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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연구의 중요성 실감"

좌담-대한해협 해양탐사를 마치고

"해양연구를 하려면 멀미하는 머리와 연구하는 머리 두개에 있어야 하겠어요"

이재혁:그동안 탐사하랴 배멀미하랴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배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해양탐사가 무엇일까' 하는 막연한 생각 뿐이었는데 2박3일간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다보니 이제 조금 감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무 사고없이 부산항에 도착하니 안도감도 듭니다. 그동안 느끼신 점들을 말씀해주시지요.

김영화:해양연구에는 관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것이 다른 조사에 비해 무척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령 바닷물을 떠올릴 때도 직접 손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일정 깊이까지 채수기를 넣어 물속에서 뚜껑을 열어야 하니 지상보다 몇배나 힘이 들었습니다. 교과서에 해양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실제 느껴보고서야 이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의 애로를 이해하게 됐어요.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니 만큼 앞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을 더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윤태건:물리를 전공하고 있어 해양학은 평소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탐사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됐어요. 특히 연구원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채집한 표본과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박찬우:탐사기간 절반은 누워서 지냈지만(웃음) 이제 아이들에게 확신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구과학 교과서에 수온 염분 등에 대해 나오지만 너무 피상적이어서 그동안 자신이 없었거든요. 여름에 탐사가 이루어졌더라면 잠수정을 타고 바다속으로 내려가 큰 물고기들의 생태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강성일:바다 위에서 야간작업을 하니까 운치도 있고 해서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멀미가 시작되니까 정신이 없더군요. 어느 연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해양연구에는 건강과 인내심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탐사에 임하는 도중 문득 '학생들에게 혹시 소홀함이 없었는가' 하고 되돌아보게 됐어요.
 

부산항에 입항한 직후 열린 선상좌담회


배타고 고생하는 것도 연구의 일부분

최승일:연구소 하면 먼저 실험실을 연상하는데 1년에 3분의 1가량을 배타고 다니면서 채집하는데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를 듣고 연구원들의 어려움을 짐작하게 됐습니다. 또 막연하게 플랑크톤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을 직접 목격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춘천에는 담수호가 많은데 앞으로 이에 대한 조사에 욕심을 내볼까 합니다.

이석형:해양연구를 하려면 멀미하는 머리와 연구하는 머리 두개가 있어야 하겠어요(웃음). 이어도호가 건조된 지 몇년 안되는 최신 해양조사선이라는 데도 장비가 아직 자동화되지 않아 연구원들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천문담당인데 아이들에게 그럴듯한 사진과 망원경을 한번 보여주면 큰 관심을 보입니다. 아이들은 뭔가 멋있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해양연구 하시는 분들도 그런 것들을 교육용으로 개발했으면 해요. 솔직히 아직은 해양학이 너무 어렵다는 느낌입니다.

조익수:해양자원도에 대한 탐사라 해서 서점에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생물분야에서는 플랑크톤이 주대상이더군요. 이번에 해파리 규조류 등 교과서에 안나오는 내용을 많이 공부했습니다. 해양탐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장비들이 사용되는지 확실히 이해하게 됐습니다. 작년에 교사들끼리 해양탐사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데 여러가지 사정상 무산됐어요. 시간이 나면 학교 근처 무창포에 가서 플랑크톤이라도 직접 채집해 봐야겠어요.

이재혁:생물교사들은 다른 과목에 비해 현장조사 기회가 많지만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학교로 돌아가면 아마 해양 관련 단원은 자신있게 가르칠 겁니다. 본 것 하고 안본것은 수업시간에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전성룡:멀미 때문에 갑판에서 보초를 주로 섰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면 해양연구소 사람들을 알았다는 것일 겁니다. 일단 해양에 관심을 가지게 됐으니까 앞으로 해양연구소에 자주 다녀보면 얻을 게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은수:저희 연구소 측에서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연안조사에는 누가 타든지 짐이 안되지만 이번에는 며칠씩 작업이 연속되고 야간에도 탐사가 계속되는 등 강행군이라 '선생님들이 견디겠느냐'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보여드려야 하는데 하는 강박감에 며칠씩 걸려 자료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유재명:이번 탐사만 해도 수백 종에 달하는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이를 다 보여주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가 30, 40년 동안 땅에 발을 딛고 살아왔는데 겨우 일주일 바다에 관심을 가지고서 해양을 이해한다면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이겠지요. 그동안 대학의 해양학과와 고등학교 교육은 너무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해양이 중요하다고 말만 했지 창의성이 풍부한 학생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 고민은 앞으로 여러 선생님들의 몫입니다. 여기에 필요하다면 저희 연구소에서도 얼마든지 힘 닿는 한 돕겠습니다. 배타고 고생하는 것도 해양연구의 일부분입니다.
 

김석기 선장이 이어도호의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내실없는 해양교육이 시급

이재혁:학교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해양분야가 낙후돼있는 것을 알고 있고, 또 여러차례 해양교육 강화방안을 내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하지만 경험이나 아는 것이 없으니 좋은 방법이 나올리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탐사는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해양에 대해서 기초적인 이해를 가지게 됐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거든요.

윤태건: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해양탐사를 해보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몸은 괴로웠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해양조사시에는 기기조작에 매우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첫날 밤 로젯장비가 선미에 부딪쳐 수백만원어치 채수기를 깨뜨려 먹었을 때 아찔한 느낌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완충장비나 외부 철장을 달면 이러한 사고는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이석형:지구과학 교사들이 그동안 지질학 기상학 천문학에 비해 해양학에는 신경을 덜 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해양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해양학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아이들이 해양학과를 많이 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진학지도가 어렵다고 봅니다. 해양연구소측에서도 학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합니다. 가령 외국에 더러 있는 해양박물관 같은 것이 하나 세워진다면 아이들에게 해양연구를 쉽게 보여 줄 수 있을 겁니다.

전성룡:80년대초에 한때 해양교육을 강조한 적이 있어요. 바다와는 동떨어진 곳에 수족관을 만들어라 해양소년단을 만들어라 하는 식으로 전시위주의 지시가 내려왔었지요. 지금은 학교마다 우주교육을 하느라 난립니다. 삼면이 바다인 해양국가에서 바다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재명:해양생태계나 해양연구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과 공기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양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습니다. 해양식품을 만드는 회사가 재벌 규모인 나라는 한국 뿐이라고 합니다. 우주개발시대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인류의 손이 가장 적게 미친 부분이 바다입니다. 그만큼 해양연구 자체가 힘들고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고 하겠습니다.

전성룡:교과서를 보면 수온약층 같은 내용은 우리나라 자료가 아니라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이 등장합니다. 해양연구소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측정자료를 공개한다면 아이들에게 우리 현실을 가르칠 수 있어 훨씬 생생한 교육이 되겠는데요.

이재혁:주최측에서도 처음 실시하는 해양탐사이니 만큼 사전준비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이 좀처럼 하기 힘든 해양탐사라는 기회를 마련해준 주최측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탐사를 계기로 '과학동아'의 자연생태계탐사도 한층 폭을 넓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리는 배위에서도 장시간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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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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