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옛 소련에 뒤져있던 유렵은 「우주기술의 발상지」라는 긍지를 되살려 2000년대에 무인 및 유인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콜럼버스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유럽을 여행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유럽 모든 나라가 풍물이나 개성이 서로 다르지만 자연이 아름답고 대부분의 도시들이 작고 전원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잘 정돈된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을 서양문화·예술의 본 고장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현단계 첨단과학기술의 총집합이라 할 수 있는 우주과학기술의 발상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제2차세계대전중 독일에서 개발된 V-2로켓은 종전후 미국과 옛 소련으로 기술이 이전되면서 결국 두나라가 우주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것이 우주개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우주개발이 과거에는 강대국들이 국력을 과시하는 상징물이었지만 현재는 우주개발에 사용되는 신기술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우주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 우주분야 뿐만 아니라 상업 우주분야에서도 다른 경쟁국으로부터 압도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일찍부터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우주발사체 및 각종 인공위성 제작기술의 유출을 제약하는 정책을 취했다.
한편 유럽은 미국이나 옛 소련보다 우주분야 연구를 먼저 시작하였지만 기술적 낙후와 전후 복구로 이 분야에 집중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하지 못하였다. 우주기술의 핵심인 인공위성이나 우주 발사체의 개발은 모든 과학 분야의 기술이 요구되고 오랜 개발기간과 막대한 연구비용이 든다.
유럽우주기구(ESA)의 설립
유럽 어느 나라도 이 거대한 사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없어 1975년 5월 프랑스와 서독을 중심으로 유럽 11개국이 독자적인 유럽 우주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함께 모아서 이용하려고 유럽우주기구(ESA, European Space Agency)를 발족하였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노르웨이가 추가로 가입하여 13개국으로 늘어났고 캐나다와 핀란드가 협동국으로 참가하고 있다.
ESA는 파리에 본부를 두고 네덜란드에 있는 우주기술연구센터(ESTEC)가 연구개발 및 시험을 담당하고 있으며 독일 다름슈타트에 위치한 우주관제센터(ESOC)가 인공위성의 모든 운용을 관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에 있는 우주연구소(ESRIN)는 원격탐사 인공위성 등 위성에서 수신된 자료들을 분석하여 1차적으로 처리한 후 필요한 사용자들에게 분배하고 있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프랑스령인 기아나의 쿠루(Kourou)에 우주발사체 기지인 쿠루 스페이스센터가 있다. 이곳은 북위 5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도 상공에만 가능한 지구정지궤도 발사에 적합하고 극궤도의 발사에도 대단히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발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ESA는 미국이나 옛 소련과는 달리 군사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 이용을 위하여 우주기술을 개발하며 91년에는 3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초창기에 ESA 가입국은 서로 기술을 배우면서 인공위성과 유럽 독자적인 우주 발사체인 아리안로켓을 개발했으나 현재는 통신위성 기상위성 원격탐사위성 등 우주산업이 활발해지면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독자적으로 인공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유럽 각국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가 개발한 지구 관찰위성 스폿(SPOT)은 현재 이용되는 상업용 관측위성중 가장 좋은 10m의 해상 능력을 갖는 지구 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쿠웨이트 전쟁 당시 연합군은 이 위성 자료들을 작전에 아주 긴요하게 이용했다. 또한 10년의 기간을 통해 개발된 종합원격탐사 위성인 ERS-1은 각종 전자파 측정센서를 장착하여 해면의 높이, 해양 바람의 방향 및 세기, 빙하의 생성년도 등 지구를 연구하는 위성으로서 현존하는 원격탐사위성 중 가장 앞서 있다.
콜럼버스계획과 에르메스
유럽우주기구의 2000년대 목표는 유인과 무인우주정거장을 건설하여 미소중력(microgravity)을 이용한 재료과학, 생명과학, 유체물리 등 지상에서 수행할 수 없었던 각종 현상들에 대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우주실험실 또는 일명 '우주공장'으로부터 얻은 결과들은 곧바로 상업화하여 우주를 이용한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우주실험실이 필요하고 이 실험실을 우주 공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대형 우주발사체가 필요하다. ESA는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1985년 1월 콜럼버스 계획이란 야심찬 상업적 우주개발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2000년까지 보통 인공위성과는 다른 대형 우주 플랫폼과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는 부착실험실(attached laboratory) 그리고 자유비행실험실(free flying laboratory)의 세부분으로 구성된 콜럼버스 우주정거장과 이 실험실에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우주공급선이 될 유인 우주왕복선인 에르메스(Hermes)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우주 플랫폼과 대형의 위성체를 우주에 진입시키기 위해 아리안-5 로켓을 개발하여 95년에 시험 발사하기로 하였다.
8월에 첫선보인 아리안-5
콜럼버스 우주정거장에 사용되는 부착형 실험실은 길이가 12.8m, 지름이 4.4m, 무게가 13t이나 되는 초대형 원통이며 자유비행실험실은 극미소중력(1${0}^{-6}$g)에서 각종 실험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유인 우주 비행선 에르메스는 1986년부터 12년동안 54억달러를 투자하여 3명의 승무원과 3t의 우주 화물을 탑재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사고 이후 만일의 사고시 주조정실에서 승무원이 탈출할 수 있도록 전투기의 조정석처럼 사출좌석을 장치하도록 설계가 변경되었다.
43억달러가 투입되어 개발되고 있는 5세대 로켓인 아리안-5는 금년 8월 아리안 발사 기지인 쿠루에서 처음 전시되었으며 콜럼버스 본체와 우주 실험실을 1996년에, 그리고 유인 우주왕복선 에르메스를 2000년에 발사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아리안-5는 최대 7t의 위성을 지구 정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중량급 발사체로서 점점 대형화되고 있는 지구 정지궤도 위성의 발사 서비스를 독점할 예정이다.
아리안-5 로켓과 에르메스를 포함한 우주운송 부분의 기술개발은 ESA가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기술개발예산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우주 실험실을 포함한 우주 정거장의 개발과 통신 및 과학위성의 순서다.
작지만 체계적인 아리안 로켓
유럽이 자랑하고 있는 4세대 아리안 로켓인 아리안-4는 1988년 처음 발사된이후 전세계 발사 서비스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우주 발사체다. 아리안-4는 모듈형으로 구성되어 발사될 인공위성의 중량에 따라 6가지의 형태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게 제공되고 있다.
이 발사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 42개의 제작 회사에서 사용자의 주문에 의해 부품이 제작되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로켓의 단계별로 조립이 이루어진다. 단계별 조립이 완성되면 항공기나 선박을 이용하여 대서양을 횡단하여 남미 기아나의 쿠루발사기지로 운송된다.
쿠루발사기지에는 약1천명이 상주하면서 유럽 각 지역에서 보내온 로켓 부분들을 미리 계획된 조립 일정에 따라 각기 다른 제작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위성의 발사계획에 따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거의 매달 1개씩 아리안 로켓을 조립하여 발사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로켓의 제작 및 조립기술이라기 보다 작은 부품의 설계에서부터 전체 로켓의 완성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서로 일치해야만 하는 유럽 우주기술의 정교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리안 로켓은 유럽 우주기술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으면서도 체계적이고 그러면서도 치밀한 유럽인들의 생활 구조와 어쩌면 너무나 흡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