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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원자핵·전자 속의 또다른 세계

소립자물리학

여섯종류의 쿼크, 이들을 결합시키는 글루온, 그리고 전자를 구성하는 렙톤 등이 현재까지 밝혀진 소립자의 기본 단위다.

요즘 물리학자들은 이 세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알고 있다고 제법 뽐내고 있다. 그들의 말을 빌리면 이 세상은 '소립자'라고 하는 작고 작은 기본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들 소립자들은 물질의 깊숙한 곳에 있는 원자핵 속에 있기도 하고, 이 세상을 밝히는 '빛'속에 있기도 하고, 또한 전류를 이루어 우리들 가정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소립자들이 뭉쳐서 큰 뭉치를 이루었을 때는 만유인력의 지배를 받으면서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물리학자들은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이루고 있는 소립자는 '쿼크'(quark)와 '렙톤'(lepton)이라는 두 종류의 기본입자와 이들 쿼크와 렙톤을 연결하여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달하는 '게이지 입자'라는 세종류의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단 세종류 밖에 되지 않는 소립자, 쿼크와 렙톤 그리고 게이지 입자들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삼라만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화사하게 피는 봄날의 아름다운 꽃들도, 몰아치는 폭풍우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도, 험한 산을 이루는 저 바위들도 단 세가지 종류의 기본입자로 되어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곧 알 수 있게 된다.

아마 누구나 도서관에 들어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가에는 매우 다양한 책들이 꽃혀 있다. 두꺼운 법률책, 작은책, 그림책 등 온갖 다른 형태의 책이 있으며 그 내용 역시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 다양한 겉모양과는 달리 모든 책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떤 책이든 제1장, 제2장으로 시작하는 장(章)이 있고 모든 장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문장은 다시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단어는 영어인 경우 A B C로, 한글인 경우 ㄱ ㄴ ㄷ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복잡한 법률책도 신선한 감동을 주는 시집도 셰익스피어의 햄릿도 다 같이 이러한 문자의 복합이며 간단한 알파벳이나 한글이 어떻게 결합돼 있는가에 따라서 딱딱한 법률을 기술할 수도 있고 삶의 고뇌를 가슴에 와 닿도록 하는 문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문장을 나타내는데 꼭 A B C나 ㄱ ㄴ ㄷ만큼 20개가 넘는 기본문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컴퓨터에서 쓰는 문자는 0과 1 둘밖에 없고 이들을 어떻게 결합하는가에 따라서 A B C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컴퓨터 공포증을 가진 구세대는 그 옛날 전신에 쓰던 '모스신호'를 상기하면 된다. 잘 알다시피 모스신호는 긴 음과 짧은 음을 마치 0과 1처럼 써서 말을 만들어 전신으로 보낸 것이다. 이는 컴퓨터에 쓰는 0과 1로 된 '디지털' 표기와 다를 바 없다.

컴퓨터의 0과1

자연에서는 이 0과1에 해당하는 것이 '쿼크'와 '렙톤'인 것이다. 이 세상의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는데, 원자핵은 또다시 쿼크라는 소립자(素粒子)의 복합체로 돼 있다는 것이다. 문장 가운데 단어에 해당하는 것이 원자핵과 전자이며 이들 원자핵과 전자가 합해 원자를 이루고, 이 원자가 많이 모여서 물질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문장 가운데서도 명사 접속사 그리고 동사의 역할이 다르듯이 쿼크 렙톤 그리고 게이지 입자의 역할이 각각 다르다. 쿼크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핵을 만들고 있는 소립자다. 예를 들어서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proton)는 3개의 쿼크로 돼 있다.

컴퓨터의 디지털(0과1)과는 달리 쿼크는 두종류가 아니라 여섯종류로 되어 있으며 이들을 u(up)쿼크 d(down)쿼크 s(strange)쿼크 c(charm)쿼크 t(top)쿼크 b(bottom)쿼크라 부른다. 이들 쿼크의 복합체로 돼 있는 입자들을 하드론(hadron)이라고 부른다. 이들 하드론 가운데서 양성자(proton) 중성자(neutron) 등은 3개 쿼크의 복합체로 돼있으며, 파이 중간자(π meson)처럼 두개의 쿼크로 이루어진 하드론도 있다.

그러나 이들 쿼크만 갖고는 이 세상의 물질을 만들 수 없다. 원자핵은 쿼크로 되어있는 하드론이지만 전자는 쿼크의 복합체로 만들어 낼 수 없다. 그 성질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이를 렙톤(lepton)이란 이름으로 구분하고 있다. 어떻게 다른 것일까.

쿼크를 묶는 힘

지금까지는 물질의 구성요소인 소립자, 쿼크와 렙톤만 설명했지만 이들이 뭉쳐서 물질을 이루려면 무엇인가 그들을 묶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 힘을(상호작용이란 표현이 더 맞는 말이지만 그냥 힘이라고 표현하겠음) 만들어 내고 전달하는 기본입자가 있어야 한다. 이런 기본 소립자를 게이지 입자라고 한다.

예를 들어 수소원자핵인 양성자를 만들려면 u쿼크 두개와 d쿼크 하나를 뭉치게 해야 하는데 이들을 뭉치게 하는 힘은 글루온(gluon)이란 게이지 입자를 교환함으로써 가능해진다. 다시말해서 게이지 입자인 글루온은 쿼크를 연결시켜 뭉쳐 있게끔 하는 고리역할을 한다.

어려운 예를 먼저 들었지만 사실상 전자기작용을 하는 게이지 입자는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다. 전기를 지닌 입자가 움직이면 전자파를 발생하게 되고 이 전자파의 최소 단위를 우리들은 광자(photon)라고 부르고 있다. 전기를 지닌 모든 입자들은 광자를 교환하는데 쿼크 역시 전기를 지니고 있으므로 광자를 교환한다. 렙톤이 쿼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쿼크는 글루온을 교환해 강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지만 전자는 글루온을 교환할 수 없다. "전하를 띠고 있으면 광자를 교환한다"는 것을 역으로 뒤집어 말하면 "광자를 교환하는 입자는 전하를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글루온을 교환하면 역시 그에 해당하는 전하를 띠고 있을텐데, 이를 색전하(color charge)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쿼크는 전하뿐만 아니라 색전하(color charge)도 지니고 있지만, 모든 렙톤은 색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다.

다시 복잡한 말들을 정리해 보면 쿼크는 색전하와 보통 말하는 전하를 지니고 있으며 렙톤인 전자는 전하만 지니고 있지 색전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렙톤은 광자는 교환할 수는 있지만 글루온을 교환할 수 없고 따라서 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다.

쿼크들이 뭉쳐서 만들어 내는 입자들을 하드론(hadron)이라고 물리학자들은 분류하고 있다. u쿼크 두개와 d쿼크 하나로 돼 있는 양성자나 u쿼크와 반d쿼크(anti d quark)로 되어 있는 파이 플라스(${π}^{+}$)중간자 역시 하드론이다.

겔만의 발견

자연에서 발견된 하드론인 양성자나 중간자가 쿼크라는 기본입자로 된 것을 알아내는 데 물리학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버클리의 로렌스 교수가 입자가속기라는 거대한 기계를 만들어 원자핵 자체를 파괴하면서 그 구성요소를 규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소립자의 성질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원자핵을 파괴하여 그 구성요소를 보았더니 양성자나 중성자 외에도 수많은 소립자(Λ Σ ρ W 등으로 불리는)들이 있었다. 그 입자들의 종류가 수백종류나 돼, 물질구성의 기본적인 입자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겔만(M. Gell-man)교수는 이 복잡하고 다양한 소립자들을 분류하면서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소립자들은 음전기를 가진 것, 양전기를 가진 것과 전혀 전기량을 갖지 않는 것으로 분류된다. 양성자는 양전기를 가졌고, 중성자는 이름이 말하듯이 전기량이 없는 중성이고, 시그마라고 불리는 소립자는 양전기 음전기 그리고 중성으로 돼 있다. 이들 소립자들은 지구처럼 자전하고 있으며 물리학자들은 이 자전을 스핀(spin, 즉 영어로 팽이처럼 돈다는 뜻)이라고 하며 같은 종류의 소립자는 같은 스핀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유가와 박사가 그 존재를 미리 예언하고 그 뒤에 발견한 파이 중간자(π meson)는 스핀이 0, 빛의 알맹이며 전자기 작용을 전달하는 게이지 입자인 광자(photon)의 스핀은 1, 양성자나 중성자의 스핀은 $\frac{1}{2}$임을 곧 알게 된다.

겔만 교수는 이들 입자들의 스핀, 질량 및 기타 성질들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묶으면 어떤 규칙성이 생기고, 그 규칙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모든 입자들이 쿼크라는 더 기본적인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원자핵 속의 수백종류의 소립자들의 성질이 모두 이들의 복합으로서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대한 쿼크 사냥

이처럼 가상적인 기본입자 쿼크이론이 설득력을 가지면서부터 쿼크를 발견하려는 거대한 '쿼크사냥'이 시작된다. 이 세상의 원자핵이 정말로 쿼크들의 복합체라면 그 쿼크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시도다. 원자핵 가운데서 가장 간단한 수소원자핵인 양성자의 구조를 알려는 노력이 대대적으로 시작된다.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양성자 속까지 파고들어 쿼크를 튕겨내면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자핵의 존재를 러더퍼드경은 이렇게 알아냈고, 중성자 등 다른 소립자의 존재도 역시 이렇게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양성자를 폭격하여도 쿼크는 튕겨 나오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온갖 노력을 기울여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물질을 대상으로 거대한 쿼크사냥을 계속했다. 심지어 바다 속 깊숙이 있는 조개껍질까지 정밀히 분석하였지만 쿼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쿼크사냥이 물리학자들의 정력낭비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양성자속에서 튕겨나온 쿼크는 못 보았지만 양성자속에는 크기가 점처럼 작은 입자가 들어있으며 그 성질이 겔만교수가 말하는 쿼크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쿼크는 원자핵 속에서만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튀어나올 때는 반드시 둘 또는 셋이 뭉쳐서 나온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양성자나 또는 파이중간자가 바로 쿼크가 뭉쳐있는 모습이다. 현대물리학의 이론은 쿼크는 글루온에 의해 묶여있으며 이 글루온의 고리를 끊으려면 거의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글루온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지만 두개 또는 세개의 단위로 묶여 있는 쿼크는 글루온의 고리를 끊을 필요없이 송두리채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단독 쿼크는 보지 못하지만 둘(사실은 쿼크와 반쿼크) 또는 셋이 뭉쳐 있는 쿼크는 분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이온 입자검출기^가속기에서 무거운 원자핵을 충돌시켜 그 파편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한다.
 

렙톤의 세계
 

(표1) 기본입자
 

이제 이야기를 렙톤인 전자로 돌려보자. 물리학자들은 전자 역시 원자핵처럼 더 작은 기본입자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 하고 그 크기를 정밀히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측결과는 전자란 더 이상 구조가 없는 점과 같은 입자(영어로 point particle이라 함)로서 그 크기는 반지름이 ${10}^{-20}$㎝보다 작다는 것을 알아냈다. 전자는 원자핵처럼 구조가 있는 소립자가 아니며 강한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상 자연에 나타나는 모든 물질은 u쿼크 d쿼크 그리고 전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 쿼크를 엮어서 원자핵을 이루는 글루온이 있고 이렇게 생긴 원자핵과 전자를 묶어서 원자를 이루는 광자가 있다. 이들만 있으면 즉 u쿼크(이하 u로 표시함), d쿼크(d로 표시), 그리고 전자(${e}^{-}$로 표시)가 있고 이들을 묶어주는 글루온(g)과 광자(γ)만 있으면 우리들이 알고 있는 모든 원소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중성자가 전자를 방출하면서 양성자가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물리학의 대원칙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득이 중성미자라는 입자가 필요하게 됐다. 이 중성미자는 원래 파울리교수(작고한 독일물리학자)에 의해 그 존재가 예언됐다.

중성미자는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지극히 약해 1백억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에 부닥쳐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전자기 작용을 전달하는 게이지 입자인 광자는 1백개만 눈에 들어와도 곧 느낄 수 있는데 비해 중성미자의 상호작용은 너무나 약하므로 이를 약작용(weak interaction)이라고 한다(중성미자는 보통 ${υ}_{e}$라고 표기한다). 이제 이들을 쌍으로 묶어서 쿼크인 (u d)와 렙톤인 (${e}^{-}$ ${υ}_{e}$)로 나타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쿼크를 강하게 묶어주는 글루온, 전자기를 매개하는 게이지 입자인 광자가 있다. 약작용 역시 그를 매개하는 입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역할은 ${W}^{+}$ ${W}^{-}$ ${Z}^{0}$라고 표시되는 게이지 입자가 담당한다.

그러나 자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c s) 및 (t b)인 쿼크쌍과 (μ ${υ}_{μ}$) 및 (τ ${υ}_{τ}$)인 렙톤쌍을 더 요구하고 있다. 왜 이렇게 겉보기에 필요없는 기본입자를 자연이 강요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다만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쌍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SU(2)라는 수학용어로 표시하고 여덟개의 글루온으로 된 구조를 SU(3), 한종류의 광자로 나타나는 구조를 U(1)이라고 하여 이 세상의 구조가 SU(3)×SU(2)×U(1)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중력을 제외한 이 세상의 기본소립자는 (표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현재 알려진 쿼크는 u d c s t b이고 렙톤은 ${e}^{-}$ ${υ}_{e}$ ${μ}^{-}$ ${υ}_{μ}$ ${τ}^{-}$ ${υ}_{τ}$이다. 여기에 쿼크를 묶어주는 여덟가지의 글루온과 약작용을 전달하는 세종류의 게이지 입자와 광자로서 이 세상은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야 말로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기본입자, 즉 소립자라고 믿어지며 이들의 복합으로서 우리들 주변의 꽃, 흐르는 물, 그리고 그들의 모든 변화가 이루어진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표2) 기본소립자의 구성
 

199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제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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