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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무늬 연출하는 선의 조화 무아레

몸매 굴곡 알아내고 짧은 길이도 측정

얇은 천의 올이 서로 겹치면서 만들어내는 무아레 무늬.인쇄나 방송에서는 원래의 모습을 왜곡시키는 천덕꾸러기로 대접받지만 짧은 길이를 측정하거나 자동차나 비행기의 편평한 정도를 알아내는데까지 이용된다.생활주변에서 만들어지는 무아레 무늬를 찾아보고 직접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OHP위에 줄무늬판을 올려놓고 줄무늬 옷에 투영시키면 몸매의 굴곡이 나타난다.


무아레(moire)란 말은 '물결무늬의'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에서 온 것으로 고대 중국에서 수입된 비단 중 물결무늬가 새겨진 것을 '무아레 실크'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하지만 오늘날 무아레 무늬라고 하면 반복되는 무늬가 두장 겹칠 때 나타나는 큰 무늬를 뜻한다.

무아레 무늬는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모기장을 두장 겹칠 때, 비치는 커튼이 겹쳐지는 경우, 그리고 여름 한복에서도 일렁이는 무아레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무아레 무늬는 왜 생길까. 원리는 간단하다. 비슷한 간격의 줄무늬판 두개를 겹친 다음 서서히 회전시켜보자. 그리고 겹친 줄무늬판을 한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시켜보자. 그러면 밝은 선은 밝은 선끼리, 어두운 선은 어두운 선끼리 겹치는 곳이 생긴다. 또 밝은 선과 어두운 선이 만나 서로 겹치는 곳도 생긴다. 밝은 선과 어두운 선이 만나는 곳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어두워지며 이러한 곳이 계속 연결돼 또하나의 큰 무늬를 만든다. 이것이 무아레 무늬다.

줄무늬판을 회전시키면 무아레 무늬의 간격이 줄어들다가 더이상 무아레 무늬를 볼 수 없게 된다. 또한 겹치는 두 줄무늬의 주기가 크게 달라도 무아레 무늬를 볼 수 없다. 이처럼 무아레 무늬는 비슷한 주기의 무늬가 비스듬히 겹쳐질 때 볼 수 있다. 꼭 평행선 무늬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비슷한 주기로 반복되는 무늬가 두장 겹쳐지면 무아레 무늬가 나타난다.

한편 반복되는 주기가 아주 짧다면 1개의 무늬로도 무아레 무늬를 볼 수 있다. 이것은 눈의 잔상 때문에 나타나는 효과다. 우리가 한 곳을 본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한 점을 계속 볼 수는 없다. 매 순간 보는 방향이 약간씩 달라지기 때문에 눈에 생기는 무늬의 상이 조금씩 움직인다.

그러나 망막에는 앞서 맺혔던 상이 1/16초 정도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 상들이 합쳐져서 눈 안에서 무아레 무늬를 만든다. 무아레 무늬를 ‘광간섭 현상’이라고도 하지만 빛의 파동적 성질 때문에 생기는 간섭 현상은 아니다. 단지 명암이 겹쳐져 만들어지는 그림자 현상일 따름이다.

과학자들은 무아레 무늬를 이용해 아주 짧은 길이를 측정한다. 두장의 줄무늬를 겹친 다음, 어느 한장을 이동시키면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이 서로 겹쳐서 어둡게 되는 부분의 위치가 달라진다. 이때 무아레 무늬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동하는 줄무늬가 한 주기 움직여가면 처음 출발했을 때와 똑같은 모양으로 겹치기 때문에 무아레 무늬도 처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겹쳐진 줄무늬 중 어느 한쪽이 한 주기 이동해가면 무아레 무늬도 한 주기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과학동아 1998년 9월호 사이언스파티 참고).

줄무늬의 주기가 작더라도 무아레 무늬의 주기는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짧은 거리의 이동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무아레 무늬가 이동해간 수만 세면 줄무늬가 몇개 지나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장치는 선반 같은 공작기계에 달아서 아주 정밀한 길이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또 무아레 무늬는 물체 표면의 편평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물체의 높낮이를 등고선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나 비행기 표면의 편평도나 체형 이상 등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 실제로 무아레 무늬를 이용해 척추 이상을 파악하기도 한다.

빛을 쪼여 물체 표면에 줄무늬의 그림자를 만들고 이 그림자를 다시 줄무늬를 통해 보면 물체의 편평도가 등고선으로 나타난다.줄무늬 옷을 입은 사람의 몸에 비슷한 주기의 줄무늬가 나타나게 OHP로 비추면 등고선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조각작품에 줄무늬판을 대고 OHP를 조명처럼 비추고 봐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이때 나타나는 등고선이 조각작품의 굴곡을 보여준다.

한편 무아레 무늬는 그림을 스캔할 때 화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인쇄할 때 색깔은 망점이라고 하는 작은 색점을 촘촘히 찍어서 나타내는데, 고해상도로 스캔하면 각 색점이 겹쳐서 무아레 무늬를 만든다.

무아레 무늬는 컬러 인쇄물에서도 나타난다. 컬러로 인쇄된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한 종이에 4개의 필름판(C, M, Y, K)을 인쇄해야 모든 색깔을 다 나타낼 수 있다. 이때 겹치는 각 망점에 의해 무아레 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인쇄할 때는 이를 피하기 위해 각 색깔 필름 망점의 각도를 서로 다르게 출력해서 무아레 무늬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TV 모니터에서도 무아레 무늬를 볼 수 있다. 특히 가는 줄무늬가 화면에 있으면 그 주위로 무아레 무늬가 생긴다. 모니터에는 색깔을 나타내기 위한 빨강, 초록, 파랑의 세가지 화소가 있다. 이 세 화소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들 화소가 만드는 상은 약간 어긋나게 된다. 이 상들이 겹쳐져서 무아레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TV 출연자들이 줄무늬 옷을 잘 입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아레 무늬의 이러한 성질은 거꾸로 위조지폐를 방지하는데 사용된다. 만원 지폐의 한쪽에는 동심원이 아주 촘촘히 그려져 있다. 이 때문에 컬러 복사나 스캔을 하면 무아레 무늬가 나타나서 위조된 지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무아레 무늬를 이용하면 여러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안보이던 얼룩말도 보이게 할 수 있고, 여러 색깔의 판이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또 움직이는 모습도 만들 수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줄무늬판을 서로 겹쳐보자. 갑자기 얼룩말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1개의 판을 90도 회전시켜서 다시 살펴보자. 배경에 줄무늬가 생기고 무늬가 없는 말이 나타난다.

갑자기 얼룩말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그림에 그려진 줄무늬의 방향에 있다. 말이 그려져 있는 줄무늬판의 경우 그림의 안쪽은 수평선이, 바깥쪽은 수직선이 그어져 있다. 이 그림 위에 수평선 줄무늬를 겹치면 작은 각으로 겹치는 안쪽에만 무아레 무늬가 생기고 큰 각으로 겹치는 바깥쪽에는 무아레 무늬가 생기지 않는다.

노랑, 초록, 빨강, 파란색 선이 그려진 사각형 줄무늬판 위에 흑백으로 이뤄진 줄무늬판을 겹쳐보자. 흑백판을 한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빨강, 초록, 노랑, 파란색으로 이뤄진 작은 사각형이 큰 사각형 내에서 움직인다. 검은 평행선이 한가지 색깔의 선만 남기고 나머지 선은 가려버리기 때문에 위치에 따라 색깔이 한가지만 나타난다.

무아레 무늬를 이용하면 동양상을 만들어볼 수 있다.2쌍의 날개가 그려진 새그림 위에 흑백의 줄무늬판을 한쪽으로 이동시키면서 어떤 모습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자.줄무늬판이 이동하면서 캐릭터는 손을 위아래로 흔든다.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이것은 평행선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손과 가려지는 손이 있기 때문이다.연속해서 움직이는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입체인 석고상의 코 끝부분에 무아레 무늬가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전영석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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