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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자들
 

1984년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의 '발견자들'(Discoverers)이 랜덤 하우스에서 출간되자 마자 독서계의 커다란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이유로는 저자가 정치 재정 문화 전쟁 국가의 흥망성쇠에 관해 이미 알려진 역사적인 사실에는 전혀 구애를 받지 않고 '인간이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 새롭게 세계의 역사를 엮어나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종래의 발견, 발명사와는 사뭇 다른 범속한 시각에서 사건들을 풀이해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이 책은 우선 역사의 기본적인 요소인 시간으로부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1년을 측정하고 이것을 달과 주로 나눌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로마사람들은 1주일을 8일 그리고 하루를 12시간으로 제정했으나 그 하루라는 것이 햇빛의 길이로만 측정한 것이어서 시간의 단위는 장소와 계절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었다. 그런데 중세의 수도사들은 밤중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기도를 드려야 했다. 바로 이 필요성 때문에 컴컴한 곳에서도 작동하는 기계식 시계의 발명이 앞당겨진 것이다.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비로소 공간을 조직적으로 탐색할 수 있게 됐다. 14세기에 시계가 등장한데 이어서 15세기에는 항해장비가 등장해 마침내 대항해시대의 막이 오르게 된다.

그러나 부어스틴은 역사는 이처럼 반드시 논리적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큰 실수와 사고의 결과로 유래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르톨로메우디아스의 지도에는 당초 아프리카로 돌아가는 항해루트가 전혀 없었다. 그가 희망봉을 발견하게 된 것은 1485년 2월 폭풍을 만나 항로를 벗어나게 된 결과 우연히 얻어진 성과였다.

부어스틴은 종이와 인쇄기 발명에 얽힌 이야기를 펴나가면서 사회적 배경이 발명의 동기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기원전 2세기 소아시아지방 페르가몬국의 우메네스 2세왕은 이집트가 파피루스종이의 수출을 금지하자 대체물로 보다 견고하고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양피지를 발명하게 된다. 약 3세기가 흐른 105년 중국의 채륜은 뽕나무와 어망의 폐기물로 만든 종이를 황제에게 바쳤다. 마르코 폴로는 원나라의 쿠빌라이칸이 종이를 돈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구텐베르크는 성서를 펴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성서를 출판한 것은 구텐베르크가 아니라 그의 인쇄기를 압수한 빚장이들이었다.

그러나 민속학에서 원자의 입자에 이르기까지 수만가지 발견, 발명의 이야기로 세계사를 읽어 나가는 부어스틴의 서술방식에 대해 일부 평론가들은 '빗속을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고 달려가다가 손에 든 옷가방이 그만 벌어져 황망하게 다시 가방을 챙기려는 사람과 같은 인상을 준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그리고 하버드와 예일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사학자이며 1950년대에는 3권으로 된 '미국인들'(The Americans)이라는 저서로 미국인들이 겪은 모든 경험을 엮어 퓰리처상까지 받은 노련한 이야기작가 부어스틴의 이 작품은 종래의 숨겨진 사실을 통해 과학과 기술의 역사를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88년 범양사 출판부에서 2권으로 나눠 펴냈는데 이성범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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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현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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