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컴퓨터가 여름방학 수요를 겨냥,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일제히 '홈컴퓨터'라는 신상품을 들고 나와 치열한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삼보컴퓨터가 올해초 먼저 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이 여름방학 수요를 겨냥, 잇따라 비슷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홈컴퓨터는 올하반기 컴퓨터 업계가 불황을 헤쳐나갈 주력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홈컴퓨터란 가정에서 주부나 어린이들이 컴퓨터를 쓰기 쉽도록 만들어놓은 것을 말한다. 컴퓨터를 켜면 바로 메뉴화면이 나타나고 여기서 키보드나 마우스로 선택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할 수 있다. 컴퓨터에 문외한이라도 '컴퓨터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가전기기처럼 컴퓨터를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홈컴퓨터의 등장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제까지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데만 치중, 컴퓨터의 활용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수준에 내맡겨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컴퓨터를 혼자서 익힐 능력이 있는 사무직 노동자나 학생층이 개인용 컴퓨터의 주된 사용자였다.
올들어 시장환경은 변하고 있다. 89년부터 시작된 국내 PC붐은 대부분 이러한 사용자층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살만한 사람은 컴퓨터를 이미 사버렸고 새로운 수요증가는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컴퓨터시장 불황은 여기에 연유한다.
이에 따라 컴퓨터업체들은 다른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제까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던 계층, 즉 고연령층과 주부 어린이 등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컴퓨터 사용법을 쉽게 하고 이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컴퓨터 속에 기본적으로 내장시키는 수밖에 없다. 홈컴퓨터는 이러한 배경 아래 태어난 것이다.
두번째로 홈컴퓨터의 출현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장 환경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PC시장은 그동안 급속한 컴퓨터 기술발달과 가격인하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주력 기종이 바뀌어왔다. 88년까지 PC시장의 주력 기종이던 8비트 컴퓨터는 89년 16비트 XT기종이 교육용 컴퓨터로 선정되면서 일시에 자취를 감추었고, XT기종 또한 90년 이후 AT기종에 밀려 사장되었다. 올들어 386제품이 AT기종을 대체해가고 있지만 그 속도는 예전만 못하다. 사용자들의 하드웨어에 대한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었음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반면 사용자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종전에는 컴퓨터회사에서 PC를 팔 때 도스(DOS) 워드프로세서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만 제공하고 나머지 소프트웨어는 대리점에서 불법으로 복사해주거나 "사용자가 알아서 구하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을 고발하는 등 불법복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홈컴퓨터에 도스 윈도우 등 기본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게임 통신프로그램 전화번호부 가계부 생활정보 그래픽프로그램 등 가정에서 필요한 수십종의 소프트웨어를 내장지켜 판매한다. 종전의 '가격'경쟁에서 '소프트웨어의 질'을 통한 경쟁으로 바뀌는 바람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컴퓨터환경 자체도 사용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 복잡한 명령어를 익히지 않아도 메뉴화면에서 자신이 실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든지, 음악카드 스피커 마이크 등을 기본으로 갖추어 노래방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은 종전의 메이커 위주 사고방식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대목이다.
홈컴퓨터의 출현에서 보여지듯이 국내 사용자들의 컴퓨터 활용단계는 '양'에서 '질'로 전환하고 있다. 또 사용자층도 '전문가'에서 '젊은 식자층'으로, 다시 '일반소비자'로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업체들은 일시적인 불황타개책으로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환경의 변화에 걸맞는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