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치 f수 5인 망원경과 6인치 f수 8인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 어느 망원경에서 밝은 상태의 천체를 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6인치가 빛을 많이 모을 수 있으니까 밝게 보이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f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는 4인치가 5인치보다 f수가 작기 때문에 밝게 보인다.
f수=렌즈의 초점길이/렌즈의 지름
f수는 렌즈의 초점길이를 렌즈의 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길이를 표현하는 단위와 지름을 표현하는 단위가 같으므로 f수의 단위는 없고 단지 숫자로만 표현된다. 카메라의 렌즈 안쪽에 표시된 1.4 2 2.8 4 5.6… 이라는 숫자도 f수를 나타내는 값이다. 지금부터 표현하는 4인치 망원경은 f수가 5이지만 6인치 망원경은 f수 8인 것을 일컫는다.
이 두망원경을 비교하기 전에 카메라에 표시된 f수를 바꾼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터 알아보자. 보통 말하는 표준렌즈는 초점거리가 50mm이고 렌즈의 지름이 35mm이다. 그러므로 f수는 (50mm/35mm) 1.4가 된다. 카메라에서 f수를 변화시켜도 사진 찍히는 대상의 크기가 변하지 않으므로 초점거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위의 공식에서 f수가 2나 4정도로 커지기 위해서는 렌즈의 지름을 줄여야 한다.
렌즈를 작은 것으로 바꿔 끼우지 못하므로 조리개를 이용하여 빛을 차단함으로써 렌즈의 지름을 줄인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f수가 커진 것은 실제 렌즈의 지름이 작아진 것과 같은 효과다. 렌즈는 지름이 클수록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는데, 렌즈의 지름이 작아졌으므로 f수가 작을 때보다 어두워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f수를 크게 하면 빛의 양을 많이 축적하기 위해 노출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망원경으로 돌아가서 4인치 망원경과 6인치 망원경을 자세히 비교해 보도록 하자. 4인치 망원경은 초점길이가 5백mm이고 6인치 망원경은 초점길이가 1천2백mm이므로 직초점 방식으로 보름달 사진을 찍게 되면 각각 5mm와 12mm의 지름을 가진 보름달이 필름면에 나타나게 된다.
보름달 사진에서 필름 전체에 들어온 달빛의 양은(주경의 크기와 관련) 6인치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이 2.3배 정도 많지만, 보름달상에서 같은 면적에 들어온 빛의 양은(f수와 관련) 4인치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이 2.6배 가량 많다. 실제로 4인치 망원경으로 보름달 사진을 찍을 때 더 짧은 노출을 주어야 한다.
좀더 여러가지의 경우를 살펴보자.
1. 주경의 크기가 같고 초점길이가 다른 경우
2. 초점길이가 같고 주경의 크기가 다른 경우
3. 주경의 크기는 다르지만 f수가 같은 경우
첫번째의 경우 렌즈의 지름은 같으므로 초점길이가 긴 것의 f수가 크고 초점길이가 작은 망원경은 상대적으로 f수가 작다. 렌즈의 지름이 같으므로 들어오는 빛의 절대적 양은 같다. 그러나 f수가 큰 망원경은 초점길이가 길기 때문에 망원경에 의해 생기는 상의 크기가 커진다. 같은 양의 빛이 큰 면적에 분산되므로 f수가 큰 망원경이 만드는 상의 빛 밀도는 f수가 작은 것에 비해 작다. 빛의 밀도비의 차를 가지고 우리는 어둡다 밝다고 판단하므로 구경이 같은 망원경에서 f수가 큰 망원경이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인다.
두번째의 경우 초점길이가 같으므로 주경의 크기가 큰 것이 f수가 작고 주경의 크기가 작은 것이 f수가 크다. 두망원경이 만드는 상의 크기는 같지만, 주경의 크기가 달라 들어오는 빛의 양이 주경이 큰 것이 크다. 즉 f수가 작은 것이 빛의 밀도비가 커서 밝다.
세번째의 경우 f수가 같으므로 주경이 큰 것은 주경이 작은 망원경보다 그만큼 초점길이가 길다. 그러므로 주경이 크므로 인해 많은 양의 빛을 받아들였지만 초점길이가 길어 상의 크기가 커진다. 따라서 실제 빛의 밀도비는 주경이 작은 망원경과 같게 되어 두망원경은 같은 밝기이다.
지금까지 f수를 자세히 설명한 이유는 망원경 선택에 있어서 f수가 망원경의 크기 못지 않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망원경 하나를 갖고 아마추어 천문의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자기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망원경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야외에서 성운 성단 은하 등을 관측하는데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옥상이나 베란다에 설치해 놓고 이중성과 행성 등 태양계의 천체들을 관측하는데 주로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망원경의 선택은 달라진다.
전자의 경우 관측 대상들의 표면 밝기가 낮으므로 f수가 작은 망원경을, 후자의 경우 f수가 큰 망원경을 선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은하와 같이 먼 하늘 물체들의 경우 시직경은 큰 반면 표면 밝기가 낮으므로 밝게 볼 수 있는 망원경(f수가 작은 것)이 필요하고, 행성이나 이중성의 경우는 표면 밝기는 높은 반면 시직경이 작으므로 밝게 볼 수 있는 망원경보다는 많은 확대를 할 수 있도록 초점 길이가 긴 망원경(f수가 크다)이 필요하다.
즉 먼하늘 물체의 관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을 얼마나 밝게 해주느냐이고 행성이나 이중성 관측에서 중요한 것은 상이 일그러지지 않게 얼마나 많은 확대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보통 망원경 제작에 있어서 같은 구경일 때 f수가 큰 것일수록 만들기 쉽고 렌즈의 정밀도도 크게 만들 수 있으므로 f수에 따라 가격 차이도 많이 난다.
결론적으로 망원경 선택에 있어서 렌즈나 주경은 크기가 큰 것일수록 좋지만 그 망원경의 f수는 자기의 관측 대상에 따라 적절하게 결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