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내에서는 1KW급을 제작한 상태지만 미국 일본에서는 1만KW급이 넘는 초대형도 나와 있다.
세계는 지금 큰 딜레머에 빠져 있다. 즉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에너지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한정된 에너지를 절약하고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 파괴로부터 지구를 보존해야 한다는 두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귀중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에너지사용에 따른 환경공해 요인이 없는 새로운 에너지는 없을까.
현재 이 기술의 개발에 수많은 학자들이 매달리고 있다. 이 부분의 연구에 관한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21세기에는 반드시 이용돼야 할 기술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 사용량이 경제성장률 증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면서 설상가상으로 매년 사용하는 에너지의 무려 90% 이상을 비싼 외화를 지불하며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면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연료전지(fuel cell)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획기적인 새로운 에너지기술일 뿐만아니라 우주항공 자동차 해양분야에의 응용도 가능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연료전지의 기본원리는 물을 전기분해(電氣分解)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된다는 잘 알려진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두 개의 전극에 수소와 산소를 각각 공급한 뒤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물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연료전지는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반전지(battery)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가장 기초적인 수소/산소 연료전지의 기본구조는 (그림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다공성(多孔性)인 두 개의 전극 사이에 전해질이 들어있는 형태다. 이 연료전지의 각각의 전극에 수소와 산소를 공급하면 전기와 물 그리고 열이 발생한다. 공급된 수소(연료)는 다공성의 전극(양극)을 통과한다. 그러면 이 수소가 양극 표면에서 이온화되면서 수소이온(${H}^{+}$)과 전자(${e}^{-}$)로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수소이온(${H}^{+}$)은 가운데 전해질을 통해, 전자(${e}^{-}$)는 외부회로를 통해 각각 반대편 전극(음극)으로 움직여 산소와 결합하면서 물을 생성시키고 동시에 전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반응과정에서 열이 발생된다.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돼
연료전지에는 여러 종류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알칼리형 인산형 용융탄산염형 고체전해질형 등 네가지로 구분된다. 알칼리연료전지는 순수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면에서 매우 비싸기는 하나 성능이 우수하고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우주선 등 특수분야에 사용된다.
그러나 나머지 세 유형의 연료전지는 경제성 면에서 기존의 에너지기술과 경쟁해야 할 입장이다. 셋중에서는 인산연료전지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으며 용융탄산염연료전지와 고체전해질연료전지가 각각의 특성에 맞게 개발되고 있다. 제 1세대 연료전지로 통하는 인산연료전지는 제일 먼저 개발되기 시작한 만큼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으며 대형발전소보다는 수십~수만KW 규모의 열병합발전용으로 가장 앞서서 실용화될 전망이다.
각각 2, 3세대로 불리는 용융탄산염형과 고체전해질연료전지는 석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매우 높은 온도에서 발전하기 때문에 기존의 증기터빈발전과의 복합발전이 가능하나 아직 기술면에서 개발단계에 있다. 특히 고체전해질연료전지는 발전효율이 50~6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최근에는 고분자막을 전해질로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효율을 내는 새로운 형태의 연료전지도 연구되고 있다.
이와같은 연료전지가 일반 에너지기술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연료개질기 연료전지 본체(스택) 그리고 전력변환기 등 세가지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필수적이다. 연료개질기는 사용되는 연료를 수소성분이 많은 가스로 변환시켜 주는 반응장치다. 여기서 변환된 가스는 연료전지 본체(스택)로 보내져 직류전기를 발전하게 된다. 실질적인 발전기라고 할 수 있는 연료전지 본체는 두개의 전극으로 구성된 단위전지를 수십~수백개씩 직렬로 쌓아 적정출력을 내도록 제작된다. 연료전지 본체에서 발전된 직류전기는 전력변환기를 통해 일반 수용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류전기로 변환된다. 또한 발전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열을 열교환기라는 장치로 회수해 재활용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전력기술이 구비해야 할 모든 점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21세기의 대표적인 새로운 에너지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화석연료의 연소열을 이용하는 기존의 발전기술은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_{2}$) 및 질소산회물(${NO}_{x}$)과 같은 공해물질을 배출하며 터빈 회전에 따른 소음공해를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에너지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효율은 높고 공해는 적고
그에 비해 연료전지는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발전되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매우 높으며 공해물질과 소음의 배출이 지극히 적은 에너지절약형이면서 동시에 무공해 기술이다. 또한 열병합발전이 가능하며 다양한 연료를 채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모듈화 생산이 가능해 연료전지로 가동되는 대형발전소의 건설기간이 고작 3년에 불과하며 도심지에 건설할 경우 기존의 도시가스 공급망을 통한 연료공급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지닌다. 따라서 실용화될 경우 매우 경제적인 에너지공급기술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이 많은 장점을 소지한 연료전지는 60년대 이후 미국에서 제미니 아폴로와 같은 우주선을 쏘아올릴 때 처음으로 사용됐다. 앞으로는 도심지 또는 건물 지하에 건설돼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형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로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매연과 소음이 없으므로 실내에서 작업하는 차량 또는 도심지를 운행하는 시내버스의 동력원으로 채택될 수 있다. 또 잠수정의 동력이나 군(軍)의 이동용 발전기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다.
「문 라이트계획」의 일환으로
우주선에 연료전지가 처음으로 채택된 이후 이를 훌륭한 에너지기술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6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적극 추진됐다. 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일본도 미국의 개발계획에 일찍부터 참여하면서 자체개발을 추진해 왔다.
10여년의 연구결과로 8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출력 40KW급 연료전지를 개발, 호텔 식당 상가건물 등에서 현장시험을 한 바 있다. 지금은 건물용으로 2백KW급을 개발해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4천5백KW급 연료전지발전소가 미국에서 전력사업용으로 개발되기도 했다. 이 규모의 연료 전지발전소는 미국과 일본에 각각 1기씩 건설돼 이미 시험이 완료된 상태다.
현재는 발전용량이 1만1천KW인 대형 연료전지발전소가 일본 도쿄전력에 건설돼 시험가동되고 있다. 이 1만1천KW급 발전소는 미국(UTC)과 일본(도시바)의 합작회사인 IFC의 기술로 건설됐다. 연료전지 본체를 포함한 핵심부품은 미국에서 제작됐다. 이 발전소의 신뢰도 시험운전이 성공을 거둘 경우 2만~3만KW급의 인산형 연료전지가 상업용 발전기술로서 빠르게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발전소는 도심지내에 건설돼 부근의 건물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거나 아파트단지의 지역난방용 또는 공장의 열병합발전용으로 편리하게 사용될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연료전지 개발계획에 초기부터 적극 참여했다. 1981년부터 통산성 주도의 '문라이트 계획'을 수행하면서 자체개발을 추진, 개개의 건물에 사용될 50KW급을 비롯해 낙도지역의 전력공급용인 2백KW급 그리고 분산전원용인 1천KW급 인산연료 전지발전소를 독자기술로 개발한 바 있다. 현재 50KW 설비의 경우 상용화해서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규모가 큰 건물에 열병합용 연료전지를 적극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2005년 부터는 매년 1만KW급 발전소를 10~40기씩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연료전지의 기술독점을 위한 노력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같은 유럽국가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 기술수준 면에서는 일본이 미국에 다소 뒤지고 있으나 그 격차는 매우 빠르게 좁아지고 있으며 상용화 면에서는 다른 여러 기술에서 그러했듯이 오히려 일본이 미국을 앞서가고 있는 추세다.
대전EXPO에 전시될 듯
우리나라의 연료전지 기술연구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초기단계이나 과학기술처 동력자원부 한국전력 등의 적극적인 연구사업 추진으로 기술개발의 범위와 연구인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핵심장치인 연료전지 본체(스택)는 일본에서 도입했으나 연료개질장치와 직류교류변환장치 및 설비운전과 자료분석을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자체개발한, 교류출력 5KW 규모의 인산형연료전지 발전설비가 1988년에 에너지기술연구소와 한국전력공사의 연구진에 의해 국내 최초로 개발된 바 있다.
연료전지 기술보유의 척도가 되는 핵심기술인 본체(스택) 개발은 금년에 처음으로 이뤄졌다. 올 6월에 정격출력 1KW급 인산연료전지가 에너지기술연구소에 의해 성공적으로 개발돼 최대출력 1.2KW를 기록한 것이다.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제작된 1KW급 연료전지는 35개의 단위전지를 쌓아(적층해서) 제작됐다. 비록 용량 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떨어지지만 몇몇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기술을 국내에서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밖에도 유공 호남정유 금성산전 등의 산업체에서도 40KW급 인산연료전지의 실용화를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한국전력 삼성전자 동서산업 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소 전기연구소 여러 대학들이 기본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수년 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개발과는 별도로 한국전력에서는 일본에서 개발한 50KW급 연료전지 발전설비 1기를 도입, 내년에 대전에서 개최되는 93엑스포에 전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가스공사에서도 미국의 2백KW짜리 연료전지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무튼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술 인력과 연구개발비 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인 연구 개발에 나선다면 연료전지가 보편적으로 사용될 21세기에는 우리도 열악하기만 한 우리의 에너지문제를 조금씩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