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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손상부위 따라 말하기 듣기 건망증 등 언어장애 각각

(3) 언어통제의 사령탑 왼쪽대뇌피질

인간이 언어를 다루는 곳은 두뇌 중에서도 왼쪽 뇌 표면 부분의 5mm 두께밖에 되지 않는 뇌피질이다.

언어는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 언어가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날 향유하는 문화가 불가능하였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언어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5-6세 경이 되면 누구나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을 배운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이 세상의 어느 조직체 (예를 들면 사회조직체 인체조직 인공위성 등)보다 복잡한 유기적 조직체가 언어라고 한다. 각 언어마다 사용하는 말소리들이 있고, 이들 말소리들이 모여서 낱말을 만들고, 낱말들이 다시 문장을 만들고, 낱말과 문장들은 사용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를 나타낸다.

이렇게 언어의 하위 단위어들이 결합하여 상위 단위의 언어표현을 구성하는 데는 각 단계마다, 그리고 단계와 단계간의 정상적인 결합관계를 제약하는 수많은 복잡한 규칙들이 있고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이들 규칙들을 어김없이 지키고 있다. 언어의 이러한 복잡성을 인식하면 사람의 언어사용 능력은 기적에 가까운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고유의 기능, 언어를 가능케 하는 뇌

이러한 인간의 언어를 가능하게 하는 언어규칙들을 다루는 곳이 우리의 두뇌이다. 두뇌중에서도 왼쪽 뇌 표면 부분의 5mm두께밖에 되지 않는 뇌피질(腦皮質, cortex)이라는 중추신경 부위가 언어를 담당하고 있다. 뇌피질에는 약1천억의 뇌세포가 서로 연결되어 방대한 정보망(network)을 구성하고 있으며 언어를 비롯하여 인간의 지능 사고(思考)감정을 만들어내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한다.

왼쪽 뇌(腦左半部)가 언어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통사고 등으로 뇌졸중을 일으키는 환자의 많은 사람들이 언어장애를 나타내는 현상에서 알 수 있다. 이렇게 뇌의 상처로 인하여 생기는 언어장애를 실어증(失語症, aphasia)이라고 한다. 실어증의 주요 종류를 살펴보면, 전위(前位)실어증(일명 브로카실어증이라고 함) 후위(後位)실어증(일명 베르니케실어증이라고 함), 전도(傳導)실어증, 낱말건망실어증 등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실어증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뇌의 손상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뇌좌반부의 여러 부위가 언어를 다루는데 있어서 각각 그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말소리를 다루는 부위, 낱말을 만들어내는 기능과 귀를 통해 들어온 남의 말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능이 뇌의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손상을 입은 뇌의 부위에 따라 실어증의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뇌의 좌반부를 간단히 그리면 (그림 1)과 같다. 크게 나누어 보면 앞부분을 전두엽(前頭葉, frontallobe), 뒷 부분을 후두엽(後頭葉, occipital lobe), 중간 부분의 윗 부위를 두정엽(頭頂葉, parietal lobe), 그리고 그 밑 부위를 측두엽(側頭葉, temporal lob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구분된 뇌의 각 부위는 나름대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중 왼쪽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은 언어의 산출과 이해를 담당하고 있다. 전두엽의 밑부분(그림 1의 1번)이 언어의 산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위이다.

이 부위가 특정 언어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프랑스 학자 브로카(Paul Broca)의 이름을 따서 브로카 부위라고 하며 이 부분의 손상으로 인한 실어증을 브로카실어증이라고도 한다. 전위실어증, 즉 브로카실어증의 특징은 말의 산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은 잘 이해하지만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려면 말소리가 안 나오고 발음이 힘들다. 전두엽의 밑 부분이 혀, 입술 등의 발음기관을 관할하는 뇌 부위이기 때문에 이 부위가 손상되면 발음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편 낱말을 잘 잊어버리기도 한다(낱말건망실어증). '학교'라는 낱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끙끙거리다가 아이를 가리키면서 "쟤가 매일 가는 데"라고 표현한다.

측두엽이 손상되면 다른 사람의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실어증이 생긴다. 이를 일컬어 후위실어증이라고 하며, 이 실어증 증상을 처음 발견한 독일학자의 이름 카를 베르니케(Karl Wernicke)를 따서 베르니케실어증이라고도 한다. 또한 베르니케실어증을 유발하는 측두엽의 중간 부분을 베르니케 부위(그림 1의 2번 )라고 한다.

이 실어증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지만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말이 유창하기는 하지만 사용하는 날말이 착어(錯語)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착어라고 하는 것은 그 나라 말에는 없는 아무렇게나 만들어 낸 낱말이나 문장을 뜻한다. 그래서 상대방도 이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베르니케 환자들이 모여서 대화하는 것을 들으면 참으로 신기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표현들을 유창하게 말하는 것도 특이하지만 뜻을 헤아릴 수 없는 말을 들으면서 이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이 기이하다. 전위실어증 환자와는 달리 이들에게는 발음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그림1) 언어와 관련한 뇌의 각 부위들
 

말하기는 브로카 부위, 듣기는 베르니케 부위에서 담당

(그림 1)을 보면, 브로카 부위와 베르니케 부위를 연결하는 섬유속(纖維束)이 표시되어 있다. 섬유속이라 함은 뇌의 각 부위의 정보를 상호 전달하는 통로를 이루는 세포의 연결을 말한다. 브로카와 베르니케 부위를 연결하는 섬유속은 그 모양이 활(弓)과 같다고 해서 이를 궁형(弓形)섬유속이라고 한다.

말소리를 만들고 이 말소리들을 프로그래밍해서 발음기관으로 전달하여 언어를 말로 표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브로카 부위와 귀를 통해 들려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을 맡은 베르니케 부위를 연결하는 섬유속이 바로 이 궁형섬유속이다. 말을 이해하고 산출하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뇌의 중요 부위가 궁형섬유속인 것이다.

뇌가 상처를 입었을 때 이 궁형섬유속이 파괴되었다면 이 사람은 브로카실어증이나 베르니케실어증의 증상과는 다른 또 하나의 특이한 실어증 증상을 나타낸다. 이러한 실어증을 전도실어증(傳導失語症)이라고 한다. 이들 실어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하라고 하면 잘 하지 못한다. 또한 글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어렵다.

그 이유는 쉽게 설명이 된다. 즉,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정보가 베르니케 부위에 도달되어 말의 뜻을 이해하지만 그 말을 따라서 반복하려고 하면 그 말의 정보가 궁형섬유속을 통하여 브로카 부위로 전달되어야 하는데, 궁형섬유속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글을 읽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각을 통해서 들어온 글의 내용이 베르니케 부위에서 분석·해석되지만 이 정보가 브로카 부위로 전달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언어뿐 아니라 지능 사고(思考)인격 감정 등 고등 사유 능력을 산출 이해 조작하는 지능을 담당하고 있다. 기쁨 슬픔 행복을 느끼고,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 뇌이다. 게다가 육체적인 모든 감각과 운동을 지배하는 곳이 또한 인간의 뇌신경이다. 뇌를 다치면 한쪽 팔이나 반신이 마비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식물인간이 된다. '뇌신경이 곧 인간 전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도 말을 사용해 의사표현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고차원적 언어 사용기능은 역시 인간들만의 것이다.
 

지능, 유전인가 환경영향인가

흔히 IQ로 알려진 지능. 지능의 높고 낮음은 타고 나는 것일까. 환경에 의해 변하는 것일까.

갓 태어난 아기의 뇌는 약 4백g으로, 성인 뇌의 약 30% 정도의 무게를 갖는다. 그러나 뉴런의 수는 1백40억개로 아기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것은 이 뉴런의 크기, 그리고 뉴런에서 뻗어나오는 수상돌기의 말단부인 시냅스의 숫자다. 시냅스에 의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는 성장과 함께 형성된다. 이 네트워크의 복잡도를 좌우하는 것은 유전일까, 환경일까.

지능이 높은 가계나 범죄자가 많은 가계가 보고되고 지능이 유전된다는 학설이 지난 19세기 말부터 주장되고 있다. 지능검사라는 형태로 지능을 측정하려는 시도는 프랑스의 비네가 처음 시작했다. 1904년, 그는 지적장애아의 교육에 관한 자문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었는데, 교육에 의해 지적 장애는 개선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장애아들을 찾아내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시몬과 함께 지능검사를 고안해냈다.

그뒤 독일의 슈테른이 '지능검사의 심리학적 방법'(1911)에서 '정신연령과 실제연령의 비'를 제창했고, 그것을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자인 터먼이 받아 저서 '지능의 측정'(1916)에서 '지능지수', 즉 IQ를 등장시켰다. 이 IQ는 양적인 측면이 강조되었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흑인이나 이민들에게 실시한 지능검사에서 그들의 IQ가 백인들보다 낮았기 때문에 지능은 교육보다 유전이 지배적이고 교육과는 상관없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굳어져갔다.

지능이 유전된다는 설을 실증하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지능의 차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 결과, 같은 쌍둥이라도 유전자가 다른 이란성쌍둥이에 비해 일란성 쌍둥이 쪽이 지능지수의 차가 적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너무도 드물어서 유전설을 뒷받침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편 환경에 의해 지능이 정해진다는 주장 쪽은 꽤 많은 사례가 있다. 12년간 방안에 갇혀 자라난 미국 소녀 지니는 말을 할 수도, 두 다리로 걸을 수도 없었으며 지능지수를 검사할 수조차 없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놀이기구가 많은 환경에서 자라난 쥐 쪽이 미로학습의 성적이 높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결국 뇌의 구조를 언제 만들어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는 유전자로 결정되지만, 시냅스 수나 정보전달의 종류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지능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다.
 

(그림2) 집단검사용 지능테스트에 출제된 문제^빠르고 편하게 많은 사람의 지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IQ테스트는 필기시험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위 문제들의 경우, 시험대상자는 위의 그림의 빈 자리에 들어갈 도형을 아래 번호중에서 골라내야 한다. 왼쪽 문제의 답은 1번이고 오른쪽 답은 4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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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승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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