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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IQ를 높이나

최신지능이론 '플린 효과'

인간의 지능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0.3점씩 IQ가 올라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지능이 높아지는 것일까. 새롭게 불붙기 시작한 지능논쟁으로부터 지능을 높이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지능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그리고 지능을 높이는 방법은 있는가. 그동안 학자들은 지능이 유전적인 것인가 환경적인 것인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아니면 이런 것들의 조합인가 하는 논쟁을 수없이 벌여왔다. 물론 이와 같은 논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지능의 본질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해답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능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이후로 급격히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현재 지능을 연구하는 학자를 찾기랑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지능을 정의내리기도 어렵고 평가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지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플린효과' (Flynn Effect)때문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IQ가 상승하고 있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 IQ가 상승하는지를 알면, 역으로 IQ를 높일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IQ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게 된 것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가을 정치학자인 리처드 헤른슈타인과 찰스 머레이가 함께 쓴 '종형곡선' (TheBellCurve)은 지능연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 불씨는 곧바로 전세계로 번졌는데, 종형곡선이란 책이 두달만에 40만부가 팔린 것을 보면 그 파장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종형곡선에서 헤른슈타인과 머레이는 "미국 사회의 경제적 계층화는 뿌리 깊은 지능의 차이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즉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잘 살고, 지능이 낮은 사람들은 못 산다는 것이었다. 또 그들은 "유전자가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기 때문에 지능이 모자랑 사람들의 출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과학동아 96년 2월 '과학 대논쟁, 인간의 지능은 유전하는가' 참조). 여기에는 백인이 흑인보다 IQ가 높다는 자료도 들어 있었다.(그림1). 만약 이러한 이론이 뿌리를 내린다면 누가 보더라도 인종차별주의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
 

(그림1) 백인과 흑인의 IQ분포도^헤른슈타인과 머레이가 쓴 종형곡선에서는 백인이 흑인보다 IQ가 높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림은 백인의 IQ를 100으로 했을때 흑인의 IQ를 나타낸다.


지능의 비밀

종형곡선의 화염은 지능 연구의 가뭄 속에서 급격히 번져나갔다. 결국 미국심리학회(APA)는 그 진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지능이론은 맞는지 그른지 확인하기 어려워 일반인, 특히 정치인들을 현혹하기 쉽다. 지능이론들이 중구난방(衆口難防)인 것도 따지고 보면 지능 자체가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3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미국심리학회는 지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에모리대학의 심리학자 울릭 네이서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지능연구팀이 구성된 것은 1995년 1월. 이들은 지능연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그동안 이룩해낸 지능연구의 결과를 모라 발표했다. '지능-아는 것과 모르는 것'(Intelligence : Knowns and Unknowns)이라는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IQ(지능지수)가 미치는 효과.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 영양섭취. 흑인과 백인의 차이. 남녀의 차이 등 IQ에 대한 민감한 사인들이 정리돼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Q는 부분적으로 학교성적과 같이 점수로 환산되는 대인의 능력 차이를 예견한다. 일반적으로 지능지수가 높으면 학교성적이 좋다.
·IQ는 학교 밖 활동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IQ가 높으면 좋은 성적을 받고, 이는 학교성적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쌓는데 유리하다. 따라서 IQ가 대외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
·IQ는 유전되지만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IQ는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어떤 요인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양섭취가 지능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릴 경우 지능 저하가 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어떤 영양성분이 지능에 영향을 주는지는 모른다.
·흑인과 백인의 IQ차이는 사회경제적인 지위 때문에 생기는 요인을 빼고나면 그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
·성(sex)차이에 따른 IQ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특별한 능력에서는 남녀의 IQ차이가 존재한다. 남자는 일반적으로 시각-공간 능력과 수학에서 높은 점수가 나온다. 반면 여자는 언어 능력이 우수하다. 성호르몬과 사회적 역할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고 해석된다.
·가장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은 IQ검사가 지능의 모든 요소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매년 IQ가 0.3씩 높아져

미국심리학회 보고서는 종형곡선이 일으킨 파장을 일단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종형곡선에서 언급된 플린효과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예견하지 못했다. 사실 종형곡선에서는 플린효과를 언급만 했을 뿐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 종형곡선을 검토하던 울릭 네이서가 그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정치학자 제임스 플린이 "매년 미국인의 지능지수가 0.3점 가량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1984년의 일이다. 그는 미국의 군(軍)지원자들에게 실시하는 IQ검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10년마다 3점 가량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사용된 IQ검사는 동일한 것이었다.

플린은 다른 20개 나라에서도 같은 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한세대(30년)마다 10점이 상승하고, 이스라엘과 벨기에에서는 한세대에 20점 정도가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그림2). 이러한 상승 경향은 추상적인 패턴을 읽게 하고 비언어적 문제를 풀게함으로써 문화적 효과나 교육적인 효과를 최소화한 검사일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플린효과의 예외는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박사는 "정확하게 조사한 바는 아니지만, 1990년대에 개발된 지능검사법으로 측정해 IQ가 100이 나온 학생들을 1960년대에 개발된 지능검사법으로 다시 측정하면 대략 120 130정도의 IQ가 나온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IQ증가분은 1점 정도로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플린은 자신의 자료를 믿지 믿지 않았다. 연구 결과 자신의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지능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다분히 지능은 타고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림2) IQ의 증가 추게^세계 여러 나라에서 IQ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플린효과라고 한다. 이 자료는 가장 최근에 측정한 IQ를 100으로 놓고 상대적인 IQ를 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가파른 상승세인 것으로 추정된다.


IQ를 높이는 요인

전세계적으로 매년 IQ가 올라가고 있는 '플린효과'는 왜 생기는 것일까. 울릭 네이서 박사는 그 원인이 몹시 궁금했다. 만약 그 원인만 밝혀낼 수 있다면 IQ를 높이는 방법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1997년 9월 과학잡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에 기고했다.
네이서 박사는 네덜란드 정부가 매년 군에 입대하는 18세 남자들에게 실시하는 지능검사에서 10년 사이에 7점이나 올랐다는 사실을 특히 주목했다. 이렇게 크게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로 지능이 올라간 것일까. 아니면 지능검사를 치루는 테크닉이 늘었기 때문일까.

학자들은 지능검사에 익숙해지만 IQ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린이에게 똑같은 지능검사를 두번째 실시했을 때 5-6점 정도 올라간 연구결과도 있다.

96년부터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IQ가 140을 넘는 학생들에게 월반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학부모들은 IQ검사를 자주 실시해 자녀의 IQ를 높이려고 한다는 웃지못할 일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전세계인 IQ상승 효과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두번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영양섭취다. 노던아일랜드 대학의 리처드 린 박사는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키가 크고, 머리가 크고, 뇌가 커져 결국 지능지수가 올라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임신 중 자궁 내 환경이다. 사람의 뇌는 70%가 자궁 내에서 형성된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태아의 뇌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임신 3개월부터 태어난 후 6개월까지 엄마가 영양섭취를 못하면 태아의 지능이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미국의 공황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다른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IQ가 20점이나 낮았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어떤 영양성분이 IQ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다. 지금까지 내려오는 정설은 영양섭취가 시각-공간지각능력과 같은 선천적인 지능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언어능력과 같은 후천적인 지능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린효과의 원인을 학교교육시간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IQ가 올라간 나라들은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는 통계가 있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면 지능이 올라가는 것이 아닐까. 이 가설은 대단히 환영을 받았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학교에 잘 다니는 학생이 결석하는 동료학생들보다 IQ가 높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미국 버지니아에서는 인종분쟁을 막기 위해 공립학교 문을 닫은 적이 있다. 이때 백인들은 사립학교를 다녔지만 흑인들은 학교에 다니질 못했다. 당시 백인 학생의 IQ는 흑인 학생의 IQ보다 6점이나 높았다. 1987년 예루살렘의 헤브루대학 교수인 소렐 카한과 노라 코헨가 국민학교 4,5,6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년의 학교생활은 단순히 한살 더 먹는 것보다 언어능력과 수리능력이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모세대보다 줄었던 경우에도 IQ가 높아졌던 반례가 나와 이 이론은 시들해졌다. 다만 학교생활은 이유를 묻는 항목에 더 영향을 준다는 결론만 내렸다. 이것은 IQ가 매년 올라갔다는 사실과 반대가 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조기교육이 IQ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조기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다만 아이에 따라 조기교육이 5점 정도의 IQ를 상승시켰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그렇다면 플린효과를 연구하고 있는 네이서 박사가 주목한 대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각매체의 역할이다.

네이서 박사는 20세기의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시각 매체의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1920년대 영화의 등장, 1950년대 텔레비전의 등장. 1970년대 비디오 게임의 등장. 그리고 1980년대 컴퓨터의 등장이 IQ상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본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갈수록 상품 포장이나 건물의 모습, 그리고 광고가 점점화려해지면서 시각적인 자극을 많이 주고 있다. 또 미로찾기나 그림맞추기와 같은 시각적인 놀이기구도 많이 등장했다.

IQ가 시각매체의 영향 때문에 증가한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시각 매체가 IQ를 높혔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

결국 네이서 박사 역시 1905년 비데가 처음 IQ검사를 실시해온 이래 매년 IQ가 증가하고 있다는 플린효과를 설명하는데는 실패했다. IQ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한데, '이것이다'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다양한 경험이 다양한 지능을 개발한다"는 애매한 태도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언어지능, 형이 동생보다 높아?

지능은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또 가정 환경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를 연구한 학자가 있다. 1990년 ‘타고난 재능과 지능’(Giftedness and Intelligence)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마일스 스토퍼 박사가 바로 그런 분이다.

스토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지능의 70%는 유전으로 결정되고, 20%는 뇌가 형성되는 임신 3개월부터 생후 6개월 사이에, 그리고 나머지 10%는 환경과 교육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을 애매하게 50%씩이라고 말해왔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의 연구 중에서 특히 주목해 볼 대목은 IQ가 아이를 낳을 때의 부모 나이, 출생 순위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점들이다.

아이를 낳을 때 부모의 나이가 얼마인가 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대목이다. 속설은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어머니의 나이가 어릴수록 아이의 IQ가 높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남자의 정자는 70여일 전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그 경험이 정자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여자는 태어날 때 난소에 수만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어머니의 경험은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어디까지나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그런데 스토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머니의 나이가 많을수록 모든 사회계층에서 아이의 IQ(특히 언어 추론 능력)가 높았다. 즉 어머니의 나이가 어려야 자녀의 IQ가 높다는 속설을 뒤집은 것이다. 30-34세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기준으로 할 때 22-24세의 어머니를 둔 아이의 IQ는 평균 3점이 낮았다. 그리고 10대 어머니를 둔 아이의 IQ는 평균 8점이 낮았다.
 

199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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