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13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날이다. 「우리별1호」는 어떤 위성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발사되는 것일까.
오는 8월11일은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는 뜻깊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규모야 어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별1호' 라고 명명된 이 인공위성은 무게 50kg에 파일박스(50×50×80cm) 크기의 과학실험위성. 인공위성으로는 가장 초보적인 마이크로급이다.
마이크로급이긴 하지만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호가 18kg이었으니까 여기에 비교하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영국 서레이 대학에서 연수중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 12명이 중심이 돼 서레이 대학측의 기술지원을 받아 제작을 완료한 우리별1호는 남미의 프랑스령 쿠루 기지에 이미 옮겨졌으며, 8월11일 해양관측위성인 토펙스/포세이돈과 함께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발사된 우리별1호는 지구 상공 1천3백km지점에서 태양동기궤도(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극궤도보다는 약간 경사져 있음)를 1백분에 한바퀴씩 돌면서, 우리나라 대덕에 설치된 지상국과의 통신 실험을 비롯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활동 수명은 3~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별 계획을 총괄 추진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센터에서는 우리별1호를 발사한 후 2차로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등과 협력해 우리별2호를 국내에서 제작, 93년 6월 대전EXPO 개막에 맞춰 발사할 예정이다. 2호는 1호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경우 일부 장비의 성능을 한단계 높일 예정이다.
최초라는 데 큰 의미
우리별은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춘 위성일까. 올해와 내년에 두대의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이를 운영한다면 우리도 진정한 위성 보유국이 되는 것일까. 앞에서도 밝혔지만 우리별은 인공위성으로는 가장 초보적인 마이크로급의 과학실험위성이다. 과학위성은 방송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처럼 상업적인 목적을 갖지 않고 탐사나 측정 등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발사하는 위성을 말한다. 여기에 '실험'자가 하나 더 붙으면 성격은 조금 달라지게 되는데, 앞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 소규모로 인공위성을 한번 쏘아올려서 운영해본다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과학실험위성은 인공위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나 옛소련, 유럽 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나 동호회 등 민간 차원에서 제작해 수시로 쏘아올리고 있다. 이번 우리별 1호를 제작하는데 기술지원을 한 영국 서레이 대학도 과학실험위성 개발 경험이 많은 대학이다.
그렇다면 일개 대학에서 만들어 쏘아올리는 과학실험위성을 하나 발사하는데 우리나라 과학기술계가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이 그처럼 뒤지는 것일까. 선진 10대국 진입을 부르짖는 나라로서 대학에서 만드는 과학실험위성 하나를 쏘아올리는데 온나라가 떠들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최초'이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인공위성과 같이 최첨단 영역에서는 한번 경험을 가지는 것과 그렇지 않음은 천양지차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공위성은 우주개발의 상징이었으며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분야는 민생기술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배부른 나라에서나 '즐기는' 특수한 영역(우주 혹은 군사 기술 등)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에 상황은 많이 변했다. 방송통신위성으로 지구촌 반대쪽에서 개최되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기도 하며 매일 기상위성이 보내오는 구름사진을 보면서 내일의 날씨를 예상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도 인공위성이 쓸모가 많아진 것이다.
이제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나라는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텔레비전이나 자동차를 팔아 버는 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민생 기술에만 집중 투자를 했던 일본이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인공위성을 설계 제작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전반의 종합적인 기술력이 밑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 말을 뒤집으면 인공위성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 전산업분야의 기술력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주산업은 초정밀기계기술 첨단전자기술 극한환경기술 신소재기술이 종합적으로 결집된 분야다.
우리나라도 바쁘게 됐다. 그동안 외면해왔던 우주개발(보통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을 우주개발이라 부른다)에 막차라도 타고 반드시 동참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인공위성과 로켓 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해짐에 따라 항공우주연구소가 설립되고 그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던 위성체나 발사체 개발을 경험했던 국산 우수인력들이 대거 국내에 들어왔다.
JPL이나 ISAS를 목표로
이와 더불어 한국과학기술원 최순달 교수는 캘포니아공과대학의 제트추진연구소(JPL)나 도쿄대의 우주과학연구소(ISAS)처럼 우리나라도 대학이 중심이 돼 인공위성을 개발해야된다고 생각하고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설립했다(89년 6월). 최교수는 체신부 과기처 과학재단 등에서 연구비를 따와(체신부에서 90~93년 40억원 지원, 과기처에서 91~93년 31억원 지원, 과학재단 우수연구센터 지원 연구비 90~98년)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우리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주위에서는 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1백억원 가까운 예산을 동원해낸 것은 최교수가 과거 체신부장관과 과학재단 이사장을 지낸 경력이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직 우주개발의 씨앗도 뿌려지지 않은 우리 나라에서 정부 출연 연구소도 아닌 대학 부설 연구소가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앞으로 위성체 개발의 주역을 맡겠다고 나선 것도 조금은 이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순달 교수는 대학이 인공위성개발의 주역이 돼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대학에는 우수한 교수인력이 많다. 학생들(석박사 과정 포함) 또한 가장 창의성이 왕성한 시기다. 또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활용할수 있기 때문에 인건비가 싸게 들며, 학생들이 졸업하면 학교에서 습득한 기술을 여러곳에 이전하기 때문에 기술 파급 효과가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JPL이나 ISAS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우주개발의 중심지가 됐다는 것이다.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는 89년 9월 과학기술대학을 조기 졸업한 5명을 서레이 대학에 유학(위성공학 전공)보낸 이후 지금까지 21명을 세계 각지의 인공위성 관련 대학(런던 콜럼비아 아이오와 도쿄대학 등)에 유학시켰다. 최교수는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1차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교수들이 이를 개량한다면 아주 이상적인 인력양성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사되는 우리별1호는 서레이 대학에서 공부한 12명의 학생들이 기술을 배우면서 제작한 것. 우리별2호는 1호를 제작한 경험 있는 학생들과 인공위성연구센터의 연구원, 항공우주연구소의 연구원, 기타 관련 기업측과 협력해 국내에서 직접 제작할 예정이다.
하늘에서 한국말 방송을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으로 기록될 우리별1호는 1백분에 한번씩 지구를 돌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이 위성에 주어진 임무는 크게 네가지가 있다. 우선 CCD카메라가 실려 지구 사진 특히 한반도 사진을 찍는다. 카메라는 두대인데 하나는 저해상도(점 하나가 4.8km)이며 하나는 고해상도(점 하나가 3백40m)이다. 이 정도의 해상력을 가진 사진은 활용이 불가능하지만 서울시를 우리 인공위성으로 한번 찍어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다음은 전자메일 기능이다. 우리나라 지상국과 남극의 세종기지를 전자우편으로 연결시켜준다. 우리별이 남극 상공을 통과할 때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세종기지에서 수집한 해양 지질 등에 관련된 자료를 수신해 기억장치 속에 보관해두었다가 한반도 상공을 통과할 때(30분 후) 지상국에 송신해준다. 이를 위해 세종기지에는 위성과 송수신할 수 있는 위성지구국 안테나를 설치했다. 경기도 안산의 해양연구소에서도 간단한 수신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러한 작업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면 소포를 통해 며칠씩 걸려 조사자료를 받아보는 현재의 시스템이 '30분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될 수 있다.
우주 공간 내에 존재하는 방사선이나 먼지 입자를 검출하는 검출기도 실려 우주 환경을 이해하는데 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별1호에는 불가능하지만 현재 미국 아이오와 대학과 공동개발중인 우주측정용 챈널트론이 완성돼 인공위성에 실리게되면 이 분야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별이 우리나라 위성임을 증명하는 한국말 방송 기능이다. 지상에서 송신된 음성신호나 음악을 저장하고 있다가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지상에 쏘면 일반 국민들이 라디오로 수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별에 구현한 것이다. 방송내용에는 인공위성 위치나 온도 등 위성과 직접 관련된 사실을 비롯해 일기예보나 국내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노래등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오늘의 날씨는 비올 확률이 55%입니다... 이상은 인공위성 우리별에서 보내드린 일기예보였습니다" "현재 우리별의 위치는 서울 상공 1천2백50km이며 이곳의 온도는 섭씨 영하14도입니다" 등의 우리말 방송과 고도 1천3백km에서 들려주는 인기가수 심신의 '오직 하나뿐인 그대'를 FM라디오로 수신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는 인공위성에서 직접 음성 데이터를 만들어서 보내는 것이 아니고 지상에서 인공위성에 음성데이터를 보내고 이를 다시 지상으로 보내는 것이므로 그다지 큰 의미는 없으나 일반 국민들이 우리나라 인공위성의 존재를 인식하는데는 나름대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PO 기간 중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한 코너를 개설 '당신도 인공위성과 통화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다면 국민들이 과학기술을 이해하는데 큰 몫을 할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소중히
우리별1호가 이러한 기능들을 제대로 해낼지는 미지수다. 극단적으로 쏘아올리자마자 인공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며(여기서 잃어버린다는 의미는 지상국과 통신이 두절된다는 뜻이다) 통신은 된다하더라도 부분적으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공위성 기술은 다른 기술과는 달리 사전에 시험해볼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완전 초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사실 1백억원(각종 시설비포함) 가까이 돈을 들여 쏘아올린 위성이 곧 행방불명됐다면 많은 사람들은 어처구니 없어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학실험위성 하나 성공하자고 이만한 돈을 들인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이번 것은 실험위성에 불과하다. 우리별의 제작과 발사 그리고 운영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개발한 상업위성을 갖자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따라서 결과보다는 그 과정, 즉 우리별을 제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기술을 습득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기술 습득에 더욱 큰 비중을 두게되고 이를 총괄하는 책임자의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러나 책임자의 입장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시간은 걸리더라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것도 기술을 지도하는 측에 의존하게 되고, 여유가 없어 기술을 완전히 소화도 못한 채 넘겨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비용도 당연히 많이 지출하게 된다.
우리별 프로젝트는 93년에 1단계 사업이 마무리하게 돼 있었다. 올해 발사할 우리별1호는 원래 예정에 없었던 것인데 1년이 당겨진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6공화국이 끝나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겼다면 고육책이 아니라 최상책이 될 수도 있다.
우리별2호는 1호와는 달리 국내에서 직접 제작하게 된다. 영국에서 배운 기술과 그동안 국내 과학기술계가 축적한 기술을 총동원해 국산화율을 높여 명실상부한 우리의 위성을 제작하게 된다. 1호의 발사와 운영이 순조로우면 2호에서는 일부 탑재 기기들을 보다 성능이 좋은 것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항공우주연구소의 우주시험연구실 이주진 실장은 "최초라는 점에서 우리별1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볼 2호의 중요성도 이에 못지 않다. 인공위성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에서 합심해 2호의 국산화율을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우리별2호의 엔지니어링 모델은 대전 EXPO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