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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전국 답사하며 '인간과 자연 한몸' 실감

생태계를 통해 자연의 일부를 정확히 아는 것 외에 전국을 두루 답사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전에는 해질녁에 박쥐가 하늘을 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그러한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박쥐는 전혀 쓸모 없는 동물처럼 보이지만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를 잡아먹고 씨를 퍼뜨리고 꽃을 수분시켜 주는 등 여러 가지 유익한 역할을 한다.

작고 못생겼지만 없어서는 안될 동물이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다. 인간에게 주는 도움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 지렁이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작은 동물도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지렁이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지렁이는 썩은 흙에서 식물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는 양분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거미도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거미는 파리와 모기 같은 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거미가 없다면 모기나 파리와 같은 해충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벌과 나비는 꿀을 얻기 위해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긴다. 벌과 나비가 없으면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없다.
사람이 먹는 약은 동식물을 원료로 해 만들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약의 40% 이상이 동식물을 원료로 하고 있다.

전국 돌며 자연에 대한 이해 늘려

이렇게 인간에게 중요한 동식물이 차츰 멸종돼 가거나 줄어드는 시기에 생태계를 연구하는 아마추어 모임들은 빛을 더한다. 10년 이상 전국을 누비며 우리 산하의 터줏대감인 자생식물들을 관찰·연구해 오고 있는 '한국자생식물연구회'는 삼천리 방방곡곡을 섭렵하면서 가장 절실히 깨닫는 것은 자연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 한마디로 자연을 모르기 때문에 자연을 보호하지 않고 파괴한다는 것.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3천2백여 종이 있는데, 이들 중에 우리의 특산종은 4백6종. 어떤 종은 사람들에게 밟히고 뽑혀도 잘 견디고 번식이 잘 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종은 한번 밟히고 뽑히면 살아날 수 없는 것도 많다. 이를 알고서도 어떻게 식물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국거미연구소장 김주필씨는 "외국에 돌아다녀 보니까 생태계연구, 특히 거미연구가 어느 정도 돼 있나를 가지고 그 나라의 문화 척도로 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거미의 먹이는 대부분 해충이기 때문. 중국에서는 농약대신 논거미로 농사를 짓는 논이 60% 이상인데, 1백여 종 가까이 존재하는 논거미는 멸구 이화명충 매미충들은 잡아먹고 살기 때문에 자연적인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

문학작품이나 대중가요에서 '꽃과 나비'는 흔히 '여성과 남성'으로 비유된다. 평생 아름다운 꽃을 찾아 다니는 나비는 사람으로 비유하면 플레이보이라고 할까. 그러나 고운 자태와 화려한 색상을 지닌 데다 현란한 춤을 추어대니까 나비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4월 초 꽃필 무렵부터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9월 말까지 이러한 나비를 찾아나서는 '한국인시류동호인회'는 '나비에 미친 사람들'로만 모여 있어 이미 아마추어 과학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전체 회원 34명 가운데는 외국인도 2명이나 가입돼 있는 데다 그간 이들이 펴낸 '경기도 접류목록'과 '강원도 접류목록'은 프로도 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나비를 봄으로써 시를 읊고 노래할 수 있는 자극을 받는 것에 더욱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나비는 비록 인간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곤충은 아니나 인간의 정감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도 생태계에 대해 훤히 아는 사람들이 많다. 꽃이 좋아 꽃사진만을 주로 찍는 '한국꽃사진회'회원들이 그들. 그들은 갖가지 꽃을 찍기 위해 꽃이름을 알고 있음은 물론 그 꽃의 생태에 관해서도 생물교사 못지 않게 많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꽃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조류협회 송순창 회장은 '탐조활동은 자연보호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새들이 중금속에 오염돼 죽어가는 것은 인간이 점점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국식물연구회는 이름이 잘못 불리고 있는 우리 식물의 이름을 제대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시에서 낳고 자라 줄곧 도시생활만을 영위하는 '도시인' 가운데는 억새와 갈대, 난초와 붓꽃 등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생태계의 모임은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이들이 생태계를 통해 아마추어 과학의 진미를 느끼는 부분은 자연의 일부를 정확히 아는 것 외에 전국 곳곳을 두루 답사할 수 있는 것을 제일 큰 강점으로 꼽는다. 경치 좋은 곳을 찾다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육신을 위한 운동도 저절로 겸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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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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