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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폐해 자손대대로 전해진다

DNA에 치명적 손상, 기형아 유발

담배를 끊지 않으면...


아버지의 흡연과 아이의 유전적 결함간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흡연 남성은 자신의 아이들 뿐아니라 손자 증손자에게도 해를 줄 수 있다. 지난 2월 말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 환경 돌연변이물질에 관한 국제회의에서 미국의 생화학자 브루스 아미스는 아버지의 흡연과 아이들의 사망 및 유전적 결함 간에는 명백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아미스는 최근에 발표된 두건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그것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진들이 수 행한 연구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역학자(疫學者)들은 1959년부터 1966년 사이에 태어난 1만5천명의 아이들의 가계를 조사했다. 그결과 하루 20개피 이상의 담배를 피운 남성의 아이들은 비흡연가의 아이들에 비해 언청이나 심장결함과 같은 선천적 기형을 갖고 태어날 가능성이 두배나 됨을 알아냈다. 또 요도가 비정상적으로 좁게 태어날 확률도 2.5배나 높았다.

또다른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진들이 행한 연구는 암에 걸린 14세 이하의 어린이 2백20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여기서도 흡연남성의 아이가 일종의 혈액암인 백혈병이나 림프선암에 걸리는 경우가 비흡연 남성의 아이들에 비해 두배나 높게 나타났다. 뇌종양의 발생률도 40%나 높았다.

"나는 선천성 기형과 소아암의 상당부분이 그 아버지의 흡연에 책임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아미스박사 는 말했다.

이같은 흡연과 소아암 및 선천성 기형과의 관계를 여성흡연자에게서는 밝혀내지 못했다. 흡연으로 인한 인체의 손상은 주로 담배연기 속의 산화물질에 기인한다. 특히 흡연시에 유리된 산소는 인체세포의 DNA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한다. 또 담배 연기를 빨아 들일 때 간접적으로 마시게 되는 과산화물 수산기 과산화수소 등과 같은 물질도 강력한 기형 유발 물질들이다. 이들은 모두 DNA를 산화시킨다.

대개의 경우에는 DNA의 산화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체내의 특정효소가 DNA의 손상(산화된)부위를 잽싸게 잘라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DNA의 산화가 효소에 의한 치유를 앞지를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물론 인간의 혈액에는 항(抗)산화제가 상당량 함유돼 있으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타민C 비타민E(토코페롤) 베타카로틴 등이 대표적인 혈액내 항산화제. 이 항산화제들은 흡연으로 인해 체내로 들어온 산화물질들을 중화시켜 준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보다 많은 양의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아미스는 3배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인간의 세포에서 항산화제의 농도가 감소하면 DNA가 타격을 입는다. 다시 말해 DNA의 산화속도가 빨라진다. 뿐만 아니라 정자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흡연에 의해 생긴 유전적 변화가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음을 뜻한다.

아미스는 흡연이 정자의 성상에 손상을 준다고 단언한다. 바뀌 말하면 자손대대로 흡연의 폐해가 전달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C를 충분히 섭취한다면 정자의 손상 정도를 50~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정부에 비타민C의 1일 권장량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정자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비타민C의 양이 어느 정도인가를 밝혀내는 실험이 시급히 시작돼야 한다고 힘주어 촉구했다.

흡연이 폐나 심장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소상히 연구돼 왔다. 연구내용 중에는 거의 정설로 굳어진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흡연이 정자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새롭고 충격적인 것이어서 막 아버지가 되려는 흡연 남성과 많은 환경의학자들에게 두려움과 호기심을 던져주고 있다. 확실한 결론은 더 두고 봐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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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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