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제올라이트는 가열해도 결정구조가 파괴되지 않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고체들은 구성성분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즉 결정상태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결정에는 다이아몬드나 흑연과 같이 탄소 한종류의 원소로만 이뤄진 것, 수정과 같이 산화규소성분, 즉 규소와 산소 두 종류의 원소로 이뤄진 것, 고령토와 같이 산화 알루미늄 산화규소 물 등 두가지 이상의 성분을 포함한 것, 그밖에 구성원소들이 매우 다양한 것 등이 있다.
인공적으로 합성되기도
그런데 고령토와 같이 결정수라고 불리는 물이 구성성분을 이루고 있을 때 온도를 높여 결정수를 제거하면 결정구조가 무너져 무정형상태로 변한다. 물론 결정수를 제거할 수 있는 온도는 결정들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고령토의 경우 5백℃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한 반면, 황산구리(CuS${O}_{4}$·5${H}_{2}$O)와 같은 결정의 경우 1백50℃ 이상만 가열해도 된다.
요즘 도처에서 활용되는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광물은 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광물은 열을 가해 물을 제거해도 결정구조가 파괴되지 않으며 온도를 낮추면 공기중에 있는 물을 흡수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이상한 성질이 있다. 이러한 성질로 미뤄 보아 제올라이트중에 함유된 물은 다른 결정에서와 같이 결정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이 드나들 수 있는 빈 공간이 있는 결정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용어는 그리스말의 제오(boiling 즉 '끓는다'는 뜻)와 라이트(stone 즉 '돌'이라는 의미)를 합성해 만든 말인데 이는 스웨덴의 광물학자인 크론스테드(Cronsted)가 1756에 처음 명명했다. 이러한 어원 때문에 일본에서는 비석(沸石)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제올라이트라 하는 것은 구성성분이 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으로 돼 있고 가열해 물을 제거해도 결정구조가 파괴되지 않으며 다시 물을 채워 넣을 수도 있는 광물들을 총칭하는 일반적인 용어다. 다시 말해 한가지의 광물에만 붙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제올라이트는 아주 많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으로 천연에 존재하는 제올라이트를 꼽으면 파자사이트(faujasite) 모더나이트(mordenite) 클리놉틸로라이트(clinoptilolite)등 34종류가 있다. 그런가 하면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도 다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제올라이트-A, 제올라이트-Y, ZSM-5등 1백여종의 인공합성 제올라이트가 있다.
철근콘크리트건물 같은 골격 지녀
각각의 제올라이트에 이름을 붙이는 방법은 이렇다. 천연의 것은 다른 광물들처럼 최초의 발견자가 적합한 이름을 부여한다. 대개 기념하고자 하는 사람 또는 지명 끝에 광석을 뜻하는 끝말을 붙인다. 합성된 것은 처음으로 합성한 사람이 작명을 하며 일정한 규칙은 없다.
대부분의 결정들은 마치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 것과 유사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그 구성성분중 일부를 제거하면 결정구조가 무너지지만 제올라이트는 철근콘크리트 건물같은 골격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골격을 형성하는 성분을 제거하지 않는 한 그 구조는 파괴되지 않는다. 또 골격내의 빈 공간에 들어있는 성분들을 제거하거나 다른 것으로 바꿔 넣을 수도 있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제올라이트의 화학적 구조는 어떠할까. 제올라이트는 금속원소가 가운데 위치하고 산소 4개가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있는 산화알루미늄(Al${O}_{4}$)과 산화규소(Si${O}_{4}$)의 정사면체를 기본단위로 한다. 이들이 각 꼭지점에 있는 산소를 공유하면서 산화알루미늄과 산화규소 단위들이 번갈아가며 계속 이어진 골격구조를 갖는다. 이때 산화규소 기본단위 다음에는 산화알루미늄 또는 산화규소 기본단위가 올 수 있으나 산화알루미늄 단위 다음에는 반드시 산화규소만 이웃할 수 있다. 즉 제올라이트에서 산화알루미늄의 개수의 합은 산화규소의 합보다 클 수 없다.
산화알루미늄과 산화규소를 차곡차곡 쌓지 않고 철근콘크리트 건물과 같은 골격을 이루게 할 때 그 배열된 방법과 산화알루미늄 산화규소의 비율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의 제올라이트가 생기게 된다. 철근콘크리트 건물에서는 네모형태의 골격이 흔한 것이지만 제올라이트에서는 둥근 형태의 빈 공간을 남긴 골격이 형성된다. 이러한 빈 공간을 바깥에서 보면 작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것을 '세공'이라고 부른다. 이 세공속으로 들어가 보면 동굴과 같은 '통로'들이 있다. 통로를 따라 더 들어가면 통로보다 넓은 광장도 있는데 이러한 것을 '새장'(cage)이라고 부른다. 그 배열은 천연동굴과는 달리 규칙적이다. 새장의 크기는 화합물 분자들의 크기와 비슷한 3~10Å(1Å=1${0}^{-8}$cm) 정도인데 골격의 구성방법, 즉 제올라이트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빈 공간에는 물분자가 들어갈 수 있고 이를 가열해 제거해도 결정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물분자 대신 다른 분자들도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공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제올라이트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원소들과 산소의 개수를 눈여겨 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이 드러난다. 이미 설명했듯이 제올라이트는 산화알루미늄과 산화규소 사면체를 기본단위로 하고 산소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규소(Si)는 원자가가 +4다. 원자가가 -2인 4개의 산소가 이 규소 주위에 있는데 산소들을 서로 공유하므로(알루미늄과 함께) -1이 4개 있는 것과 같아 전하의 합은 영(0)이 된다. 그러나 알루미늄의 원자가는 +3이기 때문에 4개의 산소를 공유할 경우 전하의 합은 -1이 돼 전하의 합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하의 합이 맞아 떨어지게 하려면 제올라이트에는 산화알루미늄 산화규소 이외에 다른 성분이 더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성분으로는 나트륨이온(N${a}^{+}$)과 같은 양이온이 있다. 이 양이온은 제올라이트의 골격을 형성하는 부분이 아니고 이온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다른 이온으로 바꿔 넣어도 구조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제올라이트는 이온교환능력이 있다. 이때 이온의 수는 알루미늄의 수와 같을 것이다. 제올라이트 내에서 산화알루미늄의 개수의 합은 산화규소의 합보다 클 수 없으므로 산화알루미늄 수와 산화규소 수가 같은 제올라이트의 이온교환능력이 가장 클 것이다. 대표적인 인공합성 제올라이트인 제올라이트 -A가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천연에 존재하는 제올라이트들은 대개 규소성분이 많기 때문에 이온교환능력이 낮다. 아무튼 제올라이트는 단순한 이온교환제로도 쓰이지만 그 속에 촉매작용을 하는 이온을 넣었을 때는 더없이 훌륭한 촉매로 변신하다.
실리카겔보다 우수한 건조제
제올라이트는 낮은 온도에서 공기중의 물을 흡수하고 이를 가열하면 다시 내어 놓는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한 것이 건조제다. 즉 제올라이트를 미리 가열해 물을 제거한후 습기가 있는 곳에 두면 수분을 금세 제거할 수 있다. 현재 건조제로 널리 사용하는 것은 무수염화칼슘 실리카겔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올라이트는 이들보다 몇가지 면에서 우수한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 제올라이트는 염화칼슘이나 실리카겔보다 훨씬 강력한 수분제거 능력이 있고, 둘째 기체와 수분이 섞였을 때 유용한 기체의 손실없이 수분만을 제거할 수 있다.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 최근 에너지절약을 위해서 유리창에 이중유리를 쓰고 있다. 겨울에 이중유리 사이에 있는 수분이 유리면에 얇게 얼어 붙는다면 유리창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다. 이때 이중유리 사이에 건조제를 넣어 수분을 제거한다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근래에 나온 이중유리의 가장자리를 보면 제올라이트를 넣고 바늘구멍을 뚫어놓은 알루미늄판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냉장고의 냉매를 건조하는데도 사용된다. 냉장고에서 쓰이는 냉매에 수분이 포함돼 있으면 이들이 연결관이나 기화기(냉장고의 어는 부분)에서 얼어붙어 냉매의 순환이 어렵게 된다. 이때 냉동기의 펌프와 연결관 사이에 제올라이트를 넣은 굵은 관을 설치하면 만사가 풀린다. 이밖에도 제올라이트는 천연가스중의 수분제거, 석유화학공정 중의 수분제거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제올라이트에는 분자크기의 작은 구멍이 나 있고 여기에 물이 들어간다. 만약 물을 제거한 후 다른 기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제올라이트를 넣으면 물대신 그 기체가 들어가서 붙게 된다. 이와같이 기체가 고체표면으로 붙는 것을 '흡착'이라고 부르며, 흡착되는 양은 표면이 넓은 것일수록 많아진다. 제올라이트의 표면적은 세공내부의 통로, 새장등을 모두 고려하면 3백~1천㎡/g정도나 되는 넓은 면적이다. 즉 1g의 제올라이트 표면이 1백~3백평 가량이나 되는 것이다.
이성질체의 분리에 응용돼
제올라이트에 어떤 물질이 흡착되려면 그 물질이 제올라이트의 구멍내부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아야 한다. 만약 분자크기가 다른 두 종류의 물질이 있고 그 구멍의 크기가 둘중 하나만을 통과시킬 수 있다면 두 물질중 하나만 흡착되므로 간단히 두 물질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제올라이트는 '분자체'로 사용돼 여러가지 물질을 분리하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를테면 모래를 체로 쳐서 돌멩이를 제거하듯이 크기가 다른 분자들을 나누는데 쓰인다.
제올라이트의 구멍크기는 그 종류에 따라 다르고 또 그 안에 이미 들어 있는 양이온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적합한 종류를 먼저 선정해 대충의 크기를 정하고 양이온을 바꿔넣어 미세한 조정을 하면 원하는 크기로 만들 수 있다. 만약 그 크기를 수분은 통과할 수 있게 하고 유용한 물질은 통과시키지 않은 범위로 조정한다면 유용한 물질의 손실없이 수분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분자체는 특히 석유화학공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수분의 제거 뿐만아니라 혼합물을 분리하는데 제올라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증류해서 분리할 수 없는 이성체들을 분리할 때 매우 활용도가 높다. 예를 들면 옷감으로 널리 사용되는 폴리에스텔의 원료인 크실렌은 파라 메타 오르토 등 세가지 이성체를 갖고 있다. 이중 파라이성체가 폴리에스텔 원료로 흔히 쓰인다. 이 이성체들은 끓는 점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증류해 분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제올라이트는 이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파라이성체는 셋중에서 가장 날씬하게 생겨서 제올라이트의 구멍크기를 잘 조절하면 이를 분리할 수 있다.
제올라이트의 성질중 이온교환능력을 이용하는 것이 세제첨가다. 물속에 칼슘(Ca)이나 마그네슘(Mg) 이온이 있으면 세제의 세탁능력이 떨어지므로 세제중에는 이들을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다. 그러한 물질로 오랫동안 인산염이 쓰여왔으나 인산염은 잘 아는 바와 같이 비료의 한 성분이다. 세탁후 인산염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초기에는 수초들이 매우 잘 자라게 되나 이들이 너무 무성해지면 오히려 부패를 일으켜서 새로운 공해를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영양과다현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산염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두 제올라이트4A로 대체됐다. 이것의 작용은 물 속에 있는 칼슘이온이 제올라이트 내부로 들어가고 대신 나트륨이온이 밖으로 나와서 센물을 단물로 바꾸는 것이다.
제올라이트에 이온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 항균성이 있는 금속이온, 이를테면 은 구리 아연 등을 플라스틱과 같은 고분자물질에 넣으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서식하지 않도록 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같은 고분자물질은 2백℃ 근방의 높은 온도에서 성형되기 때문에 유기물 항균제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응용성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메탄올에서 석유를 얻는다.
제올라이트의 응용성은 앞에서 든 몇가지 예보다 화학공업의 촉매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전세계에서 금액으로나 그 양으로 볼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촉매가 제올라이트다"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옷감의 원료 고무 플라스틱 등 여러가지 석유화학제품은 물론 농약,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물질, 의약품 원료 등 많은 것들이 화학반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을 제조하는 화학공장에서는 대부분 촉매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촉매없이는 화학공업이 성립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유에는 여러 성분들이 있고 이를 증류하면 프로판이나 부탄과 같은 기체성분,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와 같은 액체성분으로 나눌 수 있다. 원유를 단순히 증류만 해서 공급한다면 원유의 효용성이 떨어지며 수요도 충족시킬 수 없게 될 것이다. 휘발유는 평균적으로 탄소수가 8개인 물질들이고 중질유 부분은 이의 몇배가 되는 큰 분자들로 구성돼 있다. 만약 큰 분자를 잘라서 작게 만들수 있다면 원유를 좀더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이와같이 큰 분자를 잘라서 작은 분자를 만드는 것이 접촉분해공정이다. 접촉분해공정에서는 산촉매가 필수적인데 오래 전에는 산(酸)으로 씻은 흙을 촉매로 사용했다. 그러나 제올라이트에 산성을 부여해 사용하면 촉매효과가 우수해진다는 점이 1960년대에 발견된 후 현재는 이 촉매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제올라이트를 사용하면 촉매의 성능이 우수해질 뿐만 아니라 휘발유 유분의 양이 증가하고 특히 옥탄가가 높은 제품을 얻을 수 있다. 제올라이트를 채택하면 산성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아울러 세공 크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형상선택성'을 갖는 촉매가 되는 것이다.
석유는 앞으로 수십년 내에 그 매장량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것은 천연가스이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석탄이다. 석유가 고갈됐을 때라도 자동차 비행기 석유화학제품 등 석유를 사용하게 돼 있는 문명의 이기들을 버릴 수 없으므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현재 여러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천연가스나 석탄으로부터 석유제품을 얻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가스나 석탄으로부터 메탄올을 만드는 방법은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따라서 메탄올로부터 석유제품을 얻을 수 있다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될 것이다.
이런 일은 제올라이트를 촉매로 사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로 MTG(Methanol To Gasolin) 공정이 이미 1970년대 중반에 개발됐다. 이 방법은 원유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금은 경제성이 적으나 장래를 위해 개량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접촉분해공정과 MTG공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전자는 큰 분자를 잘라서 작게 만드는 과정이고 후자는 작은 분자를 붙여 크게 만드는 것으로 촉매의 효용성을 잘 보여준다. 그 밖에도 제올라이트를 촉매로 사용하는 화학공정은 수두룩하다.
센물을 단물로 바꾸기도
처음 발견된 제올라이트는 천연의 것으로 단지 신기한 광물의 일종이었으며 공업적으로는 쓰임새가 거의 없었다. 1930년에 아날사임(analcime)의 결정구조가 잊혀진 이후 여러가지 천연 제올라이트의 구조가 속속 규명되기 시작했다. 1945년 천연 제올라이트중의 하나인 카바자이트(chabazite)가 가스를 흡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올라이트가 매우 유용한 물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후 미국의 유니온카바이드사(社)에서 천연에 존재하지 않는 제올라이트를 합성하기 시작, 1950년대에는 많은 종류의 제올라이트가 합성됐다. 이들은 주로 분자체의 성질을 이용한 가스의 흡착과 분리에 사용됐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제올라이트를 촉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여러가지 석유화학공정에 이용하게 되었고 지금도 공정의 개선과 새로운 반응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제올라이트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흔히 물유리라고 불리는 규산나트륨과 알루민산나트륨에 수산화나트륨(NaOH)을 넣고 온도를 높여 가열하면 된다. 이때 넣어주는 각 성분의 비(比), 반응조건 등을 조절하면 여러 종류의 제올라이트를 합성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산화규소성분 산화알루미늄성분 그리고 알칼리를 함께 반응시킨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동안 이 조건들을 바꿔가며 연구, 여러 종류의 제올라이트를 합성했다.
유기 알칼리를 사용하기도
연구자들이 합성조건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제올라이트를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한동안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수산화나트륨이나 수산화칼륨과 같은 무기알칼리 대신 4차아민과 같은 유기알칼리를 사용하면서 제올라이트의 합성방법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이로써 MTG 공정에서 사용하는 ZSM-5제올라이트가 출현하게 되었다.
제올라이트가 이온교환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이를 합성세제의 첨가제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이와 같은 발상의 전환은 1980년대에 또 일어났다. 그 이전까지 수많은 학자들은 모름지기 산화규소성분과 산화알루미늄성분을 포함하는 화합물 그리고 알칼리성분의 종류나 그 비 또는 반응온도를 바꿔 새로운 것을 합성하려고 시도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하면 굳이 골격을 이루는 성분을 규소 알루미늄 산소로만 국한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래서 학자들은 규소 알루미늄 이외의 성분을 찾아 나섰다. 이로써 두 성분에 한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완전히 새로운 골격구조를 지닌 분자체가 합성됐다. 예컨대 인산알루미늄 분자체가 출현했으며 그밖에 여러 종류의 원소들이 골격내에 포함된 분자체가 계속 합성되고 있다.
규소와 알루미늄으로만 이뤄진 제올라이트가 수백종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다른 원소들을 골격에 넣은 것의 수는 앞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에는 이들의 새로운 공업적 용도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루미늄과 규소골격을 갖추지 않은 것은 제올라이트라 부르지 않고 한 단계 상위의 표현인 분자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제올라이트는 분자체중의 일종인 셈이다. 제올라이트의 세공크기는 최대 10Å정도다. 그러나 이와같은 새로운 기법을 채택하면 20Å 가까이 되는 분자체도 만들 수 있으므로 석유화학 뿐만 아니라 큰 분자들의 합성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학실험실에 걸려있는 주기율표를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원소가 대단히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원소들을 활용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은 앞으로 과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