게 서로 다른가? 더구나 인간과 가깝다는 침팬지조차도 인류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오늘날에도 우리는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다른 '인간'으로 이해하고 싶어한다.
구약성경에 나타나는 창조의 설화는 세계의 어느 민족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진흙으로 빚었다는 설화, 체로키인디인의 어부가 물고기로 만들었다는 설화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의 아들 단군의 자손이 아닌가.
오늘날 우리는 인류가 그간 이루어온 엄청난 문명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실제 인간의 모습을 동물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쉽지 않다는 것보다 인간을 동물로 이해하고 싶지 않은 욕망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진화는 하나의 가설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것은 인류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진화해 왔다면 증거는 무엇인가
생물의 진화가 다윈에 의해서 확인된 이래 많은 학자들, 비단 인류학자들뿐 아니라 의사들이나 생물학자들이 인류의 조상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리고 어떻게 하여 인류가 시작됐는가에 대해 밝히려고 노력해 왔다. 애초에 다윈은 인류가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기 위해 도구를 사용하려고 일어서서 걷게 됐으며 이것이 인류가 탄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류의 기원에 대한 생각은 그간 많은 학자들에게 인용됐고 아직도 다수의 사람들은 다윈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다윈의 생각에도 인류는 이 세상 모든 생물을 제압하는 영장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다윈의 생각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게 하는 여러가지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인류가 진화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그 증거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가? 인간은 영장류에 속하는 젖먹이동물이다. 영장류란 우리가 흔히 원숭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인데, 사실 그 형태가 대단히 다양하다. 쥐만한 것에서부터 고릴라같이 커다란 짐승들도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전세계의 아열대와 열대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들은 눈이 발달해 있고 코가 짧으며 두개골의 용적이 몸통에 비해 큰 편이다. 그리고 이빨을 포함한 뼈들이 골고루 발달해 있으며 수태기간이나 아기의 양육기간이 대단히 긴편이다.
이러한 영장류는 중생대 말기 약 6천3백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 약 3천5백만년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영장류로 나타나게 된다.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약 1백㎞ 떨어진 패윰이라는 유적에서는 에집토피테쿠스라고 부르는 고등영장류화석이 나타났는데, 이는 사람의 직접적인 조상의 계열에 들 수 있는 호미노이드(人超科)들이 나타나기 이전의 단계라고 생각되고 있다.
인류의 머나먼 조상은 약 2천3백만년 전 마이오세가 시작되고 영장류들이 급격히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마이오세의 초기 고등영장류에 속하는 두 가지 종류의 영장류가 번성했는데, 호미노이드에 속하는 고등영장류와 구대륙원숭이가 이에 속한다.
사람은 호미노이드의 한 종류인데, 마이오세의 초기에는 프로콘슬이라고 부르는 작은 개만한 크기의 영장류가 크게 번성했다. 이들은 숲에서 살고 있었으며 숲 바깥쪽의 사바나 초원지대에서는 구대륙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이 프로콘슬은 마이오세의 중엽에 들어서면서 몇가지 형태의 호미노이드로 진화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는 드리오피테쿠스, 시바피테쿠스, 라마피테쿠스 그리고 기간토피테쿠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중 몇몇은 한동안 사람의 조상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인도의 북부 시알리크지역에서 발견된 시바피테쿠스는 두개골의 형상으로 보아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는 오랑우탄의 조상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기간토피테쿠스도 인류의 조상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중국에서 발견된 예는 이미 호모가 나타나기 약 1백만년 전까지 살고 있었으며 인류 진화의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절멸된 유인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라마피테쿠스는 시몬스와 필빔이라는 인류학자에 의해 약 1천만년 전에서 1천5백만년 전의 인류의 조상으로 주장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버클리소재 캘리포니아대학의 월슨과 사리치라는 인류학자들은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들의 알부민에 있는 항체의 유전학적인 거리를 계산해 사람과 가장 가까운 유전형질(약 98.4%가 같음)을 가진 침팬지가 사람과 갈라지게 된 시간이 약 4백만년 전에서 6백만년 전으로 계산해 냈다. 그래서 라마피테쿠스가 인류의 조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미 시몬스와 필빔도 견해를 수정한 바 있다.
사람이 직립보행하게 된 이유
초기 마이오세, 즉 약 1천7백만년 전에서 마이오세의 후기로 오면서 호미노이드의 종류는 점점 줄어들게 되고 약 1천만년 전에서 5백만년 전의 기간은 거의 화석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마이오세의 중엽에는 네발로 걷거나 숲에서 매달려서 사는 등의 호미노이드들이 살고 있었지만 약 4백만년 전의 시기에는 분명 직립한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인류의 진화를 알아내는 데 소위 '잃어버린 고리 '가 되는 셈이다. 그러면 약 1천만년 전에서 5백만년 전 사이 호미노이드들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 여기에 대한 대답이야말로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즉 인류가 어떻게 시작됐는가에 대한 여러가지의 설명이 있었다. 가장 오랫동안 이용된 설명이 다윈의 설이다. 소위 '사냥이론'이나 '살인원숭이의 후예론'도 여기에 속한다. 또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다 보니까 서서 걷게 됐다는 설명이나 제라다 바분처럼 꼿꼿이 앉아서 씨앗을 먹게 돼 허리를 펴는 습관이 붙어서 직립하게 됐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인류의 조상이 사바나에 살게 되면서 사바나의 키 큰 풀 위로 멀리 보려고 자주 일어서게 됨으로써 직립보행이 이루어지게 됐다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이 직립하게 된 것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이 '러브조이 가설'이다. 러브조이는 미국 켄트대학의 인류학자인데, 여성의 성(性)이 확장되고 음식물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직립보행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이론에 따르면 직립보행은 네 발 걸음보다 운동성이나 순발력이 엄청나게 뒤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은 직립보행을 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그 손실보다 훨씬 컸기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이오세의 중기 이후 기후가 서늘해지면서 숲이 점차로 줄어들게 되자 호미노이드들은 숲에서 다른 호미노이드들과 생존경쟁을 하거나 또는 숲을 떠나 구대륙원숭이들이 살고 있는 사바나지역에서 이들과 생존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됐다. 이러한 경향은 후기가 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런데 사바나지역에서 구대륙원숭이와 경쟁하는 것은 호미노이드들로서는 힘겨운 싸움이었다. 왜냐하면 호미노이드들은 수태기간과 양육기간이 구대륙원숭이들보다 약 2배나 길어서 자손의 번식에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환경에 대한 적응과정에 강점이 없다면 저절로 절멸하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어미가 혼자서 새끼를 키우는 경우 2마리를 키운다면 호미노이드들은 약 21년이 걸리는데, 구대륙원숭이는 약 9년정도가 걸렸던 것이다.
이렇게 어미가 혼자서 키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영장류 집단에서 남성은 대개 아기의 양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이 혼자서 아기를 업고 다니면서 음식물을 채집하지 않으면 안됐다.
그런데 호미노이드들 중에서 인류의 조상은 남성이 반복적으로 여성에게 돌아오게 함으로써 남성의 에너지를 아기의 양육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게 됐다. 여성이 한자리에 머물면서 여러 명의 아기를 한꺼번에 돌볼 수 있는 체계가 이루어진 것이다. 반복적으로 남성을 찾아오게 하는 방안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성을 제공했다. 그러자 남성은 음식을 여성과 자식이 있는 곳으로 운반해야 했는데, 음식물의 장거리운반을 위해서는 직립보행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설명에 대한 증거로 사람은 다른 영장류와 달리 발정기가 없고 일년중 어느 때나 성생활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어떠한 영장류보다 남녀 관계가 강하며 사회내에서 음식물을 분배하는 성격이 강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유전적인 변화가 있는 과정에서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며 인류의 조상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
침팬지 구대륙 원숭이한테 패해 직립 못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아파렌시스의 화석은 약 4백 10만년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파렌시스 두개골의 모습은 거의 침팬지와 흡사하다. 두개골의 용적, 코와 입이 있는 얼굴 전면의 모습, 그리고 송곳니와 앞니 사이에 있는 다이아스티마라는 틈새도 침팬지와 같다. 그러나 에티오피아의 아와시 계곡에서 발견된 '루시'의 엉치나 다리뼈를 보면 이들은 분명히 직립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의 직립 흔적은 탄자니아의 래이톨리유적의 아파렌시스의 발자국에서도 분명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직립보행을 한 덕분에 자손양육에 투여된 어미와 '아비'의 에너지가 커질 수 있었고 그 대가로 자손을 번성시켜 오늘날의 인류가 있게 했다. 반면에 똑같은 두개골모양의 침팬지는 너클워킹, 즉 주먹 쥐고 네 발로 걸으면서 결국 사바나에서 구대륙원숭이와의 경쟁에서 밀려 열대우림지역에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