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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산과 바다가 그리워지고 밤이 무척 기다려지는 시기이다. 밤하늘엔 하얀 은하수가 길게 가로 놓이고, 사람들은 별밤의 아름다움에 잠시나마 한낮의 무더위를 잊게 된다. 특히 도시에서 벗어난 해변가나 계곡 속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이 여름 견우 직녀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진 은하수 아래에서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별을 헤는 낭만을 가져보기 바란다.

여름이 깊어 가면서 하늘 낮은 곳에 머무르던 밤하늘의 미남별 견우는 하늘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 무렵이면 견우(알타이르)와 거문고자리의 직녀별(베가),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가 만드는 커다란 직각삼각형의 모습이 하늘의 중앙에 나타나 있게 된다. 이 삼각형은 '여름철의 대삼각형'으로 불리며 다른 별들을 찾는 데 중요한 지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은하비를 피하는 우산

이달에 가장 먼저 이야기할 별자리는 하늘의 왕자 독수리의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는 칠석(七夕, 8월 5일)의 주인공 견우가 위치한 별자리로도 유명하다. 독수리자리(Aquila)의 모습은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독수리 모습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사실 우산 모습을 한 그림이 더 그럴듯하다. 주변의 은하수와 더불어 비오는 날 펴든 우산을 생각나게 하는 별들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동양에서는 이 별자리를 '은하수를 건너는 배의 별들'로 여기기도 했다.

견우별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것과 같다. 견우 직녀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칠석날 까치가 지붕 위에 앉아 있으면 '빨리 하늘의 강으로 닐아가라'고 말하면서 돌을 던져 쫓아버리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독수리자리의 에타 별(η Aql)은 잘 알려진 변광성이다. 이 별은 7일 남짓한 주기(7.17644일)로 최고 3.7등급에서 최저 4.5등급-최고에서 최저까지는 2일, 최저에서 최고까지는 5일-까지 밝기가 변하는 케페이드(Cepheid)형 변광성이다. 이 별의 밝기는 맨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근처의 β별 알샤인(Alshain, 3.7등급)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신화 속에서 독수리 자리는 두가지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가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하기 위하여 변신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청춘의 여신 헤베는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였는데 어느날 발목을 삐어 더 이상 달콤한 술과 음식을 나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그녀의 일을 대신할 아름다운 젊은이를 찾기 위해 독수리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와 이다 산에서 양떼를 돌보고 있던 아름다운 트로이 왕자 가니메데를 발견하고 그를 납치해 간다. 그후 가니메데는 올림푸스 산에서 신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에는 독수리를 제우스 신이 부리던 새였다고 한다. 제우스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심부름을 보낸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해낸 새가 이 충성스러운 독수리였다. 오랜 봉사에 대한 보답으로 제우스는 독수리를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사실 제우스 신이 그의 친구들을 별밤 속에 올려놓아 보답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전문가 되기 위한 관문

작은 별들이 구름처럼 무수히 모여 있는 여름의 은하수 속에는 우리들이 잘 모르는 조그마한 별자리들이 몇 개 있다. 독수리자리 북쪽으로 견우와 직녀의 중간에 놓인 화살자리와 작은여우자리, 그리고 독수리 남쪽에 있는 방패자리가 바로 그들이다.

워낙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진 별자리여서 은하수 속에서 이들을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또한 화살자리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고 그 이름과는 무관한 모양을 하고 있어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독수리자리 위쪽에 위치한 두 개의 작은 별자리는 '별자리의 전문가'가 되는데 가장 어려운 관문이다. 그 첫번째가 화살자리(Sagitta)이다. 물론 이 별자리의 이름은 사수자리(Sagittarius)와 관련이 있다. 화살자리는 전 하늘에서 세번째로 작은 별자리이며 북반구에서는 조랑말자리(Equuleus)만이 그보다 작을 뿐이다. 그러나 네 개의 4등성으로 이루어진 화살자리는 그 또렷한 모양으로 인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별자리를 사수가 독수리를 향해 쏜 화살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화살은 목표물을 빗나갔다.

화살자리는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 왔던 별자리로 신화에 의하면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가 쏘아 올린 화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화살이 누구를 겨냥해서 쏘아 올려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보아 에로스가 안드로메다와 페르세우스의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쏘아 올린 화살이 아닌가 싶다. 올 여름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화살자리의 또다른 표적이 되길 바란다.

화살자리 보다 약간 위쪽으로 전하늘에서 '가장 흥미없는 별자리' 가운데 하나인 작은 여우자리(Vulpecula)가 있다. 심지어 이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도 아주 맑은 날이 아니면 맨눈으로 볼 수 없다. 작은여우자리는 우연히도 별자리의 알파벳 목록에서도 맨 마지막에 있다.

그러나 작은여우자리에는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는 밤하늘의 멋진 보석이 숨겨져 있다. 바로 메시에 목록(성운, 성단 목록)에 M27로 등록된 유명한 아령성운(Dumbbel Nebula)이 그것이다. 이 이름은 성운의 모양에서 비롯됐는데 마치 두 개의 거대한 성운이 충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령성운은 비교적 가까운 1천광년 거리에 있는 전형적인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이다. 행성상 성운은 거대한 별의 폭발로 생겨난 가스 거품이 주위로 퍼져나가고 있는 모습으로 마치 행성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찾기도 힘들고 모양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은여우자리는 17세기 후반 하늘의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헤벨리우스라는 폴란드 천문학자가 만들었다. 그만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별자리를 백조자리의 한 부분으로 보았을 것이고 그것을 찾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약간은 원망스러운 부분이다.

방패자리(Scutum)는 독수리자리의 우산 손잡이 아래에서 서너 개의 별을 찾을 수 있다. 이 별자리 역시 아주 찾기 힘든 별자리로 4등성보다 밝은 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방패자리는 전하늘에서 다섯번째로 작은 별자리이며 북반구에서는 조랑말자리와 화살자리 다음으로 작은 별자리이다.

방패자리 역시 빈에서 투르크 족을 무찔러 서구 문명의 수호자로 숭배된 폴란드의 왕 존 세 소비에스키를 기리기 위해 헤벨리우스가 만들었다고 한다. 소비에스키는 헤벨리우스의 관측소에 화재가 났을 때 그를 원조해 주기도 했다. 이 별자리의 원 이름은 '소비에스키의 방패'(Sobieski's Shield)였다. 그의 이름이 이 별들 속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소비에스키에게는 안된 일이다.
 

하늘의 왕자 독수리의 별자리


이달의 별

견우(牽牛, Altair, α Aql, 0.8등급)
견우는 여름철의 대삼각형 별들 중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별이다. 이 별의 밝기는 직녀와 데네브의 중간정도이다. 밝은 별인데도 이 별은 매우 가까운 16광년의 거리에 있다. 견우는 백색의 주계열별로 태양보다 1.5배 정도 크며 11배나 더 밝다. 이 별의 스펙트럼을 통해 견우는 그 축을 따라 매우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태양이 한 번 자전하는데 25일이 걸리는 데 반해 이 별은 6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빠른 회전으로 인해 이 별의 모양은 납작한 타원형을 이루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견우의 서양 이름인 알타이르(Altair, al-TARE)는 '나는 독수리'를 의미한다. 고대 페르시아 시대에 이 별과 직녀별은 모두 독수리 별로 불려졌었다.
 

(그림1) 납작한 모양의 타원형 별, 견우


이달의 집중 탐구

페르세우스 유성우(Perseid Shower)
8월은 '별똥별'의 달이다. 우리는 연중 어느 때보다도 요즘의 별밤에서 가장 많은 별똥별을 볼 수 있다. 특히 매년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걸쳐 페르세우스자리의 북쪽을 복사점으로 해서 거대한 유성군이 출현한다. 유성우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8월13일경에 그 극에 이르게 되는데 이 무렵의 새벽녘에는 1시간에 50개에서 1백개에 이르는 많은 유성이 관측된다. 이러한 유성우가 나타나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지구가 태양 둘레의 궤도에서 혜성의 부스러기 속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혜성이 뿌려놓은 물질들은 지금 태양계 속의 긴타원궤도 위에 퍼져 있다. 지구가 이 혜성물질의 흐름 속을 통과할 때마다 미립자들이 지구 대기 속으로 들어오고 마찰에 의해 증발한다. 유성우는 그들이 나타나는 하늘 부분에서 이름을 따온다. 이 경우 페르세우스자리가 해당된다. 우리는 아침 시간에 '별똥 별'을 더 쉽게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지구가 회전하면서 유성물질의 흐름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이 유성군이 확인된 것은 1830년경인데 그후 1863Ⅲ라는 혜성이 모혜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혜성은 1백20년을 주기로 태양에 접근하는 데 가장 최근에 접근한 것은 1962년이다. 2080년경에는 굉장한 유성우가 이곳에서 발견될 것이다. 물론 우리들이 살아서 이것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림2) 페르세우스 유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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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총무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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