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은 무릇 대개의 오락이 그렇듯이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 대해 상반된 극단적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잘 찾아보면 지능개발에 도움을 주는 게임도 적지 않다.
4배만대 보급을 눈 앞에서 둔 개인용컴퓨터(PC). 이 PC는 아마도 대부분 문서를 작성하거나 도표 그리기, 계산 등의 목적에 주로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PC는 단지 비즈니스 분야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어보거나 또는 자신이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즐기는 프로그래밍,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컴퓨터 게임은 나이를 불문하고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의 하나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수십억원 투입해 제작하기도
1958년 미국 윌리 히긴보섬이 세계 최초로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 이래 컴퓨터 게임은 엄청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영화 못지 않게 뛰어난 화면과 음악, 그리고 음성을 창출해내고 있다. 또 영화 '스타워즈'를 게임으로 만든 '스타워즈 엑스-윙(Star Wars X-Wing)'이나 CD-ROM 게임 '스타워즈 저항군의 역습(Star Wars Rebel Assault)'처럼 게임 제작에 영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해,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 많게는 수 억원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러한 컴퓨터 게임은 보통 단지 쏘고 부수는 이른바 '뿅뿅'류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도 문학이 소설이나 시, 수필 등으로 나누어진 것처럼 엄연히 장르가 구분돼 있다.
컴퓨터 게임은 크게 4대 장르로 구분된다. 롤플레잉(Role Playing Game:RPG)과 어드벤처(Adventure), 시뮬레이션(Simulation), 아케이드(Arcade)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이 밖에 테니스 골프 축구 등 각종 스포츠를 다룬 스포츠 게임,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 게임, 체스 등을 그린 보드 게임을 별도의 장르로 구분하기도 하며 아케이드는 다시 액션과 슈팅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가운데 퍼즐 게임과 보드 게임은 상당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며 최근의 골프 게임은 풍향, 풍량, 그린의 잔디나 기복 등이 정확히 재현되어 있어 마치 골프장에서 실제 골프를 치는 듯한 감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역할(Role)을 연출(Play)한다는 뜻의 롤플레잉 게임은 다양한 모험을 그 특징으로 하며 주로 영웅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게임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처음에는 약하게 설정돼 있으며 적을 물리치고 경험치를 높이거나, 수수께끼를 해결함으로써 강한 공격 무기나 방어 장비를 얻어 캐릭터를 성장시켜 간다는 데에 즐거움이 있다. '울티마(Ultima) 시리즈', '마이트와 매직(Might & Magic)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어드벤처 게임은 상대방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힌트를 얻거나 숨겨진 아이템 등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롤플레잉 게임과는 달리 무기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시나리오를 중요시해 일명' 전자소설'로도 불린다. 어드벤처 게임에는 시에라 온라인(Sierra On-Line:미국의 대표적인 어드벤처 게임 제작사) 방식과 루카스 아츠(Lucas Arts:미국의 게임 제작사로,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운영하고 있다) 방식이 있다. 전자는 아이콘(그림 문자)이 손 눈 등의 그림으로 표시돼 있고 후자는 Look, Open 등 문자로 되어 있다. '킹스 퀘스트(King's Quest) 시리즈', '매니악 맨션(Maniac Mansion) 시리즈'가 대표적인 어드벤처게임으로 분류된다.
다양한 전술과 전력을 특징으로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시 전략 시뮬레이션과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구분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사용자가 역사상 유명 인물이나 장군이 돼 세력을 키우고 영토를 늘려나가는 게임으로 통찰력과 판단력이 요구된다. '삼국지(三國志)'나 '대명영웅전(大明英雄傳)' 등이 대표적이다.
비행 시뮬레이션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최신예 전투기나 복엽기와 같은 구식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파일럿이 돼 설정된 적 전투기나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다. 바로 컴퓨터로 영화 '탑건'과 같은 체험을 느낄 수 있다 하겠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Flight Simulator)'처럼 전투기가 아닌 경비행기를 몰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순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다. 전투기나 비행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본격적인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PC에서만 즐길 수 있으며, 실제로 보기 어려운 전투기의 내부 구조와 작동 방법 등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최근에 등장한 '심시티 2000(SimCity 2000)'과 같이 철도나 도로, 건물 등을 세워 그 지역을 개발하는 미래의 도시행정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다. 이 게임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유명한 '인베이더(Invader)'를 시작으로 한 아케이드 게임은 컴퓨터 게임의 전통적인 분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이나 오락실 게임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퍼즐처럼 그다지 사고력을 요구하지 않고 또 복잡한 규칙도 없어 쉽게 즐길 수 있다. 대신 이 게임은 박진감 넘치는 빠른 화면 전개를 쫓아갈 빠른 손놀림과 반사신경을 필요로 한다. 93년 하반기에 등장해 커다란 히트를 기록한 '페르시아 왕자2(Prince of Persia : The Shadow and The Flame)'와 '삼국지 무장쟁패(三國志 武將爭覇)'가 대표적이다.
부모가 선택해줘야 안전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우선 자신에게 알맞는 게임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PC가 286인지 386 이상인지와 장착된 램(RAM)의 용량, 하드디스크 용량. 3.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 장착 여부, 사운드 카드 장착 여부 등을 알아야 한다. 최근의 게임들은 음성을 제공하고 있어 사운드 블래스터 등의 사운드 카드를 장착하면 스피커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재 매달 20여 종류의 새로운 게임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는 386 이상에서만 사용 가능한 게임도 있고, 3.5인치 디스켓으로 공급되는 제품도 있다. 또 '스트라이크 코맨더(Strike Commander)'나 '코만치(Commanche)'처럼 4MB 이상의 램을 요구하는 게임도 있다. 용량은 20MB 정도는 보통이며 50MB를 넘는 게임도 있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PC의 하드디스크 용량도 참고로 해야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제품을 구입하면 아예 실행조차 할 수 없는 낭패를 보게 된다.
게임을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또 하나는 아이들에게만 구입을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당연히 부모가 함께 나가 여러가지 게임을 살펴본 후 구입한 것이 좋다. 컴퓨터를 모르는 부모들은 미리 겁을 먹고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기 십상이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패키지 표면에 쓰여있는 문구나 화면 사진을 보면 그 게임의 성격을 알 수가 있다.
게임 가운데는 '에코퀘스트 : 고래왕 세터스를 찾아서(EcoQuest:Search for The Cetus)'나 '잃어버린 숲속의 비밀을 찾아서(Lost Secret of the Rain Forest)'처럼 각종 오염으로 신음하는 심각한 지구의 환경 오염을 일깨워 주는 게임도 있고, 또 '환상의 만화세계(Sid & Ais Incredible Toons)'나 콜린의 위기 일발(One Step Beyond)', '하드볼 III(Hard Ball III)' 처럼 상당한 사고력을 요구하는 게임도 있다. 이들 게임은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손색없다.
가급적이면 한글로 된 게임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특히 어드벤처나 롤플레잉 게임은 거의 모두 영어로 된 대화로 이루어져 있어 영어 해독력이 부족한 국민학생이나 중학생은 제대로 게임을 풀어나가기가 힘에 부친다. 자막이 한글로 나오는 게임으로는 '대명영웅전'을 비롯한 '키란디아의 전설(The Legend of Kyrandia)' '삼국지 II', '동방불패 I' '료제지이 유곡전기(聊濟誌異 幽谷傳寄)' '프린세스 메이커(Princess Maker) I' '홍길동전' '작은마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국민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은 아케이드 게임을 선호하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이상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찾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좀더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설명서를 읽어라
무릇 모든 프로그램이 다 그렇지만 게임을 구입하면 가장 먼저 설명서를 충실히 읽어 보아야 한다. 무턱대고 게임을 실행시킬 것이 아니라, 설명서에 적혀 있는 키보드 사용 방법이나 게임의 줄거리 등을 꼼꼼히 읽어보면 게임의 재미를 배로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태평양의 에이스(Aces of Pacific)'나 '팰콘(Falcon) 3.0', '스타워즈 엑스-윙'과 같은 게임은 매뉴얼이 잘 돼 있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의 전사(戰史)나 각종 비행기나 무기의 제원 및 특징 스타워즈에 얽힌 이야기 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비행 시뮬레이션은 거의 모든 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우선적으로 키보드를 정확히 익혀야 하며 복잡한 계기반도 정확히 볼줄 알아야 한다.
어떠한 놀이든 혼자하기 보다는 둘이나 셋이서 하는 것이 보다 더 재미있을 것이다. 컴퓨터 게임은 비록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놀이이지만, 친구나 가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풀어나간다면 재미있고 쉽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또 PC 게임을 다루는 잡지를 참고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단, 이 경우는 너무 분석에만 의존하지 않는 편이 좋다. 지나치게 분석에 의존하면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분석에 적힌 대로 따라가는 것에 지나지 않아 게임의 참맛을 잃기 십상이다. 해결 방법이 정해져 있는 어드벤처의 경우는 특히 그러하다.
이들 게임은 SKC나 동서게임채널, 지관(유), 소프트네트의 대리점을 통하거나 가까운 동네에 있는 컴퓨터 가게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아케이드와 스포츠 게임의 경우 5천원-1만 5천원 정도며, 어드벤처나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은 2만원-3만 5천원 정도. 개중에는 4만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컴퓨터 게임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함께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서울대 신문학과 박명진 교수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컴퓨터 게임이 예측 능력, 조직 및 통합 능력 등의 인지적 능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과, 미래 언어 가운데 하나인 영상언어 체계의 습득을 꼽았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중독적인 습관성과 폭력적 장면으로 인한 공격성, 대부분 혼자서 즐기기 때문에 발생하기 쉬운 사회적 고립성 등을 들었다.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교수는 아이들에게 통제력을 키워주는 한편, 적어도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권장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할 것을 권한다.
교육적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게임으로는 '카멘 샌디에고(Carmen Sandiego) 시리즈'와 '심앤트(SimAnt)', '심팜(SimFarm)' '잃어버린 숲 속의 비밀을 찾아서' '페퍼의 시간여행(Pepper's Adventure in Time)', '슬레이터와 챨리의 캠핑 떠나기(Slater & Charlie Go Camping)'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카멘샌디에고 시리즈'와 '심앤트', '심팜' 등은 수준이 높아 아이들이 혼자 하기에는 벅찬 느낌이 있다.
교육효과 높은 게임도 다수
최근에는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도 상당수 등장했다. 이들 게임들은 비록 직접적으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생각을 요구하므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레밍즈 시리즈'를 비롯한 '콜린의 위기일발', '푸시 오버(Push Over)', '크리퍼스', '범피의 환상 아케이드(Bumpy's Arcade Fantasy)', '환상의 만화세계' 등이 있다. 이들 프로그램의 가격은 7천원-2만 9천원이다.
한편 작년 국내에서 가장 커다란 인기를 누린 게임으로는 '스타워즈 엑스-윙'을 비롯한 '페르시아의 왕자 2' '삼국지 무장쟁패' '스트리트 카운트' '스트라이크 코맨더' '코만치' 'F-15 스트라이크 이글 III' '동방불패 I' '고인돌(Prehistorik) 2' '하드볼 III' '삼국연의(三國演義) 한글판' 그날이 오면 3'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장르별로 살펴보면 시뮬레이션과 아케이드가 각각 5종류를 차지해 주류를 이루었다. 이 가운데 특히 하반기에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와 같은 격투기형 아케이드 게임인 '삼국지 무장쟁패'는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작년 국내에서 판매된 게임은 대략 2백60여 종류로, 이는 월 평균 20종류 이상의 제품이 등장한 셈이다. 장르별로는 아케이드와 시뮬레이션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가격별로는 1만원-3만원 미만의 제품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92년도에 1만5천원 미만의 제품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작년도 게임 가격이 상당폭 올랐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