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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립자가 소용돌이 친다

원자핵 속의 작은 세상

지난번에는 원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이란 새로운 이론을 알아보았다. 그 이론의 특징은 원자 속의 전자가 운동을 할 때 그 운동량 P=mv(여기서 m은 전자의 질량이고 v는 속도이다)와 위치 X를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 P와 X값의 확률이 주어지고 P와 X의 불확실성인 △P와 △X의 곱은 △X·△P=h라는 관계로 묶여져 있다는 것이다. 즉 △X=O이면 △P⇒∞가 되고 따라서 전자의 위치가 확실할 때는 운동량 P는 전연 짐작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이젠베르크’(Heisenberg)의 불확정성원리로 알려진 이 기본 원리는 물론 원자핵 속의 작은 세상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위치와 운동량 뿐만 아니라 다른 양(量)들 사이에도 성립한다. 그 하나의 예로서 시간과 에너지 사이에도 △t·△E=h(여기서△t는 시간의 변동 범위 혹은 불확실성이고 △E는 에너지의 불확실성이다)라는 불확정 관계가 성립한다.

원자핵 속을 지배하는 새로운 힘

1930년대에 이르러 물리학자들은 원자 핵 속에 들어있는 중성자나 양성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힘은 전기적인 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헬륨 원자핵은 두개의 양성자와 두개의 중성자로 되어 있다. 또 그 크기는 ${10}^{-13}$cm(1억분의 1의 10만분의 1cm)정도인 것도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개의 양성자는 같은 부호의 전하를 가지고 있으므로 쿨롱의 법칙에 따라 서로 밀어내고있고 그 힘은 대단히 크다. 따라서 원자핵은 못 견디고 폭발하고말 것이다. 이 큰 전기적으로 밀치는 힘을 이겨내고 두개의 양성자를 ${10}^{-13}$cm 거리에 묶어 두는 새로운 힘이 있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 힘을 핵력(核力) 혹은 강력(强力)이라고 한다.

힘은 질량곱하기 가속도 즉 F=ma(m은 질량 a는 가속도)이고 따라서 질량곱하기 속도 즉 운동량P가 변하면 힘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 전기를 띤 양성자가 가는 도중 광자(빛의 알갱이)를 발사하면(그림참조) 양성자의 진로가 바뀌어져①에서②로 진행하게 된다. 이는 마치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공을 던지면 그 반동으로 지쳐나가던 진로가 바뀌는 것과 흡사한 현상이다.
 

전기를 띠는 양성자


두개의 양성자 P₁과 P₂가 서로 광자를 교환할 때는 다음 그림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즉 ①에서 출발한 양성자는 A에서 광자를 발사하여 ②로 가고, ③에서 출발한 양성자 P₂는 B에서 광자를 받고 ④로 간다. 이때 A와 B에서 두 양성자는 힘을 받았고 우리들은 이것을 서로 밀어내는 전기적인 힘이라고 한다.
 

두개의 양성자


‘유가와’의 π중간자

이렇게 광자의 교환이 전기적인 힘을 교환하는 것이라면 핵력을 전달하는 어떤알갱이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1932년 일본의 교토 대학에 다니던 젊은 대학원 학생인 ‘유가와’(湯川)교수의 머리속을 스쳐갔다. ‘유가와’는 그러한 알갱이 혹은 소립자(素粒子)를 ‘중간자’라고 이름짓고 그 질량을 다음과 같이 예언하였다. 핵의 크기는 ${10}^{-13}$cm 정도이므로 두개의 양성자가 그 속에 묶여있을 때 중간자가 한 양성자로부터 나와서 다른 양성자까지 가서 흡수될 때까지 그 위치 X의 불확실성 △X는 핵의 크기 정도이다. 따라서 이 중간자가 빛의 속도(실제로 빛의 속도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이므로 중간자의 속도는 빛의 속도 C보다는 작아야 한다)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면(그림참조) A에서 생성되어 B에서 흡수될 때까지 시간 △t는 약$\frac{ΔX}{C}=\frac{{10}^{-13}cm}{30만km/sec}$ 일 것 것이다. 따라서 △t·△E=h인 불확정성 원리를 적용하면
△E=mc²=$\frac{C·h}{△X}$ (E=mc²인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식을 중간에서 사용하면)가 된다. 따라서 중간자의 질량 m은 m=$\frac{h}{C·△X}$이며 플랑크 상수 h의 값인 6.6X${10}^{-27}$erg/sec와 △X(${10}^{-13}$cm), C(3×${10}^{10}$cm/sec)를 쓰면 m $\cong$2.2×${10}^{-24}$g이 된다.
 

π중간자 그림


‘유가와’박사가 예언한 이 소립자는 그 뒤에 우주선(宇宙線 : cosmic ray) 속에서 발견되었다. π중간자로 알려진 이 소립자는 오늘날에 와서는 가속기에서 일상적으로 만들어 지고있으며 암(cancer)의 치료에 응용될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물론 ‘유가와’박사는 π중간자의 질량을 포함한 여러가지 성질을 예언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영광은 훗날 π중간자가 실제로 발견된 뒤의 이야기이고 중간자 이론을 발표할 당시에는 ‘유가와’는 교수가 아니라 무급조교에 불과했다.

‘유가와’교수가 만년에 집필한 ‘나그네’(일본말 원어로는 ‘다비비도’)라는 수필집에서 그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그 당시 일본물리학계의 대부(代父)”격인 ‘니시나’(仁科方雄)교수(전자의 산란 현상을 옳바르게 처음 계산한 물리학자로서 ‘클라인─니시나’의 공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학원 학생이 되면 한번쯤 배워야 하는 공식의 창시자임) 앞에서 나의 이론을 발표할 때 나는 퍽 흥분된 상태였다. 그러나 발표를 끝냈을 때 ‘니시나’교수는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였다. 그때 ‘니시나’교수가 ‘유가와군, 퍽 훌륭한 일을 하였군! 자네는 이제 자네가 원하는 대학에서 교수가 될 수 있게 되었네’라고 격려할 때 먼 길을 헤매던 나그네가 목적하는 기착지가 보이는 산마루 위에 올라선 기분이었다”

자연의 오묘한 중층구조

‘유가와’교수의 중간자 이론은 핵물리의 본격적인 연구시대를 열어 놓았다. 1950년대에 이르러 가속기의 발달에 힘입어 원자핵 속의 구조를 더 상세하게 연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들은 자연의 오묘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원자핵을 파괴하여 그속의 구조를 보면 우리들이 알고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새로운 ‘소립자’(素粒子)들을 보게 된다. 그 종류는 수백종에 이르며 6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소립자들의 질량, 전기량 등을 수록한 ‘로젠펠트’(Rosenfelt)표로 알려진 책자가 나올 정도가 되었다.

양성자, 중성자 및 전자로서만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던 20년대의 단순한 세계관은 옛 이야기가 되었다. 원자핵 속에서는 수많은 입자가 생성과 소멸을 되풀이한다. 사실상 입자의 생성에서 소멸까지의 생명은 불과 ${10}^{-24}$초(1조분의 1의 1조분의 1초)정도 되는 것이 보통이며 원자핵의 작은 세상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이다.

소립자의 소립자는 없을까

물리학자는 자연을 이해하는데 무엇인가 간단한 법칙과 대상으로 파악하려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다시 ‘유가와’교수가 쓴 수필의 한 귀절을 인용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기차를 타고 한가한 휴가를 즐기면서 차창 밖을 무심히 내다보고 있었다. 기차길 옆을 스쳐가는 가로수, 한가하게 떠있는 뭉게구름, 멀리 보이는 산, 이러한 모든 것의 겉모양은 복잡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이에 반하여 사람이 만든것들, 차창, 지나가는 집들의 지붕, 전신주 등은 간단한 직선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무심히 깨달았을 때 오묘한 자연이란 인간이 이해하고 흉내낼 수 없는 존재려니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복잡한 곡선인들 작게 쪼개어 극히 작은 부분만 보면 역시 직선이고 곡선이란 이러한 직선들을 연결한 것이 아닌가? 복잡하고 오묘한 자연 역시 근본적으로는 직선적인 것일 때 그 직선의 결합법칙을 알아내는 것이 물리학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연의 직선과 그 법칙은 무엇일까? 복잡하고 수 많은 원자핵 속의 소립자들의 복잡한 구조를 이루는 더 근본적인 소립자는 없을까? 소립자의 소립자라고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다음호에는 이 직선에 해당하는 구조를 알아보도록 하자.

198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재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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