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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엘리트 12인의 삶과보람 「그래서 나는 실험실 불을 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실험실 불을 끌 수 없었다
 

국민학교 2학년 때였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께서 나와 동생을 부르시더니 신문에 난 어떤 책 광고를 보여 주셨다. 어린아이가 글을 써서 매우 유명해진 '저 하늘에도 슬픔이'라는 책이었다. 그러면서 우리도 글짓기 연습을 해보라면서 글짓기 숙제를 내주셨다. 나에게는 '나의 희망', 동생에게는 '우리 마을'이란 주제를 주셨다.

갑자기 받은 글짓기 숙제는 나를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나의 희망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며칠동안 생각해 보았으나 앞으로 무엇이 될지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문득 떠오른 것이 '에디슨'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에디슨 위인전이 재미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적당히 쓸 것이 없던 차에 에디슨 생각이 나자 기뻤다. 에디슨과 같은 발명가가 되겠다고 썼다. 아버지는 물론 모든 식구들이 돌려가며 읽고 매우 기뻐했다. 어린 녀석이 에디슨 전기를 읽고 발명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대견해 보였던 것같다.

이 순간 나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글을 쓸 때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서 쓴 것이 아니었다. 단지 글짓기 숙제를 하기 위해 쓸거리를 찾아 에디슨 전기를 인용한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은 후에 나의 마음은 어느새 발명가가 되기로 정해졌다. 너무나도 우연한 일이었다. 글짓기 숙제가 있었고 그때 내가 에디슨 전기를 읽었다. 돌이켜보면 운명은 실로 하찮은 우연에서 결정되는 것 같다. 그후 계속하여 과학자를 존경하고 탐구자의 길을 동경하는 소년 시절을 보냈다. 입시지옥을 겪으면서 한때 잊고 지내기도 했고 또 한때는 다른 길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에 우연히 결정된 길을 바꾸진 못했다.

'그래서 실험실 불을 끌 수 없었다'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해보았다. 사람의 진로라는 것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리고 과학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들이 이 시간에도 한둘이겠는가.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과학자의 길을 동경하며 궁금해하지 않을까. 과학의 길을 걷는 선배들의 삶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의 고뇌는 무엇이고 영광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러한 청소년들의 질문에 조그만 답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막연한 먼나라의 과학자들이 아닌 오늘을 사는 이땅의 12명 평범한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항상 아름답고 영광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고뇌와 삶, 그리고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는 역사속의 위인들 전기보다 더욱 생동감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 속에는 어린시절의 방황하는 모습과 갈등의 시간들이 묘사되어 있어 더욱 좋다. 과학의 꿈을 가졌지만 입시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젊은날의 우연과 한권의 책이 인생에 얼마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가를 체험했기에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199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광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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