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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통신, 중력파 전파통신의 불가능을 해결한다

인류는 처음 오랫동안 음파를 통신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통신할 수 있는 범위는 자연히 제한되어 있다. 그러한 한계가 비약적으로 넓혀진 것은 이탈리아의 '말코니'에 의해 무선전신이 발명된 후(1895년)의 일이다. 인류가 수중에 넣은 제2의 파, 즉 전파는 지구상을 날아다니며 우리들의 생활을 바꿔놓았다. 전파는 지구상에서는 물론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와도 또렷하게 통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파에게도 한계는 있다.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도'라고 할 수는 없는데 예를들면 태평양의 깊은 해저에 있는 사람과 전파로 통신하기란 월면에 있는 우주비행사와 통신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공기나 진공 중에는 전파가 쉽게 통하지만 바닷속은 무척 통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지구의 중심을 지나 반대측과 교신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또한 지형에 따라 전파의 골짜기라고 불려지는, 전파가 특히 닿기 어려운 곳도 있다. 전파나 음파가 통할 수 없는 곳에서도 통할 수 있는 파가 있다면······

누구라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공학이나 전기통신공학에 종사하는 자라면 특히 자연스럽게 이러한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것에 적합한 파가 있을까? 그러한 것이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것이다.

그러면 그 적합한 파란 도대체 무엇일까? 대답은 바로 중력파이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잠시동안 '제 3의 파'라는 중력파의 꿈속에 빠져들어가 보자.

질량의 진동에 의해 생성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1916년에 그 존재를 예언했다. 그가 유도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장의 방정식을 풀게되면 중력장의 파동이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는 이 중력파가 무엇인가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얻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확실히 아직 전파처럼 대중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았다. 이제야 겨우 검출실험 결과보고가 나오는 정도이며 각국 연구자들이 한창 열심으로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뒤집어 놓고 생각해보면 중력파는 우리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전파와 실로 매우 흡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우선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횡파라는 점과, 전파는 전하의 진동에서 발생하지만 중력파는 질량의 진동에 의해 발생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격이 크게 다른 점도 있다.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전파는 진공이나 공기 등 소위 자유공간을 통과하는 데 비해 중력파는 어디에도 통한다는 점이다. 결국 지구상에서 중력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바닷속일지라도 쇳덩이 속일지라도 자유롭게 통할 수 있다. 이것을 숫자로 표시하면 전달되는 도중 매질에 흡수되어 최초보다 약½의 세기로 줄어버리는 거리, 즉 흡수거리가 수중에서는 ${10}^{29}$㎞, 쇠중에서는 ${10}^{30}$㎞로 대단히 길다. 중력파는 이런 점에서 훌륭한 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훌륭한 점도 있지만 커다란 난점도 있다. 검출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점 그리고 통신을 위해서는 중력파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그것이 또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어렵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재의 기술로 그렇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혜를 모은다면 극복할 수 없는 과제는 아닌 것이다. 이미 이 문제에 관해 논문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모든 현상은 이론이 선행

중력파의 발생과 검출이 대단히 어렵다고 했는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파도 '말코니' 이전에는 발생과 검출이 어렵다고 생각되었었다. 무선전파도 그 역사는 이론이 선행했다. 1864년 영국의 물리학자 '맥스웰'이 전자장의 방정식을 풀어 전파의 존재를 예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전파의 경우 그 존재가 실증되기까지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우선 독일의 물리학자 '헤르쯔'가 베를린의 과학아카데미가 내걸은 현상문제에 자극되어 전파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실험에 몰두한 결과, 1888년 전파의 존재를 실증했다. 그 후 헤르쯔의 실험을 실용화시킨 말코니가 무선전신을 발명한 사실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이다.

말코니는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서 실험하고 서서히 안테나의 간격을 넓혀가서 결국 먼거리의 전파를 받는 통신에 성공, 무선통신의 아버지라고 불려지게 되었다. 이보다, 앞서 무선통신을 실험했던 일본의 '시다바야시 사부로'도 조금만 더 실험을 계속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전파의 존재가 실험적으로도 증명되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인접장의 신호를 받는 것이 최대한도이었을 것이다. 인접장이란 보통 전파가 안테나로부터 거리에 반비례해서 약해지는(원거리장이라고 한다) 반면에, 안테나로부터 거리의 2승 3승······에 반비례해서 약해지는 장을 총칭한 것이다. 이것은 원거리 통신에는 사용하지 않으며 인접장을 전파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인접장의 무선통신은 여기저기서 시도된 후 1887년에는 영국에서 실용화되었다. 그리고 광산내의 통신이나 잠수부와의 통신에 사용되기도 하며 그 후 더욱 개량되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품의 안내나 설명, 철도에서 안전대책용 통신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전파의 실용화까지의 발자취에 대해 서술한 것은 중력파도 똑같은 경과를 더듬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다. 그리고 중력파도 인접장의 실험에서 이미 간단한 신호의 송수신에 성공하고 있다. 이것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결국 현재 수준은 전파에 비추어 보면 아직 실험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중력파통신을 실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앞에서 전파와 중력파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우선 다음 식을 보면
F=$\frac{m₁m₂}{r₂}$G
F=$\frac{Q₁Q₂}{Q₂}$K
위의 것이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 아래 식이 전기에서 쿨롱의 법칙, 어느 쪽이나 모양이 같다. 얼핏 보기만 해도 양자가 같은 꼴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전파는 안테나에서 전하Q를 진동시킴으로써 발생한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중력파도 질량m을 진동시킴으로써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라고 용이하게 상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사실 그대로 이들 장을 지배하고 있는 두개의 방정식 즉 중력파가 도출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과 전파가 도출된 맥스웰의 방정식은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는 동류배인 것이다.

지극히 에너지가 작다
 

(그림1) 웨이버의 중력파 검출기^압전 변환기가 부착되어 있는 안테나 본체(위)와 그 모형도(아래)


그러나 방사에너지를 계산해보면 양자사이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보통조건에서는 전파의 에너지가 압도적으로 크다. 이것은 만유인력과 전기적 힘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전기의 경우는 끄는 힘이 대단히 강하지만 만유인력은 지극히 약하다. 철봉에 매달려 있으면 5분도 못되어 당겨지는 힘을 세게 느끼는데 그것은 끌어당기는 상대방이 대단히 큰 지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일상적으로는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이와같이 중력파는 발생시키는데 드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검출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면 그러한 점 덕분에 상호작용이 적어 잘 흡수되지 않으며 어느 곳에서도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 비해 전파는 흡수되기 쉬운 반면 발생도 검출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력파 검출을 위한 노력이 천체로 부터 중력파를 받는 것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진동하는 질량이 클수록 에너지가 큰 중력파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 천체로 부터 검출된 중력파를 통신에 이용한다는 생각도 썩 좋은 발상이지만 통신을 위해서는 스스로 중력파를 발생시켜서 받을 수 있어야만 한다. 당연히 발신원을 콘트롤해서 정보를 실을 수 있어야만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천체로 부터의 중력파는 에너지도 크고 천체에서 언제든지 날라오지만 통신에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중력파통신을 위해서는 그것을 발생시키고 받을 수 있도록 궁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르스 부호의 발생과 검출
 

(그림3) 송신 수신 안테나간의 거리와 출력전압과의 관계


이제 인접장에서의 통신실험을 소개해보도록 하자. 실험장치는 웨이버 안테나 혹은 웨이버의 중력파 검출기(그림1)라고 부르는 것을 사용한다.

이 장치는 알루미늄 봉에 압전변환기를 부착하고 강선을 늘여뜨린 것이다. 송신측의 안테나에 전압을 가하면 압전변환기에 의해 진동으로 변환되고 알루미늄봉을 진동시킨다. 그 진동에 의해 인접장이 발생되는 것이다. 한편 그 인접장이 수신측의 안테나를 공명진동시켜 이번에는 그 진동을 압전변환기를 통해 전기의 형태로 되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를 모형적으로 보인 것이 (그림1)의 아래그림이다. 질량을 진동시키는 이 장치는 알루미늄봉의 크기가 반경29㎝ 길이1백52㎝이다. 조용한 산 속에 실험장소를 설치하고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송수신 안테나를 각각 진공 탱크속에 넣어둔다. 수신측의 출력은 증폭 후 자동기록기로 기록되도록 한다.

송수신 안테나의 거리는 1.72m로 했다. 인접장의 세기는 발생안테나로 부터 멀면 멀수록 급격히 약하게 되어버리지만 안테나간의 거리가 짧으면 출력전압은 1nano-Volt(10억분의 1 Volt)로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검출할 수 있다. (그림3)

(그림4)가 수신측에서 받은 결과이다. 보내온 신호는 ·―(똔쓰) 즉 영어 A의 모르스신호이다. 실험을 함께한 한 학생은 "이것이 A라고 한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라며 몹시 실망어린 눈치로 투덜거렸다. 확실히 신호와 잡음의 비율 즉 SN비는 아직 너무 나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컴퓨터로 처리하면 깨끗한 ·―(똔쓰)가 나타난다.
 

(그림4)인접장을 사용한 통신실험에서 수신된 ·―(A)의 파형


ABC의 A가 시작된 이상

어쨌든 ABC의 A는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원거리장의 통신 즉 중력파로 통신을 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말코니가 했듯이 조금씩 조금씩 통신이 가능한 범위를 넓혀가서 중력파를 수중에 넣게 되는······이러한 길은 징검돌에 연이어 하나하나 장애물을 뛰어 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첫째는 진동시키는 질량을 크게하는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떤 사람은 도너츠형의 관을 사용하도록 제안하고 있으나 금속의 전기저항 때문에 현상적으로는 에너지가 일정이상 오를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렇다면 초전도를 이용하면 될테지만 자장이 강하게 되면 초전도가 파괴되어 버린다.

한편 중력파의 출력은 진동수의 6승에 비례하는 관계가 있다. 질량을 크게 하지는 않더라도 빨리만 진동시키면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젖은 수건을 서서히 흔들어서는 물이 튀어 나오지 않지만 빠른 속도로 진동시키면 물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과제는 많다. 아니 원거리장에서의 통신에는 아직 손도 대어보지 못한 실정이다. 중력파 검출을 위한 장치를 연구하고 있는 어떤 연구자는 이렇게 말한다.

"중력파의 발생과 검출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하다. 그러나 그 댓가는 우리들의 지식을 넓혀줄 뿐만아니라 중력파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충분히 보상받을 것이란 점도 역시 명백하다"

제2의 파, 전파는 이제 상당히 복잡해져서 그렇게 간단히 영역을 늘리고자 해도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도 어느 곳에서나 통할 수 있는, 지금까지 없던 큰 매력을 숨긴 중력파가 음파 전파에 이어 인류의 제3의 파로 등장하는 데에 모든 흥미가 이끌려 진다.

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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