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불같이 던진 공과 타자가 통쾌하게 날린 공 속에는 어떤 과학적 의미가 숨어 있을까?
프로 야구의 열기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생 쌍방울 레이더스팀의 뜻밖의 분전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해태 삼성 럭키금성이 한발 앞서 나가고 있지만 강팀으로 꼽히던 빙그레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세상에 선보인지 이미 1세기가 지났고 그동안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명멸해 왔지만 야구를 과학적으로 연구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물리학중 역학(力學)분야에서 공의 비행과 관련해 조금 다루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야구와 과학과의 접목이 여러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스포츠심리학을 동원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것도 그 한예다. 이때 마인드 컨트롤이나 바이오리듬 등이 활용되기도 한다. 훈련을 할 때도 심리학 역학 등이 응용되고 있다. 또 보다 우수한 장비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 재료공학적 지식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야구는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운동이다. 그래서 잘 치고 잘 받고 잘 뛰는 선수를 가리켜 '3박자를 갖춘 선수'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야구의 '3박자'에 대해 하나씩 점검해 보자.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있지만 1류투수가 던지는 멋진 공은 야구의 묘미를 한층 돋우어준다. 그중에서도 정통파 투수가 마음먹고 뿌리는 강속구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흔히 직구는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구중심으로 향하는 인력이 투수가 던진 공을 수직(땅)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은 비행하는 도중 아래로 처질 수 밖에 없는데, 만약 투수가 회전이 없는 공을 던진다면 홈 플레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공은 1m 쯤 밑으로(인력방향) 떨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맥없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공끝이 '살아있는' 위력적인 공을 뿌리려면 투수는 모름지기 빠르고 역회전 수와 양력(揚力)이 큰 공을 던져야 한다. 이런 공을 던지려면 투수는 팔동작을 위에서 아래로 빠르게 가져가야 하고 손목도 아래로 빨리 꺾어야 한다. 따라서 선동렬선수와 같은 오버스로 투수가 직구를 잘 던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타자 앞에서 공이 떠오른다
그러면 투수가 전력투구할 때 어느 정도의 구속(球速)이 나올 수 있을까. 물론 개인차가 크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의 에이스급 투수는 시속 1백50㎞대의 구속을 갖고 있다.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놀란 라이언투수(당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소속)가 1974년에 세운 시속 1백62.3㎞가 최고기록. 한국프로야구의 간판투수인 선동렬 박동희 선수도 컨디션이 좋을 때는 1백50㎞대의 불같은 볼스피드를 보여준다. 우리보다 한수 위로 알려진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아직 1백60㎞대 투수는 등장하지 않고 있지만 1류투수들이 뿌려대는 1백40~1백50㎞대 강속구는 타자들의 의욕을 뺏기에 충분하다.
공의 스피드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투수가 몸의 중심을 얼마 만큼 잘 옮기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아울러 허리와 어깨의 움직임도 구속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팔과 손목(스냅)의 움직임이다. 야구전문가들은 스피드의 60%는 팔과 손목의 움직임에 의해 얻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야구 투수들은 어깨나 손목의 강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투수가 초특급 강속구를 던지면 해설자들은 공이 타석앞에서 솟아오른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실제로 타석에 선 타자도 빠른 속도로 공이 날아오면 마치 솟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공은 지구의 중력에 역행하는 힘을 순간적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던져진 물체는 무엇이든지 포물선을 그리면서 낙하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반대로 상승하는 공이 과연 가능한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론상으로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공이 타자 앞에서 솟구치는 경우는 없다.
공은 투수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두가지 힘을 받는다. 하나는 지구중심을 향하는 중력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와의 마찰 등으로 인해 생기는 공기역학적인 힘이다. 그중 중력은 불변의 것이므로 투수가 자신의 역량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공기역학적 힘 뿐이다.
투수가 던진 공은 포수를 향해 역회전하면서 나아간다. 이때 공의 주변에는 두 종류의 공기 흐름이 생긴다. 하나는 공이 날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류(氣流)인데 이 기류는 앞에서 뒤로 흐른다. 또 하나는 공이 회전(일종의 자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류다. 이 기류는 회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날고 있는 공의 위쪽과 아래쪽의 공기밀도를 비교해 보면 공에 가해지는 공기의 압력이 부위(공)에 따라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행하고 있는 공의 아래쪽에 형성된 기류의 속도는 위쪽의 그것보다 느리다. 따라서 공기압력은 공의 아래쪽에 세게 가해지고 위쪽에는 약하게 미친다. 그러면 당연히 공은 밑에서 위로 치솟게 된다. 이를 테면 공에 양력이 생기는 것이다.
타자앞에서 공이 솟아 오르는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보다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하지만 분석과정에서 상당히 복잡한 수식이 등장하므로 유체역학에 매우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그 골자만 요약한다면 공이 정면에서 받는 공기를 땅방향으로 밀어 붙이고 있으므로 그 반작용으로 하늘방향의 힘을 받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아래로 향하는 공기에 대한 반발력만으로 공이 타자 앞에서 솟아오른다면 3류투수라도 그런 공쯤은 간단히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에 역행하는 일이 그렇게 용이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이 스스로 솟아오를 정도의 양력을 갖게 하려면 우선 공의 스피드가 빠르고 회전수가 많아야 한다.
그렇다면 얼마 만큼 위력적으로 공을 뿌려야 1백56g짜리 공이 순간적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일본 미즈노사 기술개발부는 컴퓨터를 활용, 인력에 역행하는 공의 스피드를 산출했는데, 놀랍게도 구속이 시속 2백70~2백80㎞는 되어야 그런 정도의 양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배터리(투수와 포수)사이를 비행하는 동안 공이 50~60회전을 해야 비로소 뜨는 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같은 빠르기와 회전수를 보여줄 투수는 지구상에 없다. 설령 있다고 해도 그는 오히려 야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인물이 되기 딱 알맞을 것이다.
"마그너스(Magnus)효과란 공이 회전하면서 포수를 향해 나아갈 때 공의 진행방향이 굽어지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공이 회전하면서 비행하면 공의 주위에 형성되는 기류(氣流)가 달라져서 측력(測力)을 받게 되지요 이 측력에 의해 공 왼쪽의 공기는 상대적으로 빨리, 오른쪽의 공기는 느리게 흐릅니다. 따라서 공 좌우의 압력차가 생기므로 공은 타자 앞에서 왼쪽으로 변화해 타자를 현혹하게 되지요."
KAIST 박승오교수(유체역학)의 지적대로 마그너스 효과는 모든 커브볼의 기본원리가 된다.
그러면 커브공의 생명인 낙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아닌 회전속도(회전수)다. 한마디로 말해 회전수가 많을수록 커브의 낙차도 크다. 그러나 공의 스피드와는 무관하다. 만약 강속구 투수가 던진 공이 스피드도 줄지 않고 변화폭까지 크다면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커브는 주로 횡(橫)변화를 일으키는 공이다. 공을 횡회전시켜 횡력(橫力)을 얻으면 공은 옆으로 처지게 된다. 이 횡력은 중력에 어긋나는 힘이 아니므로 비교적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그 변화폭도 상당히 크다. 홈플레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공이 자그마치 40㎝나 꺾이는 경우도 있다. 홈플레이트 폭이 43.2㎝이므로 스트라이크존을 거의 횡단해버리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커브의 성격은 회전각과 회전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횡회전이 강하면 좌우로 변화가 크고, 종(縱)회전이 강하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드롭(drop)성 커브가 된다.
낙차가 큰 커브를 던지려면 팔의 동작보다는 손목의 회전에 더 신경을 써야 하므로 자연 공의 스피드는 떨어진다. 아무리 강한 어깨를 가진 투수라할지라도 직구와 커브의 속도는 25%이상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슈트(shoot)는 과거에 삼성의 이선희선수가 즐겨 던진 공이었는데 타자들은 이 공을 직구로 착각해 곧잘 헛방망이를 휘두른다. 공을 쥐는 방법이나 팔의 동작이 직구와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직구와 비교했을 때 스피드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공을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비트는 것이 슈트를 잘 던지는 비결인데 이 공은 우완투수 대(對) 우타자, 좌완투수 대 좌타자의 대결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기본적으로 횡회전에 의한 변화이므로 타자의 방망이 손잡이 부근으로 파고 들기 때문이다.
사이드스로 투수는 직구를 던질 생각으로 공을 뿌려도 자연스럽게 공이 옆으로 휘게 된다. 이것이 소위 내추럴 슈트(natural shoot)다.
회전이 없는 포크볼
최근에는 국내의 투수들도 구사하고 있는 포크(fork)와 너클(knuckle)은 회전수가 적은 공으로 유명하다.
두개의 손가락 사이에 공을 꼭 끼고 있다가 공이 떠날 때 가볍게 빼면 포크공이 된다. 이때 손가락사이에 끼어 있는 부분(공)이 적으면 적을수록 회전수가 줄어든다. 이를테면 더 완벽한 포크공이 되는 것이다.
포크공은 한마디로 공기저항에 의한 낙하를 충실히 따르는 공이다. 이렇게 회전수가 적은 공은 좀처럼 장타를 헌상하지 않는다. 또 타자의 입장에서 보면 낙차가 매우 크게 느껴지는 까다로운 공이다. 공에 약간의 부력을 제공하는 역회전이 거의 걸려있지 않기 때문에 포크공은 타석에서 먼 곳에서부터 낙하하기 시작한다.
너클공도 의식적으로 회전을 없앤 변화구다. 흔히 이 공은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쉽게 말해 공주위에 형성된 난기류에 의해 '흔들리고'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것이다.
야구공은 완전히 둥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적어도 실로 꿰맨 부분이 있기 때문에 표면이 미끈할 수는 없다. 공이 비행하는 도중 공기가 이 꿰맨 부위에 닿으면 난기류가 생긴다. 이 난기류는 형태가 다양할 뿐더러 좌우가 비대칭이다. 따라서 이 '변덕스런' 난기류 덕택에 공은 적은 회전수에도 불구하고 좌우로 흔들리는 묘기를 보여준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투수들이 즐겨 던지는 소위 SFF(Split Finger Fastball)도 회전수가 극히 적은 공이다. 이 공은 속구를 던질 때와 같은 폼으로 던져 타자들을 무척 당황하게 하는데 관중들에게 홈런을 선사하는데는 아주 인색하다.
간혹 투수들은 공에 침을 묻히는 등 위반투구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커브의 각도가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침을 묻힌 공을 던지면 전혀 예기치 않은 변화를 일으킨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수들 중에는 침 대용으로 땀 샴푸 주스 바셀린 피임용 젤리까지 반칙투구에 활용하는 선수도 있다.
또 모래나 금속으로 공의 표면에 상처를 내기도 한다. 이럴 경우 상처부위가 더 많은 공기저항을 받게 되므로 공은 그 반대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요즘 프로야구 TV중계를 보면 스피드건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투수의 구속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줌으로써 관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스피드건은 실제로 투수를 스카웃하거나 투수의 컨디션을 미리 알려고 할 때도 유용하다.
과속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교통 경찰이 소지한 스피드건과 원리상 하등 다를 바 없는 야구전용 스피드건은 도플러효과와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는 정밀한 측정기기다. 즉 마이크로파를 공에 쏜 뒤 되돌아오는 파(波)의 주파수를 잼으로써 공의 속도를 산출하는 장치이다.
흔히 스피드건이 매우 정확한 결과를 보여준다고 믿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포수의 위치에다 스피드건을 설치하지 않는한 어느 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투수의 손과 포수의 미트중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투수의 손에서 방금 빠져나간 '싱싱한' 공의 구속과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까지 갖은 '풍파'를 겪은 공의 스피드가 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한대의 스피드건으로는 투수의 구속을 절대로 정확히 잴 수 없다.
가벼운 공, 무거운 공
야구중계를 시청하다 보면 '저 투수의 볼은 가볍다 또는 무겁다'는 해설을 종종 듣게 된다. 분명히 똑같은 무게의 공을 사용할텐데 왜 그런 표현을 쓰는 것일까.
공이 '무겁다'가볍다'하는 것은 실제 공의 무게가 아니라 구질(球質)의 차이를 뜻한다. 이를테면 맞아서 잘 나가는 구질을 가진 투수를 가리켜 가벼운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 하고 그 반대의 구질을 가진 투수를 무거운 공의 소유자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선동렬투수의 공이 비교적 무거운 편에 속한다. 실제로 그가 홈런을 맞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면 한희민 이강철 투수의 공은 대체로 가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구속이나 방어율에 비해 피홈런수가 많다는 게 그 증거다.
그렇다고 공의 가볍고 무거움이 스피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강속구투수인 에가와나 미국의 놀란 라이언이 탈삼진왕과 '홈런생산공장'이라는 별명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문제는 공의 회전수다. 즉 회전수가 많은 공은 방망이가 가볍게 느껴지고, 반대로 회전수가 적은 공은 무겁게 와 닿는 것이다. 일본의 나고야대학에서는 몇년 전 회전수가 서로 다른 두대의 피칭머신을 이용해 회전수와 방망이 감각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회전수가 많은 공이 방망이에 닿는 순간 가볍게 느껴졌던 것.
사실 회전이 없는 공이 방망이에 정통으로 맞으면, 맞는 순간 둘다 크게 변형된다. 따라서 공과 방망이와의 접촉시간이 훨씬 길어지고 방망이 위에서 공이 순간적으로 흐르는 현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공의 반발력도 크게 줄어들어 타구는 멀리 뻗어나지 않는다. 물론 타구의 속도도 줄어든다.
그러나 회전수가 많은 공이 방망이에 맞으면 순간적으로 공이 방망이 표면을 구르기 때문에 공이 크게 찌브러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반발력이 커져서 타구는 강해진다. 또 타구가 역회전을 하기 때문에 뻗는 힘도 살아난다.
타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과 방망이가 접촉하는 순간 3t정도의 압력이 가해진다. 이때 공은 3분의1정도가 찌브러지고 순간적으로 방망이 위를 구르다가 날아갈 때 다시 원상태로 복원된다.
이렇게 비상한 타구가 왼쪽 관중석 상단에 총알처럼 꽂히면 관중들은 야구의 묘미를 한껏 만끽하게 된다. 야구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홈런은 관중들을 9회말까지 붙잡아 둘 뿐더러 승부를 단숨에 갈라놓기도 한다.
야구 역사상 가장 긴 홈런을 날린 선수는 로이 카알라일이라는 사람이다. 미국 마이너리그 소속이었던 그는 1929년 1백88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1919년 베이브 루스가 세운 1백78.9m.
그대로 신뢰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둘다 벌써 반세기 전의 기록들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공을 날릴 수 있을까.
타구는 잘 알다시피 비행시작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멀리 날아간다. 공기저항을 무시하고 따진다면 비행시작 속도와 회전수 그리고 공이 날아가는 각도에 따라 장단타가 결정된다.
일본 도쿄 농공대의 다카기교수는 지상 1m의 높이에서 비스듬히 위쪽으로 비행하는 타구의 궤도를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 비행시작 속도가 40m/초, 회전수가 1천회/분, 비행각도가 35도였을 때 최장타(1백5m)가 터졌다(홈런공의 비행시작 속도는 약 40m/초인데 이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1백4㎞가 된다). 그러나 회전하지 않는 타구는 비행거리가 회전하는 타구보다 짧았다. 이 비(非)회전타구(비행시작속도는 40m/초)는 비행각도가 40도였을 때 가장 먼 거리까지 날았다.
스윙속도가 빨라야
회전하는 공이 타자에게 더 가볍게 느껴지듯이 회전하는 타구가 더 멀리 날아간다. 역회전에 의한 양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때려야 타구의 회전수를 높일 수 있을까. 만약 타자가 공의 정면을 정확히 맞춘다면 그 공은 멀리 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공의 변형이 심해서 공과 방망이의 접촉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방망이 중심에 맞추지 않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공을 방망이 한가운데로 정확히 맞출 가능성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타구는 회전을 한다고 보야야 한다. 방망이를 휘두르는 속도도 장타를 날리는데 중요한 관건이다. 대체로 고교야구선수의 스윙속도는 시속 1백㎞ 전후이고 프로야구 1급타자의 스윙속도는 1백40~1백50㎞가 된다. 스포츠과학 전문가들은 인간의 팔로 휘두르는 방망이의 속도는 시속 1백70㎞가 한계라고 보고 있다. 이 이상의 스윙속도는 슈퍼맨에게나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 일본 미즈노사 스포츠기술 개발연구소는 스윙분석기를 활용, 시속 1백70㎞의 속도로 휘두르는 가상의 타자를 상정해 모의실험을 해 보았다. 그랬더니 이 상상의 괴타자는 가볍게 1백50m짜리 대형 홈런을 쏘아 올렸다.
대다수의 야구전문가와 물리학자들은 32~35도의 비행각도를 갖는 타구가 가장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이 이상적인 비행각도에 시속 2백㎞의 스윙속도가 합쳐진다면 2백m짜리 초대형 홈런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떤 투수가 시속 1백50㎞대의 강속구를 던진다고 가정해 보자. 이것을 초속으로 환산하면 공이 1초에 44m를 비행하는 셈이다. 투수의 마운드는 홈플레이트로부터 불과 18.4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므로 요즘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로저 클레멘스(보스턴 레드삭스)나 노히트노런경기를 6차례나 기록한 놀란 라이언(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음먹고 던진 공은 타자에게 도달하는데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이 짧은 시간에 타자들은 직경 7㎝의 방망이로 공기를 가르면서 날아오는 공을 정통으로 때려야 한다. 투수가 던진 야구공의 실제 비행거리가 공식적인 투수와 포수사이의 거리보다 짧다는 사실도 타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투수는 요란한 투구동작을 이용해 적어도 한두발자국은 앞으로 나와서 공을 뿌린다. 실제로 투수가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까지의 평균 거리는 17m에 불과하다.
하지만 타자들을 고무시키는 소식도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은 예외없이 공기저항을 받아 어느 정도 속도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만약 선동렬의 빠른 공이 시속 1백43㎞의 속도를 시종일관 유지한 채로 포수를 향해 날고 있다면 그 공을 때려낼 타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손에서 떨어진 순간의 속도인 시속 1백43㎞는 비행도중 공기저항을 받아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 쯤이면 시속 1백30㎞로 감속된다. 투·포수간을 비행하는 동안 공기저항이 최초속도의 약 8.5%를 감속시킨 것이다.
이런 저항 등을 다 감안할지라도 시속 1백43㎞의 속도로 내뿜어진 강속구는 타자 앞을 지날 때까지 불과 0.46초가 걸릴 뿐이다. 0.5초와 0.46초. 극히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타자에게는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장효조 이만수 김성한 등의 1류타자는 0.5초만에 날아온 공에는 어느 정도 대처하지만 0.46초만에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강속구 투수의 불같은 공을 때려내려면 타자는 번뜩이는 반사신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 방망이를 치켜 올린 자세에서 휘둘러 방망이가 타격지역 안까지 들어오게 하는데도 평균 0.2초가 걸린다. 따라서 0.46초만에 홈까지 쇄도하는 공에 대처하려면 0.26초 또는 그 이하에서 투수의 움직임을 보고 적절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거리의 반을 조금 더 지나쳤을 때부터 스윙을 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투수는 공에 회전을 가해 커브공을 던짐으로써 타자를 훨씬 더 곤란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타자는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할 것인가를 미리 알아내야 하는데, 실제 선수들은 투수의 투구동작이나 공의 초기 움직임 등으로 그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 계산이 더딘 선수는 단순히 예측을 하기도 한다. 투수가 어떻게 공을 잡고 있느냐가 다음 구질을 예상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지만 1승이 아쉬운 투수가 그런 이적행위를 할 리 없으므로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된다.
만약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론물리학자에게 시속 1백43㎞의 강속구를 인간이 때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아마도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비록 드물긴 하지만 그 일을 해내는 타자도 간혹 있다.
달리기는 야구뿐 아니라 모든 운동의 기본이다. 실제로 기동력있는 야구를 하려면 주력이 있는 선수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팀전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도루를 포함한 주루플레이실력을 비중있게 취급하는 것도 달리기가 야구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단거리를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은 미국의 칼 루이스다. 그가 1988년에 작성한 1백m 최고기록인 9.92초가 아직 공식적으로 깨지지 않고 있는데 이 속도라면 루이스는 1초에 10.1m를 달린 셈이다. 하지만 그의 발에 가속이 붙은 다음(출발한지 3초 후)에는 더 빨리 질주했음에 틀림없다. 다시 말해 스타트할 때 까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그는 1초에 약 10.9m를 달린다. 일단 발동이 걸리면 평균속도의 10% 정도 상회하는 속도로 질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칼 루이스를 뉴욕 양키즈팀의 대주자로 스카웃한다고 해도 도루왕이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스프린터인 서말구 장재근선수를 롯데와 해태팀이 스카웃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도(大盜)인 김일권과 리키 핸더슨은 나름대로의 비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칼 루이스와 도루왕자리를 다툰다고 할지라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야구전문가들의 견해다.
투수와 포수간의 거리인 18.4m를 공이 날아가고 포수가 이 공을 재빨리 잡아 홈에서 2루까지의 거리인 38.79m를 던진다. 이 공을 받은 유격수나 2루수는 무섭게 슬라이딩하면서 쇄도해 들어오는 타자를 태그해 아웃시킨다. 이것이 도루저지의 시나리오인데, 1루주자는 투수가 투구동작을 할 때부터 1,2루간의 거리인 27.4m (약간의 리드가 있긴 하지만)를 달리기 시작한다. 공이 날아가는 총 거리는 57.19m이고 사람이 달려야 하는 거리는 27.4m이므로 투수 포수의 동작이 특별히 굼뜨지 않는한 아무리 빠른 주자라 할지라도 도루에 성공하기 어렵다.
2,3루간 도루는 45.8m(공의 비행거리)대 27.4m(주자의 주행거리)의 대결이므로 더욱 어렵다. 이론상 공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는,즉 18.4m(공의 비행거리)와 27.4m(타자의 주행거리)가 겨루는 홈스틸은 그야말로 특별한 경우에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도루에 성공하려면 투수의 동작을 잘 훔쳐 재빨리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주자의 주행거리를 단축시키는 약간의 리드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 시기인가를 잘 예측해야 대도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강속구를 던질 때보다는 속도가 느린 커브볼을 구사할 때 도루를 감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타자는 타구를 날린 다음 즉시 자신의 타구가 장타인가 단타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단타라고 생각되면 혼신의 힘을 다해 직선으로 달려야 하는데 이때 특별히 슬라이딩을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슬라이딩은 야수의 터치동작을 피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지 주루속도를 빠르게 하는 동작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슬라이딩을 해야 더 빠른 기록을 얻을 수 있다면 단거리 육상선수들은 골인점에서 모두 슬라이딩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할 것이다.
홈-1루간의 거리 27.4m는 왼손잡이타자에게 적용되는 거리이고 오른손잡이타자는 한발자국 더 먼거리를 달려야 한다. 이 한발자국은 1루에서 사느냐 죽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편 자신의 타구가 2루타 또는 3루타성이라고 판단되면 약간 원을 그리면서 달리는 것이 좋다. 인간의 몸은 직각으로 방향을 트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베이스를 한바퀴 도는데 가장 빠른 기록은 1932년 미국의 어니스트 스완슨이 세웠다고 한다.
총 1백9.6m를 뛴 그의 기록은 13.3초였는데, 이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29.7㎞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공 방망이 글러브 등 야구도구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야구공은 두조각의 하얀 가죽을 약 2백16개의 뜸으로 바느질해 놓은 것이다. 그 직경은 7.23㎝이고 질량은 1백56g이다.
헌 야구공을 해부해 보면 4.5g짜리 코르크 위에 양털 실이 창창 감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바깥 부분은 가죽이다.
대다수의 야구 선수들은 공마다 탄력성이 다르다고 얘기한다. 탄력이 떨어지는 공때문에 담장을 넘어갈 타구가 외야수에게 잡혀 버렸다고 불평하는 선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불만은 단순히 느낌상의 문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반적으로 양털실과 겉가죽의 질이 공의 탄력성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실의 소재인 양털이 것(탄력성이 더 좋다)이냐 재생한 것이냐에 따라서도 탄력성이 달라진다.
야구공의 겉가죽의 원료는 그것이 어느 나라제품이냐에 따라 다르다. 이를테면 미제 야구공은 마피(馬皮), 일제공은 우피(牛皮)로 덮여있다.
우피와 마피중 투수들이 선호하는 것은 말가죽 공이다. 가죽의 특성상 손가락에 쉽게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피공도 표면을 꺼끌꺼끌하게 처리하면 투수에게 주는 감촉이 비슷해진다.
공을 만드는 작업은 대부분 자동화돼 있으나 반드시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있다. 코르크 위에 실을 감은 작업까지는 자동으로 수행하지만 겉가죽 봉제는 잘 숙달된 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꿰매는 실의 높이가 0.68~0.7㎜에 불과해 자동식 기계가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밥을 잡고 던지는 투수들은 이 실의 높이를 매우 예민하게 감지한다. 0.1㎜만 달라져도 투수로부터 너무 높다. 또는 낮다는 불평이 터져 나온다.
야구 공의 바늘 땀은 비행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 이유는 바늘 땀이 있음으로써 야구공의 표면이 완전히 미끈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구공의 표면이 미끈하다면 타구의 비행거리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한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골프공을 가지고 수행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표면이 미끈한 골프 공을 쳤더니 표면이 우툴두툴한 골프 공을 쳤을 때(같은 힘으로)보다 반밖에 비행하지 않았던 것. 또 투수도 바늘 땀이 없다면 손가락 끝으로 공을 잡아던지기 어려워진다.
새로 산 야구공을 보면 공 위에 은박지를 입히고 다시 셀로판지로 감싼 상태로 보관돼 있다. 왜 이렇게 중무장을 시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야구공의 천적.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야구공 속의 양모가 수분을 함유하게 되면 반발력이 떨어진다. 또 공 자체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양력도 감소한다. 물론 이렇게 물먹은 공은 투수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 노히트 노런이 자주 작성되는 것도 공의 수분 함유율과 무관하지 않다.
야구는 기록경기이고 공평한 운동이므로 경기용은 반드시 탄력검사를 받게 돼 있다. 대체로 4.12m 높이에서 대리석 위에 공을 떨어뜨렸을 때 1백40~1백50㎝ 되튀면 합격판정을 받는다.
무거운 방망이와 가벼운 방망이
도대체 어떤 방망이가 타구를 강하고 멀리 날게 하는가는 야구가 처음 시작 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이제는 방망이의 질도 향상됐을 뿐더러 소재도 다양해졌다. 예컨대 알루미늄 플라스틱 탄소섬유 세라믹 방망이 등 과거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새로운 소재 방망이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가벼운 방망이와 무거운 방망이의 대결도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1960년 이후 미국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무런 근거없이 무거운 방망이를 대체로 선호하고 있다. 심지어는 1.4㎏이나 나가는 방망이를 휘두른 타자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물리학자들은 되도록 가벼운 방망이를 사용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4백20g 정도의 방망이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무거운 방망이를 선호한 타자는 나무 방망이의 무게를 올리기 위해 방망이에 축음기 바늘이나 큰 못을 박기도 했다(물론 지금은 이런 방망이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방망이 끝에 구멍을 파고 그곳에 대신 코르크를 넣은 경(輕)방망이파도 있었다.
특히 1961년 리그 타격왕에 올랐던 놈 캐시(당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속에 코르크가 든 방망이를 사용함으로써 큰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그 선풍은 일과성으로 그치고 말았다. 다음해 캐시의 타율이 형편없이 떨어져 코르크방망이의 인기도 함께 시들해진 것이다.
지금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때 압축방망이가 대단히 유행했다. '마법의 배트'라고도 불린 이 방망이는 나무에 특별한 수지 등을 주입한 뒤 압축 성형한 것이었는데 내구성을 최대의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금속을 소재로 해서 만든 방망이와 나무방망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과 방망이가 접촉한 직후의 반발계수를 측정하면 그 차를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철의 반발계수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나무는 30~40, 알루미늄은 65~75이므로 반발계수에 있어서는 금속방망이가 완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경도(硬度)에 있어서도 금속방망이가 훨씬 앞선다. 흔히 '심'이라고 부르는 방망이의 중심(이 부분에 공이 맞으면 손이 떨리지도 않고 가볍게 멀리 나간다)과 관련해 따져봐도 금속방망이가 유리하다. 나무방망이의 심은 한 점에 있지만 금속방망이의 심은 수㎝의 폭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금속방망이가 우수한 것은 아니다. 공에 닿았을 때 방망이가 휘어지는 정도, 즉 공과 방망이와의 접촉시간을 놓고 우열을 가린다면 나무방망이의 '손'이 올라가게 된다.
최근 국내의 대학야구 경기중 알루미늄 방망이가 두동강 나서 야구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을 되돌려 생각하면 그만큼 금속방망이는 재질이 강하다는 얘기다. 금속 방망이를 사용하면 방망이가 꺾일 리 없으므로 타자는 마음껏 휘두르게 되고, 그만큼 장타가 터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나무방망이를 쓰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의 방망이가 맥없이 부러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고 있다. 만약 방망이의 중심에 공이 맞는다면 진동이 손잡이쪽으로 거의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방망이도 부러지지 않고 무사하다.
그러나 공이 방망이의 중심에서 벗어난 부분에 빗맞는다면 방망이는 크게 떨리게 되는데 그 진동에너지를 수용하지 못하면 부러지고 만다. 손잡이를 잡은 손도 얼얼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1류타자는 방망이의 중심 가까이에 공을 맞추는 사람이라고 정의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들은 방망이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방망이를 부러뜨리지 않는다. 한해동안 부러진 방망이의 수를 보면 그 타자의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일반적으로 방망이의 중심은 타자가 방망이의 어느 부위를 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방망이를 짧게 쥐면 쥘수록 중심은 앞부분으로 이동한다.
물론 특별하게 좋은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솜씨가 모자란 목수가 연장을 탓하듯 방망이가 나빠서 홈런이 안 터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공의 중심에서 수㎜떨어진 곳을 초속 40m의 속도로 방망이를 휘둘러 맞추면 십중팔구 홈런이 된다는 것이 야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진 방망이가 타자에게 유리한가에 대한 연구결과를 싣고 있다. 결론부터 소개하면 타구의 거리와 타격의 정확성이라는 두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망이의 무게는 약 9백35g 짜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수치는 미국 현재 메이저리그 허용규격인 8백78~9백35g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10세 가량 된 소년은 4백 g정도 나가는 방망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쓰여있다.
방망이의 무게가 무거우면 타구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있다. 그러나 방망이가 무거우면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스윙속도가 느려짐도 고려해야 한다.
방망이의 손잡이 굵기도 타격을 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체로 손잡이가 두꺼운 것은 저스트미트타법(정확히 맞추기)에 유리하고 장타를 노리는 선수는 손잡이가 가는 방망이를 소유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