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물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명한 학자 오이가 1935년 지리산 자락에서 발견, 신속 신종으로 발표했던 모데미풀은 얼마 후 그곳에서 자취를 감춰버려 절멸되지 않았나 염려됐다.
환경처에서는 절멸위기에 있는 특정야생식물 1백26종을 지정 고시해 이의 채취나 이식, 반출 등을 금하도록 법제화한 바 있다. 이러한 식물을 비롯해 많은 식물들이 몰지각한 사람들의 사리(私利)에 의해 심한 수난을 당하고 있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이 1백26종의 식물 중에 약으로 남채될 것이 염려되긴 하나, 깊은 산에는 어디나 많이 나 있어 지정할 필요성이 적은 관중(貫衆), 귀화식물의 일종인 흰등심붓꽃 등을 선정한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외의 대부분은 사라졌거나 사라질 염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철저한 보호 대책이 요청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전문학자 7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 장기간의 협의와 전국적인 분포현황 조사에 의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희귀종 8백95종을 확정했는데, 이는 자생종 6종에 희귀종 1종의 비율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희귀종으로 결정된 것을 알면 이를 갖고 싶어하는 산초(山草) 재배자들의 남획이 염려돼 대외비로 하고, 전국에서 이미 절멸된 것으로 간주되는 35종만을 발표하고 이의 잔존정보를 구하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희귀종에 대한 과학적인 재검토와 특단의 보존대책이 강구돼야 하겠다.
우리나라 특산속 식물 중의 하나인 모데미 풀(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은 일본 식물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명한 학자 오이(大井次三浪)가 1935년 지리산의 한 자락인 남원군 운봉면 모데미라는 한 마을의 냇가에서 발견, 신속 신종으로 발표했던 학술 연구상 매우 가치가 큰 희귀식물이다. 그러나 얼마 후 그곳에서 자취를 감춰버려 자세한 연구도 마치기 전에 절멸되지 않았나 염려됐다.
이러한 모데미풀은 우리 학자들의 꾸준한 탐색 끝에 1968년 강원도 점봉산에서 이창복 박사에 의해 재발견된 다음 1972년 전북 덕유산에서 박만규 선생에 의해 확인됐고, 그 후 경북 충북의 소백산(정영호) 제주도(김문홍) 등지에 제한적이나마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필자는 금년 봄 강원도 대관령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병산에 있는 '대관령삼양목장'의 초지와 초지 사이 좁은 냇가에서 이를 확인했다. 이 부근에는 꽃이 아름다운 분홍바늘꽃도 자생하고 있다.
모데미풀은 낙엽수림 밑의 다소 습기가 있는 그늘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 다년생초본으로 대개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군생하는 경향이 있다. 줄기가 없으며 잎은 뿌리켠에서 모여 나는데, 긴 잎자루 끝에 완전히 3개로 갈라진 잎은 다시 2-3개로 깊게 갈라지며, 그 끝이 뾰족하다. 4-5월 아직 낙엽수의 잎이 완전히 돋아나지 않아 숲밑까지 따뜻한 봄빛이 비출 때 길이 10-20㎝의 꽃대가 나와 잎과 모양이 비슷한 포(苞) 위에 지름 2㎝ 정도의 순백색 꽃이 핀다.
다른 미나리아재비과의 식물과 같이 꽃잎처럼 보이는 흰부분은 꽃받침으로 모두 5개이며 꽃술 모양의 꽃잎도 5장이다. 수술과 씨방이 많고 꽃이 지면 방사상으로 마치 훈장을 연상시키는 열매 끝에 길이 3㎜의 암술대가 남아 있다.
이를 허가 없이 채취 또는 이식할 때는 관계 법령에 의해 엄벌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그보다 우리의 귀중한 특산 희귀식물 자원을 보호하는 마음으로 함부로 채취하거나 이식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이 식물은 성상(性狀)이 몹시 까다로워 이식하면 거의 죽는다. 이의 연구가 필요할 경우에는 5월 말이나 6월 초순에 씨를 받아 현지 환경과 비슷한 곳에 파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