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거의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헌팅톤 무도병' 유전자의 비밀 일부가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10여년에 걸친 연구 끝에 얻은 이번 발견은 성인들의 심신이상을 유발하는 신경성 퇴화와 잠행성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헌팅톤 무도병(舞蹈病)이란 뇌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한짝의 신경다발인 대뇌 신경절이 퇴화돼 일어나는 질병. 이 병에 걸리면 운동과 인지를 관장하는 대뇌 신경절의 뉴론이 광범위하게 파괴돼 얼굴이나 손 발 혀 등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는 불수의(不隨意)적 운동장애와 치매 증상을 보인다. 무도병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환자들의 걸음걸이나 동작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이 병의 발병은 아이들에서도 발견되긴 하지만 대개는 30~40대에 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증상 발발 후 10~20년이 지나면 목숨을 잃고 만다. 미국의 경우 현재 3만여명이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유전될 확률은 50% 정도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인간의 세포에 있는 23쌍의 염색체중 4번 염색체의 윗부분에 달려있는 DNA 조각에서 무도병의 단서가 되는 표시를 찾아냈다. 유전자의 위치를 발견한 다음 단계의 연구는 이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단백질을 만들며, 왜 유전자 내에서 돌연변이와 같은 팽장이 일어나 그 같은 이상증세를 유발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 참가한 미시간 대학의 콜린스 박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이 단백질이 흔히 알고 있는 단백질과 다르다는 점뿐"이라며 정밀한 진단방법의 한 종류로서 돌연변이를 이용하기 전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