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지역의 한 약재상에서 수백 촉의 복주머니꽃이 검정 비닐 안에 마늘단처럼 무더기로 담겨 있음을 본 적이 있다.
큰 복주머니꽃(Cypripedium japoncium Thunb.)은 난과(Orchidaceae)의 복주머니꽃속(CypripediumL.)에 속하는 식물이다. 복주머니꽃속은 일명 개불알꽃속으로 불리며 북반구 온대에 약 40종이 분포하는데, 한반도에는 복주머니꽃(개불알꽃) 털복주머니꽃(털개불알꽃) 노랑복주머니꽃(노랑개불알꽃)과 큰복주머니꽃(광릉요강꽃)이 있다.
이 중 복주머니꽃은 중국 한국 및 일본에 분포하며 한반도에서는 경기도 광릉의 죽엽산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경기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된 바 있으나 그 수가 적어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매우 희귀한 식물이다.
관상용 가치가 큰 식물
큰복주머니꽃은 산지의 낙엽수림 밑에서 자라는 다년초로서 음나무 쪽동백나무 병꽃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국수나무 함박꽃나무 벌깨덩굴 대사초 둥굴레 참나물 등의 식물과 어우러져 자라고 있다. 식물체는 땅속 줄기가 옆으로 뻗어 새로운 개체를 생기게 하는데, 높이 20~40cm 정도의 주름진 잎은 2개가 약간 어긋나 있으나 마주난 것처럼 보이며, 잎맥이 부채살처럼 퍼져 있다.
꽃은 4~5월경에 줄기끝에서 발달하는 털이 많은 10cm 안팎의 화경끝에 하나씩 피며 꽃밑에는 잎같은 포가 한장 있다. 꽃받침잎은 연한 황녹색이며 난상 타원형으로 길이 4~5cm, 폭 1~2cm다. 옆의 꽃받침잎은 2장이 붙어 하나로 돼 위꽃받침잎보다 넓으며 끝이 둘로 약간 갈려져 있다. 꽃잎 2장은 난상 피침형이고 연황녹색이며 안쪽에 약간의 반점과 연모가 있다. 아래의 꽃잎은 주머니모양이며 연한 분홍빛 바탕에 붉은 자주색 무늬가 있다. 꽃잎들 사이에는 암술과 수술이 융합된 예주(蘂柱)가 돌출돼 있고 암술머리는 3갈래로 갈려져 있으며 수술은 2개다.
큰복주머니꽃을 포함한 복주머니꽃속 식물은 독특한 모양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므로 관상용 가치가 큰 식물이다. 최근 야생식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마구 채취돼 매매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여름 강원도 양구지역의 어느 약재상에서 수백 촉의 복주머니꽃이 검정비닐 안에 마늘단처럼 무더기로 담겨 있음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채취된다면 머지 않아 자연속에서 이들 아름다운 꽃들을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지구상에 있는 생물의 유전자 자원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이들 식물의 자연생육지 보존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