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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과 체외수정

불임에 도전하는 첨단의료기술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은 불임부부의 마지막 희망.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 파행시술사건을 계기로 그 시술과정과 효능 그리고 문제점을 알아본다.

인공수정(人工受精)이란 쉽게 말해 남성의 정액(精液)을 여성의 생식기(자궁)내에 주입하는 행위를 말한다. 인공수정에는 배우자인공수정(配偶者人工受精)과 비배우자인공수정(非配偶者人工受精), 두가지가 있다.

배우자인공수정(AIH, artificial insemination by husband)은 남편의 정액을 받아서 그 아내의 자궁내에 주입해 주는 것을 말하며 비배우자인공수정(AID, 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의 정액을 얻어서 여성에게 주입해 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인공수정에는 한글표기는 같지만 그 내용이 다른 두가지(人工受精과 人工授精)가 있다. 시험관내 배양액에 난자를 넣은 뒤 여기에 정자(精子, 精液)를 주입하는 것까지가 줄 수(授)자 수정(授精, insemination)이다. 이런 방법으로 정자(精子)가 난자(卵子)에 침투한 뒤 이 두 생식세포가 접합하여 정자와 난자내의 핵(nucleus)이 서로 융합되어 한개의 완전한 세포, 즉 수정란(受精卵)이 되었을 때 이를 받을 수(受)자 수정(受精, fertilization)이라 한다.

인공수정 즉 남성의 정액을 여성의 생식기내에 주입하는 것은 그리 복잡하지 않은 의료기술이다. 이에 비하여 체외수정은 높은 기술수준을 요구한다. 여성의 경우 생식기에 어떤 이상이 있어(주로 난관이상) 임신이 불가능할 때 일단 난소에서 난자를 뽑아낸 뒤 이 채취된 난자를 시험관 내의 배양액에 넣는다. 이와 동시에 남성의 정자를 채취하여 배양액에 처리한 후 활동성이 좋은 정자만을 선택, 난자가 들어있는 시험관내의 배양액에 주입시키면 24~48시간에 걸쳐서 수정(受精)이 이뤄진다. 즉 정자가 난자 내로 침투해 들어가 난자의 핵과 정자의 핵이 서로 융합함으로써 한개의 핵이 되는데 이것을 수정란이라 한다. 물론 이때의 염색체수는 난자(23개)와 정자(23개)가 합해져서 46개가 된다.

이 수정란은 곧 세포분열(embryo, 배아)을 시작한다. 미세한 카테터(catheter, 관)를 이용해 이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강 내에 주입시키면 이것이 곧 체외수정이다. 보통은 시험관아기(in vitro fertilization and embryo transfer, IVF & ET)라고 한다.

이와 같이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은 그 과정이 크게 다르다. 시술과정, 약물투여방법, 매일같이 시행하는 검사와 생식세포의 처리 등이 복잡한 체외수정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1백만원 이상) 인공수정은 20만원 내외의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수정의 메커니즘


1백여년 전에도 실시돼

인공수정은 매우 매혹적인 것이어서 2세기경의 히브리의 탈무드(Hebrew Talmud)에서 그 원리가 처음 소개될 정도로 그 기원이 오래되었다.

그후 14세기에 한 아라비아 사람이 그의 경쟁자의 종마(씨말, 種馬)에서 비밀리에 얻은 정액(精液)을 자기의 암말(mare)에 주입한 적이 있다. 사람의 경우는 1790년에 존 헌터(영국)라는 사람이 인공수정을 처음 시도했다. 하열증으로 인해 성교를 통한 임신이 불가능한 부인에게 남편의 정액을 받아 인공수정을 실시한 것이다. 그후 1866년에 마리온심시가 비배우자(다른 사람) 정액을 받아 인공수정을 시도한 일이 있으나 도중에 유산해 출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1890년에는 미국의 두 의사가 정액제공자의 정액을 받아 인공수정을 비밀리에 실시한 적이 있다. 이같이 인공수정의 역사는 1백년이 넘는다.

정액의 보존은 1960년대부터 동결방법과 냉해방지제의 발달로 보다 본격화되었다. 1953년에는 셔먼(Sherman)이 냉동보존된 인간정자를 녹이면 다시 수정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후 번지(Bunge)가 냉동정자를 이용한 첫번째 임신사례를 보고한 이래 20여명의 신생아가 이 방법으로 태어나자 1963년 9월 국제유전학자회의에서 냉동정자로 인공수정을 실시하면 정상아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때부터 냉동보존정자(정자은행)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냉동정자에 의한 인공수정 아(兒)는 날로 증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부인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이라면 어느 병원에서나 인공수정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인공수정을 처음 실시한 것은 1950년대부터로 추정된다. 물론 처음 한동안은 신선한 정액만을 이용하여 왔다. 그러다가 1985년 이후부터 냉동보관 된 정자(액)를 이용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 남성의 정액을 반복해서 채취해 둔 용기. 정액상태가 불량할 때는 정액을 여러번 채취해 그 수를 늘리거나 운동성을 증진시킨 다음 부인의 생식기에 주입한다.


국내 불임인구 2백만명

지난 10년동안 선진국에서는 인공수정(artificial insemination)의 요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현상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으나 비배우자인공수정의 증가에는 세가지 뚜렷한 이유가 있다.

첫째 효과적인 피임방법의 보급으로 일반인의 피임실천율이 높아졌으며 둘째 인공유산의 합법화로 인해 입양가능한 아이들이 매년 감소되는 추세이며 셋째 불임부부들의 인공수정에 대한 인식도와 수용태도의 긍정적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국의 경우 1976년에는 1천5백85명의 인공수정 희망자가 있었으나 그 이듬해인 1977년에는 2천3백96명이 인공수정을 희망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73년에는 약 2백명이 인공수정을 원했으나 5년 뒤인 1978년에는 그 수가 1천8백명으로 늘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만명의 신생아가 비배우자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공수정 희망자의 대부분은 불임클리닉에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정액의 냉동보존과 정자은행의 설치가 국가의 책임하에 운영되고 있다. 또 미국에는 10여군데의 냉동은행이 설립돼 정자의 보존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곳에 보관된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은 불임치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불임부부(不妊夫婦)는 약 1백만쌍으로 추정되므로 주위에 2백만명의 불임증 남녀가 있는 셈이다. 불임(不妊)이란 결혼 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는 부부가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불임은 그 원인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측에 40~50%, 남성측에 약 40%의 불임원인이 있고 나머지는 복합적인 원인으로 분류된다.

여성은 생식기계통중 자궁과 난관에 이상이 있어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와 난소에서 배란(排卵)이 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로 이어지는 내분비계의 기능이상 때문에 임신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남성은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되지 않거나 뭔가 이상이 있는 경우 그리고 정자가 생산된다 하더라도 이동(운송)경로에 이상이 있어서 정액내에 정자가 없는 경우 정상적으로는 자신의 아기를 가질 수 없다.

배출되는 정액의 정자를 평가분석하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정액자체가 없는 경우(배출되지 않을 때)를 무정액증, 정액 1ml 내에 정자의 수가 보통 6천만 마리는 있어야 하는데 2천만마리 미만 있을 때는 정자희소증으로 진단한다. 또 정액검사에서 정자의 운동성이 활발한 정자들의 수가 60% 이상은 되어야 정상인데 운동성 정자의 수가 적거나 활발하지 못할 때 난자와의 결합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또한 정자의 형태도 정상형(正常形)이 60% 이상 되어야 하는데 기형정자가 많으면 수정률이 떨어지고 이상임신이 되기 쉽다.

남성의 정자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을 때 배우자간(AIH) 또는 비배우자간(AID) 인공수정이 요구된다. 가령 남편의 정액 검사성적이 불량할 때 정액을 여러 번 채취하여 모아 두었다가 배양액에서 처리하여 그 수를 늘리거나 운동성을 증진시킨 다음 부인의 생식기(질-자궁경관) 내에 주입시키는 방법(AIH)을 시도할 수 있다. 남편의 정액(자)상태로 보아 도저히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부부가 서로 합의해서 병원측에 비배우자인공수정을 요청하기도 한다. 비배우자인공수정 청약서와 각서를 제출하면 검사상 그리고 문진상 이상이 없는 정액제공자의 검체물(정액)로 인공수정을 받게 된다.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네 쌍둥이가 병원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정선된 정액만을 보관해야 뒤탈없어

정액제공자로부터 얻은 정액은 소정의 검사를 받게 된다. 무사하게 검사과정을 통과한 정액에 배양액과 냉해방지제를 적당량 넣은 뒤 이것을 몇개의 스트로(straw, 작은 플라스틱 빨대)에 분리하여 넣는다. 그리고 스트로의 양쪽을 시멘트와 같이 굳어지는 물질로 막은 다음 -1백96℃의 액체질소 내에 보관하게 된다.

제공자의 정액을 받은 후에는 정상상태의 정액인지를 검사하게 된다. 정액이 정상이라고 판정되면 제공자에 대한 혈액검사 요(尿)검사와 혈액형 및 그밖의 검사(AIDS 매독 임균 간염 등)를 실시하여 이상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검사상 이상이 없는 경우에만 보관하게 되는데 정액의 채취와 보관은 제공자의 자원승락서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같이 정선된 정액을 보관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가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은 인간생활의 기본이다. 따라서 기혼부부에게 임신이라고 하는 새로운 생명의 잉태는 분명히 신의 축복이다.

그런데 결혼한 부부가 자녀갖기를 간절히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불임상태가 몇년 혹은 몇십년 계속된다면 당사자들이 아니고서는 그 간절한 심정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오늘날에는 생식세포의 냉동보존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인공수정 정도(?)는 매우 간단히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불임부부가 자녀를 가질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외국의 예를 보면 불임치료가 성공을 거둬 인공수정아가 탄생하면 그 가정은 더 화목해진다고 한다.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 인공수정아를 얻은 경우와 계속해서 자녀가 없는 경우를 비교했더니 후자쪽의 이혼율이 20배나 더 높았다는 것이다.

정액법동보존의 필요성

이번에는 정액냉동보존의 적응증과 장점 그리고 그 필요성에 대하여 이론적으로 살펴보자.

정액을 정자은행에 냉동보존할 경우 정자 희소증 환자의 정액을 반복회수하여 장기간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적기(배란기)에 이 냉동정액을 녹여 부인의 생식기에 주입함으로써 수정에 성공할 수 있다. 한번에 수정이 되지 않을 경우 반복해서 시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정자증 남성의 배우자에게 다른 남성의 정액을 적기에 주입할 수 있으며, 유전학적으로 양호한 정자만을 선택하여 보관저장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노년기나 사후에도 부성(父性)을 유지할 수 있고 남성이 정관절제술을 받기 직전에 정액을 채취해 보관할 수도 있다. 특히 기형정자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방사선치료나 화학요법을 받게 될 경우 사전에 채취해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 또는 다른 유전적 특성의 선별이 가능하고 정자와 난자가 함께 요구될 때 냉동보관된 정자와 난자를 꺼내 이용할 수 있다. 생리적으로 배란기나 월경이 불규칙한 여성에게 수정을 반복해서 시도할 때도 냉동보존된 정액이 있으면 편리하다. 또한 체격 유전학적 배경 혈액형 등이 엇비슷한(되도록 일치하는) 다른 사람의 정액을 수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도 냉동정자은행이 있으면 모든 일이 용이해진다.

남편이 장기간 출타중일 때 임신을 원하는 경우 정자은행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 냉동정자를 보관하고 있으면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Rh- 혈액형인 여성이 같은 혈액형을 가진 인공수정아를 낳게 할 때도 정자은행은 매우 유용하다(혈액형이 Rh-형인 여성이 Rh+인 아이를 낳는 것은 부담스럽고 위험한 일이다).

정자은행(sperm banking)이 설립돼 있으면 다른 사람의 정자를 이용할 수 있으며, 남편이 수술 화학요법(독성이 있는 약물의 사용) 또는 방사선치료를 받게 될 경우 사전에 예치할 수 있다. 또 남성불임증의 약물치료 과정에서 정액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좋아졌을 때 즉시 보관할 수 있으며 정액을 적정 시기에 받기 곤란할 때 보관된 정액을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지닌다.

한가지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이 몇번씩 자기의 정액을 불임여성을 위하여 제공한 경우다. 한 사람의 남성이 인공수정을 위하여 몇번이나 정액을 제공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사람의 정액으로 몇명의 인공수정아(兒)가 태어났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10명 정도로 제한을 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인공수정아들끼리 혹시 나중에 근친결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상당부분 기우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가령 매년 비배우자인공수정(AID)으로 2천명의 아이가 탄생된다면, 그리고 한 남성이 5명의 아이를 태어나게 한다면 통계적으로는 50~1백년에 한 건의 근친결혼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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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구병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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