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붐이 뽑혀나오면서 자세가 안정된 우리별1호는 남극상공을 찍은 사진을 대덕 지상국으로 전송해왔다.
지난 8월17일 첫 과학위성 '우리별1호'가 안정된 자세를 찾았다. 안정된 자세란 기다란 붐을 뽑아내면서 카메라가 위치한 위성 하단부를 지구쪽으로 향했다는 이야기다. 태아로 말하면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머리를 아래쪽으로 하고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는 뜻. 이제 우리별1호가 인공 위성으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의미다.
발사된 지 9일 12시간만의 일이다. 당초 8월말이나 자세를 갖추리라 예상했으나 훨씬 빠른 진전이다. 자세가 안정된지 3일 후(20일 새벽) 남극 세종기지 부근을 찍은 사진을 지상국으로 전송해왔다. 사진상태는 구름으로 뒤덮여 지형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원래 목적인 영상데이터의 전송시험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남극 세종기지와의 우편배달부 노릇과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예정된 우리말 방송시험도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과학동아 8월호 참조).
지난 8월11일 우리별1호는 전국민이 지켜 보는 가운데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미지의 우주여행에 올랐다. 물론 TV를 시청하던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리안 로켓의 주빈은 우리별이 아니고 프랑스와 미국이 합작해 만든 해양관측위성인 토펙스 포세이돈이며 우리별은 '차려진 잔치상에 숟가락 하나 더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국적을 가진 첫 위성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도 본격적인 인공위성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표현한 것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
우리별1호를 실은 아리안 로켓은 발사후 3분만에 1단계 로켓을 분리한 후 2단 3단 로켓 추진을 마친 후 19분에는 주위성인 토펙스 포세이돈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23분 36초 후에는 함께 실린 우리와 같은 처지인 S80T와 우리별을 1천3백㎞ 태양동기궤도에 떨어뜨렸다.
우리별의 건강상태가 처음 체크된 것은 발사된 지 11시간만인 11일 오후 7시30분쯤. 그동안 6번 (우리별은 1백분에 한번씩 지구를 돈다) 지구를 돈 우리별은 중국 산동반도 쪽에서부터 한반도 상공으로 진입하면서 지상국의 명령을 처음 받았다. 전원을 켜고 원격검침부를 비롯 각종 전자기기들의 스위치가 올려진 것이다. 6분 뒤 1백80개 항목에 걸친 건강상태를 스스로 체크, 지상국으로 전송해왔다. 결과는 모두 양호. 이 이후 초속 7,8㎞의 속력으로 한반도 상공 남서쪽으로 사라졌다.
우리별이 붐을 뽑고 자세를 잡을 때까지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에 마련된 지상국과 수많은 통신이 이루어졌다. 태양전지판의 전압과 전류, 위성의 각 부분 온도, 송신출력 등을 하루에도 여러번 체크하고 새로운 명령 등을 주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의미있는 순간들이다.
우리별1호의 성격은 과학실험위성이다. 이번 아리안 로켓의 주빈인 토펙스 포세이돈(2.4t)이 과학위성이라면 우리별은 '실험'자가 하나 더붙은 마이크로 위성(무게 50㎏)이다. 과학위성이나 이보다 급이 한단계 높은 통신방송위성이 실제 활용도가 높은 '프로'라면 우리별은 '아마추어'라고 보면 된다.
우리별을 제작하고 운영해본 경험이, 실제 활용도가 있는 과학위성이나 상업위성(통신 방송위성 등)을 제작하고 운영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별이 찍은 사진이나 갖가지 통신시스템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제1세대 위성연구인력
우리가 우리별에 두는 또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이를 통해 위성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인력양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번 우리별1호의 주역으로 부각된 9명의 학생 연구원들 (이현우 김성헌 최경일 유상근 김형신 박강민 장현석 박성동 민승현, 이들은 모두 20대 초중반)은 과기대를 졸업하자마자 인공위성 연구센터에 선발돼 소형 과학위성 개발로 유명한 영국 서리 대학으로 유학갔다. 여기서 위성학을 공부하면서 중간중간에 서리 대학의 도움을 받아 우리별1호 제작에 참여했던 것. 이들은 학위 도중에 우리별1호의 운영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일시 귀국한 상태다. 이들중 일부는 내년에 발사할 우리별2호의 제작에 참여할 예정이며 일부는 서리대학으로 다시 가 공부를 계속할 예정이다.
사실 국내의 대학에서는 인공위성학을 종합적으로 강의할만한 곳은 없다. 각 분야에 유능한 교수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지만 이들은 실전경험에서 뒤지기 때문에 전문 위성 연구인력이라 말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공부하고 그곳에서 실전경험을 쌓은 일부 박사급 연구인력이 항공우주연구소 등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아직 소수.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우리별1호의 주역으로 등장한 인공위성 연구센터의 학생 연구원들은 집단적으로 양성될 1세대 위성연구인력 인 셈. 이미 반은 전문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는 이들을 포함해 20여명을 서리 대학외에도 미국 일본 등에 유학보내고 있다.
일부에서 우리별1호가 너무 과대 포장됐으며 아마추어위성과 프로위성을 구분하지도 못한 정치쇼라는 비난이 있지만, 위성을 한번 제작해보고 운영해본다는 의미와 위성 연구인력을 집단적으로 양성한다는 측면에선 후한 점수를 줘도 괜찮다는 평. 김진현 과기처 장관은 우리별1호가 쏘아올려지는 현지에서 이를 계기로 우리도 본격적으로 우주개발국으로 나서기 위해서 중장기 계획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조그만 아마추어위성 이라도 그것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된다면 아무리 큰 의미를 부여해도 지나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부터. 각자의 역할을 무시하고 주도권 싸움이나 하고 정치권에 줄을 대고 과대포장이나 일삼는다면 모처럼 조성된 인공위성붐은 물거품이 되고 피해는 국가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