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나라별로 그 나라의 문화적인 특성이나 과학 전통에 따라서 소속되어 있는 과학자의 위상이나, 최종 목표가 약간씩 차이를 가지게 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각 연구실의 전통이 선진국에 비하여 일천하고 전체 과학계의 규모가 아직은 작은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국내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어려운 환경과 고뇌를 깊이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한다.
학교 연구소 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과학자들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에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꽤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내에서 이루어진 과학분야 연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우는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한마디로 짧은 과학전통에 기인된 구조적인 비효율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모든 분야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단기간내에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오리라는 것을 확신하며 인내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에 대한 기대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현재 국내에서 일하지 않고 외국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현재 과학자들이 어떠한 목표와 기대, 그리고 과학자로서 인생을 마칠 때까지 어떠한 역사관을 지녀야 하는지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자의 기쁨과 영광'은 이러한 어려운 역경에 있는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책이며, 또한 과학자를 지망하는 어린학생들에게도 미래의 과학도로서 현실성 있는 과학자상을 제시하는 책으로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소설과 같이 흥미진진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교육적인 책으로 과학자는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특히 뛰어난 과학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과학계의 99.9%를 차지하고 있는 보통 수준의 실존하는 과학자에 대한 역사를 통하여 산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성 과학자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껏 여러 종류의 과학관련 서적이 출판됐지만 대부분 매우 뛰어난 과학자나 그들의 업적을 다룬 것인데, 이러한 종류의 책들은 지식 전달을 하거나,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어린 학생들에게 터무니없는 꿈을 가지게 하여 개인적으로는 큰 타격을 가지게 되는 예를 종종 보아왔다. 따라서 필자는 이러한 보통 과학자에 관한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선진국에서는 천재적인 과학자에 대한 미련을 가지지 않도록 사회 여건이 조성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자기의 분수 이상을 강요하는 조기교육의 영향으로 자칫하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과대한 욕심을 가지게 하여 과학도들이 도중에 실패하거나, 실망을 하여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또한 여성 과학자들이 한국에서는 아직도 확고한 위상을 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과학자 혹은 과학도들이 한번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향후 한국 과학계의 미래상과 공동연구 체제의 확립 및 연구풍토 개선 등 함께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