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암염소인 트레이시(Tracy)는 그 유가(乳價)가 비싸기로 치면 세계에서 으뜸이다. 1ℓ당 자그만치 4천파운드(약5백80만 원).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사(社)는 이 젖은 독점사용을 위해 최근 1천만파운드(약1백45억원)를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트레이시는 한마디로 그 유전자의 일부가 인간의 것으로 대체된 형질전환동물이다. 영국 에딘버러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이 이 염소가 아직 수정란 상태일 때 그 수정란에 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했다. 그 결과 트레이시의 젖은 α-1-앤티트립신(AAT)이라는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게 되었다. 영국에서만 약 2만명의 사람이 AAT를 자기 몸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AAT가 체내에 없으면 기종(氣腫) 폐질환 낭성 섬유증 간질환 등을 일으키기 쉬워진다.
사실 AAT의 결핍은 그 자체가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의 하나인데, 이같은 유전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북미와 유럽에만 10만명 가량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혈장에서 추출한 물질을 AAT결핍증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으나 그 물질의 생산량이 극히 적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규모가 큰 두 제약회사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트레이시의 젖을 구입하기를 거부하가 기다렸다는듯이 독일의 바이엘사가 낚아챈 셈인데, 독일에는 3천~4천명의 AAT결핍증 환자가 있다. 아무튼 고귀한 몸인 트레이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최상의 음식을 제공받으면서 오직 젖을 많이 생산하는 일에만 골몰(?)하고 있다.